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O in 스토브 (2) >
73. KBO in 스토브 (2)
서초구의 한 호텔.
수많은 플래시가 터져 나오며 기자회견장이 카메라의 찰칵음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선수협의 회장이자, 세오레즈의 주장이기도 한 이완석. 그가 굳은 표정으로 대본을 읽어나가고 있었다.
"우리 선수협 측은 그동안 수없이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불공정 연봉 지급 행태를 바로잡아달라 요청한 바 있습니다. 또한.. "
한국시리즈가 끝난 지 하루 뒤에 기습적으로 진행된 긴급기자회견. 기자들 앞에 선 이완석의 입에서는 그동안 세오레즈 측에서 자행했던 온갖 연봉 관련 갑질의 사례들이 쏟아져나오고 있었다.
"부상으로 인한 2군행 시 연봉의 50% 삭감은 당연했으며, 치료와 재활의 자비 치료, 각종 소모품들의 자가구매, 선수를 비시즌 기간 미디어 매체에 출현시키고 출연료의 몇 퍼센트를 소개비 명목으로 받아가는 등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사례까지 발생했다는 것을 저희 선수협이 입수.. "
이를 읽는 도중에도 이완석의 얼굴은 붉으락푸으락을 오가고 있었다. 이야기로 듣고, 본인도 겪었던 일이긴 했지만 모아놓고 보니 이건 숫제 깡패나 다름없었으니까. 하지만 정작 이를 카메라에 담거나 녹음을 따는 몇몇 기자들의 표정은 무덤덤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이제야 올 것이 왔다는 기색들에 가까웠다.
'이제야 터졌네?'
'출연료 소개비... 저거 우종필 부사장 이야기하는 거 아닌가? 저 돈으로 술 처마시러 간 것까진 모르겠지. 자기는 장난처럼 말했는데 진짜 줘서 당황했다고 떠벌리던 거 내가 똑똑히 들었는데.'
'이거 주제는 세오레즈의 계약 미이행 및 기타 갑질 행위들인데 다른 구단들이랑 겹치는 게 왜 이리 많아. 뭐, 그놈이 그놈이라는 소리겠지만.'
현장에서 선수들과 함께 지내는 직업이라 할지라도, 정보로 먹고사는 만큼 그 범위만큼은 선수들보다 월등히 넓은 이들.
괜히 혼자 터트렸다가 이 좁은 바닥에서 밀려날까 봐 침묵했을 뿐, 이미 증거마저 갖춰둔 기자까지 있을 정도였다.
그렇기에 몇몇 이들은 눈을 반짝였다.
'이걸 이렇게 빨리 터트릴 수 있을지는 몰랐는데. 누군진 몰라도 먼저 소식 흘린 사람한테 고맙네.'
평소 한국 야구의 분위기라면 알고 있어도 터트리지 못할 이야기들.
내부 고발자의 소스를 받아 세오레즈의 현 실태를 터트렸다가 구장 출입금지를 당한 허상필이 그 증거였다.
하지만 이제는 달랐다.
선수협이 방패막이를 자처했으니까.
지금부터는 저쪽에서 터트리면 터트리는 대로, 자신들이 알고 있는 정보를 섞어서 내보낼 수 있는 상태.
기자들은 서로의 의중을 숨긴 채, 누가 먼저 무엇을 터트려야 조회수를 가장 많이 빨 수 있을지 고민에 빠졌다.
"또한, 저희 선수협 측은 이 모든 문제가 현 세오레즈 구단주이자 사장인 이운요 사장의 경영권 분쟁에서 시작됐음을 명백히 밝히며..."
그 사이에도 이완석의 발표는 계속됐다.
최근 한 사업가로부터 경영권 지분 문제로 피소당했다는 것이 밝혀진 이운요 사장. 평소라면 덥석 하고 물 이야기였지만, 아직은 자신들이 기다리던 이야기가 아니었다.
자잘한 것들은 이미 발이 좁은 기자들이 받아쓰기 바쁜 상태. 그곳에 껴들어봤자 먹을 수 있는 것도 얼마 없었다.
'강해준, 강해준 이야기를 하라고.'
'포스팅을 막으려고 2군행을 지시했다는 소리는 무수한데, 증거가 없단 말이지.'
'일단 강해준 이름만 걸리면 이건 메인감이다.'
이들이 노리는 것은 바로 해준과 관련된 이슈들.
세오레즈 측의 비리나 횡포 같은 것들이야 다소 야구에 관심이 많은 팬들이나 욕할 이슈였지, 라이트한 팬들은 별다른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하지만 강해준은 다르다.
조금의 과장을 더한다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KBO를 넘어서 해외에서까지 조명하고 있을 정도.
여기서 그와 관련된 기삿거리를 하나만 내도, 앞에서 언급됐던 기타 이슈들을 모두 묻어버릴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것을 너무나 잘 알기에, 이완석의 말이 이어져 나갈수록 기자들 사이에서 도는 팽팽한 긴장감이 조금씩 높아지기 시작했다.
'어서, 어서 말해라. 그만 기다리게 하고.'
그렇게 몇몇 이들은 귀를 쫑긋 세운 채 때를 기다렸다.
그 뒤로 10분이 더 지났을 때.
기자들의 분위기를 한 차례 살핀 선수협 회장 이완석은 물로 목을 축이며 숨을 내쉬었다.
'역시 다들 이거 노리고 왔구만?'
사실 이들은 여태껏 자신이 말한 것에 별다른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구단의 횡포를 알면서도 눈감아주고 그 대가로 편의를 보장받은 이들도 섞여 있었으니.
이완석은 양복을 빼입고 한편에 서 있는 해준을 바라보았다. 해준은 그 시선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고, 이완석의 눈빛에서는 이채가 띄었다.
'자식, 야구만 파고 사는 놈인 줄 알았더니.'
시즌을 치르는 것만 해도 정신없었던 선수들.
그런 이들이 시즌이 끝나자마자 이렇게 준비했다는 듯이 조직적으로 행동할 수 있었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모든 자료와 터트릴 타이밍을 넘겨준 해준.
이완석은 그 모든 것을 살피고 나서야 선수협 회장으로 이번 일에 발 벗고 나설 수 있었다.
'우리끼리 움직였다면 힘들었겠지.'
진상파악에만 한 달 이상이 걸렸을 것이 분명했고, 그사이 많은 선수가 구단 측에 회유됐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정말 명백한 명분을 손에 쥐고 움직인 상황.
잘만하면 새로운 자유계약선수 자격 조건을 취득할 수 있는 이 상황에서, 정말로 등을 돌릴 선수는 찾기 힘들었다.
'뭐, 대표로 나선 나야 정말로 찍혀서 앞으로 힘들 수도 있겠지만.'
이미 남들은 한 번도 힘들다던 FA를 두 번이나 챙겼다. 성공하면 3번째 FA, 아니라면 그것으로 끝일 뿐. 상남자 한 번 죽지 두 번 죽나. 그렇게 생각한 이완석은 입을 열었다.
"마지막으로. 세오레즈 측에서 올 시즌 놀라운 성적을 내고 메이저리그로 진출할 예정인 강해준 선수를 의도적으로 눌러 앉히기 위해 고의적으로 2군행을 지시했다는 증거까지 확보했으며.."
그 순간 플래시 세례가 몇 배는 늘어나며 몇몇 기자들이 눈빛을 빛냈다.
'이거다!'
'이걸 기다렸지.'
달칵- 소리와 함께 미리 작성해뒀던 기사들 업로드됐다.
[선수협. 세오레즈가 강해준의 포스팅을 막기 위해 고의적으로 2군행 지시 폭로!]
[의혹에 그쳤던 세간의 뜬 소문? 선수협 증거 확보했다 밝혀]
[날기도 전에 꺾일 뻔했던 강해준의 2군행. 사실로 밝혀질 시 명백한 계약 해지 사유.]
하지만 기자들은 재빨리 송고 완료된 화면을 전환하고는 다시 워드를 띄웠다. 아직은 끝나지 않았으니까.
스토브리그를 뜨겁게 달구는 신호탄이 될 기자회견은 어느새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 이 모든 것을 감안하여, 본 선수협은 세오레즈를 비롯한 기타 타 구단 선수들의 모든 계약 사실을 다시 재확인하여 KBO에 계약 해지 승인을 요청했다는 사실을.."
기자들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오케이, 이것도 대형 사건이지.'
'결국 예상대로 흘러가네.'
그리고 잠시 뒤.
[세오레즈 주요 선수들, 구단에 계약 해지 통보!]
[선수협, 세오레즈뿐만이 아니다. 타 구단과의 모든 계약 이행 사항을 검토하겠다.]
[선수협, 피해 선수들 전폭적으로 지지.]
[선수협의 기자회견 마무리 멘트. 피할 수 없는 진통, 계약과 신뢰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발자국으로 봐달라.]
[KBO, 긴급이사회 개최.]
[대규모 계약 해지 승인 신청, 이루어질까?]
역대급 스토브리그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울려 퍼졌다.
+++
한편, 기자회견이 열림과 동시에 KBO 회관에서 진행된 긴급이사회.
이 회의에 참여한 10개 구단의 사장들의 얼굴에는 결연한 표정이 떠올라있었다. 방금 진행된 이번 안건에 대해 사장들의 의견을 종합한, 서용재 총재.
그가 어이없어하는 어조로 되물었다.
"절대 수용 불가라.. 이 말입니까 지금?"
유례없는 대규모 계약 해지 신청.
세간의 시선까지 쏠린 만큼 평소처럼 적당히 시간에 묻히길 기다릴 수는 없었다. 더군다나 평소 KBO의 혁신을 부르짖으며 성과까지 냈던 그였던만큼, 이번 사태를 단번에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한 상태.
하지만 세오레즈의 이운요 사장을 위시한 다른 10개 구단 사장들의 생각은 많이 달라 보였다.
"이런 이유로 계약 해지 신청을 받아주면 버텨낼 곳이 없습니다."
"계약서에서야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시정 명령이 내려와서 어쩔 수 없이 고친 거고, 업계 관례는 다르지 않습니까? 누가 뛰지도 않은 고액 연봉 선수에게 연봉을 100% 다 지급하냐 이 말입니다. 2군으로 내려갈 시 연봉이 50%로 줄어드는 건 당연한 거예요. 프로잖습니까? 뛰는 만큼 받아야죠."
"물론 경기 중에 다쳐서 억울한 선수도 있겠죠. 하지만 저희도 억울합니다. 그 부상이 어디 하루 이틀 뛰어서 생긴 겁니까? 다른 구단에서 뛰다 온 선수를 거금 들여서 영입했는데 거기서 누적된 데미지가 우리 쪽에서 터졌다고 우리가 감당하기에는 좀.."
"크흠, 구단 자금 사정이 좋다면 모르겠지만, 이 중 모기업에서 내려오던 자금줄 안 막혀본 곳 어디 한 곳이라도 어딨습니까? 챙겨주면 좋지만, 어쩔 수 없이 못 챙겨주는 시기도 있는 법이잖아요. 그때 있었던 일들 다 끄집어내서 계약 해지해버리면 어떤 꼴 날 것 같아요?"
주요 쟁점들을 다 비껴가더라도, 연봉을 계약서와 다르게 지급한 것은 누가 보아도 명백한 계약 해지 요소였다. 하지만, 그 룰에서 벗어난 행위가 한두 곳이 아닌, 모두가 암묵적으로 합의하고 따랐다면 그것은 불법이 아니라 관례가 된다.
평소 이득이 갈리는 문제에서 철천지간 원수나 다름없이 굴던 이들도 이해관계가 일치하자 순식간에 대동단결하는 모습에 서용재 총재는 할 말을 잃었다.
"그러면 어떻게 합니까. 이걸 거부하면 난리 나요. 언론 반응들 보셨죠? 우린 순식간에 개새끼 되는 겁니다."
그렇기에 평소 그답지 않은 강한 단어까지 동원하며 이들의 마음을 되돌려보려 했지만.
"크흠... 뭐 욕 하루이틀 먹습니까."
"전 요즘 악플 하나 안 달리면 불안합니다. 무병장수해야 되는데 보약이 뚝- 끊기는 기분이라니까?"
"하하, 저도 그러던데. 이따 보약 하나 하러 가실렵니까?"
"아, 그거 좋지요. 어디보자.. 어? 벌써 1000개나 달렸네. 배 터지겠어요."
스마트폰으로 아무 기사나 클릭하며 농담 따먹기나 하는 사장들을 보자니 이미 마음을 정한 듯 보였다.
그때, 유일하게 진지한 더히트의 사장 현진수가 말을 꺼냈다.
"뭐하러 확답을 합니까? 그냥저냥 검토 중이라 하고 시간에 맡겨놓으면 내년 시즌 시작이고. 그럼 시즌 들어가서도 그러겠어요? 그때까지만 참읍시다."
그 말에 농담을 멈추고 공감하듯 고개를 끄덕이는 사장들.
'한 놈이 그러면 모르겠지만, 이번에는 대형 사고다. 이거 터져 나오면 감당 안 돼.'
'여기서 한 번 져버리면 다음에는? 더 한 거로도 다리 걸어올 놈들이다. 지금 기세를 죽여놔야 해.'
이들은 절대 이번 사태에서 밀려날 생각이 없었다.
그에 쐐기를 박듯, 현진수 사장이 말했다.
"법정까지 갈 수도 있겠죠. 하지만 뭐... 아시잖습니까? 그 선수들. FA로 풀려도 어디로 가겠습니까. 미국? 일본? 아니면 대만? 몇몇 선수들 빼고는 결국 다 한국 시장에서 먹고살아야 할 선수들입니다. 끝까지 가자고 할 사람도 얼마 없을 거예요. 결국 시간이 해결해줄 겁니다."
그 말을 끝으로 사장들의 결의가 더 단단해졌다.
그리고 곧.
[KBO, 충분히 검토하고 승인 여부를 결정할 것.]
[역사상 유례없는 일, 법률적 검토에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세오레즈 측, 계약 해지?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
[강해준은 포스팅으로 간다. 세오레즈, 기존 방침 절대 고수 밝혀.]
[그동안 이루어진 일들은 관례에 불과, 반성하지만 계약 해지는 너무한 일.]
기사들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기자회견이 있고 난 뒤 보름.
KBO의 스토브리그는 그 어느 해보다 뜨겁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계약 해지 촉구 선수협, 묵묵부답의 서용재 총재.]
[열린 소통을 강조하던 총재의 닫힌 사무실.]
[구단 고위 관계자의 엄포, '이번 사태의 주동자는 FA로 풀리더라도 발을 들여놓을 구단이 없을 것.']
[선수협 관계자, '그 말이 사실인가? 자유경쟁 시장에서 담합은 구시대적 발상. 아직도 그런 사람이 고위 관계자라는 것이 한국 야구의 현실을 보여준다' 라며 탄식.]
[보름째 검토 중? 텅 빈 KBO 사무실.]
[유명 BJ 방송에 출연한 신인선수들. 소속 구단을 향해 욕설을 퍼부어 파문.]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선수들의 불만, 방송에 출연해 목소리를 높이는 선수들.]
[묵묵부답 10개 구단?]
[치열한 법정 다툼 예고? 선수협, 한국 3대 로펌 청성과 손잡을 예정.]
계약 해지를 요구하며 들고 일어선 선수협.
이를 막아내기 위해 철옹성 같은 방어로 일관하는 10개 구단.
이에 비난을 쏟아내며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팬들까지.
이들의 유례없는 충돌 상황에 언론은 날이 갈수록 악화일로를 걷기 시작했다.
-검토한다고 해놓고 빤스런 시전 ㅋㅋㅋㅋㅋㅋ
-이럴 줄 알았다. 서용재라고 다를 게 뭐냐?
-총재가 아무리 능력 좋아도 사장들이 협조 안 해주면 아무것도 못 한다는 게 드러났네.
-이거 그냥 시간 질질 끌다가 시즌 들어가겠다는 게 눈에 뻔히 보인다?
-ㅇㅇ 법정 다툼으로 가면 시즌 한창 하고 있을 때 풀릴 듯...
-계약 해지로 FA로 풀려도 문제임. 낙동강 오리 알로 만들어버리겠다고 협박하고 있는데 ㅋㅋㅋㅋ
-계약서 지키라니까 적반하장에 역으로 협박 클라스보소 ㅋㅋㅋㅋㅋ
└애초에 선수들 관리한다고 CCTV로 사생활까지 기록하던 놈들이 준법정신이 있겠음?
└그거 ㄹㅇ임? 유언비어 유포면 너 고소당한다.
└기사 찾아보던가 ㄹㅇ임.
-도대체 이 판에서는 제대로 굴러가는 게 뭐냐.
-웬만하면 선수협 편 안 들어주는데 이번만큼은 들어줘야겠다. 이게 뭐냐? 해외 토픽에도 실림 ㅅㅂㅋㅋㅋㅋㅋㅋ
-크으, 세계로 뻗어 나가는 한국 야구. 자랑스럽다! MLB는 돈을 쏟아부어서 겨우 확장했는데 여긴 집안싸움으로 쉽게 확장하네.
-진짜 개쪽팔린다 ㅅㅂㄹㅁ 야구 좀 아는 일본인이 계약서 어기는 건 한국인들 종특이냐고 하더라, 내가 해외까지 나와서 이딴 말 들어야겠냐 적폐구단 새끼들아?
└ 그걸 대놓고 말한다고?
└ 안 그런 척 해도 술 마시니까 본심 나오더라 ㅅㅂ
-차라리 중국으로 가라. 작년부터 차이나 슈퍼베이스볼리그 창설하면서 돈 많이 주고 계약도 잘 지킨다더라. 한국? 어휴 노답 ㅋ
당연하게도 팬들의 비판 수위가 높아지며 기사들의 댓글창은 10개구단을 비난하는 목소리들로 가득찼다.
그 시각, 서울 삼성동의 한 호텔.
언론의 반응을 살피던 해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쯤이면 이제 우리가 뭘 해도 욕먹진 않겠네."
그 말에, 해준의 에이전트인 오광녹이 낄낄거리며 대답했다.
"이미 구단들은 때려 죽여도 시원찮을 놈들인데요 뭘. 거기에 뒷통수 좀 친다고 욕먹겠어요? 자식들, 우리가 손을 내밀 때는 좋다고 잡겠지만. 생각도 못 할걸요? 그 손으로 뒷통수를 후려갈기면 얼마나 속이 시원할지.. 크으."
대응을 거부하고, 장기전에 들어간 순간부터 10개 구단은 욕을 먹을 각오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각오가 역으로 상대의 행동반경을 넓혀주리라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하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해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상대가 먼저 엎어버린 판. 이제부터는 우리라고 어떤 깽판을 쳐도 욕먹을 일은 없지."
선수협과도 시작 전부터 말을 맞춰둔 상황.
오광녹이 씨익- 웃으며 스마트폰을 흔들어 보였다.
그렇다면..
"시작하자."
그렇게 해준의 허락이 떨어지자.
"아, 네. 허 기자님. 잘 지내시죠? 다름이 아니라 정보 하나 드릴까 해서요."
오광녹은 곧바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단독, 강해준 FA? 포스팅 참가 의사 밝혀!]
이번 스토브리그의 가장 큰 변수가 될 해준의 포스팅 참가가 발표됐다.
< KBO in 스토브 (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