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의 신-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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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의 신-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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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없는 연극 (1)
나는 무성극(無聲劇)을 하고 있다. 즉 소리를 내지 않고 연기를 하는 배우다. 내가 이런 무성극을 하게 된 데에는 나름대로 웃지 못 할 사연이 있었다.
한때 나는 섭외가 줄을 서서 대기표를 끊어야할 만큼 괜찮던 배우였다. 비록 조단역(조연/단역)이지만 쥐구멍에 볕들 날이 머지않아 보였다. 단편영화의 주연 제의도 곧잘 들어왔다. 연기 인생 십오 년 만에 충무로에서 연기력을 인정받는 배우로 부상하고 있었다.
갑자기 일어난 고통사고가 아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사고는 모든 것을 앗아갔다. 머리를 다쳐서 소리를 낼 수 없는 배우가 됐다. 그날 이후 나는 반쪽짜리가 되었다.
현대인들이 무성극을 보는 경우는 드물었다. 텅 빈 객석을 보는 일도, 단 몇 사람을 관객으로 공연하는 일도 빈번했다. 수입도 그 만큼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연기를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했다. 물론, 무성극 공연이 없는 날이면 우울증과 무기력증이 한배를 타고 찾아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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