소설리스트

절세전혼-65화 (65/1,498)

65화 자룡적아령

"뭐? 그런 사람이 있소?"

남궁 이소와 흑포 노인은 손발이 척척 잘 맞았다.

그는 고개를 돌려 진남을 바라보더니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이보전 일 층의 집사이다. 지금 너의 경매 참가 자격을 취소하겠다. 그리고 한 달 내내 이보전에 발을 들이지 못한다. 만약 어길 시엔 종문 규칙으로 다스리겠다."

제자들은 남궁 이소와 집사가 손을 잡고 진남을 상대한다는 것을 눈치챘다.

"허허, 진남은 재수도 없군."

"현령종에 금방 들어왔는데 남궁 이소의 수법을 알 리가 있나."

"남궁 이소, 역시나 대단하군……"

외문 제자들이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구경하며 진남의 상황에 대해 떠들었다.

"집사시군요?"

진남은 여전히 무표정하게 품에서 영패를 꺼내며 말했다.

"죄송한데 저에게 장로 영패가 있습니다. 과연 집사께서 저를 다스릴 자격이 있으실지 모르겠네요."

진남의 행동에 흑포 집사와 남궁 이소는 동시에 날카로운 시선으로 영패를 쳐다봤다.

영패를 본 흑포 집사는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어디서 주어 온 영패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본 적이 없구나. 진남아, 감히 장로 영패를 사칭하다니! 죄질이 더 무겁구나. 지금 당장 이보전에서 꺼지거라! 아니면 너를 종문 규칙대로 다스리겠다."

이보전의 집사인 그는 당연히 진남의 소문을 들었다. 하지만 그는 전혀 믿지 않았다.

게다가 남궁 이소는 남궁성의 동생이었다. 남궁성은 미래가 창창한 사람이었다. 집사는 남궁성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남궁 이소와 손을 잡았다.

"이 영패를 모른다고요?"

진남은 당황했다. 그는 집사가 자룡적아령을 몰라볼 줄은 생각도 못 했다.

"흥, 아무 영패나 들이밀고 나를 속일 생각이었나 보구나. 여봐라, 이 도둑놈을 끌어가거라!"

흑포 집사가 큰소리로 호통치자 사면팔방에서 쉬체 경지 팔 단계의 호위 무사 열 명이 달려왔다. 그들은 진남을 포위하고 점점 망을 좁혔다.

주변의 제자들이 흥분했다. 그들은 집사가 무력까지 사용할 줄은 몰랐다.

이때, 어디선가 호통이 울려 퍼졌다.

"이게 무슨 일이냐?"

사람들은 중년의 사내가 천천히 다가오는 것을 발견했다. 그의 걸음마다 바람이 일고 거대한 위압이 주변을 휩쓸었다.

제자들은 그 사내를 보자 안색이 살짝 굳었다.

"장로."

흑포 집사도 화들짝 놀라서 얼른 변명했다.

"장로, 이 진남이라는 제자가 장로의 영패를 사칭해서 규율을 위반하고 종문 규칙을 어겼습니다."

"음?"

중년 사내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 이보전 일 층의 장로인 그는 진남의 소문을 들어본 적이 있었다.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장로의 영패를 사칭했다면 종문 규칙대로 다스려야지. 그 영패는 어디 있느냐?"

"바로 이것입니다."

흑포 집사는 얼른 자룡적아령을 중년 사내에게 건넸다.

중년 사내는 대충 확인하려고 했다. 하지만 보는 순간 표정이 변하더니 대경실색해서 말했다.

"이, 이건……!"

흑포 집사와 남궁 이소 그리고 다른 제자들이 그 모습에 당황했다.

'장로가 왜 이렇게 놀라지?'

"이런 쳐죽일 놈아, 이 영패도 못 알아봤느냐!"

중년 사내는 이마에 핏대까지 세워가며 버럭 화를 냈다.

"내 눈이 멀었지. 이보전에서 네 놈 같은 폐물을 키웠다니! 당장 썩 꺼지거라! 다시는 이보전에 발도 들이지 말거라!"

흑포 집사는 그 모습에 놀라 넋이 나갔다.

'이게 무슨 일이지? 장로가 나더러 꺼지라니? 갑자기 왜……?'

흑포 집사뿐만이 아니었다. 남궁 이소와 다른 제자들도 놀라서 넋이 나갔다.

"왜? 내가 직접 끌어내 주랴?"

중년 사내의 두 눈이 차가운 빛이 돌고 살기를 뿜었다.

"저……"

흑포 집사는 놀라서 혼비백산했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얼른 말했다.

"제가 꺼, 꺼지겠습니다. 장로, 제발 용서해……"

흑포 집사는 허겁지겁 이보전을 빠져나갔다.

사람들은 입이 떡 벌어졌다.

이보전의 장로가 진남의 영패를 확인하자 바로 흑포 집사를 내쫓았을 뿐만 아니라 이보전에 발도 들이지 말라고 할 줄은 몰랐다.

흑포 집사의 앞날은 이제 끝장난 셈이었다

'이게 어찌된 일일까? 진남이 꺼낸 영패가 대체 무슨 영패일까? 왜 장로가 영패를 보자 화를 버럭 내며 집사를 내쫓았을까?'

"진남 사제, 이거 참 미안하오. 아까 저 집사가 눈이 삐었소. 자네 기분이 상하지 않았으면 좋겠소."

중년 사내는 진남에게 굽실거렸다. 장로의 위엄이라곤 전혀 없었다.

사실 중년 사내는 집사를 쳐죽이고 싶을 지경이었다.

자룡적아령이다. 태상 장로가 직접 준 영패다. 그런데 그 폐물이 알아보지 못하다니?

중년 사내는 진남이 화를 내지 않기를 묵묵히 기도했다. 아니면 그의 장로 자리도 지킬 수 없었다.

"괜찮습니다."

진남은 중년 사내에게 화를 내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

"장로, 방금 남궁 이소는 흑포 집사와 결탁해서 저를 경매에 참가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했습니다. 이제부터 이 자도 이보전에 발을 못 들이게만 해주시면 됩니다."

그 말을 듣자 충격에 빠져있던 남궁 이소가 발끈했다.

"진남, 너 뭐라고 했어! 나는 남궁성의 동생이야. 그런데 감히 나를 이보전에 발도 못 들이게 하라고? 네가 감히 나……"

남궁 이소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중년 사내가 쌀쌀맞게 말했다.

"남궁 이소라고? 이제부터 이보전에 발도 들이지 말거라. 감히 어길 시에 현령종에서 쫓겨날 줄 알아!"

쿵!

그 말을 들은 남궁 이소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것 같았다. 오만하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나는 남궁 이소야. 남궁성의 동생이라고. 그런데 나에게 이보전에 발도 들이지 말라고 하다니?'

"그래, 좋아, 아주 좋다."

남궁 이소가 정신을 가다듬고 음침한 얼굴로 말했다.

"진남, 오늘 일은 내 기억하겠다! 언젠가 반드시 네가 무릎을 꿇고 나에게 빌 게 만들 테다!"

말을 내뱉은 남궁 이소는 더 이상 머무르지 않고 황급히 자리를 떴다.

만약 계속 남아 있는다면 망신을 당할 사람은 그였다.

중년 사내는 남궁 이소의 뒷모습을 보며 동정 어린 시선을 보냈다.

이보전 일 층의 장로인 그는 당연히 남궁성의 신분을 알았다. 하지만 자룡적아령에 비교한다면 남궁성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다른 외문 제자들은 전부 넋이 나가서 상황을 바라보고 있었다.

남궁 이소는 영원히 이보전에 발을 들이지 못하게 되었다.

게다가 그들은 진남이 이렇게 존귀한 신분일 줄 몰랐다. 이보전 일 층의 장로조차 고분고분 그의 말을 들었다.

"내가 기억하기로 너희들 중에도 많은 사람들이 나를 비웃었지."

진남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그는 손을 뻗어서 구경하면서 비웃었던 제자들을 하나하나 짚어냈다.

"나는 복수를 꼭 해야 하는 사람이야. 하지만 너희들이 처음이라는 것을 감안하마. 내가 숨을 세 번 쉴 동안 다 꺼져라. 아니면 너희들도 이보전에 발을 못 들이게 할 테니."

그 말에 진남에게 지목당한 제자들의 안색이 변했다. 그들은 망설임 없이 자리에서 튀어나와 빠른 속도로 사람들 앞에서 사라졌다.

다른 제자들은 또 깜짝 놀랐다. 그들은 진남의 말이 이렇게 큰 위력이 있을 줄 몰랐다.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확실하게 각인했다. 진남은 그들이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진남 공자, 영패를 돌려드리겠소."

중년 사내는 얼른 자룡적아령을 진남에게 건네며 미소를 지었다.

"이보전의 규칙대로 경매를 시작하면 세 가지 이보를 선택할 수 있소. 아무런 비용을 지불할 필요도 없고, 다른 사람과 경쟁할 필요도 없소.

진남 곁에 서 있던 백횡은 그 말에 화들짝 놀랐다.

'세 가지 이보를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다고? 진남이 꺼낸 영패가 대체 어떤 존재길래?'

"고맙습니다, 장로. 장로께서는 제 신분에 대해 비밀로 해주시길 바랍니다."

진남이 공수하고 인사했다. 그는 아직 사람들에게 자룡적아령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지 않았다.

"그럼. 당연하오."

중년 사내는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진남이 굳이 당부하지 않아도 그는 감히 입을 열지 못할 것이다.

태상 장로가 엮인 일을 조심해서 처리하지 않으면 장로 자리는 물론이고 목숨도 부지하기 힘들 것이었다.

중년 사내가 떠나자 백횡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진남 공자, 아까 꺼낸 그 영패는……"

"어떤 선배가 준 거예요."

진남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이보전의 모든 층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어요."

"뭐?"

백횡은 깜짝 놀라서 얼른 입을 틀어막았다. 눈에는 놀라움이 가득했다.

백횡도 현령종에서 몇 년 동안 있으면서 잘 알고 있었다. 이보전의 모든 층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는 건 대단한 일이었다.

백횡은 깊게 심호흡했다. 그는 임수성에서부터 진남을 봐왔다.

이번 만상 대회에서는 진남이 임자소를 죽이고 죽림에서 천 보는 내디뎌 일 위를 차지했다. 다른 사람들은 그를 의심할지 몰라도 백횡은 믿었다.

방금 진남이 신분을 드러내는 것을 본 백횡은 그에게 완전히 복종했다. 마음속에 진남을 따라야겠다는 생각이 더욱 확고해졌다.

시간은 천천히 흘러, 경매 시간과 점점 가까워졌다.

경매장 입구에 있던 제자들도 점점 많아졌다.

순간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남궁성이 왔다! 남궁성이 왔어!"

그 비명은 마치 경뢰처럼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술렁이었다.

"뭐? 남궁성이 왔다고?"

"남궁성도 왔구나. 그런데 폐관 수련하는 중 아니였나?"

"하늘이시여, 제가 찜한 보물을 남궁성이 마음에 들어 하지 않게 해주세요."

"……"

적지 않은 제자들이 이때 진남을 바라보았다.

방금 진남이 남궁성의 동생 남궁 이소를 평생 이보전에 발을 들일 수 없게 만들었다.

진남은 평온한 표정으로 시선을 돌렸다. 백포를 입은 청년이 당당하고 씩씩한 걸음으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걸어오고 있었다.

진남은 전신의 눈을 살짝 굴려 청년을 파악했다. 황급 구품의 무혼을 가지고 인기합일의 원만 경지를 장악했을 뿐만 아니라 반보 선천 경지에 도달했다.

"남궁성은 확실히 임자소보다 강하구나."

진남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때, 남궁성이 발걸음을 멈추고 진남을 보며 담담하게 물었다.

"네가 진남이냐?"

순간 시끌벅적하던 장내가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제자들이 숨을 멈추고 눈도 깜박이지 않고 이 모습을 지켜봤다.

진남은 어이가 없어서 대답하기도 싫었다.

'남궁성은 내가 진남인 걸 알면서 왜 굳이 묻는 걸까?'

장내의 제자들은 진남이 남궁성을 무시하자 저도 몰래 찬 숨을 들이마셨다. 진남이 오만해서 남궁성까지 무시한다고 생각했다.

남궁성은 무표정한 얼굴로 진남의 무시를 아랑곳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

"내 동생은 줄곧 안하무인이었다. 동생이 한 무례한 행동을 이해해 주길 바란다."

그 말에 제자들이 경악했다.

'남궁성이 진남에게 사과를 했어?'

진남도 놀랐다. 그는 남궁성이 건넨 첫마디가 사과일 줄은 몰랐다.

"내 동생이 평생 이보전에 발을 못 들이게 된 것도 사실 자업자득이지."

남궁성의 시선이 갑자기 날카로워졌다.

"하지만 경고 한마디 하지. 나를 더 이상은 자극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말에 남궁성은 외문 서열 일 위의 기세를 전부 실었다.

다른 제자들은 표정이 굳었다. 역시 남궁성이었다. 말 한마디를 해도 허튼 말이 하나도 없었다. 그는 사과하러 온 게 아니라 진남을 기를 죽이러 온 거였다.

남궁성은 말을 마치고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경매장에 들어섰다.

"진남 공자……"

백횡은 무언가 말하려고 했다.

"됐어요. 우리도 들어갑시다."

진남은 무표정했다. 전혀 화가 난 기색이 없이 경매장으로 들어갔다.

제자들은 두 사람이 충돌하지 않자 은근히 아쉬워했다. 하지만 그들은 깊게 생각하지 않고 일제히 경매장에 들어섰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