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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45화 (45/1,498)

45화 기우도 실력이야

진남은 지도를 따라 소냉을 데리고 숲속을 빠르게 누볐다.

삼 주 향이 타는 시간이 지난 후, 진남은 멈춰 서서 지도를 다시 펼쳐 보더니 말했다.

"바로 앞에 있소. 소냉, 얼른 따라오시오."

말이 끝나자마자 진남은 백현팔보를 사용했다. 그의 몸이 번개처럼 변하더니 숲속을 빠르게 나아갔다.

소냉의 눈에 놀라움이 스쳤다. 쉬체 경지 팔 단계를 가진 자라도 수행이 높은 신법무예를 수련하거나 속도를 빠르게 하는 무혼이 있지 않은 이상 따라잡기 힘들었다.

소냉은 이를 악물고 따라붙었다.

수십 번 호흡하는 시간이 지난 후 진남은 눈앞에 점점 적어지는 나무를 보고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바로 이곳이군."

그리고는 몸을 훌쩍 날려 큰 나무 위에 안착한 채 앞을 살폈다.

앞을 살피던 진남의 미간이 심하게 찌푸려졌다.

눈앞에는 거대한 호수만 보였다. 그러나 이 호수 위에 짙은 안개가 떠 있었는데 매우 기이하고 옅은 혈색을 띠고 있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아보지 못할 정도였다.

기이한 안개 아래 호수 전체가 모두 숨겨져 있었다.

기괴한 안개만 있었다면 진남은 미간을 찌푸리지 않았을 것이다. 호수 주변에 수십 명의 인영이 드문드문 보였다. 다들 만상 대회에 참가한 신입 제자들이었다.

그중 몇몇 제자는 진남의 눈에 익었다. 임자소와 결탁한 이백이십 명 제자 중 한 명이었다.

진남이 살피고 있자 소냉이 그제야 쫓아왔다. 그는 진남이 양미간을 찌푸리고 꼼짝하지 않고 있자 진남의 시선을 따라 앞을 살폈다.

소냉의 눈에 놀란 기색이 떠올랐다.

"저건 혈장무(血障霧) 아니오?"

"혈장무?"

진남이 소냉을 쳐다봤다.

"혈장무는 하늘과 땅이 뭉쳐 만들어진 것이오. 혈장무 속에는 엄청난 독이 있소. 쉬체 경지 십 단계인 자가 그 속에 뛰어들어도 순식간에 중독되어 시체조차 남기지 못하고 죽소. 엄청 무시무시한 거요."

말을 마친 소냉의 얼굴에는 여전히 놀라움이 가시지 않았다. 호수 양쪽에 있는 제자 수십 명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된 거요? 이곳에 어떻게 다른 제자들이 있을 수 있소? 저들도 삼판 금련을 위해서 온 거요?"

소냉은 안색이 굳어지며 한꺼번에 세 가지 질문을 했다.

"나도 모르오."

진남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하지만 저 제자들이 모두 배회하며 떠나지 않은 것은 분명히 이 호수에 삼판 금련이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오."

진남은 마음속으로 매우 의아해서 온갖 생각을 다 했다.

그와 소냉이 이곳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은 왕맹의 몸을 수색하다가 지도를 얻었기 때문이었다.

제자들은 어떻게 이곳을 찾았을까?

그들은 어떻게 여기에 삼판 금련이 있다는 것을 알았을까?

진남은 숨을 깊게 들이쉬며 이 문제를 잠시 뒤로 미루었다. 그는 전신의 눈을 굴리며 호수를 살폈다.

비록 온 호수가 혈장무에 뒤덮여 있어 호수 속의 신비를 알 수 없게 했지만, 예리한 진남은 눈치챘다. 혈장무는 지금 느린 속도로 소실되고 있었다.

진남은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혈장무는 아마 이틀이 지나면 다 사라질 거요. 소냉, 우리는 여기 몸을 숨기고 있을 것이오. 혈장무가 걷히면 제자들이 삼판 금련의 위치를 어떻게 알았는지 알 수 있소."

갑자기 나타난 십여 명의 제자들이 진남의 경각심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에 그는 함부로 손을 쓰지 않았다.

그렇지 않다면 지금 진남의 경지로 제자들을 충분히 제거할 수 있었다.

"좋소."

소냉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당분간은 가만히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몸을 감췄다.

바로 이때, 숲속 먼 곳에서 무려 여덟 명의 신입 제자들이 뛰쳐나와 호수의 사방으로 뛰어내렸다.

여덟 명의 신입 제자들이 갑자기 나타나자 호수 양쪽에 있던 다른 제자들의 주의를 끌었다.

"이게 웬일이야. 이건 무슨 안개지?"

여덟 제자는 원래는 기쁜 기색이 만면하였으나 호수의 기이한 옅은 혈색의 안개를 보자 얼굴빛이 변했다. 그들은 이내 또 다른 제자들도 있는 것을 눈치채고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

"어떻게 된 거야? 너희들은 여기 어떻게 온 거야?"

호수 양쪽에는 벌써 수십 명의 제자가 모여 있었다. 그중 한 제자가 물었다.

"여러 사형들께 솔직하게 말하겠소. 우리도 삼판 금련 지도를 얻어서 여기를 알고 찾아왔소. 보다시피 종문에서는 삼판 금련의 위치가 있는 지도를 백여 개를 제작해서 만상도 여기 저기에 뿌렸소."

"백여 개의 지도라니?"

신입 제자들은 그 말에 안색이 변했다.

나무 위에 은신해 있던 진남과 소냉도 놀라서 서로를 쳐다봤다.

그들은 상대방의 눈에서 씁쓸함을 발견했다. 두 사람은 현령종이 이렇게 교활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말의 진위는 알 수 없지만, 지금으로서는 종문에서 실제로 지도 백 장을 찍어내 많은 제자들이 삼판 금련의 위치를 알고 몰려온 것 같았다.

그때, 어떤 그림자가 숲속에서 날아 내려왔다.

이번에 나타난 사람은 여자였다.

여인은 검은 머리에 기다란 검은 색 금사 치마를 입고 있었는데, 매력적인 몸매가 더욱 돋보이고 있었다. 정교하고 하얀 얼굴에 물을 머금은 듯한 복숭아꽃 눈을 가진 그녀의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두근거리게 했다.

여인이 나타나자 장내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중 한 제자가 말했다.

"초운 사저구나. 초운 사저도 삼판 금련이 있는 지도를 얻은 걸까?"

그 말에 초운의 아름다움에 빠져있던 제자들이 하나둘씩 정신을 차리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초운 사저는 예쁘기만 한 게 아니라 쉬체 경지 팔 단계이고 십 대 천재 중 서열 오 위야."

"허, 초운 사저가 왔으니 혈장무가 걷히면 누가 또 그녀 손에서 삼판 금련을 빼앗아 갈 수 있을까?"

"이번엔 정말 재수 없군. 초운 사저를 만날 줄은 몰랐소."

"……“

방금 온 여덟 명의 신입 제자가 초운을 보고 쓴웃음을 지었다.

초운까지 온 걸 보고 그들은 현령종에서 삼판 금련의 위치가 있는 지도를 백 장이나 찍어서 만상도에 뿌렸다는 사실을 믿게 되었다.

아니면 초운과 그들을 포함해서 이렇게 많은 제자가 몰릴 수가 없었다.

사방의 말소리가 들리지 않는 듯 초운은 평온한 표정이었다. 그녀는 혈장무를 확인하더니 비로소 천천히 몸을 돌려 진남과 소냉의 은신처를 향해 다가왔다.

그녀는 붉은 입술을 움직이고 활짝 웃었다.

"숲속에 둘, 언제까지 숨어있을 거야?"

초운의 목소리는 매우 부드러웠다. 사람의 마음을 간질였다. 하지만 진남과 소냉의 귀에는 마치 천둥소리처럼 들렸다.

모두가 일제히 진남, 소냉 두 사람이 숨겨진 곳을 바라보았다. 경계하는 눈빛을 짙게 띠었다.

어둠 속에 숨어있는 적은 항상 조심해야 했다.

초운이 말하지 않았다면 그들은 전혀 몰랐을 것이다. 어둠 속에 두 쌍의 눈이 숨어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진남은 쓴웃음을 지었다.

방금 초운에게 발견되었다는 건 그녀의 수행이 정말 범상치 않다는 것이었다. 만약 단순히 쉬체 경지 팔 단계면 진남을 발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제 어떡하면 좋소?"

소냉이 목소리로 물었다.

"어떡하긴 어떻게 하오? 들켰으니 밖에 나가야지."

진남은 소냉을 탐탁지 않게 쳐다보더니 몸을 숨기지 않고 숲 사이로 내려앉았다.

진남이 나타난 순간, 현장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모든 제자들이 눈을 크게 뜨고 노려보았다.

십 대 천재 중 서열 오 위인 초운은 진남을 보자 예쁜 얼굴이 살짝 굳었다.

그동안 숨어있던 사람이 진남이란 말인가?

신입 제자들 사이에서 명성만 따진다면 진남은 황용, 임자소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정도로 모르는 사람이 없이 유명했다.

모두가 진남을 본 뒤 잠시 침묵하더니 갑자기 시끄러워졌다.

"진남이었구나. 저자도 왔네."

"저놈을 죽이면 임자소 사형의 호감을 얻을 수 있어."

"나와 함께 손을 잡고 죽일 사람 없는가? 죽이고 나서 얻는 혜택은 똑같이 나누기로 하지."

"내가 너랑 손을 잡지. 나도 저놈을 죽이고 싶었어."

"……“

짧은 순간에 수십 명의 신입 제자들이 살의를 풍겼다.

어떤 이들은 합세해서 살벌한 기세로 진남을 노렸다.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장면이었다.

일찍이 백옥도장에 있을 때 이백이십 명의 제자가 임자소에게 진남을 죽이겠다고 대답했다.

더구나 당시 진남은 그 상황에서 다른 이들을 깔봐서 제자들의 미움을 샀다.

"허허, 너희들 주제에 진남 사형에게 도전장을 내밀려고?"

차가운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고 숲속에서 소냉이 걸어 나왔다. 그는 제자들을 보며 싸늘한 눈빛을 보냈다.

"누가 먼저 나설 것이냐. 내가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고 탓하지 마라."

소냉이 나타나자 견문이 넓은 제자가 놀라서 외쳤다.

"소냉? 십 대 천재 십 위인 소냉이잖아?"

그 말에 진남에게 살벌하게 굴던 제자들의 얼굴빛이 확 달라졌다.

"뭐? 소냉이 어떻게 진남과 손을 잡게 됐지?"

"젠장, 소냉의 보호를 받는다니. 골치 아프게 됐다."

"너희 아직 모르고 있었어? 소냉은 소경설 사저의 동생이야. 당연히 진남을 돕지."

"......"

살벌하던 신입 제자들은 소냉이 나타나자 뒷걸음질 쳤다. 그들은 전혀 달려들 엄두를 내지 못했다.

소냉은 십 위의 천재였다. 그들이 감히 건드릴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한편에 서 있던 초운은 진남을 보면서 두 눈을 반짝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진남 사제, 불과 며칠 만에 쉬체 경지 오 단계에서 칠 단계로 될 줄은 몰랐어. 정말 대단해."

초운의 말에 모든 제자들이 놀랐다.

‘진남의 수행이 쉬체 경지 칠 단계까지 이르렀다니?’

아무리 황급 구품 무혼이라도 며칠 안에 두 경지를 연속으로 돌파하는 일은 있을 수 없었다.

‘황급 구품 무혼의 초월급 천재도 해낼 수 없는 일을 진남이 해냈다니?’

모든 제자들은 충격받았지만, 한편으로는 의심스러웠다.

그들은 진남이 의심스럽긴 했지만 마음속에는 그래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소냉에게 고마운 시선을 보냈다.

진남의 무혼은 황급 팔품에다 지금은 쉬체 경지 칠 단계에 이르렀다. 어찌 그들이 대항할 수 있겠는가?

방금 만약 소냉이 나타나 그들의 살의를 꺾지 않았더라면, 그들은 진남에게 손을 댔을 것이다. 그럼 결과는 죽음밖에 없었다.

진남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수련 속도를 보면 저는 초운 사저와 비할 바가 못 됩니다. 두 개의 경지를 돌파한 것은 만상도에서 기우를 만났기 때문이죠."

"진남 사제, 기우를 만났다고 두 개의 경지를 돌파하는 것도 다른 사람은 못 하는 거야."

초운이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혹적으로 말했다.

"내가 보기에 기우도 실력이야."

진남은 그녀를 한 번 더 쳐다봤다. 초운은 혀로 연꽃을 피우듯 예쁜 말만 했다.

진남은 그녀의 진의가 의심스러웠다.

그는 이제 거의 모든 신입 제자에게 미움을 샀기에 초운도 적인지 아군인지 구분되지 않았다.

초운은 진남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안다는 듯 말했다.

"진남 사제, 걱정하지 마. 모든 사람이 너를 죽이려고 해도 나는 그러지 않을 거야. 만상 대회가 열릴 때 궁양 사형이 너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며 특별히 당부했어. 진남 사제와 반드시 친구가 되라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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