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3화 〉 83. “6연타석 홈런이라고. 앞으로 어떤 빌어먹을 새끼가 이걸 또 할 수 있나 내가 지켜보겠어.”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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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6연타석 홈런이라고. 앞으로 어떤 빌어먹을 새끼가 이걸 또 할 수 있나 내가 지켜보겠어.”
하지만 이후 크라웃-카퍼-마이크는 땅볼-삼진-삼진으로 물러나고 말았는데, 모두 저 투심 패스트볼에 당했다.
“투심 패스트볼의 무브먼트가 대단히 좋네. 오늘 만만치가 않겠어.”
“서클 체인지업은 무슨 포크볼인줄 알았어. 낙차가 대단히 크더군.”
“왜 저 친구를 보고 제2의 그렉 매덕스라고 하는지 이제 알 것 같아.”
“제길. 리그에 괴물이 또 한 명 늘었군.”
우리 타자들은 오늘 제이슨 허스트라는 저 투수를 처음 상대해 봤고, 제이슨 허스트의 공도 처음 본 것이다.
그리하여 제이슨 허스트에 대한 동료들의 극찬이 이어졌지만,
“그래봤자, 어차피 우리 태양 밑이잖아. 태양은 107마일(172.2㎞), 3500rpm의 포심 패스트볼을 9분할로 원하는 곳에 던져 넣을 수 있다고.”
“태양은 9분할로 들어온 공이라도, 그 어떠한 공이라도 쳐내 펜스를 넘길 수 있어.”
‘그러고 보면 태양이 우리 팀이라서 우린 행복한 거지. 만일 적이었다고 생각해봐. 상상만 해도 끔찍하군.“
그 극찬은 곧 나에 대한 찬양으로 바뀌었고,
“태양은 외계인이니까 인간인 우리하고 비교하면 안 되지. 내 생각에 제이슨은 분명 인간계 최고가 될 거라고.”
사무엘의 이 말로 제이슨에 대한 논쟁은 바로 종결되었다.
뭐 어쨌건.
❝바깥쪽 낮은 공에 배트 따라 나옵니다. 삼진입니다.❞
❝헛스윙합니다. 삼진입니다.❞
❝루킹 삼진입니다. 바깥쪽 꽉 찬 공에 반응하지 못했네요. 여섯 타자 연속 삼구삼진으로 2이닝 연속 무결점 이닝이 완성됩니다.❞
2회 초에도 세 타자를 연속 삼구삼진으로 돌려세워 2이닝 연속 무결점 이닝을 달성했다.
내가 알기로는 커리어 통산 무결점 이닝을 두 번 한 투수는 있는 거로 알고 있지만, 무결점 이닝을 2이닝 연속 한 투수는 없었던 거로 알고 있는데, 또다시 새로운 역사를 쓴 것이다.
이후에 2회 말 우리 팀의 공격과 3회 초 상대 팀의 공격은 삼자범퇴로 끝이 났고, 3회 말 우리 팀의 공격, 2사에서 두 번째 타석을 맞이하였는데,
❝밀어친 타구가 우중간으로 멀리 날아갑니다. 계속 날아갑니다. 그대로 펜스를 또 넘겼습니다!!!! See-Ya. 태양 왕이 제이슨 허스트를 상대로 연타석 홈런을 때려냈습니다. 역시 실투에는 여지가 없네요.❞
3구째에 서클 체인지업이 실투가 돼서 한복판에 밋밋하게 들어왔는데, 이건 뭐 제발 홈런을 쳐달라고 비는 수준이었다.
그리고 4회 초.
❝낮은 공을 퍼 올렸습니다. 높이 뜬 이 타구가 우익수 앞에 떨어집니다. 안타입니다.❞
선두타자 로니 아코스타 주니어를 상대로 이번에는 안타를 허용였다.
사실 지금은 타자가 아코스타 주니어다 보니 외야수들이 뒤로 이동해 있었는데, 정상적인 수비 위치였다면 평범한 플라이였을 것이다.
내가 마운드에 버티고 있는데, 왜 쓸데없는 시프트를 하는지 도통 이해를 못 하겠다.
❝밀어친 타구가 1, 2루 간을 빠져나갑니다. 로니 아코스타 주니어와 프랭크 프리드릭슨이 태양 왕을 상대로 연속 안타를 때려냈습니다. 무사 주자 1, 3루. 이 찬스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오늘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찬스가 될 것 같네요.❞
❝오!!!! 몸에 맞았습니다. 아. 이러면 이제 무사 만루인데요. 태양 왕이 이렇게까지 심하게 위기에 몰리는 것도 정말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안타와 볼넷으로 결국 무사 만루의 위기를 맞이하고야 말았다.
물론 뭐 어차피 그래봤자 다들 홈에 들어오지 못할, 아무 의미 없는 주자들이다.
❝몸쪽 높은 공에 헛스윙합니다. 삼진입니다.❞
❝바깥쪽 낮은 공에 배트 따라 나옵니다. 삼진입니다.❞
❝바깥쪽 높은 공에 헛스윙합니다. 삼진입니다. 태양 왕이 무사 만루의 위기에 몰렸지만, 세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거짓말처럼 이 위기를 멋있게 탈출합니다. 지금의 이 상황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로서는 대단히 아쉽겠네요.❞
주자가 한 명이 나가던, 두 명이 나가던, 만루가 채워지던, 어차피 홈에만 안 들여보내면 되는 거 아니겠는가.
WHIP라는 스탯이 아무 의미 없는 스탯인게 바로 이런 이유다.
물론 투수가 주자를 가능한 한 내보내지 않으면 더 좋기야 하겠지만, 주자가 나간다고 100% 다 홈에 들어오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투수야 어찌 되었건 상대 팀에 점수만 주지 않으면 되는 거다.
물론 상대 팀에 점수를 주지 않으면서 가능한 많은 이닝을 먹어주려면 주자를 내보내지 않는 것이 우선이지만 말이다.
“태양, 넌 정말 대단해. 어떻게 무사 만루에서 그렇게 한복판에 공을 꽂아 넣을 수가 있지?”
라커룸에 돌아와서 우리 팀의 4회 말 공격을 지켜보는데, 안토니오가 내게 질문을 건넸다.
그리고 이에 대한 내 답은 간단했다.
“한복판에 던져도 어차피 쟤들은 못 칠 거니까.”
“아무리 네 공의 위력이 대단하다 해도 한복판이잖아. 자칫 잘못해서 배트 중심에 정확하게 맞았다면 장타였을 거라고.”
“그러니까. 어차피 쟤들은 배트 중심에 못 맞춘다니까.”
“아무튼 나라면 내 공이 아무리 위력적이라 해도 그렇게 섣불리 한복판에 못 던졌을 거야.”
이것이 안토니오가 메이저리그 투수로서 살아남지 못하게 되는 결정적인 이유였는데,
사실 안토니오도 충분히 위력적인 공을 가지고 있었다.
100마일(160.9㎞)에 육박하는 포심 패스트볼을 던진다는 건 투수에게 있어서 대단한 축복이다.
문제는 그 위력적인 포심 패스트볼을 가지고도 정면 승부를 못 하고 항상 타자를 피해 다니기만 하다가 자멸한다는 것.
특히 주자만 나가면 그런 증상이 더욱 심해지는데, 그러니까 소위 말하는 새가슴 유형의 투수였다.
“안토니오, 내가 보기에 너는 충분히 좋은 공을 가지고 있어. 네 공에 자신감을 느끼고, 너 자신을 믿으라고.”
물론 내가 이렇게 충고를 해준들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다.
나는 지금 공연한 헛짓을 했다.
1회차 때, 그리고 지금도 안토니오에게 이런 충고를 해줬던 사람이 없었겠는가?
다시 말하지만, 메이저리그라는 곳이 그렇게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다.
투수건, 타자건, 상대방을 두려워하면 그 상대방에게 잡아먹힐 수밖에 없고, 결국 그런 선수는 자연히 도태되게 돼있다.
이미 안토니오가 이를 증명했고, 이번에도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거다.
뭐 아무튼.
❝높은 공을 밀었습니다. 이 타구가 좌중간을 완전히 갈랐습니다. 브루스 카퍼는 충분히 2루까지 여유 있게 들어갈 수 있습니다. 아!!!! 카퍼가 3루를 노리는데요. 3루, 3루에서 세잎입니다!!!!! 중견수 케네스 스위니가 볼을 한 번 더듬은 틈을 놓치지 않은 과감한 주루였습니다. 지금은 원 히트 원 에러로 기록이 되네요.❞
위기 뒤엔 기회라고, 4회 말. 선두타자 카퍼가 2루타를 때려냈고, 중견수의 실책을 틈타 3루까지 진루하여 무사 3루의 찬스를 맞이하였다.
이제 외야 플라이 하나면 바로 추가득점이다.
그리고.
❝왼쪽으로 높이 떴습니다. 좌익수가 파울 라인 근처까지 따라갑니다. 그대로 파울이 되나요? 오!!!! 라인 안쪽에 떨어졌습니다. 이게 웬일입니까? 이렇게 적시타도 나올 수가 있는 거군요. 좌익수 로베르토 벨라티는 이 타구가 파울 라인 바깥쪽에 떨어질 거라 예상했지만, 이 타구가 그만 안쪽에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러면서 양키스가 한 점을 더 달아나 점수는 이제 3:0. 석 점 차로 벌어졌습니다.❞
마이크의 외야 플라이 타구는 왼쪽으로 높게 떠서 파울 라인 근처에 걸쳐 있었고, 그대로 파울이 될 거라 여겨졌지만, 갑자기 바람이 불어오며 이 타구가 라인 안쪽에 떨어져 적시타가 되었다.
애틀랜타로서는 대단히 불운했던, 우리로서는 행운이 엄청나게 따른 그런 장면이었는데, 이 정도면 하늘도 우리 팀의 승리를 원하는 것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6구. 바깥쪽으로 한참 벗어났습니다. 볼넷입니다.❞
❝5구. 낮은 공을 참아냅니다. 볼넷입니다.❞
연속 볼넷으로 무사 만루의 찬스가 만들어졌다.
❝이번 시즌 제임스 허스트의 9이닝당 볼넷 허용은 1.1밖에 되지 않았는데요. 지금 연속 볼넷으로 벌써 두 개의 볼넷을 기록합니다. 그러면서 이제 무사 만루가 됐습니다. 태양 왕은 이 무사 만루의 위기를 무실점으로 넘겼는데, 과연 제이슨 허스트는 이 무사 만루의 위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을까요?❞
야구란 것이 재밌는 것이 찬스를 놓치면 항상 바로 또 위기가 온다.
애틀랜타가 무사 만루의 찬스를 놓친 직후 공교롭게도 또 우리한테 바로 무사 만루의 찬스가 왔다.
솔직히 타순으로 보면 뭐 대량 득점에 대한 기대는 전혀 안 되고, 1~2점이라도 득점해줬으면 좋겠다.
어차피 내가 마운드에 있는 이상, 한 점만 득점해도 충분한데, 이미 우리는 벌써 세 점이나 득점했지 않은가.
그런데.
❝높은 공을 잡아당겼습니다. 사무엘 챔플린의 이 타구가 좌중간으로 멀리 날아갑니다. 그대로 팬스를 넘겼습니다!!!!! 그랜드슬램!!!!! 사무엘 챔플린이 제이슨 허스트를 완전히 무너뜨렸습니다. 보십시오. 그대로 무릎을 꿇고 털썩 주저앉은 제이슨 허스트의 저 초라한 모습을. 제2의 그렉 매덕스라는 찬사를 받던 미래의 사이 영 컨텐더가 이렇게 무너집니다.❞
사무엘이 저 제이슨 허스트를 상대로 그랜드슬램을 때려내며 저 제이슨 허스트를 완전히 무너뜨리고야 말았다.
이게 실화인가?
참고로 말하자면 저 제이슨 허스트는 이번 시즌 스물여섯 게임에 선발 등판하였고, 3실점 이상을 한 경기가 단 한 경기도 없었다.
그런데 오늘은 우리 팀, 우리 타자들을 상대로 3이닝 5피안타(3피홈런) 7실점으로 처참하게 무너지고야 말았다.
그러면서 이제 스코어는 7:0까지 벌어졌고, 이 점수가 계속 유지되면서 5회 말. 선두타자로 세 번째 타석을 맞이하였다.
상대 팀의 두 번째 투수 카일 머먼이 여전히 마운드를 지키고 있었다.
일곱 점 차의 상황에서 저런 투수가 올라온 거면, 상대 팀이 오늘 경기를 완전히 던졌다는 거였다.
사실 5회에 일곱 점 차면, 아직 경기를 포기하기에는 이른 점수 차지만, 내가 마운드를 지키고 있는 이상, 상대 팀으로서는 충분히 합리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그리고 상대 팀이 경기를 던진 이상, 우리는 상대 팀을 더욱 집요하게 물어뜯어 완전히 숨통을 끊어 놓아야 한다.
단기전은 원래 분위기 싸움이다. 분위기가 우리한테 넘어온 이상, 이 분위기를 완전히 굳혀야 한다.
그리하여.
❝높은 공을 잡아당겼습니다. 센터 쪽으로 멀리 날아갑니다. 이 타구가 그대로 또 펜스를 넘어갑니다!!!! See-Ya. 태양 왕이 3연타석 홈런을 때려냈습니다.❞
이번에도 홈런을 때려내며 팀의 추가 득점을 만들었다.
그뿐만 아니라.
❝밀어친 타구가 우중간으로 멀리 날아갑니다. 그대로 펜스를 원 바운드로 직접 때리면서 마크 크라웃이 편안하게 2루로 서서 들어갑니다.❞
❝높은 공에 대처합니다. 이 타구가 1루수 키를 넘겼고, 페어가 됩니다. 2루 주자는 홈에 들어왔고, 타자 주자도 2루에 여유롭게 안착합니다. 연속 2루타입니다. 그리고 브루스 카퍼는 두 타석 연속 2루타를 때려냈습니다.❞
❝낮은 공을 걷어 올렸습니다. 우중간, 우중간입니다. 우익수가······ 아, 그대로 우익수 키를 넘겼습니다. 우익수 키를 넘긴 이 타구게 팬스까지 굴러가며 세 타자 연속 2루타가 됐고, 한 점이 더 보태져서 양키스가 열 번째 득점을 만듭니다.❞
❝잘 맞은 타구가 좌중간입니다. 좌익수 따라가지만, 그 앞에 떨어지는 안타입니다. 아. 공이 좌익수의 가랑이 사이로 빠져나가는군요. 또다시 2루타가 될 듯. 2루 주자는 이미 홈에 들어왔고, 제임스 저스티스가 결국 2루에 들어갑니다. 이야. 양키스의 공격력이 정말 대단히 무섭네요. 홈런 이후 네 타자 연속 2루타, 그러니까 지금 무려 다섯 타자 연속 장타입니다.❞
❝낮은 공을 잘 공략해냈습니다. 이번에도 또 좌중간 쪽입니다. 좌익수와 중견수 쫓아갑니다. 그러나 이 타구는 그대로 원바운드로 펜스를 직접 때리는군요. 2루 주자가 홈에 들어오며 12:0이 됐습니다. 이제 다섯 타자 연속 2루타, 여섯 타자 연속 장타인데, 이것도 MLB 신기록 아닌가요?❞
크라웃-카퍼-마이크-제임스-사무엘의 연속 2루타로 순식간에 12:0까지 스코어를 벌렸는데, 그 와중에 상대 팀의 불펜은 계속 텅 비어있었고, 감독이나 코치가 마운드에 올라와 보지도 않았다.
음······
이거 설마 벌투인가?
콘동님의 후예가 이쪽 동네에도 있었네.
이후에 케빈이 볼넷을 골라 나갔지만, 레이와 해리가 우익수 플라이와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2사가 됐고, 2사 1, 2루의 찬스에서 네 번째 타석을 맞이하였다.
그리고.
❝높은 공을 밀었습니다. 우중간으로 멀리 날아가는 타구가 이번에도 펜스를 넘겼습니다!!!! See-Ya. 태양 왕의 이 4연타석 홈런으로 15:0까지 스코어가 벌어졌습니다.❞
이번 타석에서도 홈런을 때려내며 4연타석 홈런이었다.
내가 한 경기 4연타석 홈런, 두 경기에서 6연타석 홈런은 작년 월드 시리즈에서 쳐봤는데, 아직 한 경기 5연타석 홈런, 6연타석 홈런은 친 적이 없었고, 이는 전 세계 그 누구도 못 해본 위업인데, 이참에 오늘 내가 해내야겠다.
물론 뭐 여섯 번째 타석이 과연 올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지금 스코어가 15:0인데, 내가 알기로는 지금껏 월드 시리즈에서 팀 한 경기 최다 득점 기록은 뉴욕 양키스와 뉴욕 자이언츠가 맞붙었던 1936년 월드 시리즈 2차전에서 나온 18점으로 알고 있는데,
당시 조 디마지오-루 게릭-빌 디키 클린업트리오의 양키스는 장단 17안타를 몰아치며 자이언츠를 18:4로 대파했었다.
디마지오가 5타수 3안타 2타점, 게릭이 5타수 2안타 3타점, 디키가 5타수 2안타 5타점을 기록했고, 1번 타자였던 프랭키 크로세티도 5타수 3안타로 공격의 선봉장 역할을 톡톡히 해줬는데,
그래서 양키스는 그 기세를 몰아 자이언츠를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었다.
그게 역대 월드 시리즈 최다 점수 차 승리인 걸로 알고 있고, 지금 점수 차가 15점 차로, 역대 최다 점수 차 승리 기록은 이미 깨졌고, 이제 18점을 넘어선 월드 시리즈 한 경기 팀 최다 득점 기록, 더 나아가 20득점도 노려봐야 한다.
참고로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토론토 블루제이스 맞붙었던 1993년 월드 시리즈의 4차전에서는 토론토가 7회까지 필라델피아에 14:9로 뒤지고 있었지만 8회 초 한 이닝에만 무려 여섯 점을 득점하며 끝내 15:14로 역전승을 했는데,
이 15:14, 두 팀 합쳐 29점이 났던 경기가 역대 월드 시리즈 한 경기 최다 득점 경기로 기록이 되어 있다.
토론토가 18안타, 필라델피아가 14안타를 쳤고, 양 팀 선발 투수가 각각 2이닝 3피안타 4볼넷 6실점, 2.1이닝 7피안타 4볼넷 7실점으로 일찌감치 무너졌던 핵전쟁이었다.
그리고 아메리카 일베충인 커트 실링하면 가을 야구에 대단히 강했던 투수로 기억되지만, 필라델피아 필리스 소속으로 이 해 월드 시리즈 1차전에 선발 등판했다가 6.1이닝 8피안타 7실점(6자책)으로 신나게 털렸었던 그런 흑역사도 있다.
물론 뭐 5차전에서는 9이닝 5피안타 무실점으로 완봉승을 거두며 만회를 하긴 했다만······
어쨌건.
❝높은 공에 대처합니다. 이 타구가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가 됐습니다. 2루 주자와 3루 주자, 두 명의 주자를 홈에 불러들입니다. 17:0입니다.❞
6회 말에 케빈의 2타점 적시타로 두 점이 더 보태졌고, 17:0의 이 점수가 계속 유지되던 7회 말. 1사에서 다섯 번째 타석을 맞이하였고,
❝높은 공을 잡아당겼습니다. 우중간으로 멀리 날아간 이 타구가 그대로 펜스를 넘겼습니다. See-Ya. 태양 왕이 세계 유일의 5연타석 홈런의 주인공이 됐습니다.❞
상대 팀의 네 번째 투수 이안 헤네시의 96.2마일(154.8㎞)의 바깥쪽 하이 패스트볼을 잡아당겨 5연타석 홈런을 쳐냈다.
이제 우리 팀의 공격 기회는 단 한 번이 남아있고, 마지막 8회 말 공격은 6번 서무엘부터 시작하는데, 과연 나한테까지 타순이 돌아올 수 있을까?
그리고 마침내 우리 팀의 8회 말 공격이었다.
사무엘과 케빈이 나란히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레이와 해리가 연속 볼넷을 골라 나가며, 다행히도 나한테까지 타순이 돌아왔고, 그리하여 2사 1, 2루의 득점 찬스에서 여섯 번째 타석을 맞이하였다.
여기서 홈런을 치면 이제 6연타석 홈런이고, 팀은 21득점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번에도 이안 헤네시가 던진 바깥쪽 하이 패스트볼이 날아오고 있다.
‘따악.’
❝높은 공을 밀었습니다. 좌중간으로 빠르게 날아가는 이 타구가 라인드라이브로 그대로 펜스를 넘겼습니다!!!! See-Ya. 세상에. 이게 정녕 현실입니까? 무려 6연타석 홈런입니다. 정말 눈으로 보고도 믿어지지가 않는군요. 태양 왕이 정말 말도 안 되는 엄청난 일을 또다시 해냈습니다.❞
맞자마자 넘어갈 거라는 것을 바로 알았다.
이것으로 6연타석 홈런.
알렉산더 카트라이더가 최초로 야구의 틀을 잡고, 세계 최초의 야구 경기가 열린 1846년 6월 19일 이래 178년의 기나긴 야구 역사에서 그 누구도 못 했던 일을 내가 해냈다.
사실 지금껏 내가 이룩한 그 모든 기록들이 물론 다 어려운 기록들이지만, 이건 특히 더더욱 어려운 일인데, 우선 한 경기에 타자가 여섯 타석을 맞이할 확률이 얼마나 되겠으며, 그 여섯 타석에서 모두 홈런을 쳐낼 확률이 얼마나 되겠는가.
배트플립과 세레모니와 함께 다이아몬드를 돌고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나는 동료들에게 당당하게 호언장담했다.
“6연타석 홈런이라고. 앞으로 어떤 빌어먹을 새끼가 이걸 또 할 수 있나 내가 지켜보겠어.”
참고로 이 말은 베이브 루스가 시즌 60호 홈런을 치고 동료들에게 했던 말을 그대로 표절한 것이다.
물론 그 후로 로저 매리스가 61홈런을 쳤고, 약쟁이들이 약의 힘을 빌려 70홈런과 73홈런을 쳤고, 이후에 내가 무려 85홈런을 쳤다.
그러나 6연타석 홈런은 아마 앞으로 그 어떤 새끼건 절대 못 칠 것이다.
이건 확실히 내가 장담한다.
물론. 혹시 내가 일곱 번 타석에 들어설 수 있을 경기가 있게 된다면 7연타석 홈런이 나올 수도 있겠다만.
뭐 아무튼 그리하여 경기는 우리 팀의 21:0 대승으로 끝이 났다.
마운드에서는 9이닝 2피안타 20K 무실점.
타석에서는 6타수 6홈런 10타점으로 팀의 승리를 혼자 하드캐리했다.
물론 이 10타점도 월드 시리즈 역대 개인 한 경기 최다 타점이었다.
다만 아쉽게도 개인 한 경기 최다 타점이 되지는 못했는데, 개인 한 경기 최다 타점 기록은 짐 보텀리, 마크 휘튼 두 선수가 1924년, 1993년 각각 기록한 12타점이다.
그러고 보니 이 기록도 욕심이 나는군.
물론 뭐 타점이야 세이버메트릭스가 대중화된 현대 야구에서는 가장 과대평가된 스탯, 아무 쓸모없는 스탯 취급을 받는다만.
그래도 언젠가는 한 경기 개인 최다 타점, 이 기록도 반드시 깨 보이고야 말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