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야수에서 타자까지-43화 (43/137)

43. 전설의 대주자 (2)

해준의 1군 복귀 이후.

끊임없이 상승세를 그리던 서울 세오레즈는 3위에 안착했다.

1 대구 더히트 0.0

2 인천 플레인즈 5.0

3 서울 세오레즈 10.5

4 서울 코쿤스 11.5

5 서울 레나프 11.5

6 광주 이칼코메드 12.5

7 부산 시갈스 13.5

8 창원 게이머즈 14.0

9 대전 팔콘즈 21.0

10 수원 위저드즈 21.5

여름부터 두각을 나타내더니 어느새 제왕의 위세를 뽐내는 대구 더히트.

무결점 야구로 빈틈을 내보이지 않는 인천 플레인즈.

그 아래로는 3위와 8위까지 승차가 3.5게임에 불과한 춘추전국시대가 펼쳐졌다.

압도적 타선을 바탕으로 상대 마운드를 초토화해버리는 서울 세오레즈.

한 베이스씩 더 가는 야구로 육상부로 불리는 서울 코쿤스.

탄탄한 선발진과 중장거리 타자로 안정적인 경기력을 뽐내는 서울 레나프.

그 외에도 무서운 클러치 능력을 자랑하는 광주 이칼코메드, 홈구장에서 높은 승률을 자랑하며 무섭게 치고 올라온 부산 시갈스, 끈끈한 타선으로 상대를 물고 늘어지는 창원게이머즈까지.

그렇다고 승차가 벌어진 9위와 10위가 만만하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대전 팔콘즈와 수원 위저드즈는 갈길 바쁜 팀들의 뒷덜미를 잡아채는 고춧가루 역할까지 톡톡히 해내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패넌트레이스는 점입가경으로 빠져든 상태였다.

한치의 긴장도 놓을 수 없는 치열한 순위권 다툼.

수원 위저드 파크에서 열리는 10위 수원 위저드즈와의 3차전.

그곳을 많은 세오레즈 팬들이 찾은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내가 못가면 너도 못 간다며 물귀신 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10위 수원 위저드즈.

세오레즈 팬들은 그 질김에 발목이라도 잡힐까 전전긍긍하며 응원 소리를 높였다.

"오늘도 이기고 위닝 시리즈 가즈아!"

"고춧가루도 너무 뿌리면 맛없는 거 알지? 적당히 하고 평소처럼 지기나 해라!"

"얘들아, 너무 들러붙으면 더 처맞는다. 살살하자!"

수원 위저드즈의 팬들도 세오레즈의 응원에 맞불을 놓았다.

"무식하게 빠따만 돌릴 줄 아는 니들이 야구를 알아!"

"자고로 야구는 투수를 이용한 전략 놀음이지. 빠따 놀음이 아니라. 니들은 근본이 글러 먹었어!"

"근본 없는 3위가 어디까지 갈 것 같냐? 우리는 10위여도 근-본이 있다 이 말씀이야!"

"..아, 그건 좀."

오프너 전략을 쏠쏠하게 써먹으며 게임 초반 분위기를 다잡는데 익숙한 수원 위저드즈.

오늘 경기에서도 불펜 투수 고상수가 선발 투수로 올라와 3이닝을 완벽하게 막아낸 상태였다.

그렇다고 투수 싸움에서 세오레즈가 밀리는 것은 아니었다.

부우웅-!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삼구삼진! 세오레즈의 1선발 맥스 프라이드가 스스로 자초한 위기를 삼진으로 벗어납니다!]

"좋았어!"

마운드 위에서 포효와 함께 환호하는 1선발 맥스.

3이닝 5탈삼진 3볼넷 무실점으로 많은 볼넷이 흠이긴 했지만, 그는 위저드즈의 타선을 성공적으로 봉쇄하고 있었다.

몇몇 위저드즈 팬들은 그 광경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그래도 용병 하나는 잘 뽑았네."

"쓸만한 국내 선발은 임우주 하나면서 용병 투수 두 명은 참 잘 뽑았단 말이야?"

"선발만 좋으면 뭐해? 불펜이 핵불펜 그 자체인데. 우리는 불펜이 강하다고!"

"그 대신 우린 선발이 좀.."

그렇게 4회 초.

오프너 선발이었던 고상수가 내려가며 5선발 김태오가 마운드를 밟았다.

세오레즈의 타순 또한 일순하며 타석에는 최근 리그를 압살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는 타자.

해준이 들어섰다.

꿀걱-

그 모습에 위저드즈의 누군가 목울대를 크게 울렁였다.

투수들의 잇다른 집중 견제로 타격감이 흔들린다 싶으면 괴물 같은 타구를 뽑아내는 해준.

1회에서도 유격수 정면으로 향하는 바람에 직선타에 그쳤을 뿐, 날카로운 타구를 만들어냈었다.

해준을 바라보던 한 위저드즈 팬이 친구에게 물었다.

"최근 강해준 성적이 어떻게 되지?"

"어.. 잠시만."

전광판에는 강해준의 시즌 성적이 떠올라있었지만 저건 참고가 되질 않았다.

전반기와 후반기의 강해준은 다른 사람이었으니까.

친구가 스마트폰에 틀어놓은 야구 방송에서 타석에 서 있는 해준을 클릭하자, 그 옆에 좌르륵 스탯들이 떠올랐다.

"이걸 1군 복귀 이후로 설정을 하면..."

그리고 경기 숫자를 수정하자 새로운 스탯이 떠올랐다.

[최근 32경기]

타율 0.536

출루율 0.677

장타율 1.018

OPS 1.695

복귀 초반에 비해 많이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괴물 같은 모습을 자랑하는 해준의 성적.

위저드즈 팬은 그 성적을 보고 두 눈을 비볐다.

"뭐야 저거? 최근에 그나마 못 쳤다고 하지 않았어?"

"못 치긴 못 쳤지. 볼넷만 주구장창 얻어냈으니까. 그 덕분에 게임수에 비해 타수가 별로 없어서 스탯은 거의 안떨어졌어."

그 광경을 옆에서 보던 다른 위저드즈 팬도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래도 근래들어 많이 떨어진 편이에요. 최근 4경기 정도로 설정해보세요."

"아, 그래요?"

그 말에 스마트폰을 들고 있던 팬이 다시 한번 경기 수를 설정했다.

"최근 4경기라.."

[최근 4경기]

타율 0.375

출루율 0.474

장타율 0.438

OPS 0.911

그때부터는 어느 정도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는 성적이 떠올랐다.

"어? 그래도 정상적...이라고 하긴 좀 그렇지만 많이 떨어졌네."

대화에 끼어들었던 위저드즈 팬이 웃으며 말했다.

"최근 4경기만 보면 21타석에서 단타만 5개 볼넷 3개죠. 2루타도 1개 있긴 했지만... 쳤다 하면 장타였던 복귀 초반에 비하면 확실히 성적이 떨어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결국 저런 식으로 집중 견제를 받다 보면 타격감이 흔들릴 수밖에 없거든요."

설명을 듣던 다른 위저드즈 팬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이전 경기들도 직관했거든. 확실히 예전보다 타구가 안 뻗긴 하더라고."

"빠지는 공을 억지로 건드리다 보면 저렇게 되는 거지. 지금이야 출루율이 높아서 OPS도 높아 보이지만 당장 장타율을 봐봐. 훅 내려갔잖아. 앞으로도 더 내려갈걸?"

"이제 피하기만 하던 우리 투수들도 승부할 타이밍이야. 타격감이 떨어지면 배리 본즈라도 마이너리거에게 삼진 당하는 게 야구잖아."

그리고 위저드즈 팬들의 예상은 어느 정도 들어맞았다.

퍼엉-!

"스트라이크!"

해준의 하락세를 알아차리고 귀신같이 승부에 들어가는 위저드즈 배터리.

다만, 한 가지 놓치고 있는 부분이라면.

따아아악-!

[안타, 안타입니다! 패스트볼을 때려내 유격수 키를 살짝 벗어나는 안타를 만들어내는 강해준 선수!]

적어도 패스트볼에 한해서 해준의 감각은 날카롭게 살아있다는 것이었다.

"아.. 맞아버렸네."

하지만 위저드즈 팬들은 아쉬움에 느끼면서도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해준에게 장타만 허용하지 않으면 본전이라는 인식이 강했으니까.

"예전에 그 누구냐.. 하퍼? 그 친구는 강해준처럼 치다가도 집중 견제 받으면 귀신같이 내려가기로 유명하던데. 강해준은 생각보다 잘 버틴다."

"거긴 메이저리그잖아. 우리나라 투수들은 약점을 알려준다고 그대로 공략 할 수 있는 애들이 별로 없다고."

그렇기에 위저드즈 팬들은 이미 출루를 허용한 강해준보다는 후속 타자들에게 집중 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다행이네. 강해준 저 친구만 보면 등골이 오싹하단 말이야. 장타 처맞을까 봐."

"그것도 이제 옛말이야. 최근에 세오레즈 타자들도 다시 살아나고 있다고. 그리고 그 선수들이 장건우, 유장천, 조병민인데?"

"...산 넘어 산이네."

리그 최고의 2루수 장건우, 메이저리그로 진출할 예정인 유격수 유장천, 그리고 홈런왕 조병민까지.

그 외에도 지명타자 이완석, 1루수 김지훈, 외야수 한민곤과 정이수까지. 파워와 정확도 둘 모두를 갖추진 못했어도 둘 중 하나에 특화된 타자들이 줄줄이 대기하는 상태.

당연하게도 이미 출루한 해준에게 그 신경을 쏟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육상부 코쿤스라면 모를까, 세오레즈는 주루 플레이에 적극적인 팀이 아니었으니까.

"장건우 들어온다."

"쟤 특히 조심해야 해. 장타력은 조금 부족해도 정확성이 장난이 아니거든. 까딱하다가는 무사 1, 3루 된다."

그렇게 모든 위저드즈 팬들의 시선이 타격에 집중되어 있을 때.

[2루로 내달리기 시작하는 강해준 선수!]

해준이 그라운드를 박찼다.

+++

촤아아아악-!

퍼엉-!

해준이 2루 베이스를 태그한 것과, 2루수 글러브가 해준의 손을 터치한 것은 거의 동시에 일어난 일이었다.

고민이라도 하는 듯 천천히 팔을 들어 올리는 2루심.

"아웃이다!"

"타이밍 볼 줄 모르냐! 누가 봐도 세이프잖아!"

팬들이 그 장면을 두고 각자의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지만.

"...세이프!"

판정은 세이프.

심판의 양팔이 뒤늦게 좌우로 펼쳐졌다.

해준은 그제야 참았던 숨을 내뱉으며 호흡을 골랐다.

'와, 아슬아슬했네.'

역시 그 문승판이었다.

아깝다는 듯이 혀를 차는 수원 위저드즈의 포수 문승판. 그는 최근 들어 도루를 감행하려는 해준을 상당히 경계하고 있던 차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발의 차로 놓쳤으니 아까워할 만한 노릇.

다만 더는 무리였다.

'3루는 가지 말자.'

자신의 발이 빠르긴 했지만, 도루 스킬의 수준 자체가 높은 것은 아니다.

'저 괴물 같은 어깨는 조심해야겠지.'

2024년, 수원 위저드즈에 1순위로 지명되며 입단한 괴물 포수 문승판. 그 이름값답게 1년 차부터 타격을 폭발시키더니 2년 차에 들어서는 수비에서도 빈틈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해준은 2루 베이스에서 거리를 얼마 두지 않은 채로 장건우를 바라보았다.

'한 번 더 뛰실래요? 포수 시야 정도는 가려드릴 수 있는데. 그대로 안타 쳐버릴 수도 있고요.'

'됐어 인마. 문승판 저 인간 무서워서 안 뛰련다.'

한편 언제 부진했냐는 듯이 타격감이 무섭게 불타오르고 있는 장건우. 그는 자신감 넘치는 눈빛으로 해준을 바라보았지만, 해준은 고개를 저었다.

'이번엔 투수의 스텝이 느려서 산 거야.'

흔히들 타고난 주자들은 자신이 도루할 타이밍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린다고 한다.

언제 뛰어야 하는지, 뛰지 말아야 하는지를 훈련보다는 본능으로 알아차리는 것이다.

그에 반해 해준은 달랐다.

직감보다는 철저한 투구폼 분석을 바탕으로 깔고 들어가는 타격 성향 덕분에 주루에서도 이득을 보는 타입이었으니까.

그런 덕분에 2루에서는 1루에 비해 뛰는 타이밍을 잡는 것이 상당히 어려웠다.

투수의 투구 호흡을 옆에서 잡아내는 것과 뒤에서 잡아내는 것은 상당히 달랐다.

'결국 1루에서만 적당히 도루를 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거지.'

모든 것들이 그렇지만, 주루는 더더욱 타고난 면이 강했다.

말로는 쉽다.

중심 이동은 이렇게 해라, 셔플 스텝은 이렇게하고 크로스오버 스텝은 이렇게해라.

이럴 때 뛰어야 하고 저럴 때 뛰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충실히 이행하는 주자는 손에 꼽았다.

'말하는 대로 됐으면 굳이 장타에 왜 집착하겠어? 그냥 똑딱거리고 나가서 달리면 되는데.'

어느 정도 수준까지는 훈련으로 커버되지만 그 이상의 영역은 말 그대로 재능의 영역.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준이 계속해서 도루를 감행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감각을 날카롭게 살려놔야 한다. 그래야 하나라도 더 배우기 수월할 거야.'

최근 모종의 사건으로 한 가지 사실을 알아차렸으니까.

'구해형. 그 사람이 날 찾아올 거야.'

이전까지는 확신이 없었다.

한국 리그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개인 인스트럭터라는 것도 그렇고, 시즌 중이라는 것도 그렇고.

게다가 애매한 위치도 문제였다.

팀에는 이미 이대수 주루코치가 있는 상태.

그런 상황에서 개인 인스트럭터를 구한다는 것은 많은 오해를 불러들일 수 있었고, 구해형 또한 그 사실을 꺼릴 수도 있었다.

'코치님께는 이미 양해를 구했지만, 그쪽에서 불편해한다면 어쩔 수 없지.'

게다가 구해형도 은퇴를 한 상태이니만큼 어디선가 생계를 위한 활동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신을 지도하기 위해 올 가능성은 사실 희박했다.

하지만 그 모든 사실에도 불구하고 해준은 구해형이 자신의 인스트럭터를 맡아줄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다.

[특수 모듈 '대주자의 전설' 매진까지 3분 남았습니다.]

'쇼핑몰이냐? 급매라니. 추하다, 시스템아.'

이번에도 눈앞에 떠오른 홀로그램.

이것이 해준에게 확신을 주었다.

꽁꽁 싸매고 숨겨두었던 모듈을 다급해진 것처럼 팔려고 들었으니까.

'어디서 개수작을.'

그리고, 시스템에게서 전해지는 조급함이 강해질수록 해준은 확신했다.

'구해형, 그 사람이 오고 있구나.'

+++

아웃라이어를 현실에서 만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아니, 애초에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들이긴 할까?

아웃라이어 시스템이 눈앞에 나타난 뒤로, 해준은 항상 이런 의문을 품고 있었다.

더 패스트볼 긱 토니 디에고 블랑코.

더 체인지업 드릴러 브랜드 맥케이.

스플리터 쇼진 무라타 가즈히코까지.

하나 같이 현실성 없는 강력한 개성을 지닌 선수들이었다.

존재 자체가 의심될 정도로.

당연히 해준은 인터넷을 뒤져 그들의 존재를 확인했다.

그 결과.

'아웃라이어 링크는 확실히 이 세상에 존재하거나 했던 사람들과 연결된다.'

시스템 속 아웃라이어가 허상의 존재가 아님을 깨달았다.

마이너리거였던 블랑코와 맥케이는 그 상세한 기록을 찾기 힘들긴 했지만 이름 자체는 분명 남아있었고, 일본에서 활동했던 가즈히코야 사와무라상 수상자인 만큼 이름이 자동완성으로 뜰 정도였다.

'하긴 나 같은 선수도 있는데 다른 선수라고 없을 리가.'

그렇다면 그 존재를 확인하지 못한 아웃라이어라곤 딱 한 명.

'그러고 보니 슬라이더는 링크된 아웃라이어가 없었지?'

모듈을 활성화하고 트리거가 발생해도 검은 화면만 나타나는 슬라이더 관련 아웃라이어뿐이었다.

'능력은 줬으니까 상관없는데..'

자신이 모르는 이유가 있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지금 알아낼 수 있는 것은 아닌 만큼 해준은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뭐, 이건 일단 그렇다 치더라도.'

어찌 되었던, 해준은 아웃라이어들의 존재를 확인했다.

그렇다면 남은 일은 간단했다.

'실제로 만나보는 것.'

그때부터였다.

무뚝뚝하게 획득 포인트와 스토어 아이템 리스트만을 갱신하던 시스템이 새로운 창을 띄운 건.

[특수 모듈 '대주자의 전설']

*아웃라이어 '대주자의 전설'과 링크될 수 있는 모듈

도매가: 3500P

그것도 자신이 여태껏 모은 포인트를 한 번에 탕진하는 가격으로.

'...장난하냐?'

그 모습에 해준은 어이없는 웃음을 터트렸다.

그동안 꼭꼭 숨겨놓더니 인제 와서 팔겠다니. 아무래도 자신이 더 급해지기를 기다렸다가 비싼 가격으로 팔아넘기려던 모양이었다.

이제는 필요 없지만.

'안 사 인마.'

해준은 그 메시지를 무시했다.

이걸로 더욱 확실해졌을 뿐이었다.

아웃라이어를 현실에서 직접 찾는다면 그 기술과 감각을 전수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스템은 순순히 포기하지 않았다.

[도매가: 3000P]

....

[도매가: 2800P]

...

[도매가: 2200P]

떨이에 떨이를 반복하는 눈물의 똥꼬쇼.

해준은 그때마다 망설임 없이 눈앞에 떠오른 홀로그램을 치워버렸다.

어차피 곧 있으면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오광녹에게서 연락을 받은 상태였으니까.

구해형이 인스트럭터 제의를 수락했고, 함께 서울로 올라오는 중이라는 것을.

"형, 여기요!"

그리고 8월 19일.

오랜만에 찾아온 휴식일에도 해준은 고척돔으로 출근을 했다. 드디어 기다리던 사람이 온 것이다.

"어, 왔어?"

이제는 어엿한 에이전트가 된 오광녹이 양복을 입은 채로 주차장에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듣던 대로 한 남자가 서 있었다.

183cm 정도 키.

체형이 크진 않았지만 날렵하고 탄탄하다는 인상을 주었다. 얼굴은 쌔까맣게 타있는 것으로 보아 아직도 야구와 관련된 일을 하는 것 같았다.

"경기는 잘 보고 있습니다, 강해준 선수."

오광녹과 동행한 남자, 구해형이 선글라스를 벗고는 손을 내밀었다.

"구해형이라고 합니다."

한국 프로야구 대주자계의 전설.

통산 타율이 1할 후반대에 불과하지만, 결정적인 순간마다 대구 더히트의 조커로 활약하며 게임의 분위기를 뒤흔든 야생마.

그가 해준의 눈앞에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강해준입니다."

해준은 그 손을 두 손으로 맞잡으며 깊게 고개를 숙였다.

예의이기도 했지만, 양쪽으로 활짝 올라간 입꼬리 정도는 숨기고 싶었으니까.

'역시.'

자신의 짐작이 들어맞았다.

[아웃라이어 '대주자의 전설'과 조우하셨습니다.]

구해형, 그는 아웃라이어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