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야수에서 타자까지-58화 (58/137)

58. FA로이드 (2)

8월 24일 새벽.

대구 더히트와의 2차전을 앞둔 날. 서울 세오레즈의 이운요 사장은 평소와 다름없이 사무실에 출근했다.

"좋아, 좋아."

최근 그의 기분은 상당히 좋아보였다.

세오레즈의 약진, 강해준의 계속되는 활약.

"이대로라면 이번 포스팅에서 단단히 한몫 건지겠어."

유격수 유장천까지 더한다면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재정 사정에 큰 보탬이 될 것이 분명했다. 그는 습관처럼 아이패드를 들어 오늘의 뉴스를 체크했다.

그리고.

"이게 뭐야!"

경악 어린 음성을 내지를 수밖에 없었다.

[단독][서울 세오레즈, 선수에 의한 계약 해지 사유 무더기 적발!]

어떠한 사전 정보도, 귀띔도 없이 단독으로 걸린 기사. 이운요 사장의 동공이 미친 듯이 떨리기 시작했다.

'구단에 통보도 없이 이런 말도 안 되는 기사를 작성해?'

좁고도 좁은 한국야구판이다. 아무리 구단의 잘못이라도 통상적으로는 기사를 내보내기 전에 구단 측에 귀띔이라도 하는 것이 관례였다.

형편없이 표정이 구겨진 이운요 사장, 그가 스마트폰을 들었다.

'기자 이름이 뭐야?'

구장 출입은 당연하고, 앞으로도 출입에 불이익을 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해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의 대답은 퉁명스러웠다.

-내보내기 전에 알려주는 것도 어지간해야지.. 이거 우리나라에서나 단독이지, 미국 언론에서는 이미 파다합니다. 이미 알고 계시는 줄 알았죠.

"···뭐라고?"

그리고, 그 말대로였다.

황당하게도 한국프로야구의 문제는 미국 내에서 먼저 터진 후에야 오히려 역수입되고 있었다.

한 번 터져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줄줄이 터져 나오는 후속 기사들.

지이잉-지이잉-

어느 순간부터 이운요 사장의 스마트폰은 전화가 끊기지 않고 있었다. 구단 관계자들, 지분을 가지고 있는 투자자들, 이사들까지. 이운요 사장의 얼굴이 황색빛으로 물들어갔다.

"..이, 이건."

KBO 역사상 희대의 사건으로 기억될, 세오레즈의 대규모 계약 해지의 시작이었다.

+++

그 뒤로도 기사들은 미친 듯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야구팬들은 그 내용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세오레즈, 계약서와는 다른 연봉 지급 행태. 구단의 위치를 이용한 일방적 갑질?]

[규약보다는 관습이 우선? 불공정 연봉 지급 방식 고수. 계약서와는 다른 행위로 해석. 선수 측이 이의 제기 시 계약 해지 사유 충분]

[2군 통보받은 고액 연봉 선수에게는 연봉의 50% 지급. 2016년 이후로 개정되어 사라진 규정.]

[악의적 2군행! 세오레즈, 강해준 포스팅 자격 취급 방해 의혹.]

-????

-뭐냐 이거.

-강해준 메이저리그 못 갈뻔했네 ㄷㄷㄷ

-와, 진짜 세오레즈 그대로 잘나갔으면 강해준 콜업안했을거고, 그랬으면 지금 강해준도 못 봤을 듯.

-세오레즈 프런트 새끼들 미쳤냐? 연봉을 안 줬다고?

└ㄴㄴ 주긴 줬지. 2군 갔다고 절반만 줬으니까 그렇지.

-강해준만 당한 거 아님. 이제 기사 나왔다고 관계자들이 썰 풀고 있는데 걍 한 번이라도 2군 갔으면 다 당한 거 같은데 ㅋㅋㅋㅋㅋㅋㅋ

-왜 이게 여태까지 안 터졌지?

-교묘하게 에이전트 있는 선수들은 피하거나, 사전 지식 있는 애들은 골라서 안 한 듯.

-2016년까지는 50% 줘도 됐음. 근데 지금 썰 푸는거보니까 몇몇 구단들은 계속 이거 유지했네.

-계약서 조까 걍 꼴리는대로 한다 ㅋㅋㅋㅋㅋ 진짜 게이비오 클라스 지린다.

이미 이 사실을 알고있던 관계자들은 이 기사를 보고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터질 게 터졌네."

"해도 적당히 해 먹었어야지. 사실 세오레즈만의 문제는 아니잖아? 몇몇 구단들도 그대로인 것 같던데."

"그런데 원래 2군으로 보내지면 연봉 50% 삭감할 수 있지 않았어? 뛰지도 않는데 연봉을 그대로 주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연봉 3억 원 이상 선수들에게 적용되는 규정이 따로 있거든. 어디보자.. 선수의 귀책 사유로 보내지면 삭감할 수 있다네. 하지만 경기 중 부상으로 내려가면 연봉을 보장해줘야 해."

"강해준 같은 경우는 어떻게 되는 거야? 부상으로 내려간 게 아니잖아."

"이 의혹이 사실이라면 더 계약해지 사유지. 선수의 실력이 충분하고, 별다른 사유 없이 2군행으로 보내는 행위는 2022년에 개정된 제 46조 선수에 의한 계약 해지 사유에 해당하거든."

"그렇다면··· 이 경우에 해당하는 선수들은 유장천과 강해준?"

"KBO가 계약 해지 사유를 받아들이면 포스팅이 아니라 곧바로 FA란 소리지. 허, 이 친구들 계 탔네."

하지만 이 문제는 이 두 명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 속속히 밝혀지기 시작했고, 혀를 차던 관계자들의 입이 서서히 벌려졌다.

[세오레즈, KBO에 이중계약서 제출 의혹.]

[이중계약서 제출? 황당한 KBO, 사실관계 파악 중]

[이중계약서 사실이라면 계약 무효 정당.]

"처음부터 선수들이랑 이중계약을 맺었다고?"

"KBO에 제출한 계약서는 야구 규약을 중시하는 척하면서, 실제 계약서에서는 연봉 50% 삭감 규정이 그대로 들어가 있네."

"여태까지 이게 관습이었다니 막 사회에 한 발자국 걸쳤던 선수들이야 그러려니 했던 거지."

더군다나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세오레즈가 신고선수를 방출하며 미지급 잔여금조차 지급하지 않았다는 소식이 줄줄이 이어 나왔다.

[세오레즈, 신고선수들에 일방적 방출 통보, 잔여금 미지급 의혹]

[일방적 방출에도 불구, 계약금마저 미지급. 두 눈 뜨고는 볼 수 없는 구단의 갑질]

관계자들은 혀를 찼다.

"온갖 악습들은 그대로 답습했구만."

"이 정도 대규모 추문이 어디 흔한가. 팀 분위기가 말이 아니겠어."

"안 흔들리는 게 이상하지. 구단이 대놓고 선수들한테 갑질했다는 게 알려졌는데."

"이거 더러워서 경기할 맛 나겠어?"

1위 다운 단단한 결속력을 보여주고 있는 대구 더히트.

그에 반해 스캔들로 인해 풍전등화의 위기에 몰려있는 세오레즈. 사람들이 세오레즈의 패배를 조심스럽게 예측하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

경기 시작 전.

몇몇 세오레즈 선수들은 굳은 표정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FA요? 잘 모르겠습니다."

"경기에 집중할 때라... 나중에 생각해보겠습니다."

"그런 문제는 시즌이 끝난 뒤에 논의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일단은 승리가 우선입니다."

혹여나, 팀이 흔들릴까 말 한마디 한마디를 조심하는 분위기.

[포토] 굳은 세오레즈 선수들의 표정

[포토] 쉿! 오늘만큼은 조용히.

[포토] 딱딱한 얼굴로 경기장에 출근하는 세오레즈 선수들

누가 보아도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세오레즈 분위기 초전박살;;

-살면서 이렇게까지 일 커진 거 첨 보는 듯 ㄷㄷㄷ 불법도박때도 이 정돈 아니었는데;;

-뭘 아니야. 그때도 정규시즌 5연패 하던 팀이 8위까지 추락했는데 ㅋㅋㅋ

-세오레즈도 같은 전철 밟을 듯.

-...그런데 이거 선수들한테 좋은 거 아님? 잘하면 FA로 풀린대잖아.

-몇몇 선수들 경우라잖아.

-솔직히 배 아프지 않을까. 아, 나도 2군 한 번 가서 드러누웠으면 FA인데 쓸데없이 건강해서. 이런 생각 할 것 같은데.

-니들 사회생활 안해봤냐 ㅋㅋㅋㅋ 단체든 몇몇이든 분위기야 당연히 박살나지.

-너희 같으면 회사 동료가 회사한테서 월급도 제대로 못 받고 다른 회사로 옮겨야 한다고 하면 회사 분위기 좋겠냐?

-회사 폭발하지. 아무도 제대로 일 안 할 듯.

겉으로 본다면 유례없는 사건에 팀의 분위기 뒤숭숭해졌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라커룸의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

'내가 2군에 갔을 때 연봉이 제대로 나왔던가? 1원이라도 부족하게 들어왔으면 그냥..'

'이미 FA 계약금 받았는데? 다시 FA로 풀리면... 존나 대박인데? 내 잘못으로 계약 해지되는 게 아니니까 계약금 뱉어낼 필요도 없을테고.'

'나는 해당사항 없나? 2군 다녀온 적은 없는데.. 혹시 작년에라도 있을 지 모르니까...'

조용했지만, 갈 곳 잃은 어두운 분위기가 아니었다.

오히려 목표가 뚜렷했다.

어느덧 메이저리그 15개 팀의 스카우트들이 몰려 들어있다. 그들이 자신들을 보러 왔다는 소식에 세오레즈 선수들. 특히, 타자들은 평생에 다시 없을 집중력을 끌어올리고 있었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득실하잖아.'

'이럴 때 내 진정한 진가를 보여줘야..'

'안타는 쓰레기! 볼넷도 쓰레기! 무조건 홈런이다.'

'미국? 일단 가야지. 성공하면 좋고, 잘 안 풀리더라도 다녀오기만 하면 몸값이 아주 그냥..'

'시기가 안 맞아서 못 갔을 뿐이다. 이번 기회에 가게되면 난 분명 메이저리그에서도 먹힐 놈이야.'

이 정도로 크게 벌려진 잔치판도 없다.

여기서 입술에 기름칠도 못 한다면, 스스로 멍청한 놈이라 선언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라커룸 내부에 뜨거운 열기가 가득차며 긴장감이 팽팽하게 당겨지기 시작했다.

"...쯔."

그 모습을 보던 박이인 감독은 고개를 흔들었다. 이영만 타격코치 또한 묘한 표정을 짓고는 입을 열었다.

"...허. 솔직히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저도 뭐라고 말씀은 못드리겠는데."

그의 말에 박이인 감독이 대답했다.

"굳이 건드릴 필요 없을 것 같지?"

"네, 이거 완전. 그냥 동기부여 제대로인데요?"

박이인 감독은 외부 사람들이 떠들고 있는 말들 중 하나를 떠올리며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분위기가 흔들리고, 개인 성적을 챙길 선수들로 팀배팅이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헛소리였다.

처음부터 그랬다. 박이인 감독, 그리고 이영만 타격코치.

그들은 자신의 타자들을 너무나 잘 알고있었다.

"상황에 따른 배팅 같은 거 복잡해서 어디다 씁니까? 우리 타자들은 그냥.."

"크고, 강하게. 공을 부술 듯이 휘둘러라. 타석에서는 그것만 생각해도 충분하지."

"그리고, 지금 우리 타자들에게는 그 생각 뿐인것 같습니다."

박이인 감독이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년에는 어떻게 될지 몰라도. 지금을 즐겨보자고."

그렇게 시작된 대구 더히트와의 2차전.

세오레즈의 추락을 내심 기대하며, 평소보다 많은 시선이 쏠린 대구 더히트 파크.

더히트의 일방적인 공세로 진행될 것이라는 다수의 예상 아래.

게임은 정반대의 양상을 띠기 시작했다.

+++

대구 더히트의 좌완 선발투수 훌리오 테나.

스리쿼터와 사이드암을 오가는 변칙 투구, 4개 이상의 구종을 자랑하는 팔색조 투수.

그의 얼굴은 당황으로 물들어 있었다.

'fuck! 미쳐버리겠군.'

미리 전해 들은 사전 정보는 분명 맞았다.

세오레즈의 분위기는 흔들리고 있을 것이고, 그 빈틈을 찾아 공략한다면 평소보다 수월할 수 있다고.

팀배팅 같은 것은 없는, 개개인이 오합지졸처럼 흩어진 타선일거라고.

반은 맞았다.

타석에 서는 이들은 하나같이 타선을 이어갈 생각이 없어 보였다.

오로지, 자신의 타석에서 모든 것을 끝내버리겠다는 듯 크고 강하게 휘두르는 스윙.

평소라면 훌리오 테나의 교묘한 투구와 맞물려 좋은 시너지 효과가 나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따아아아악-!

착각이었다.

이들은 타선을 이을 생각이 전혀 없었다. 분명 세심함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광포하고 흉포하게 휘두르는 스윙 궤적.

문제라면 그 스윙이.

[갑니다! 갑니다! 또 넘어갔습니다, 강해준 선수를 불러들이는 이완석 선수의 투런포!]

정말 미친 수준이라는 것이었다.

몸쪽 깊숙한 코스의 공을 그대로 끄집어내 담장을 넘겨버리는 미친개 이완석.

"으랴차아아아아!"

프로야구 인생 3번째 FA. 그 대박을 향한 그의 탐욕 어린 스윙은 어설픈 유인을 정면으로 박살 내버렸다.

그리고, 그런 선배의 모습을 본받겠다는 듯.

세오레즈 타자들의 장타 행진이 이어졌다.

따아아악-!

[갑니다! 또 갑니다! 이번에도 갔습니다! 유장천 선수의 백투백 홈런!]

따아악-!

[날카롭습니다! 조병민 선수! 스윙 속도가 상상 이상입니다! 3루수, 미친듯한 타구 속도에 반응도 하지 못하는군요! 조병민 선수의 2루타!]

그렇지 않아도 포스트시즌에 맞춰 조금씩 올라오고 있던 타격감. 그 타격감에 기름을 붓는 것도 모자라 불을 붙여버린 FA, 그리고 메이저리그를 향한 탐욕.

'좋아. 생각대로다.'

해준은 그 타선 속에서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평소 자신에게 상상 이상으로 집중되던 시선들이 분산된다. 이런 환경에서.

'최대한 뽑아먹어야지.'

해준은 조용히 이득을 챙겨나가기 시작했다.

[안타, 안타! 강해준 선수가 다시 한번 안타를 치고 나갑니다!]

1회에서부터 대거 8득점.

역대급 빅이닝을 뽑아내며 훌리오 페나를 강판시켜버리는 세오레즈 타선.

하지만 대구 더히트라고 해서 순순히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따아아악-!

[구재철 선수! 큽니다! 이건 갔습니다!]

퍼억-

[후안 피네다 선수의 강습 타구! 3루수 조병민 선수가 제대로 처리하질 못하는군요. 내야 안타!]

따아아아아아악-!

[이신우 선수! 배트를 던졌습니다. 이건 큽니다! 스리런 홈런!]

천적 임우주에게 묶여있던 1차전에서의 부진을 털어버리듯, 세오레즈의 선발투수 장현을 미친듯이 두들기는 대구 더히트 타자들.

2회에 접어들었을 때 게임 스코어는 8-6.

투수들은 어느 한 타자에게 신경을 쓰지 못한 채, 미친듯이 맞아나가기 시작했다.

그 속에서 해준이 조용히 자신의 타격 페이스를 높여갔다.

따악-!

[DOUBLE!]

[타구질 분류 HARD 판명]

[속도 161.55km/h]

[발사각도 14.7˚]

[캐치 확률 11.3%]

[특수모듈 - '스택형 타구 속도'가 발동합니다.]

[최대 타구 속도가 2% 증가합니다.]

특수모듈 스택형 타구 속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타구 속도를 높이면서도.

[특수 모듈 '철인The Iron man'의 공격 파트가 발동합니다.]

[타격 수치를 계산합니다.]

[피로도가 2.2% 감소합니다.]

-현재 종합 피로도: 59.9% -> 57.7%

특수 모듈 철인의 효과를 끌어올리는 해준. 하지만 역대급 타격전이 진행되는 가운데 그 누구도 조금씩 완벽함을 찾아가는 해준의 모습을 눈치채지 못했다.

[SINGLE!]

[타구질 분류...]

[최대 타구 속도가 1% 증가합니다.]

[피로도가 1.3% 감소합니다.]

[DOUBLE!]

[타구질 분류....]

[최대 타구 속도가 2% 증가합니다.]

[피로도가 2.8% 감소합니다.]

그 와중에도 미친 듯이 서로 치고받으며 양팀의 투수들을 믹서기 마냥 갈아버리는 양타선.

관중들은 그 진흙탕 싸움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와, 미친."

"홈런이 몇 개 터진 거야?"

"볼넷은 쓰레기냐? 안타는 쓰레기야? 어, 또 온다!"

그런 게임 속에서.

[스택이 5단계에 다다랐습니다.]

-현재 종합 피로도: 49.1%

마침내 타구속도가 끌어올려지고, 피로도가 중간지점을 넘어서며 타격 사이클이 일정 지점을 돌파한 해준.

따아아아악-!

"어? 잠깐만. 지금 강해준 몇 타석 홈런이지?"

"...3타석?"

관중들이 무언가를 눈치챘을 때는.

[또 갑니다! 우측 담장! 우측 담장! 갔습니다! 강해준 선수, 3경기 연속 홈런포를 가동합니다!]

시즌 2번째 3연타석 홈런포를 기록하고 있었다.

[서울 세오레즈 27 : 22 대구 더히트]

그런 해준의 활약 속에서, 양 팀에서 도합하여 49안타가 터져 나온 역대급 타격전.

그리고, 경기가 끝나고 나서야 팬들은 한 가지 사실을 더 눈치챈다.

-와, 진짜 난리라서 경기 끝나고 알았네.

-갓해준 7타석 7타수 7안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일 경기에서 3타수만 더 치면 KBO 기록이랑 동급임 ㅋㅋㅋㅋㅋ 11타석 연속안타 ㅋㅋㅋㅋㅋㅋ

-오늘 7타석 아님?

-ㄴㄴ 어제 마지막 타석에서도 안타 침 ㅋㅋㅋ

바로 강해준이 8타석 연속안타를 기록했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 3연타석 홈런인데?

-..내일 2연타석 홈런 치면 5연타석?

-이신우 신기록이랑 동급인데?

강해준이 마지막 타석에서 3연타석 홈런포를 기록했다는 것.

-내일 경기만 터지면...

-11타석 연속안타 기록, 5연타석 홈런 기록 둘 다 깨짐.

-미쳤다 ㄷㄷㄷㄷㄷ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 앞에서 제대로 무력 시위 했네.

-역시 견제 안 들어가니까 미친 듯이 치는구나 갓해준 ㄷㄷㄷㄷㄷ

한편, 경기가 끝난 늦은 밤.

원정 숙소로 돌아온 해준과 오광녹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다행히 예상대로 돌아갔네요. 팀이 제대로 탄력받았어요."

"그렇지."

한순간에 핵타선으로 돌변한 타선.

그로 인해 분산된 견제.

철인 효과로 체력이 회복되며 바짝 치고 올라오는 타격 사이클.

모든 것이 자신의 예상대로였다.

해준은 아직까지 손끝에 남아있는 짜릿한 감각을 되살렸다. 타격 감각이 절정에 오른 상태.

'이대로라면...'

기록 경신은 시간문제다.

오광녹이 말했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도 더 오고 있어요. 일본에서 뒤늦게 출발한 팀이 꽤 있나 봐요."

"그래?"

해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시즌 종료까지는 앞으로 한 달.

"..한 달이라."

그 안에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붓는다.

"이왕 갈 거. 누구보다 화려하게 끝내고 가야 하지 않겠어요?"

오광녹의 말처럼, 해준은 모든 메이저리그의 팀들의 시선을 앗아올 작정이었다.

해준의 동공이 반짝였다.

'그렇지.'

시스템을 손에 넣었을 때부터 결심했던 사실.

'그 누구보다 압도적으로.'

모든 기록을 갱신한다.

그리고, 그 시작은.

'이신우..'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타자, 비견할 수 없는 전설. 모든 누적 타격 지표에서 1위에 이름을 올린 전설.

해준은 이번 시리즈에서 잠시나마 그를 넘어설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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