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2
24.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면 돌려주는 게 예의다(3)
두삼은 정의감 넘치는 형사나 검사가 나와서 사건을 해결하는 드라마, 혹은 영화를 싫어한다.
깡패들은 무기를 들고 설치는데 주인공은 주먹만을 사용하다가 쥐어 터지다가 겨우 살아남고, 16부작 드라마에서 15회까지 범죄자들은 온갖 불법적인 일을 하는데 형사와 검사는 법을 준수하면서 겨우겨우 헤쳐 나가는 꼴이란 정말 답답하다.
결정적으로 온갖 나쁜 짓을 하던 놈들이 법의 심판을 받는다며 감옥으로 들어가는 게 드라마의 끝이라니, 드라마를 뒤집어서 생각해 보면 결국 당한 사람만 불쌍하다.
의료 드라마도 비슷한 구석이 있다.
철천지원수가 죽을병에 걸려 찾아왔는데 인권과 직업 윤리를 들먹이며 수술을 해준다.
웃기지 않은가?
온갖 나쁜 짓을 다해놓고 나중에 용서를 빌면 용서를 해야 하는 것인가?
능력이 없다면 모를까 있다면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대응하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
“1205호 환자 좀 보러 왔습니다.”
두삼은 외과 병실을 찾았다.
“…한방의학과 선생님이 왜?”
“아! 제가 어제 사고 현장에 있다가 우리 병원으로 보냈거든요. 혹시 괜찮아졌나 보려고요.”
“뭐가 잘못된 건지 온몸 마비에, 시력까지 잃었어요.”
“하아~ 그래요? 원인은 뭐래요?”
간호사는 대답 대신 고개를 저었다.
“안타깝네요. 잠깐 들어가 봐도 되죠?”
“네. 근데 조심하세요. 입이 아주 거칠어요. 그래서 1인실로 옮겨둔 거예요.”
“심하게 하면 그냥 나올게요. 참! 이거 저희 한방의학과에서 끓인 한약인데 피로 회복에 좋을 겁니다.”
“뭘 이런 걸 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뭘요. 괜한 진상을 보낸 건 아닌지 미안하네요.”
한약 상자를 건넨 후 전신 마비가 된 사내의 병실로 들어갔다.
“누구야! …혹시, 형님입니까?”
“의산데?”
“이런 돌팔이 새끼들! 얼른 날 원래대로 돌려놔! 사고가 났을 때 난 아무렇지도 않았어! 병원비 받아먹으려고 이러나 본데 나중에 나 깨어나면 다 죽었어!”
“음, 괜찮은 인간이면 고쳐주려고 했더니 그냥 그대로 둬야겠네. 근데 너무 시끄럽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주둥아리도 막아버려야겠어.”
“…다, 당신 누구… 야? 고칠 수 있다고?”
“당연히. 내가 그렇게 만들었거든.”
“…뭐라고? 당장 원래대로 돌려놔! 너 이 새끼! 절대 가만 두지 않을 거야!”
쫘악!
입만 나불거리고 있는 사내의 이마를 내려쳤다.
“이, 이 개새끼가…….”
“아직 상황 파악이 안 되지? 너 입을 막아버리고 내가 그냥 가버리면 어떻게 될 것 같아?”
“…….”
“전신 마비에 눈멀고 말도 못하는 채로 평생 살면 참 재미있긴 하겠다. 한 번만 더 욕하면 한 달 뒤에 찾아올 테니까 그렇게 알아.”
아주 바보는 아니었다. 방금 한 말을 상상했는지 잔뜩 겁먹은 얼굴로 물었다.
“…나, 나에게 바라는 게 뭐야?”
“말이 짧다? 혀가 짧은 거냐? 진짜 짧게 만들어줘?”
“…아, 아닙니다! 제게 뭘… 뭘 바라십니까?”
표정은 두고 보자는 얼굴인데 말은 번듯하게 나왔다. 고쳐주면 당장 칼을 들고 달려들 것 같다.
“어제 날 죽이라고 지시한 놈이 누구야?”
“무슨 말을…….”
잠시 생각하는 표정을 짓던 그는 곧 알겠다는 듯 외쳤다.
“아! 서, 설마 너… 아니, 당신이 한두삼?”
“내 이름도 알고 있었네. 역시 날 죽이려고 한 게 맞는 거지. 누가 그런 명령을 내린 거야?”
“…당신, 의사가 사람한테 이런 짓을 해도 되는 …겁니까?”
짜악!
다시 그의 이마를 때리곤 말했다.
“이럴 때만 의사냐? 그럼 의사는 차로 박거나 칼로 찌르면 ‘아이쿠! 감사합니다’ 하고 찔려 죽어야 하냐? 그리고 이 방에 나 말고 사람이 어디 있어? 내 눈엔 넌 사람 아냐. 그냥 쓰레기지. 이제 묻는 말에 답하지?”
“…주, 죽이려던 게 아니라 그냥 한두 곳 병신으로 만들 생각이었습니다. 진짭니다.”
“와~ 너 재주도 좋다. 차로 박아서 딱 한두 곳만 병신으로 만들 수 있는 거야? 얼마나 그런 짓을 자주 했으면 그럴 수 있는 거냐?”
“그야 몇 번…….”
“이야, 경력자였다는 거네. 그래서 그 사람들은 어떻게 됐어? 네 말대로 딱 한두 곳만 다쳤어?”
“…….”
“생각대로 안 된 모양이네. 길게 얘기할 거 없고 누가 그런 명령을 내린 거지?”
“…저희 형님이요.”
“조폭이었냐? 그럼 형님이라는 놈과 조직에 대해서 상세하게 말해봐.”
“…말하면 절 고쳐주시는 겁니까?”
“한두 군데만 빼고. 남을 그렇게 만들려 했으면 당할 것도 생각했어야지.”
“…….”
“싫음 말아. 너 찾아오는 사람 중에 한 명 눕히고 물어보면 돼. 다만 입도 앞으로 못 쓸 거야. 아! 귀는 놔둘게. 사람들이 널 놀리는 소리는 들어야 할 거 아냐.”
“아, 아닙니다!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희는 창신동 곰돌이파로 모두 열두 명입니다. 아지트는…….”
그는 아는 바를 한참 주절거렸다.
“진즉에 이럴 것이지. 됐다. 그 정도면 충분해.”
“들리지 않고 말을 못해도 상관없습니다. 다만 움직이고 볼 수 있게만 해주세요, 선생님.”
“그래? 알았어.”
그의 손을 잡고 기운을 들여보냈다.
막아뒀던 척추신경 이외의 신경들도 여러 군데 막아버렸다. 그리고 시신경과 입도 역시 꼼꼼히 막았다.
운이 좋다면 막아둔 것들이 풀릴 수도 있겠지만, 글쎄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어라? 입을 막고 다른 걸 치료하려고 했는데 안 되네. 미안. 너처럼 차로 박아서 한두 군데 병신으로 만드는 재주가 나한텐 없네.”
“…….”
“이해한다고? 그럼 다행이고. 네가 망가뜨린 사람들에게 평생 속죄하면서 살아. 혹시 그러다 보면 나을지도 모르겠다. 나도 속죄하면서 사람들 치료하면서 살게.”
속죄는커녕 원망만 하고 살 것이다. 하지만 상관없다.
임독양맥이 타동되면서 신체 능력이 발달되지 않았다면 누워 있는 건 자신이었을 테니 말이다.
‘그나저나 나머지 놈들은 어떻게 처리한다.’
고민을 하며 막 나가려는데 노크 소리와 함께 간호사가 껄렁한 사내 몇 명과 들어왔다.
“선생님, 마한구 씨 지인들이 병문안 오셨네요.”
맨 앞에 서 있는 남자는 방금 전 마한구에게서 들은 두목의 생김새와 유사했다.
‘눈썹 옆의 베인 자국. 이자가 두목이군.’
안 그래도 고민하고 있었는데 찾아와 주다니 고마웠다. 그러나 당장 뭔가를 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일단 나가서 어떻게 접근할지 고민해 봐야겠어.’
결정을 한 후 간호사에게 말했다.
“그렇습니까? 환자는 자고 있나 봐요. 언제 깨나 기다리고 있었는데 나중에 다시 오든가 하죠.”
한데 어제 죽을 뻔한 후 운이 트인 모양이다.
막 나가려는데 자신을 담당의로 착각을 한 건지 두목이 불러 세우며 물었다.
“이보쇼, 의사 선생. 내 동생 왜 이러는 거요?”
잠깐 머뭇거리던 두삼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얼른 그의 앞으로 가 설명했다.
“어제 차가 벽을 들이박았을 때 충격이 척수신경을 손상시킨 것으로 보입니다.”
“척추가 다쳤다는 말이구먼. 차가 부서지긴 했지만 타고 있었는데 그럴 수가 있는 거요?”
“가능성은 충분히 있습니다. 가끔 기침을 심하게 하다가 허리가 삐끗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건 여기 배의 근육에 힘이 들어가면서 척추를 순간으로 치는 것처럼 되는 겁니다.”
두삼은 설명을 하면서 남자의 배와 허리에 손을 올렸다.
그 모습이 뒤에 서 있는 이들에겐 거슬렸는지 한 발 나서며 인상을 찌푸리고 말했다.
“허어~ 이 양반이 지금 누구한테 손을…….”
“됐다. 상세하게 설명하려다 보니까 그랬나 보지. 듣자 하니 못 움직일 수도 있다는데 사실이오?”
“네. 상황을 봐야겠지만 현재로서는…….”
“무슨 말인 줄 알겠소. 한동안은 지켜보도록 하지. 근데 어차피 못 움직이는데 1인실이 필요 있나? 6인실로 바꿔주쇼.”
“…곧 조치될 겁니다.”
한동안 지켜본다는 말이 깨어날 가능성이 없으면 버리겠다, 라고 들렸다.
의리라곤 개뿔도 없는 놈들.
하긴 서로 돈 때문에 모인 조직일 터. 의리가 어디 있겠는가.
“그럼, 전 이만.”
두삼은 밖으로 나왔다.
방금 전 설명을 하며 그의 몸에 손을 댔을 때 그의 심장으로 가는 혈관 중 하나를 3분의 2쯤 막아뒀다.
그에 심근경색이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었다.
‘또다시 내 앞에서 비슷한 일이 발생하면 민규식 원장이 의심할 수도 있어.’
일단 심근경색이 발생하면 5분 안에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그대로 죽을 가능성이 높았다. 물론 죽는다고 죄책감이 생기진 않을 것 같다.
그저 자신을 병신으로 만들라고 사주한 놈이 누군지 알아내야 했다.
사실 누군지 짐작은 된다.
자신을 미워하는 인간은 둘이다.
악양 혁한의원의 김장혁, 그리고 최근에 하란의 일 때문에 척을 지게 된 최익현.
이번 일은 최익현이 사주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아직까진 짐작일 뿐이고 확인되지 않는 짐작으로 누군가를 해할 정도로 미치광이는 아니다.
“음…….”
병실에서 나와 엘리베이터에 오른 두목이 가슴 부근을 툭툭 치면서 신음을 흘렸다.
옆에 있던 뚱뚱한 사내가 걱정스레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형님?”
“모르겠어. 갑자기 심장이 답답하네.”
“병원에 오신 김에 진찰 한번 받아보시죠. 심근경색일 수도 있습니다.”
“내 나이에 무슨…….”
“나이는 상관없습니다. 식습관이 문제죠. 이런 말씀 드리기 그렇지만 저희 아버지도 지금의 형님처럼 그러시다가 돌아가셨습니다.”
“이 새끼가… 내가 죽었으면 하지?”
“아, 아닙니다, 형님! 제가 왜 그런 생각을…….”
“쌍놈의 새끼. 그런다고 니가 올라설 것 같아?”
“아니라니까요, 형님! 진짜 아닙니다.”
“그건 나중에 얘기하기로 하고 어디 과로 가야 하는 거냐?”
“아마 흉부외과로 가시면 될 겁니다.”
“그럼 가자. 끄응 …아무래도 이상하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흉부외과로 가던 두목은 흉부외과 앞에서 심근경색으로 쓰러졌다.
* * *
“대표님, 회삽니다.”
기사의 말에 최익현은 잠에서 깼다.
어젯밤 좋은 소식을 기대하고 있다가 실패했다는 소식을 듣고 새벽까지 술을 마셨다.
그 때문에 오후 늦게까지 잠을 잤는데도 피곤했다.
“들어갔다가 일 하나만 보고 나올 테니 대기하고 있어요.”
처리할 일이 없었다면 집에서 쉬었을 것이다.
옷차림을 바로 한 후 회사로 들어갔다.
경비원이 조르르 문을 열어줬고 로비로 들어가자 직원들이 인사를 했다.
‘이제야 조금 회사 같네.’
하란이 회사를 맡고 있는 동안에는 회의할 때를 제외하곤 너무 자유로웠다. 그에 대표직을 맡고 난 다음 조금씩 바꿔가고 있었다.
풀어주면 그게 권리인 줄 알고 한없이 풀어진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비서실로 들어서자 두 명의 직원이 후다닥 일어났다.
“시원한 커피 부탁해.”
“금방 준비하겠습니다, 대표님. 한데 안에 우하란 전 대표님께서 와 계십니다.”
“아무 연락도 없이… 언제 오셨나?”
“그게… 10시쯤에 오셨습니다.”
“…오전 10시? 근데 왜 연락 안 했어?”
“우 대표님이 절대 연락하지 말라고 하셔서… 죄송합니다.”
“이익! …나중에 보자.”
누가 현 대표인지 모르는 거냐고 한마디 해주고 싶었지만 일단은 들어가는 게 우선이었다.
노크를 하고 들어갔다. 하란은 창을 보고 있었다.
“오셨으면 연락을 주시지… 타 투자사 사장과 만나고 오느라 늦었습니다.”
“…일을 하다 보면 늦을 수 있죠. 술을 했나 봐요?”
독한 술을 너무 많이 마셨더니 아직 술이 들 깬 모양이다.
“가볍게 한잔했습니다. 앉으시죠.”
“아뇨. 이대로가 편해요.”
‘무슨 일이지?’
목소리가 사무적이긴 했지만 쌀쌀맞지는 않았었다. 한데 오늘은 유독 목소리가 차갑게 느껴졌다.
“한데 무슨 일 때문에?”
“할 얘기 있어서 왔어요.”
하란은 돌아서면서 말을 이었다. 몹시 화가 난 듯한 그녀의 표정을 보는 순간 뭔가 잘못됐다는 걸 알게 됐지만 뭣 때문에 그러는지 떠올리기 전에 그녀의 말이 이어졌다.
“최익현 씨, 참 무서운 사람이더군요?”
“그게 무슨 말씀인지……?”
“두삼 씨 일 말이에요. 사소한 말다툼한 것 때문에 조직 폭력배인 사촌 형에게 청부 폭력을 한다는 게 평범한 건 아니잖아요?”
“……!”
어떻게 알았지? 아니, 어떻게 변명을 해야지?
짧은 순간 머리는 팽팽 돌아갔다. 하지만 변명보단 내부의 질투심이 먼저 폭발했다.
“대표님의 마음이 그놈에게 기울지만 않았다면 그렇게까지 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렇게 한 게 내 탓이라고 말하는 건가요?”
“왜, 하필 한두삼 그놈입니까? 차라리 나보다 잘난 놈을 좋아했다면 이렇게까지 하진 않았을 겁니다.”
“…하아… 정말 구제불능이군요. 아뇨! 내가 누구랑 사귀었던 간에 당신은 지금처럼 똑같이 했을 거예요. 두삼 씨에게 날 넘볼 자격이 없다고 했죠? 그건 분명 나의 재산 때문이었을 거고요. 그렇게 따지자면 당신은 자격이 있나요? 내가 볼 땐 두 사람은 다르지 않아요.”
“…….”
“당신이 날 좋아하고 있다는 거 알고 있었어요. 그렇게 티를 내는데 어떻게 모르겠어요. 근데 좋기보단 싫었어요.”
“…이유가 뭡니까?”
최익현은 이를 악물고 참으며 물었다.
“모르겠어요. 그저 부담스럽더군요. 내 겉모습과 돈을 본 건 오히려 당신 아닌가요?”
“아닙니다!”
“당사자가 아니라는데 뭐라겠어요. 아무튼 더 이상 두삼 씨를 건들지 말아요. 또다시 유사한 일이 발생하면 내가 가진 증거를 경찰에게 보낼 거예요. 그리고 지금 이 시간부로 최익현 씨, 당신을 대표직에서 해임합니다.”
“꼭 이렇게까지…….”
“인사팀엔 아까 연락해 뒀어요. 퇴직금은 내일쯤 들어갈 거예요.”
인사팀에 말해뒀다는 건 어떻게 해도 마음을 바꿀 수 없다는 얘기였다.
“…알겠습니다. 더 이상 여기 있을 이유가 없겠군요.”
더 이상 머물러 있다간 하란 앞에서 못난 모습을 보일 것 같았다.
그래서 화를 삭이고 밖으로 나가려는데 다시 속을 헤집는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두삼 씨에게 손 떼라는 말 허투루 듣지 마세요. 청부가 당신만의 능력은 아니잖아요?”
꽈악! 으스러져라 주먹을 쥐었다. 분노에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비서들 얼굴도 보지 못하고 바로 내려왔다.
직원들이 인사를 했는데 올라갈 때와 달리 마치 놀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대기하고 있던 기사가 최익현이 나오는 것을 보더니 뒷문을 열었다.
“…얘기 못 들었습니까?”
“…방금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모셔다 드리라고 하셨습니다.”
“훗! 생각해 줘서 눈물이 날 만큼 고맙네요. 됐습니다. 내가 직접 운전해서 갈 테니 차는 내일 주차장에서 찾아가세요.”
“…알겠습니다.”
차에 오른 최익현이 거칠게 차를 몰아 도로로 나왔다.
“씨발! 이 연놈들이… 사람을 얼마나 우습게 봤으면! 건들지 말라고? 반드시 내 앞에서 무릎 꿇게 만들어줄게! 으아! 씨발!”
그는 솟아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차의 핸들을 마구 치면서 운전을 했다.
그리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자신의 사촌 형에게 연락을 했다.
띠리링~ 띠리링~ 띠리링~
신호는 가는데 받질 않는다.
“일을 도대체 어떻게 했기에 사방팔방 소문이 나! 이 병신 같은 놈은 또 왜 안 받는 거야? 제발 좀 받아라, 이 새끼야!”
울리는 전화를 향해 소리치던 그는 스마트폰을 들고 있음을 잠깐 잊었는지 신경질적으로 핸들을 쳤다.
손에서 벗어난 스마트폰은 여기저기 부딪히다가 좌석 밑으로 떨어졌다.
“으아~ 씨발! 정말 되는 일이 하나도 없네.”
최익현은 전방에서 눈을 뗀 채 신경질적으로 스마트폰을 주우려고 했다.
하지만 그 짧은 순간이 그의 운을 갈랐다.
빠아아아아앙!
귀를 울리는 경적 소리에 고개를 들었을 땐 엄청난 덤프트럭이 지척까지 다가와 있었다.
“씨…….”
콰아앙! 욕을 다 뱉기도 전에 어마어마한 충격이 그를 덮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