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세전혼-19화 (19/1,498)

19화 싸우겠느냐

백횡 장로가 진장공을 버린다면 설사 황급 오품의 무혼이라 해도 현령종 제자가 될 기회가 없어지는 것이었다.

"백…… 백 장로."

진장공은 안절부절못하고 더듬거리며 말했다.

"제, 방금 제가 한 말은…… 잘, 잘못 말했습니다. 백 장로 오, 오해하지 마세요. 진씨 가문은… 진씨 가문은 절대 방씨 가문에게 보복하지 않을 겁니다……."

진장공뿐만 아니라 진씨 가문의 다른 사람들도 불안해서 안절부절못했다. 진씨 가문의 집사와 장로들도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그들은 진력이 불구가 되었든 말든, 방씨 가문이 그들 진씨 가문을 공격하든 말든 상관할 여유가 없었다.

그들은 만약 백횡 장로의 노여움을 사면 진씨 가문이 파멸될 거라는 생각밖에 없었다.

진천과 철삼 두 사람의 표정이 매우 어두워졌다.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 듯했다. 그러나 결국 그들은 화를 낼 수 없었다.

만약 그들이 화를 내면 백횡 장로가 더 분노할 수 있었다.

그렇게 되면 진씨 가문 전체 사람 중에서는 막을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백횡 장로는 그들의 말을 듣고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다. 너희 진씨 가문은 다들 상황 파악을 할 줄 아는구나. 진장공, 잘하거라. 나는 아직도 네게도 거는 기대가 크다."

이 말을 듣자 진장공과 진씨 가문 다른 사람들은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백횡 장로가 화를 내지 않으면 진씨 가문은 무슨 일이든 아무 상관 없었다. 방여룡이 진씨 가문의 제자 여러 명을 불구로 만든들 어떡하랴?

방려, 방여룡 부자는 진씨 가문 사람들을 보고 짙은 경멸의 눈빛을 보냈다. 두 사람은 이런 상황을 예상했던 게 분명했다.

그들 두 사람뿐만 아니라 방씨 가문의 제자들과 장로들 모두 얼굴이 상기되어 흥분한 모습이었다.

백횡 장로가 그들 방씨 가문을 두둔하는데 진씨 가문이 뭐가 무섭단 말인가?

백옥 고대 위의 여자 장로인 소경설은 아름다운 눈동자로 조용히 이 모든 걸 보고 있었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줄곧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진씨 가문 사람들이 다들 굽실거리며 아부하는 걸 본 그녀의 눈에 알 수 없는 혐오의 기색이 스쳐 갔다.

소설경은 마침 자신의 눈을 주시하던 젊은이가 생각나 저도 몰래 그를 바라봤다.

진남은 원래 자리에 앉은 채 처음부터 끝까지 낯빛이 더없이 담담했다.

마치 백횡 장로가 편애한다고 두려워하지 않고, 방여룡이 진씨 가문의 제자를 불구로 만든 것 때문에 분노하지 않는 것 같았다.

비록 진남이 아닌 척했지만, 소경설은 예리하게 그의 눈길에서 차가운 기운을 읽어냈다.

소경설은 호기심이 생겨 생각했다.

'이 녀석은 어떻게 할 생각인 걸까?'

소경설이 호기심에 차 있을 때 방씨 가문 제자들 상석에 앉아있던 방여룡도 뭔가 생각난 듯 진남을 바라봤다.

방여룡은 힐끔 보더니, 얼굴빛이 갑자기 싸늘해지면서 비꼬며 말했다.

"진남, 너는 황급 일품의 쓰레기 무혼을 가진 폐물이야. 그런데 살기등등한 눈길로 우리 방씨 가문을 보다니. 설마 네 수준으로 우리 방씨 가문 제자들과 싸우려는 거냐? 왜? 너의 가문을 위해서 네가 복수라도 하려는 거냐?"

말이 끝나자 진씨 가문 사람들은 일제히 안색이 변해서 진남을 바라봤다.

그 말을 들은 백횡 장로의 얼굴엔 미소가 사라졌다.

그는 진남을 별로 좋게 보지 않았는데 방여룡이 이렇게 말하니 진남에 대한 불쾌감이 더 커졌다.

그의 눈빛이 순식간에 싸늘해지더니 무형의 강압적인 위력이 그의 몸에서 솟아올랐다.

장내의 분위기는 백횡 장로의 기세가 폭발함과 동시에 순식간에 굳어졌다.

백횡 장로는 진남이 관찰한 대로 수행이 선천 경지 정상에 도달하여 무왕 경지와 간발의 차이였다. 그의 기세가 전부 폭발하니, 마치 거석이 내리누르는 것 같았다.

장내의 사람들은 그 기세에 숨이 막혔다.

장내의 사람들은 낯빛이 변했다. 백횡 장로를 바라보는 그들의 눈에는 두려움이 가득 찼다.

백횡 장로는 아무 기색이 없었다. 심지어 진남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

"방여룡이 한 말이 사실이냐?"

짧디짧은 한 마디지만 알 수 없는 커다란 압력을 줬다.

진씨 가문 사람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진남이 무슨 대역무도한 말이라도 할까 두려워 뚫어지게 진남을 응시했다.

만약 진남이 여기서 백횡 장로를 화나게 하면 그 결과는 죽음뿐이었다. 게다가 그들도 연루되어 같이 죽을 수도 있었다.

진남, 네가 죽고 싶으면 죽으면 그만이지 왜 우리까지 끌어들이려는 거냐?

이 순간 진씨 가문의 제자, 집사, 장로들은 진남에 대한 원망이 짙어졌다. 다만 지금 당장은 나설 수 없는 상황이라 나타내지 못할 뿐이었다.

장내 모든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남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선 백횡 장로를 향해 허리 숙여 인사하더니 간곡한 말투로 말했다.

"백횡 장로, 저는 절대 복수할 생각이 없습니다. 좀 전에는 방여룡 공자가 오해한 것 같습니다. 방여룡 공자를 혼란스럽게 한 것에 대해 사과하는 바입니다."

진남은 말을 마치더니 방씨 가문 사람들이 있는 곳을 향해 깊이 허리 숙여 인사했다.

그제야 백횡 장로의 표정이 많이 부드러워졌다.

진남이 고개 숙이자 마음이 풀어진 듯했다. 바로 손을 저으며 말했다.

"괜찮다. 비록 너는 폐물이지만 사람은 괜찮은 것 같구나. 이 일은 넘어가 줄 테니 시합을 계속하거라."

백횡 장로의 위세가 흩어지자 장내에 있던 사람들의 호흡이 정상으로 회복되었다.

방씨 가문 사람들은 예전엔 임수성의 천재였던 진씨 가문의 소주 진남이 자신들을 향해 고개 숙여 사과하는 걸 보고 속으로 통쾌해했다.

다들 얼굴이 상기되어 있었다.

그런 의외의 모습에 방여룡 입가의 조롱이 점점 짙어졌다.

'진남 네가 쉬체 경지 오 단계이고 신검합일의 대성 경지를 장악했다고 한들 어쩔 거냐? 내가 너더러 머리를 숙이라고 하면 너는 숙여야 한다.'

진씨 가문의 사람들은 모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진남을 바라보는 진씨 가문의 제자, 집사, 장로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진장공은 더욱더 그러했다.

그는 원래 진남이 이 중요한 시기에 일부러 심통을 부려 자신을 끌고 함께 망가뜨리려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생각 밖으로 진남은 혼자서 감당하고 스스로 사과하고 백횡 장로의 호감을 얻었다.

"내가 생각을 바꿔야겠네. 현령종이 되면 진남을 죽이지 말고 무공만 폐하면 되겠어. 그러면 내가 죽이지 않은 걸 진남은 고마워하겠지."

진장공은 속으로 중얼거리며 혼자서 스스로 진남에게 자그마한 호의를 베풀 것이라 다짐했다.

무예 대결이 다시 시작되었다.

진장공은 비록 자신의 상대가 방씨 가문에서 겨우 쉬체 경지 일 단계의 경지이고 황급 이 품의 무혼이지만 깍듯이 대했다. 대결에서 이겼을 때도 진장공은 크게 손을 쓰지 않았다.

그의 이런 행동은 방씨 가문 제자들의 기세를 더욱 올리게 했다.

진씨 가문 사람들과 진장공은 그 모습을 보고도 개의치 않았다.

'지금 창피를 당한들 어떻나? 백횡 장로의 노여움을 신세를 망치는 것보다 훨씬 낫잖아.'

무예 대결은 계속 이어졌다.

스물여덟 번째에 진남이 등장했다.

진남의 등장은 장내의 관심을 끌어모았다.

어찌 됐건 지금의 진남은 온 임수성 제자 중에서 경지가 제일 높은 사람이었다. 무의식중에 장내에 있는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건 당연한 것이었다.

이번에 진남의 상대는 방씨 가문의 사람이었다.

진남의 맞은편에 선 사람은 얼굴에 오기가 가득한 청년이었다.

그의 이름은 방옥(方玉)이었다. 그는 임수성에서도 꽤 유명했다.

방옥은 황급 사 품의 무혼이고 현재 쉬체 경지 이 단계에 도달했다.

이뿐만 아니라 방옥은 무예 천부가 뛰어나고 여러 가지 무예를 장악하고 있었다.

방씨 가문에서 방여룡 버금가는 존재였다.

방옥은 등장하더니 바로 고개를 들고 진남을 내려다보니 오만하게 말했다.

"진남, 그냥 패배를 인정해라. 어차피 너는 황급 일품 무혼의 폐물이기에 아무런 기회도 있을 수 없어. 지금 네가 먼저 패배를 인정하면 나중에 창피당하지 않을 테니 그나마 체면이 설 거다."

원래라면 방옥은 진남을 마주했다면 아마 머리가 복잡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방옥은 조금도 진남이 두렵지 않았다.

'백횡 장로가 이렇게 우리 방씨 가문을 두둔하는데 폐물인 주제에 감히 어떻게 나 같은 천재를 이길 수 있겠어?'

방씨 가문의 사람들은 모두 놀리듯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진씨 가문 사람들은 이런 상황이 자신들의 체면을 깎는 거라곤 생각지 않았다.

오히려 눈빛을 반짝였다. 마치 진남에게 빨리 패배를 인정하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방옥이 말이 채 끝나지 않았을 때, 갑자기 예리하기 그지없는 칼날 빛이 천둥소리와 함께 무대 위에 울려 퍼졌다.

진씨 가문, 방씨 가문 사람들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방옥의 두 눈이 본능적으로 휘둥그레졌다. 그러나 그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무지막지한 힘이 그의 몸을 찢었다.

방옥은 칼을 맞자 바로 몸이 갈라지면서 죽어 버렸다.

장내는 조용해졌다.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

모든 게 너무나도 빨리 진행됐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아무도 제대로 반응하지 못했다.

연무대 위에 서 있는 진남은 천천히 흑철검을 허리춤에 꽂았다. 그의 표정은 더없이 평온했다.

진남의 두 눈은 방여룡이 서 있는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담담하게 말했다.

"저도 방여룡 공자의 생각과 같습니다. 폐물은 이 세상에 살아있을 필요가 없지요."

"그리고 저는 원래부터 은원이 분명합니다. 다른 사람이 저를 한 대 때리면 저는 상대에게 두 대를 갚아줍니다. 나와 마주하는 방씨 가문의 제자들은 모두……"

말을 마친 진남은 말을 멈추었다. 그의 얼굴에는 갑자기 살기가 등등했다.

"모두 한 명도 살아남지 못할 겁니다."

장내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눈이 휘둥그레지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진남의 말이 구천에 벼락이 치듯 했다. 그들의 뇌에서 윙윙 소리가 났다.

진남이 방여룡보다 더 모질게 단칼에 방씨 가문의 두 번째 천재 방옥을 죽이다니!

게다가 또 바로 방씨 가문 제자를 만나면 모두 살려주지 않겠다고 했다!

이 얼마나 난폭한가.

이 행동은 방씨 가문에 복수하는 것뿐만 아니라 백횡 장로의 위엄에 도전하는 것이었다.

백횡 장로가 어떤 인물인가?

현령종의 사람이다.

비록 백횡 장로가 현령종 내에서 지위가 어떤지 모르지만 설사 현령종의 잡역 제자라 해도 낙하왕국에서는 모두 신분이 존귀하기 그지없었다.

방씨 가문, 진씨 가문과 같은 이런 작은 가문에 비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지금 진남은 장내에 있는 모든 사람들 앞에서 백횡 장로에게 도전한 것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