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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수에서 타자까지-93화 (93/137)

< Hunting Season for.... What? (4) >

93. Hunting Season for.... What? (4)

[히트포더사이클Hit for the cycle! Kang, 4월의 메이저리그를 뒤흔들다.]

[화려했던 4월, 그 대미를 장식한 마침표. 모든 신인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레코드 브레이커의 등장]

[다저스의 4억 달러는 오버페이? Kang, 3,4월 WAR(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 3.5. 2004년 배리 본즈보다 높아.]

[4월의 선수 수상이 확실시되는 다저스의 슈퍼리드오프.]

5월 1일.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던 다저스의 4월이 막을 내렸다.

그리고, 다저스의 리드오프로서 29경기를 소화한 해준은 현시점에서 메이저리그 최고의 중견수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Bust! Kang, 3, 4월 역대 최다안타인 57안타 기록! 이스마엘의 47안타를 압도적으로 제쳐버린 역사상 최고의 배드볼 히터 탄생!]

[3, 4월 통합 114루타! 이스마엘의 기록을 월등히 앞선 Kang의 비교 불가한 득점생산능력!]

[벌써 12홈런. 67홈런 페이스?]

[메이저리그를 휘감기 시작하는 심상치 않은 돌풍 조짐. 데뷔와 동시에 신인왕과 MVP를 정조준하기 시작한 다저스의 Kang.]

역대 안타와 루타, 그 외에 수많은 루키 기록을 경신해버리며 연일 메이저리그를 뒤흔드는 다저스 슈퍼리드오프의 탄생.

그 파급력은 오랜만에 다저스 스타디움에 모습을 드러낸 다저스의 전설, 로이 스나이더와의 인터뷰에서도 드러났다.

그는 로스엔젤로스의 지역 방송국 SportSpec의 캐스터 엘르 브레셀린와 인터뷰를 이어나가고 있었는데, 70대의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툴툴한 어조와 함께 기운 넘치는 목소리를 지니고 있었다.

"일각에서는 강이 이치로 스타일의 타자라고들 합니다. 보로디미르라고도 하죠? 하지만 내 생각엔 그런 것들은 야구를 모르는게 분명합니다. 이치로? 보로디미르? 분명 레전드 플레이어들이지만 강은 그들과는 다르죠. 암, 다르고 말고."

그의 말에 엘르 브레셀렌은 특유의 보조개가 파이는 얕은 미소와 함께 물었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시죠?"

"강이 3, 4월 동안 쏟아낸 안타가 57개요. 메이저리그 타격왕이 시즌을 마감했을 때 쳐낼 안타의 1/4을 벌써 쳐냈다 이 말이지. 물론 타격왕은 타율로 정하긴 하지만 대체로 타율이 높은 타자가 안타도 많지 않소? 게다가 홈런은? 벌써 두 자릿수를 넘겼소. 이게 말이나 된다 생각하시오? 시즌 페이스로 본다면.."

"318안타에 67홈런입니다."

"아, 계산 고맙소 아가씨. 젊어서 그런가 머리 회전이 빠르구만. 그러고보니 요즘 강의 MOM인터뷰를 계속 전담하고 있는 친구 아닌가? 아무튼. 강은 타격에서만 봐도 여태껏 등장했던 다른 선수들과는 이질적인 유형의 선수임이 분명하다고 말하고 싶군. 타율도 4할에 장타율은 9할을 넘겼지? 타격왕과 홈런왕을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로 동시 석권할 친구가 이 다저스에서 태어났다 이 말이오."

이제 고작 4월.

5개월의 여정이 더 남은 만큼 채팅창에는 로이 스나이더의 이런 평가가 매우 과장되었다는 의견이 줄을 이었지만.

"제길, 내가 노망이 났다고? 야구도 모르는 애송이들이 집구석에서 키보드나 치니 야구를 알 리가 있나. 그래서 4월에 이런 성적을 기록한 타자가 누가 있는지 말하기나 하면 내가 인정하지! 57안타! 12홈런! 여태껏 이걸 동시에 기록한 타자가 도대체 누가 있지? 그 잭슨 소시지 같은 뚱뚱한 손가락으로 타이핑해서 말해보시지!"

채팅창을 확인한 로이 스나이더는 역정을 내며 얼굴을 붉혔다.

눈치 빠르게 신호를 보낸 엘르 브레셀린이 마이크 링크를 끊도록하지 않았다면 대형 사고가 났을 순간.

'휴우. 다른 사람들이 스나이더를 인터뷰할 때를 조심하라던 이유가 있었어.'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쉰 엘르 브레셀린은 프로페셔널한 미소와 함께 인터뷰를 황급히 끝마쳤다.

"아, 장비 링크에 문제가 생겼나 보네요. 로이 스나이더 씨와의 인터뷰는 여기서 끝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흥, 감사하긴. 미인과의 인터뷰는 언제든지 환영이오. 저 채팅창 속의 애송이들이 거슬리긴 하지만."

인터뷰가 끝나자 곧바로 특유의 어슬렁거리는 큰 팔자걸음과 함께 저편으로 걸어가는 로이 스나이더.

엘르 브레셀린은 그 뒷모습을 보며 작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나저나 이번만큼 현장과 팬들의 의견 차이가 큰 경우는 처음인데..'

본래 스타 플레이어의 탄생 조짐이 보인다면 팬들과 현장의 기대는 정반대 성향을 띈다.

팬들은 당장이라도 이 스타 플레이어가 레전드가 될 것 같이 떠들지만, 야구가 얼마나 변화무쌍하고 어려운 놈인지 아는 현장에서는 신중한 반응을 보이기 마련.

반면 로이 스나이더의 과격한 표현과는 별개로, 엘르 브레셀린이 느끼기에 현장에서 이어지는 해준에 대한 기대는 확실히 그 수준이 달랐다.

그리고 그들의 기대에 대한 근거를 한 마디로 축약하자면.

'괴물 같은 적응 능력이라고 했지?'

해준에게는 남들에겐 없는 무언가가 있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이 확실해 보였다.

메이저리그라는 예측 불가의 거대한 대양.

그곳에서도 길을 잃지 않고 빠르게 나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무언가가.

+++

5월 5일.

샌프란시스코와의 4연전을 3승 1패로 마무리하며 4월의 기세를 이어나가는 다저스.

펫코파크에서 열린 샌디에이고와의 4연전 또한 마찬가지였다.

1승 1패를 기록한 다저스는 3차전 경기를 큰 점수 차로 리드, 샌디에이고를 본격적으로 제압하기 시작했다.

[SAD 2 : 7 LAD]

5회 초 1사, 주자는 3루.

이제는 위압적인 기세를 풀풀 풍기며 타석에 들어선 해준이 날카롭게 눈빛을 빛냈다.

'줄곧 바깥쪽으로 흘려보내던 코스들. 내 시선에서 공을 멀어지도록 만들려고 노력했지.'

경기 내내 장타를 억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샌디에이고의 배터리. 하지만, 이번 투수의 위닝샷이 몸쪽으로 파고드는 프런트성 슬라이더라는 것이 불행이었다.

따아아악-!

이제는 능숙하게 몸을 비틀며 몸쪽 공을 라인선상 안쪽으로 떨어트려 버리는 해준.

[적시타! Kang이 8번 타자 커트 로빈슨을 다시 한번 불러들이며 이번 경기 2타점째를 기록합니다! 이번에도 슬라이더를 공략했군요. 도대체 누가 그랬죠? Kang의 약점은 슬라이더라고?]

4월을 넘어 5월에 접어들어서도 조금도 꺼지지 않은 타격감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샌디에이고의 유망주 타일러를 박살 내버리는 다저스 슈퍼 루키.

그 자비 없는 타격에 장내 캐스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타일러에게는 이번 등판이 마지막 기회이나 마찬가지였는데, 아쉽게도 상대가 좋질 않았군요. 이제 IL에서 복귀하는 베테랑 불펜 로셀의 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타일러가 마이너리그로 내려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로써 올 시즌 샌디에이고의 25인 로스터에는 단 한 명의 루키도 포함되지 않게 됐습니다.]

베테랑들이 루키의 자리를 채워나가며 루키 헌팅 시즌이 막을 내리기 시작한 메이저리그.

늘 새로운 스타의 탄생을 기대하는 샌디에이고의 캐스터로서는 다저스에 나타난 해준이라는 존재에 부러움을 금치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타일러가 예측대로 마이너리그행 통보를 받게 된다면, 내셔널리그에서 4월의 루키 후보에 올랐던 선수들이 모두 마이너리그로 내려가게 됩니다. 근래 몇 년 동안은 유독 그랬지만 올해는 더욱 심하군요.]

올해 따라 유독 루키에게 차가웠던 메이저리그의 4월.

그리고 그곳을 홀로 뜨겁게 달아오르게 만드는 같은 지구 내의 선수.

샌디에이고 팬들로서는 가까운 사이인 만큼 그 존재가 더욱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Kang의 선전이 더더욱 돋보입니다. 루키 헌팅 시즌이라고들 하죠? 모든 루키들이 사냥감이 돼버린 가운데, 그 혼자 약점으로 지적되던 슬라이더를 사냥해버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HSR(Hunting Season for Rookie)가 아닌 HSS(Hunting Season for Slider)인셈이죠.]

[확실히 이 시기의 Kang은 슬라이더 공략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급상승했습니다. 그동안 이를 약점으로 바라봤던 메이저리그 팀들로서는 오판을 내렸다고밖에 볼 수 없겠네요.]

[약점이 아닌, 그저 적응 기간이었다는 소리겠죠.]

캐스터들의 말대로 해준은 슬라이더라는 약점을 완벽하게 떨쳐버린 것처럼 보였다.

그 사실을 뽐내듯.

[이번에도 안타입니다! 샌디에이고는 다저스의 슈퍼 루키를 끝내 막지 못하는군요.]

이날의 경기 또한 5타석 3타수 2안타 1타점 2볼넷으로 끝마친다.

+++

샌디에이고와의 3차전을 끝낸 뒤 원정 숙소.

휴식을 취할 법도 했지만, 호텔에서 제공하는 간단한 식사와 마친 해준은 곧바로 근래 며칠 동안 상대해온 타석에서의 자료들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슬라이더를 공략하며 보완됐다고 말해지는 자신의 약점.

하지만 그에 비교해 전체적인 타율은 점진적으로 하락하고 있었다.

"타율? 이봐, 루키. 네 타율이 4할 중반에서 4할 초반으로 떨어졌다고 심각해 하는 거야?"

그 사실을 들은 드레이븐이 기가 찬다는 듯이 반응했지만, 해준은 이 사실을 남들이 생각하는 필요 이상으로 주목하고 있었다.

타격감은 아직 살아있고, 또 다른 약점이 드러나지 않았음에도 성적은 하락세다?

다른 이유가 있다는 소리였으니까.

'다른 타자들이라면 자연스러운 현상일지도 모르지.'

고타율이란 조금만 삐끗해도, 운이 잠시라도 따라주지 않으면 곤두박질치기 마련이긴 하다.

하지만 지금의 변화에는 분명 타당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 해준의 결론이었다.

그리고, 데이터를 쭉 살펴본 해준은 확신했다.

'이제부터는 완전한 실력 싸움에 들어갔구나.'

역대급의 성적을 낸 3, 4월.

사실 이 기록들은 순수한 자신의 실력이라기보단 상대 투수들의 착오 판단에 기인한 바가 컸다.

자신이 메이저리그의 포심을 이겨내지 못할 것이라는 방심.

수준 낮은 리그에서 온 만큼 레벨이 다른 유인구에 약할 것이라는 착각.

약점이라 생각했던 부분들마저 역으로 공략해 폭등해버린 성적까지.

하지만 컵스 전에서 본격적으로 슬라이더마저 공략해버리자, 몇몇 상대 선수들의 반응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아예 힘으로 짓눌러오기 시작했지.'

약점이 보인다면 당연히 공략해야 한다.

하지만 약점이 보이지 않는다면?

그저 정면 대결에 들어갈 뿐.

그리고, 이 단순한 결정은 예상외로 유효했다.

해준은 홀로그램을 띄워 자신의 상태를 확인했다.

[대응 구종 레벨]

*포심 패스트볼(MASTER급) 70 *성장 중

*싱킹 패스트볼(P급) 60 *한계

*서클 체인지업(AA급) 55 *한계

*슬라이더 (P급) 60 *한계

*스플리터 (AA급) 55 *한계

대체로 평균 이상급, 혹은 플러스급에 머물러있는 대응 구종의 레벨들.

확실히 이것만으로도 자신은 뛰어난 타자 축에 들 수 있었다. 아웃라이어들과의 링크는 이 이하 레벨의 구종들에 대해서는 어마어마한 절대적 우위성을 자랑하니 그럴 수밖에 없는 노릇.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은 고작 뛰어난 타자 정도가 아닌, 메이저리그에서도 비교 불가능한 레벨의 선수가 되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서는 상대 투수가 현재 레벨 이상의 구종들을 정면으로 박아버린다면 도저히 공략할 방법이 없었다.

물론 아예 못 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의 폭발적인 페이스와는 동떨어질 것이 분명한 상황.

게다가 가장 큰 문제는 완연히 정체기에 접어든 성장이었다.

'스타터팩을 더 사뒀어야 했나?'

사실 올 것이 온 것뿐이긴 했다.

그동안 행운을 상승시켜주는 스타터팩으로 수비 성공 시 상위 레벨 모듈을 쉽게 얻어내 성장해왔을 뿐이었으니까.

'사실은 이 정도가 시스템이 의도한 정상적인 성장 환경이겠지.'

보정이 사라진 수비 성공 시 모듈 획득 확률은 4%.

난이도가 낮은 타구를 처리할 시 이 확률이 더욱 내려간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1년에 얻을 수 있는 모듈은 몇 개 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이제는 지금과 같은 카운터 방식으로 성적을 올리기는 불가능하다는 소리다.'

그동안 급성장의 메리트는 분명했다.

상대방이 자신의 약점을 알아냈더라도, 성장과 함께 그를 공략함으로 성적은 폭등한다.

'그렇다면.. 앞으로 내 약점이 될 구종은 커브와 투심. 데이터가 조금만 더 쌓인다면 이것도 확연해지겠지.'

실제로 오클랜드에서도 눈치를 채고 빠르게 공략을 시도했었던 커브. 그때는 상황과 운이 따라줘 이겨낼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힘들지도 몰랐다.

'행운이 따라준다라..'

그 순간.

'그러고 보니 이럴 땐 항상 행운이 따라줬던 것 같은데?'

해준은 자신이 무언가를 망각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아웃라이어 시스템이 나타난 이후, 탄탄대로로 풀리던 야구 인생.

그것에는 위기가 있을 때마다 이상할 정도로 따라주던 행운도 함께였다.

그리고, 그것은 이번 또한 마찬가지였다.

[4월, 이달의 선수로 선정되셨습니다!]

[PP급 퀘스트 모듈 '퍼블릭 에너미 넘버원Public Enemy NO.1'을 획득하셨습니다.]

눈앞에 홀로그램.

그를 바라본 해준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이걸 잊고 있었구나."

스타터팩에서 시작된 급성장.

그로 인한 성적의 폭등.

그리고, 그 기세를 살려 메이저리그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해버린 4월.

본격적으로 굴러가기 시작한 스노우볼이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 Hunting Season for.... What? (4)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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