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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배우-79화 (79/127)

〈 79화 〉 아이돌(Idol).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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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net과 BCN 등 BS그룹 산하 모든 케이블 채널과 프랜차이즈를 통해 드라마 <아이돌> 홍보마케팅이 대대적으로 시작되었다.

총 16부작 가운데 6부 촬영까지 마친 상황이었다.

100% 사전제작이라면 좋겠지만, 현실은 쪽대본만 아니면 행복한 상황이다.

한한령 이전에는 중국 당국의 검열과 한중 동시 방영 등의 이유로 인해 불가피하게(?) 100% 사전제작을 할 수밖에 없었다.

중국 수출길이 막혀 있는 상황에서 방송사와 제작사는 굳이 사전제작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OTT 독점 콘텐츠도 아니었고.

그것에 송하나와 한 PD도 동의했다.

시청자호흡 때문이다.

어쨌든 첫 방송이 나갈 때는 10부 촬영을 마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이온은 주말을 제외하고 학교와 일산제작센터를 오가는 일정을 한 달 간 이어갔다.

‘겨우 조단역을 연기하는데 이렇다니.......!’

이온은 세 번째 촬영부터 자신이 보이그룹 데뷔조 연습생 신분이라는 착각이 들기 시작했다.

단순히 연기가 한 단계 늘어서 몰입감이 좋아진 것인지.

아니면 진짜 배역투사로 인한 일체감인지는 알 수 없었다.

“배역과 유사한 경험을 네가 이미 해봤기 때문일 수 있다.”

신지균이 이온의 현 상황을 진단했다.

“액션캠프에서 경험했던 것들이요?”

“합숙하는 운동부들도 그런 유사한 경험들이 있다고 들은 것 같아.”

신지균은 아직은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며 이온을 안심시켰다.

또한 지금 경험하고 있는 감각을 잘 기억해두라고 당부했다.

이온은 후유증을 걱정할 정도로 배역투사는 아니라는 말에 일단 안심이 되면서 어딘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캐릭터와 일체화 된다는 게 이렇게 어려운 거였구나.'

<아이돌> 설정 상 데뷔조와 연습생은 모두 25명이다.

성격들도 다르다 보니 그 중 마음 맞는 사람을 찾기 쉽지 않다.

사춘기 청소년이라면 충분히 외로울 수 있다.

[우린 가족 같은 한 식구야!]

겉으로 연습생들끼리 외치지만, 물밑 경쟁은 살벌하다.

어린 친구들이라 그럴 수 있다고 볼 수 있지만, 먼저 데뷔하고 싶은 마음에 누구든 흠을 잡아 밉보이게 하려는 경우도 있다.

이온 역시 액션캠프에서 동기들로부터 따돌림 아닌 따돌림을 당하고, 여러 억측과 오해로 말미암아 선배들에게 안 들어먹어도 될 욕을 많이 먹었다.

남녀 합해 스물이 넘는 주조단역 배우들 사이에서도 미묘한 기류가 흐르는 것이 느껴진다.

서로 간의 묘한 기싸움과 PD 눈에 들기 위해 애쓰는 모습들이 느껴졌다.

촬영현장을 잘 찾지 않는 송하나가 어쩌다 한 번 나타나는 날에는 노골적으로 그녀의 눈에 들기 위해 몸부림치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했다.

“게토레기, 이리 와봐.”

모니터스테이션에 마련되어 있는 자신의 디렉터스체어에 앉아 있던 송하나가 이온을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내 대사가 구리다고 했다며?”

한 PD에게 스페인어 대사 하나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매우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말을 꺼낸 것인데, 한 PD가 송하나에게 일러바친 모양이다.

“굉장하다고 매일매일 칭송하고 있습니다. 절대 그런 망언을 한 적이 없습니다.”

이온이 딱 잡아뗐다.

아부까지 섞어 가면서.

“이 색휘가.....!”

“너무 주옥 같은 표현이라서 한국대 서어서문학과 교수님께 여쭤볼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송하나는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고 있지만, 목소리에 날이 바짝 서있었다.

“중남미 그러니까 백인 인구가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정치가 비교적 안정된 코스타리카 같은 나라 백인 지식인층이 젠채하... 아니 고급스럽게 쓰는 표현이라고 설명하셨습니다. 일반 서민들이 쓰는 표현은 아니라고 하시는데. 암튼 중남미 국가에서는 각 나라마다 슬랭도 있고 사투리도 존재하긴 하는데, 그것과는 표현이 좀 다르다고 하셨습니다.”

“그 대사 영화드라마 번역으로 유명한 후배가 해준 거야.”

“스페인어를 배우는 입장인데다가 궁금한 것은 못 참는 성격이라서.”

외국 영화나 드라마 우리말 번역 수준은 솔직히 별로다.

이온이 스페인어 감을 잃지 않으려고 봤던 영화들의 우리말 번역은 비전문가인 자신이 보기도 민망할 정도로 오역과 직역이 난무했다.

일 년에 스페인어권 영화가 몇 편이나 수입된다고 영화 번역 전문가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지.

출판물은 번역료가 싸도 비교적 작업 시간의 여유가 있다.

퇴고도 여러 번 거친다.

그런데 영상물은 등급심의위만 통과하면 되기 때문에 발번역도 꽤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교수가 뭐래?”

“써서 안 될 건 없다고...... 문제없다고 하십니다.”

“결론은 중남미 상류층 꼰대가 쓰는 표현, 뭐 그런 건가?”

이온은 대답을 삼갔다.

“짜증나네~ 입만 살아서 전문가입네 뭐네 가오만 잡지. 하여간 색휘들이 도움이 안 돼.”

이온은 빨리 자리를 떠나고 싶은 마음에 넙죽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어디가?”

“촬영 준비하러 갑니다. 작가님.”

“내 대사를 일반 스페인어 생활말로 바꾸면 어떻게 되는데?”

이온은 말할까 말까 망설였다.

설마 6부까지 촬영을 마쳤는데, 이제 와서 기분 나쁘다고 단역을 자르지는 않겠지.

“Amistades que son ciertas nadie las puede turbar.”

이온이 눈 딱 감고 말해버렸다.

“뭔가 되게 있어 보인다?”

당연히 있어 보일 수밖에.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에 나오는 말입니다.”

확실한 우정은 아무도 그것을 방해할 수 없다란 의미다.

“야!”

“크리스티안이 친구들 앞에서 폼 잡으려고 멋있는 말 하는 것이잖습니까?”

송하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시다시피 세르반테스는 서양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작가 중 한 명이면서 스페인어 문학사에서 가장 위대한 인물입니다. 당연히 스페인어권에서 셰익스피어보다 더 비중 있게 배웁니다. 10대가 잘난 척하기 좋은 표현입니다.”

송하나가 대본을 들춰보며 입으로 ‘세르반테스‘를 몇 번이 중얼거렸다.

그러다가 툭하고 뱉은 말이.

“‘모범 소설집’ 안 읽어봤지?”

읽었어도 안 읽었다고 해야 하는 것이 기본적인 자세다.

이온은 순각적으로 그 중요한 걸 잊었다.

“한창 스페인어에 재미가 붙었을 때 찾아서 읽었습니다.”

“아오! 그 놈에 한국대! 증말... 재수 없어.”

참고로 ‘모범 소설집’은 세르반테스의 단편집이다.

대중에게는 ‘돈키호테‘가 세르반테스의 대표작으로 제일 먼저 거론되지만, 이 단편집 또한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바꿔. 그걸로!”

“예?”

“그 돈키호테의 인용문을 대사로 쓰라고.”

“그, 그래도 됩니까?”

“내가 아무리 글발이 좋아도 세르반테스를 어떻게 이기냐?”

순순히 자신의 의견을 수용하는 것이 미심쩍었지만.

어쩌랴 이온에게 거부권이 없다.

“아, 네. 감사합니다.”

“대신에! 우리가 스페인어 모른다고 대사 절어 봐. 어설프면 나중에 죽을 줄 알아!”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누구 최선 다하지 않은 사람 있어? 누구나 다 하는 입바른 말 하지 말고 실력으로 입증하란 말이야.”

“네!”

모니터 앞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한 PD가 돌아섰다.

“이온아, 스크립터한테 바뀐 대사 알려 줘.”

“예.”

스크립터가 기록장을 내밀었다.

기록장을 건네받은 이온이 바뀐 대사를 적었다.

“한글로 어떻게 읽는지도 써주셔야죠.”

이온은 스크립터를 위해 친절하게 한글발음까지 적어줬다.

“가서 촬영 준비 해.”

“예. PD님!”

당장 이온은 촬영에 참여하지 않는다.

한 PD가 그걸 모를 리가 없다.

송하나의 기분이 좋지 않은 걸 파악하고 이 자리에서 얼른 이온을 치워버리려는 의도였다.

그녀는 우아한 척 고상한 척 안 한다.

폭군임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촬영현장에서 중견 연기자 몇 명을 제외하고 모두가 쩔쩔 맨다.

“재수 없지 않냐?”

단역으로 출연하는 남자 출연자가 이온을 흉보기 시작했다.

“이온 오빠?”

“무슨 오빠야. 오빠는!”

“왜 나한테 화를 내고 그래.”

“송 작가님의 낙하산이라고 하더니 이쁨이란 이쁨은 다 받는구나 아주!”

“내가 보기에는 혼나는 것 같던데?”

“게다가 PD님 대학 후배라고 슬금슬금 분량이 늘어나. 불공평하지 않냐!”

“이온 오빠는 우리랑 입장이 다르지.”

“뭐가 달라?”

“저 오빠는 스턴트맨이잖아. 배우도 아닌데 뭘.”

스태프들은 배우라고 하고, 배우들은 스턴트맨이라고 하고.

이래서 선배들이 굳이 액션배우란 용어를 사용하는 모양이다.

때에 따라서는 포지션이 애매하니까.

암튼 20대 초중반의 남녀배우들은 겉으로 화기애애했다.

내밀한 부분으로 들어가면 그렇지 않다.

질투, 견제, 경쟁.

실제 기획사 아이돌 연습생들처럼 <아이돌> 출연배우들 사이에서도 치열한 기싸움과 경쟁이 있었다.

이온은 연습생으로 출연하는 배우들 가운데 비교적 나이가 많다.

나름 현장 분위기도 띄우고 동료들을 격려하고 응원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

이온은 몇몇 배우들이 자신을 탐탐치 않게 여기는 걸 알지 못했다.

자신은 물론이고 스태프들 앞에서도 절대 그런 낌새를 표출하지 않으니까.

물론 이온이 알아도 무시했겠지만.

이런 걸 보면, 배우의 가장 큰 안티는 동료 배우란 말도 영 틀린 말은 아닌 듯 싶다.

오랜만에 이온은 일산제작센터가 아닌 로케이션 촬영을 나갔다.

제작진이 기획사 연습실 분위기를 풍기는 사무실을 임대해 미술 세팅을 해놓았다.

드라마 설정상 25명의 연습생들이 오가는 연습실 공간은 꿈의 공간이면서도 언젠가는 반드시 벗어나야만 하는 울타리기도 했다.

오후 1시는 연습생들의 출근 시간이다.

연습생들이 하나 둘 도착한다.

우진패거리에 속해 있는 크리스티안은 시야에 닿는 모든 사람들에게 ‘안녕하세요!’하고 반사적으로 밝게 인사한다.

피곤한 표정을 짓고 있다가도, 불퉁한 표정을 짓고 있다가도 회사 직원 혹은 선배 가수들이 보이면 반사적으로 환하게 웃으며 인사한다.

심지어 택배기사와 배달 라이더에게까지 그렇게 한다.

이미 며칠 전에 미술팀이 연습생 배역의 이름이 적힌 색색의 사물함을 세팅해두었다.

[연습생이 되기 전에는 내 이름이 적힌 사물함을 갖길 그렇게 바랐는데.]

[하루 빨리 데뷔를 해야 후배에게 사물함을 비워줄 텐데.]

배정된 보컬연습실로 들어가서 자연스레 목을 풀고 연습을 시작하는 장면은 세트장에서 다양하게 찍어 두었다.

이곳에서는 그 외에 여러 장면을 촬영하게 된다.

크리스티안이란 인물에 조금씩 몰입하면서 이온은 촬영 날 유난히 피곤했다.

토끼발 부적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 같았다.

크리스티안은 실력 향상을 위한 고독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런 생활이 몇 달이 될지, 몇 년이 될지 본인은 물론 회사 사람들도 모른다.

실력에도 커트라인이 없기에 데뷔조에 속해있다고 해서 곧장 팀이 만들어지고, 앨범 준비에 들어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주별 시간표에는 연습생 현황과 연습실 사용 시간, 트레이닝 일정이 오후 1시부터 밤 10시까지 촘촘하게 짜여있다.

보컬과 댄스는 레벨 별로 나뉘어 있고, 연습생과 트레이너의 이름이 함께 배정되어 있다.

비어있는 시간을 어떻게 채워나갈지는 개인의 몫이다.

후우.

이온은 촬영공간에 들어서면 반사적으로 한숨부터 나왔다.

비록 미술소품으로 제작되어 장식 되어 있는 것들이지만, 연습생들이 겪는 숨 막히는 생활이 결코 남일 같지 여겨지지 않았다.

[수고하세요.]

여자 주인공을 연기하는 한별이 신인개발팀 사무실에서 나온다.

사무실 출입문 옆에 판넬이 하나 걸려 있는데, 연습생 별 출근부와 상·벌점을 기록해 두었다.

한별이 판넬을 보는 장면도 촬영했다.

실제 데뷔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점수는 아니란다.

기획사 사장으로 출연하는 김성식 배우 대사로 유추해 보면, 연습생의 생활 태도와 인성 교육을 중시하겠다는 기획사 대표의 의지 표현인 셈이다.

드라마의 재미를 위해 연습생들이 온갖 말썽과 문제를 일으켜 사장인 김성식은 하루도 편안 날이 없다.

본래 악역이 전문이지만, 드라마 <아이돌>에서는 투자자에게 치이고 소속 가수들과 매니저들이 온갖 사고를 치면서 여러 곤란을 겪는 조금 불쌍한 캐릭터를 연기한다.

“스탠바이! 큐!”

한별을 지나쳐 이온이 신인개발팀 사무실로 들어간다.

박호섭과 상담하는 장면을 찍었다.

처음 대본에서는 크리스티안의 대사가 없었다.

주로 박호섭이 설명하고 타이르고 설득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그런데 바뀐 대본에서 대사가 몇 마디 추가 되었다.

[미안하다. 회사 노선이 바뀌었어.]

[또요.]

사실 규모가 큰 회사지만, 크리스티안이 후보로 들어간 데뷔조의 콘셉트가 계속 바뀐다.

처음엔 전형적인 남자 아이돌 그룹, 그 다음엔 악기를 연주하는 밴드 스타일, 그걸 엎더니 갑자기 최근 대세인 어쿠스틱 사운드로 가자고 한다.

크리스티안은 팀도 계속 바뀌고 팀 멤버들도 들락날락하고 있다.

[저는 메인 댄서 겸 래퍼잖아요. 서브 보컬까지 하라는 것은......]

이온의 대사가 슬금슬금 추가 되고 있었다.

함께 단역급으로 캐스팅 된 배우들이 질투를 할 만 했다.

물론 이런 장면은 최종 편집에서 통째로 날아갈 수도 있다.

일종의 보험이면서 예비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방영 후, 이온이 연기한 캐릭터가 시청자들로부터 어느 정도 호응을 얻는 분위기가 조성되면 편집에서 살아남는 것이고, 분위기를 타지 못하면 그대로 사라지는 장면이다.

다른 단역 배우들도 이런 장면들을 한 두 개씩 촬영했다.

방영 후에 어떤 구름에서 비가 내릴지 알 수 없으니까.

주연급 외에 조연들 중에서 어느 누가 주목을 받을지 알 수 없다.

따라서 주요 조단역급을 대상으로 예비로 찍어두는 장면들이 꽤 있었다.

“씬 31. 중국어 강의실 장면 찍겠습니다!”

일반 연습생들은 보컬, 댄스, 랩 등의 기본기 레슨을 받고 평가 준비를 하는 등 자유 연습을 하지만, 데뷔 조에 투입된 연습생들은 다르다.

인터뷰, 기타나 건반 같은 악기, 영어 혹은 중국어, 헬스, 미디, 성교육, 안전교육  수업을 추가로 받는다.

보컬, 댄스, 헬스 수업도 더 전문적으로 더 집중적으로 받는다.

크리스티안이 소속된 기획사가 드라마 설정 상에서 꽤 규모가 큰 기획사이다 보니 레벨별로 분반 수업을 진행하는 걸로 묘사된다.

[난 스페인어를 할 줄 알고 영어도 해. 근데 왜 빌어먹을 중국어까지 배워야 하느냐고! 난 어학연수를 온 게 아니라 아이돌이 되기 위해 한국에 온 거라구! Hijo De Puta!]

이온의 입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Hijo De Puta(이호 데 뿌따)는 남미에서 공통적으로 많이 쓰이는 욕설이다.

영어의 너희 엄마 몸 팔지 바로 그 욕이다.

더 대중적인 욕설은 Gonorrea(고노레아)다.

이 욕이 스페인어권에서 다양하게 사용되지만, 이온은 남미에서 주로 쓰는 패륜 욕을 애드리브로 넣었다.

“이온아 마지막에 넣은 말 무슨 뜻이야.”

“선 오브 비치의 남미식 욕입니다. PD님.”

“그것도 스크립터한테 스페인어 적어 줘.”

“넵!”

“다시 가자.”

이온은 두 번 더 이어진 테이크에서 마치 송하나에게 쌓였던 스트레스를 분출하듯이 대사에 애드리브 욕을 넣어 시원하게 짜증을 토해냈다.

그리고 이날 이후 촬영이 종료될 때까지 드라마 <아이돌> 스태프들 사이에서 유행어가 돈다.

뭔가 불만이 생기고, 마음에 안 드는 상황이 펼쳐질 때마다 스태프들은 이 말을 중얼거린다.

“이호 데 뿌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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