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눈에는 눈, 이에는 이
2018.08.03.
여자의 말투는 묘하게 핀트가 엇나가 있었다.
말과 뉘앙스로 봐서는 빈정거림이 분명한데, 그 이유를 도통 알 수가 없는 노릇이었다.
확 억울해졌다. 처음부터 예의를 밥 말아먹고 사람을 막 쳐다봤던 게 누군데…….
‘어쨌거나, 이 여잔 날 좋아하지 않아.’
본능적으로 느낌이 왔다.
영악하지는 못하지만, 이런 걸 그냥 넘길 정도로 아둔하지도 않은 예원이었다.
“우리 민혁 씨랑, 친한 사이신가 봐요.”
“뭐, 그쪽보다는요. 오빠랑 난 꽤 오래된 사이거든요. 그쪽이랑 다르게.”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죠?”
예원의 질문에, 여자의 붉은 입술 사이로는 비웃음이 피식 새어나왔다.
“좋아요. 이렇게 된 김에, 그냥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죠.”
고개를 슬쩍 돌린 여자가 예원의 얼굴을 삐딱하게 곁눈질했다.
“꼴에 너무 잘난 척 하지 마요. 재수 없으니까.”
“…….”
무언가 철렁 내려앉는 느낌.
예원으로선 미처 예상하지 못한 말이었다.
“알아요. 현민혁 같은 남자가 어느 날 갑자기 사장으로 왔지, 직원이니까 예의상으로라도 잘해주지. ‘혹시 이 남자가 나한테 흑심이 있나, 이 기회에 확 한 번 어떻게 해봐?’ ……누구나 다 그렇게 생각했겠죠. 나라도 그랬을 거고.”
“…….”
“그치만 예원 씨. 사람한테는 다 자기 세계라는 게 있어요. 어떤 짓을 해도,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절대로 벗어날 수 없는 세계……. 그런 점에서 홍예원 씨는, 오빠랑 너무 다른 세계에 있는 사람이고요.”
“……본론만 말씀하세요.”
여자는 마침내 예원 쪽으로 완전히 돌아섰다.
“난 그냥 충고해주는 거예요. 아니, 충고보단…… ‘조언’이라는 말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지만.”
입가에 불손한 웃음기를 띄운 여자가 말했다.
“오빤 절대 여자랑 결혼해서 살 수 있는 사람이 못 돼요. 아닌 척하지만 다들 알고 있다고요. 두 사람의 결혼엔 분명 뭔가가 있었을 거라는 걸…….”
잠시 말을 쉰 여자가 예원의 눈치를 살폈다.
예원을 떠보려는 의도였다.
“…….”
하지만 그녀는 한 치의 미동도 없었고, 여자는 실망한 기색을 숨긴 채 말을 이었다.
“지금 홍예원 씨가 겪고 있는 일들은, 뭐랄까……. 한여름 밤의 꿈같은 거예요. 원래대로라면 절대 겪을 수 없고 빠져들 수도 없는 허황된 꿈이요. 꿈은, 그저 꿈일 뿐이죠.”
“…….”
“그런 거에 너무 취해있지 말라고요. 꿈은 언젠가 깨기 마련이니까. 계속 그렇게 취해있다간 현실 분간을 못할 수도 있고요. 그러니까…….”
“…….”
“무슨 말인지, 알죠?”
오만한 표정의 여자는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꿈 깨. 결혼했다고 끝인 줄 알아? 너 따위가 무슨 현민혁 와이프랍시고 꼴같잖게 유세야.’
화려한 연예인과, 보잘 것 없는 일반인.
제가 상대적으로 우위에 선 입장이라는 생각을 한 걸까.
여자의 알량한 자부심이 그녀의 눈에 적나라하게 드러나 보였다.
“…….”
하지만 잠시.
그 상태 그대로 미동도 않던 예원은 어느 순간 피식 웃었다.
‘이게 지금 뭐래는 거야? 쭉쭉 늘려놓은 빼빼로 같이 생긴 게.’
그저 우습고 가소로웠다. 저와는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는 여자가 늘어놓는 말들이.
그러나 그것들은 이내 가시가 되어 그녀의 가슴을 아프게 콕콕 찌르기도 했다. 여자의 말이 틀리지 않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서였다.
그래도. 그래도…….
‘내가 왜 이런 취급을 받아야 돼? 저 남자가 뭐가 그리 대단해서?’
침착히 심호흡을 한 예원은 웃음기가 배인 얼굴을 차갑게 식혔다.
일련의 일들로 인해 최근 들어 좀 나약해지기는 했지만, 홍예원이 어디 이런 한낱 말장난 따위에 기가 죽을 정도로 순진한 군번이었던가.
순순히 당해줄 순 없지. 네 따위가 감히 날 어떻게 보고.
“……아뇨. 잘 모르겠는데요. 쉬운 말을 어렵게 하는 재주가 있으신 것 같은데, 괜히 돌려 말하지 마시고 간단히 얘기하시죠.”
예원은 물러서지 않고 당당히 대꾸했다.
그런 그녀가 의외라고 느껴졌던지, 여자의 한쪽 눈썹이 살짝 들썩였다.
“뭐, 더 말할 것도 없어요. 민혁이 오빠한테서 떨어져요. 물론 당장은 힘들 수도 있겠죠. 하지만, 두 사람의 사회적 위치와 차이를 고려하면 어쩔 수 없이…….”
“헤어지는 게 맞다. 주제파악을 좀 해라. 뭐 이건가요?”
예원의 목소리가 발 빠르게 여자의 말허리를 가로질렀다.
“말씀 중에 죄송한데요. 전 그쪽이 저한테 왜 굳이 이런 말씀을 하시는지, 잘 이해가 안 되거든요? 저희 일에 왜 참견이시죠? 무슨 권리로요?”
여자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말했잖아요. 난 오빠랑 가까운 사이라고.”
예원은 티나게 비웃음을 날렸다.
“아아, 가까운 사이면 다들 이런 충고를 해주나요? 제가 몰랐네요. 전 또, 그쪽이 민혁 씰 오래오래 일방적으로 좋아하기라도 한 줄 알았잖아요.”
“…….”
“아님, 어쭙잖게 대시했다가 대차게 차여서, 아직까지도 미련이 남았다거나.”
그 대목에서 여자는 유난히 눈을 치켜떴다.
“이봐요! 지금 도대체 무슨 말을……?”
마치, 도둑이 제 발 저린 것 같은 표정.
예원은 금세 웃음기를 거두고는 진지하게 물었다.
“다른 건 됐고요. 하나만 물어볼게요. 방금 ‘꿈’ 어쩌고저쩌고 말씀하셨죠. 근데 그쪽한텐 꿈이라는 게, 맘대로 잘 흘러가던가요? ‘꿈은 허황된 거니까 꾸지 말아야지.’ 그렇게 다짐하면 안 꿔지고, 그렇게 되던가요?”
꽤나 정곡을 건드린 말이었다.
여자의 붉은 입술이 지그시 깨물렸다.
“저도 똑같아요. 지금 이게 꿈이든 꿈이 아니든 간에, 제가 어쩔 수 있는 건 없어요. 전 그냥 조용히 순응할 뿐이죠.”
“…….”
“그 사람이 제가 좋다는데, 굳이 나서서 그 꿈을 제 손으로 깨뜨릴 필요는 없는 거잖아요?”
……오, 홍예원. 오늘 말발 좀 받는데?
생각나는 대로 마구 내뱉고 있으면서도, 예원은 속으로 스스로의 언변에 감탄했다.
여자의 얼굴은 점점 붉으락푸르락해지고 있었다.
“그쪽이 민혁 씨랑 그렇게 가까운 사이인 줄은 미처 몰랐어요. 알았으면 신경 썼을 텐데……. 그동안 전 민혁 씨한테서 그쪽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었거든요. 단 ‘한 번’도.”
“…….”
“어쨌거나 그 조언 감사히 받을게요. 물론 그쪽 바람처럼 시일 내로 저희가 헤어지는 일 같은 건…… 절대 일어나지 않겠지만.”
사실 그것이야말로 그녀가 어쩔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일방적으로 쫑 내기엔 아직 계약기간 1년이 통으로 남았다고, 이 뭣도 모르는 기집애야.
“그럼 전 먼저 가볼게요. 아, 참.”
산뜻한 미소와 함께 화장실을 나서려던 그녀가 발길을 다시 돌려 여자를 똑바로 쳐다보고는 말했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저희한테 관심 쏟으실 시간에 연기 연습이나 해두시는 편이 더 생산적일 것 같네요. 전, 그쪽 얼굴을 오늘에서야 처음 알았거든요.”
“……!”
“그럼.”
여유롭게 웃은 그녀가 화장실을 빠져나갔고, 혼자 남은 여자는 헛웃음을 터뜨리며 그녀가 사라진 쪽을 노려보았다.
“……허.”
기가 막혀.
한 방 먹이려다 졸지에 되로 당한 격이지 않은가.
만만하게 보고 덤볐다 큰 코를 다치고 만 여자는 나지막한 신음을 뱉으며 울분을 삭였다.
깔아뭉개진 자존심이 무척이나 뼈아팠다.
“……꼴에 아주 기고만장이네.”
기껏 불쌍하게 생각해서 조언해줬더니.
주제도 모르는 채 건방진 말들을 한가득 뱉어놓은 여자가 괘씸해 미칠 지경이었다.
하지만, 저 꼴좋은 교만함도 결국엔 오래가지 못하리라.
‘흥. 네가 과연 조혜인 앞에서도 이럴 수 있을까?’
얼굴 전체가 발갛게 달아오른 여자는 그대로 화장실을 나섰다.
* * *
한편, 룸 안에서는 여전히 두 남자가 조용하면서도 격렬하게 대치 중이었다.
해준의 곱지 않은 시선은 민혁에게 고정된 채로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화답하는 민혁의 시선도 물론 그에 못지않았다.
“네가 형한테 그런 말도 할 줄 알고. 많이 컸다, 현민혁?”
“…….”
“근데 아무리 그래도, 그런 식으로 말하면 안 되지.”
해준의 눈초리에 번뜩 날이 섰다.
“형이 섭섭하잖냐.”
한순간 위협적인 눈빛이 된 해준이 낮은 목소리로 읊조렸지만, 민혁은 전혀 흔들림 없이 답했다.
“……미안해, 형. 미안한데, 그래도 할 말은 해야겠어.”
“…….”
“내 여자를 놓고 하는 말인데, 가만히 손 놓고만 있을 순 없잖아.”
‘남편’이.
태연하게 덧붙여진 그의 말에, 해준은 열이 받으면서도 당황스러웠다.
‘이 자식…… 설마 진짜인가?’
내심, ‘게이’ 루머나 ‘고자’ 루머를 믿어 의심치 않았던 그였다.
근거 없는 믿음 같은 것도 아니었다.
근거야 얼마든지 있었지. 이 자식이 그런 식으로 행동했었으니까. 그 따위 지리멸렬한 소문들마저 한 치의 의심 없이 믿어질 정도로.
그래서 당연히 이 결혼도 거짓말일 거라 생각했다.
무슨 사정인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분명 저 놈이 진심은 아닐 거라고.
잠깐 저러다 제 풀에 지쳐 그만 둬버릴 거라고. 그렇게 여겼다.
하지만 지금…… 그의 반응은 확실히 ‘가짜’라 치부하기엔 뭔가 미심쩍은 부분이 있었다.
행동이나 말도 그랬지만, 그보다 더 의심스러운 건 눈빛이었다.
제 여자를 모욕했다는 것에 진심으로 화가 난 듯한 눈빛. 몹시 언짢아하는 듯한 표정.
이제껏 현민혁에게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그 모습이, 해준은 낯설었다.
그때였다.
철컥―
“……죄송합니다. 좀 늦었죠.”
이 모든 이야기의 주인공인 홍예원이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까와는 사뭇 달라진 공기가 이상하게 여겨질 법도 했지만, 그녀는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진 좌중을 보고도 아무렇지 않게 제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그리고선 깊은 숨을 내뱉었다. 어딘가 단단히 뿔이 난 것 같은 얼굴로.
해준을 향해 신경을 곤두세운 와중에도, 민혁은 그것을 단번에 눈치 챘다.
‘화났나.’
모르긴 모르지만, 아마도 아까 전 박해준의 무례 때문이리라.
혼자 지레짐작한 그는 그녀에게 나지막이 속삭였다. 어차피 이 상태로 더 있어야 할 이유도 없었다.
“이만 나가죠, 우리. 시간도 늦었는데.”
“……네.”
예원이 작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지만 나갈 때 나가더라도, 꼭 보여주어야 할 것이 있었다.
방금 전 들어온, 바로 저 여자에게.
‘좋아. 어디 한 번, 두 눈 똑바로 뜨고 보시지.’
다시 나타난 여자를 곁눈질하는 예원의 눈에 파바박 불꽃이 튀었다.
조금 유치한 방법일 수는 있다. 하지만 본때를 보여주기 위해선 이것이 최선의 방법일 터였다.
마침내 결심한 그녀는 민혁의 곁으로 바짝 다가가 앉으며, 귓가에 자연스레 손을 가져다 대고 속삭였다.
“사장님 혹시, 계약서 마지막 조항 기억하세요?”
여자의 뜨끈한 숨결이 목덜미와 귓불에 퍼졌다.
느닷없고도 은밀한 속삭임에 잠시 움찔하던 그는 멈칫했다.
그거라면, 당연히 기억하고는 있는데.
“‘서로의 요청에, 최우선으로 협조한다.’”
그도 이미 예원에게 여러 번 되새긴 바 있던 조항.
그의 낮은 목소리를 들은 예원은 흡족하게 웃었다.
“맞아요. 그러니까, 지금은 저한테 협조해줄 차례예요.”
“……네?”
“준비됐죠?”
갑자기 웬 준비?
예원의 뜻을 이해하지 못한 그가 멍을 때리던 것도 잠시, 민혁은 별안간 사근하게 팔짱을 껴오는 여자 탓에 흠칫 놀라야만 했다.
“으음, 자기. 나 없다고 그새 술 마셨어요? 치, 뭐야. 운전해야 된다니까?”
“……?”
……자, ‘자기’?
여자에게서 흘러나오는 콧소리에, 그의 눈이 잔뜩 커졌다.
하지만 예원은 그의 반응에는 아랑곳없이, 손을 뻗어 그의 앞에 놓여있던 술잔을 들었다.
“안 마신 것 같긴 한데……. 마셨나?”
눈앞까지 들어 올려 그 양을 가늠하더니, 이젠 아예 그의 품에다 코를 가져다 대고 킁킁대기까지.
마치 강아지를 연상케 하는 모습이, 뭔가 작정하고 덤비는 듯한 태세였다.
“바른대로 말해요. 마셨어요, 안 마셨어요?”
통 무슨 조화인지는 모르겠지만 계약사항이니 손발은 맞춰주어야 하겠지.
민혁은 애써 어색함을 숨기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 안 마셨어.”
“정말? 진짜?”
흐뭇하게 웃던 여자는 혀를 한 번 차더니 애교스러운 목소리를 냈다.
“에이, 기분이다. 이왕 여기까지 왔는데 나랑 같이 마셔요. 자, 여기.”
그녀가 쥐고 있던 술잔이 금세 민혁의 손아귀로 넘어갔고, 예원은 새 술잔을 금방 자기 앞으로 가져왔다.
이어 바로 앞에 있는 빈 술병을 확인한 그녀의 입가는 탐탁지 않은 듯 일자가 되었다.
“흐음.”
그녀의 시선이 자연히 건너편으로 향했다.
인상을 찌푸린 해준이 그들을 빤히 지켜보고 있었다.
예원은 빈 술잔을 흔들며, 남자를 향해 애교스럽게 눈짓했다.
“저기, 죄송한데. 거기 있는 그 술 좀 주실래요?”
상큼한 미소는 덤으로.
“여기, 술이 떨어져서요.”
그 얼굴을 슬쩍 들여다본 해준은 떨떠름하게 술병을 집어 들었다.
“……아, 예. 여기.”
“감사해요.”
목표물을 건네받은 예원은 해준에게 향해있던 시선을 미련 없이 휙 거두었다.
비어있던 잔은 어느 새 그녀가 따른 갈색 액체로 한가득 채워졌다.
“됐다. 자기, 어서 짠 해요.”
짠!
가만히 있는 남자의 술잔에 저 혼자 술잔을 부딪친 예원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술을 들이키기 시작했다.
도수가 꽤나 높은 술이었다. 웬만한 여자들이라면 한 모금 마시고도 눈살을 찌푸릴 만큼.
그러나 예원은 모든 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당당히 원 샷을 해보였다.
그것도 아주 태연하게, 꿀꺽꿀꺽.
“……캬. 어후, 처음 마셔보는 건데 생각보다 괜찮네.”
“…….”
“뭐야. 자긴 안 마셔요?”
넋을 잃은 듯 그녀를 빤히 바라보고 있던 민혁이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어어, 마실게.”
“……와, 예원 씨 대단하네요. 안 그렇게 보이는데 술도 되게 잘 마시고.”
옆에서 지켜보던 재하가 감탄했다.
그의 애제자와 꼭 닮은 웃음으로 생긋 미소 짓던 예원은 사과 한 조각을 안주 삼아 입에 쏙 넣은 채 대꾸했다.
“실은, 제가 원래 한 술 하거든요. 민혁 씨보다 제가 훨씬 더 잘 마셔요.”
“아……. 하긴, 이 자식이 술엔 영 젬병이긴 하지. 같이 마시는 재미도 없고.”
“네. 그래도 그게 싫지는 않아요.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왜요?”
다시 채운 술잔을 들던 예원의 눈길이 해준 쪽을 힐끗 일견했다.
“……전, 이런 걸로 가오 잡는 남자를 제일 싫어하거든요.”
깃털처럼 가벼운 시선이 아주 잠깐 머물렀을 뿐인데도, 해준의 얼굴은 보기 좋게 일그러졌다.
반면 재하는 오호라, 하는 얼굴로 반색했다.
“오, 나랑 똑같네. 나도 그런 인간이 제일 싫거든요. 제수씨가 저랑 은근히 좀 통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네요.”
“그래요? 그럼 그런 의미로…… 저랑도 한 잔 하실까요?”
“좋죠, 얼마든지.”
주거니 받거니, 짝짜꿍 죽이 잘 맞는 콤비가 아닐 수 없다.
졸지에 신이 난 두 남녀 사이로 끼게 된 민혁은 얼떨떨한 얼굴을 했다.
갑자기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자, 여기 있습니다! 무조건 원샷, 아시죠?”
“…….”
“헤헤. 자기. 우리는 러브샷 해요, 러브샷!”
……정말 괜히 데려왔다. 이 여자.
머릿속에는 그 생각만이 풍선처럼 가득 채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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