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야구 천재가 마력을 얻어 회귀하면 생기는 일-43화 (43/104)

〈 43화 〉 43. 야구는 원래 잘하는 사람이 잘한다. (수정)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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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야구는 원래 잘하는 사람이 잘한다.

오늘 경기에서 아담의 교체는 분명 잘못된 교체가 맞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지금의 상황에서 T.J는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팀의 베테랑 선수, 그리고 고액연봉자로써, 이성적이지 못한 행동을 하고 있었다.

지금의 상황은 당연하겠지만, 팀 분위기를 더욱 개판으로 만들 뿐이며. 팀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진정해. T.J. 어차피 다 결과론이라고. 그렇게 따지면 홈런을 맞은 내가 가장 잘못한 거야. 네가 이러는 건 팀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T.J가 선을 넘자, 아구스틴이 나서서 T.J를 만류하였다.

“아니, 너는 잘못이 없어. 거기서 더블 플레이 처리가 정상적으로 됐으면 경기가 끝나는 거였잖아. 모든 건 저 빌어먹을 앙헬로, 아담, 두 병신 때문이라고.”

음······

지금 T.J는 어디서 최면이라도 걸려서 누군가한테 조종을 받는 건 아닐까?

이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할 정도로, 지금 T.J는 어딘가 좀 이상한 것 같다.

사실 내가 아는 T.J는 대단히 얌전하고 조용한 사람이고, 저렇게 급발진해서 항명을 하고 누군가와 싸우는 선수는 아니었다.

“너희들도 전부 나랑 같은 생각이잖아. 아담, 앙헬로, 저 병신들만 아니었다면 오늘 경기는 이겼다고.”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 T.J를 편드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T.J. 좀 진정하라고. 물론 앙헬로가 실수를 한 건 안타깝지만, 지금 너는 잘못된 행동을 하고 있어. 어서 아담하고 앙헬로한테 사과해.”

이렇게 정상적인 충고를 해주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그렇게 따지면 T.J, 넌 디비전 시리즈,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뭐 했어? 그리고 네 정규 시즌 타격 성적이나 보고 깝치시지. 네놈이 앙헬로보다 뛰어난 선수라고 생각하는 거냐. 이 먹튀 새끼야.”

이렇게 비아냥대는 선수도 있었다.

지금 상황은 T.J와 아담의 다툼에서 T.J와 팀원 전체의 다툼으로 확전이 되었다.

“T.J, 제발 부탁인데, 팀 분위기를 해치지 말아줘. 나는 우승을 하려고 양키스에 왔지, 이런 꼴을 보려고 양키스에 온 게 아니라고.”

크라웃의 말에서도 깊은 빡침이 묻어나오고 있었다.

“미안해요. 아담, 제가 좀 흥분했어요.”

모든 팀원이 다 외면하고, 돌아서자 결국 T.J는 아담에게 순순히 사과하였고, T.J의 무모한 항명은 그렇게 바로 진압이 되었다.

그리고 하루가 지나서 10월 22일.

1패를 먼저 떠안은 어려운 상황에서의 2차전에 선발 등판하게 됐다.

양 팀의 선발 라인업은 다음과 같다.

***

1. 해리 코니즈 2B

2. 왕태양 P

3. 마크 크라웃 CF

4. 마이크 스켈튼 LF

5. 제임스 저스티스 RF

6. 오스왈도 캄포스 SS

7. 앙헬로 푸엔테스 1B

8. 케빈 사네즈 C

9. 레이 징커슨 3B

***

***

1. 미키 게츠 RF

2. 코리 셀린저 CF

3. 로리 크리거 SS

4. 더스틴 거너 3B

5. 악셀 폰시 1B

6. 닉 옌슨 LF

7. 앨빈 벅스 2B

8. 리코 로페즈 C

9. 클리프튼 커슈너 P

***

어제 항명으로 팀 분위기를 해친 대역죄인 T.J가 바로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되었다.

어쩌면 어제 경기가 T.J가 양키스에서 맞는 마지막 갖는 마지막 경기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문제는 어떻게 처리를 하느냐인데, 연봉 보조를 해준다고 해도, 내년이면 36세가 되는 하락세의 노장 선수를 선뜻 데려가겠다는 팀이 있을까?

더군다나 어제의 항명 사실이 외부로 새 나간다면 더욱 처리가 곤란해질 것이다.

그렇다고 계속 안고 가자니, 팀 분위기, 팀 기강을 확실히 해칠 것이며, 또 그런 부분을 제외하더라도, T.J는 하락세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었다.

팀으로서는 여러모로 대단히 난감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다.

“아담, T.J한테 무슨 문제가 있나요? 오늘 T.J가 왜 결장합니까?”

“어제 T.J와 라커룸에서 분쟁이 있었다는 소문이 있는데, 그 때문입니까?”

선발 라인업을 본 기자들이 라커룸까지 쳐들어와 아담에게 질문을 쏟아냈다.

벌써 어제 사건의 소문이 퍼진 모양이었다.

하긴 고성이 오갔었으니 누군가가 그 부끄러운 상황을 들었을 수도 있겠다.

“T.J는 오늘 몸 상태가 좋지 않아 결장합니다. 그리고 T.J와는 아무 일이 없었습니다. 추측성 보도는 자제해 주십시오.”

과연 아담의 이 해명이 먹힐지는 모르겠다.

“T.J 본인은 몸 상태에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하던데요? T.J 본인도 자기가 왜 제외됐는지 모른다고 합니다. 감독님, 거짓말하지 말고 솔직하게 말하세요. T.J와 뭔 일이 있었습니까?‘

이 기레기는 마치 범죄자를 심문하는 검찰과 같은 고압적인 태도를 보였다.

음······

“라커룸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내가 당신한테 말할 이유가 없고, 당신도 물을 권리가 없소.”

“그러니까 T.J와 무슨 일이 있긴 있었다는 거군요.”

내가 알기로 이 기레기는 뉴욕 지역 언론 기레기인데, T.J와 친했던 거로 알고 있다.

그래서 유독 이 작자만 이렇게 더 표독스럽게 설쳐대는 것 같다.

“당신이 무슨 상상을 하건, 그건 당신 자유지만, 당신의 상상을 소설로 옮기면 우리 팀에 어떤 영향이 갈지, 그리고  T.J에 어떤 불이익이 갈지 한 번 깊이 생각해 봐.”

당연한 말이지만, T.J의 항명 사건이 기사화되는 순간, 팀으로서도 곤경에 처하지만, 무엇보다 T.J 본인이 더 큰 곤란에 처할 것이다.

아담은 기레기들한테 이를 지적해준 것이다.

“그리고, 이곳 라커룸은 외부인 출입 금지입니다. 그러니까 여러분들은 모두 꺼져주세요. 우리 선수단은 공식적인 기자회견 외에 그 어떠한 인터뷰도 거부하겠습니다.”

전에 오클랜드와의 CS 2차전 기자회견에서 봤듯이 아담은 대단히 언론 친화적인 사람이었고, 인터뷰도 모범적으로 하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경기 전에 기레기들이 하도 소란을 떨어대다 보니 신경이 완전히 곤두선 것이다.

어쨌건 다저스의 레전드이자 야구 역사상 가장 위력적인 스크류볼을 던졌던 사나이인 엘 토로, 페르난도 발렌수엘라의 시구였다.

MLB 역사상 신인왕과 사이 영 상을 석권했던 유일한 투수.

물론 이제는 유일한 투수가 아니라 유이한 투수가 될 거다.

아직 MVP나 사이 영 상, 신인왕, 실버슬러거 등 주요 수상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내가 모든 부분을 쓸어갈 것은 당연한 거 아니겠는가?

투타 양쪽에서 WAR이 각각 20을 넘겼고, 톰 탱고가 고안한 사이 영 상 예측 지표인 CYP는 무려 191.7이었다.

지금껏 사이 영 상 수상자 중 이런 압도적인 CYP를 기록했던 투수가 어디 있었던가?

나한테 반대표를 던지는 놈은 제대로 야알못을 인증하는 거고, 바로 매장될 텐데, 어떤 정신 나간 놈이 감히 나에게 반대표를 던지겠는가?

시구 후 발렌수엘라는 다음과 같은 인사를 남겼다.

“지금으로부터 32년 전에 저와 우리 다저스는 저 양키스를 깨부수고 월드시리즈 챔피언이 됐습니다. 이는 제 평생 자랑할 위대한 업적이었습니다. 후배들이 반드시 저 증오스러운 양키스를 깨부수고, 저와 제 예전 동료들의 영광을 재현해 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홈팬들은 발렌수엘라의 인사에 박수와 환호로 답했지만, 원정 팬들의 야유 소리도 그만큼 거셌다.

물론 우리 더그아웃에서도 당연히 야유가 터져 나왔다.

“통산 173승밖에 못한 투수가 무슨 레전드냐? 우리 태양이 당신 따위보다 훨씬 위대하다고.”

앙헬로가 스페인어로 크게 소리를 질렀고, 발렌수엘라도 이를 분명 똑똑히 들었을 것이다.

아······

내가 다 창피하고 부끄러워지네.

발렌수엘라가 앙헬로를 노려보며 퇴장한 후, 드디어 경기가 시작됐다.

상대 팀의 선발 투수는 사이 영 상을 무려 3회나 수상한 현 MLB 최고의 좌완 투수, 그리고 21세기의 샌디 쿠팩스로 불리는 다저스의 에이스 클리프튼 커슈너였다.

mlb.com에서는 과거 커슈너의 노히트 게임을 보도하며,

‘샌디 쿠팩스의 전성기를 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차선책은 커슈너의 오늘 경기를 보는 것이다.’

라는 찬사를 남겼었다.

물론 최근 몇 년은 구속 하락으로 인해 점점 정상에서 내려오려는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어쨌건 그래도 커슈너는 리그를 대표하는 투수 중 한 명이었다.

다만 그런 커슈너도 가을이 되면, 항상 처참하게 무너지며, 커슈너 하면 포스트시즌에 대단히 약한 투수라는 선입견도 있지만, 2020시즌, 2021시즌, 2022시즌의 포스트시즌은 나름 꽤 괜찮은 투구를 해줬었다.

그렇기에 오늘도 어제에 이어 치열한 투수전에 예상이 된다.

1회 초. 선두 타자인 해리가 낮게 떨어진 커브에 헛스윙하며 삼진으로 물러난 후, 1사 상황에서 첫 번째 타석을 맞이하였다.

커슈너는 포심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커브, 3개의 구종을 던지는데, 특히 슬라이더와 커브가 대단히 위력적이다.

다만 경기에 따라, 저 세 구종 중 어느 한 구종이라도 흔들리는 날이 있으면, 그건 투피치 투수가 된다는 뜻이고, 그때는 타자에게 작살나게 얻어맞는 일만 남은 거다.

일단 해리를 상대할 때 보니까 슬라이더와 커브가 오늘 대단히 잘 들어가고 있었다.

일단 첫 타석은 적극적인 공략보다는 공을 오래 보면서, 커트할 공은 커트해 내고, 승부를 길게 가져가 봐야겠다.

“볼.”

일단 초구는 커브였지만, 존에서 벗어났다는 판정이었다.

그리고 의도했던 대로 승부를 길게 끌었고, 볼 카운트는 3-2 풀 카운트에서 9구째였다.

❝잡아당겼습니다. 멀리 날아갑니다. 그러나 중견수가 펜스 바로 앞에서 잡아냅니다.❞

한복판 높은 코스의 90.7(146㎞)의 포심 패스트볼이었는데, 잡아당기는 타이밍이 반 박자가 늦었다.

반 박자만 빨랐더라도 펜스를 넘겼을 것이다.

아무튼.

❝타격했습니다.. 이 타구가 우익수와 중견수 사이를 완전히 가릅니다. 마크 크라웃이 2루에 들어갑니다. 2사 이후에 2루타가 나옵니다.❞

2사 이후에 크라웃이 2루타를 때려냈지만,

❝낮은 공에 헛스윙합니다. 스트라이크 아웃!!!!! 득점권에 주자를 보냈지만, 점수와는 연결하지 못하는 양키스의 1회 초 공격이었습니다.❞

득점과는 연결되지 못한 채 허무한 1회가 끝이 났다.

“오늘도 쉽지 않겠어. 커슈너의 커브와 슬라이더가 긁히는데?”

삼진을 당한 마이크가 한숨을 내쉬었다.

“커브와 슬라이더는 놔두고 포심만 노려서 치면 되잖아요.”

“말이 쉽지. 그게 어디 뜻대로 되냐? 태양, 모든 선수를 너의 기준에 맞춰서 생각하지 말라고. 우리는 네가 아니야.”

하긴 뭐 이건 맞는 말이다.

이래서 눈높이 교육이라는 것이 중요하다는 거다.

그리고 이래서 내가 지도자를 안 하려는 거다.

뭐 어쨌건.

❝높은 공에 헛스윙하며 스트라이크 아웃입니다.❞

❝루킹 스트라이크 아웃입니다. 바깥쪽 꽉 찬 코스에 전혀 대응하지 못했습니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1회 말. 미키 게츠, 코리 셀린저, 로리 크리거, 다저스가 자랑하는 세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깔끔하게 경기를 출발했다.

그러나.

❝빗맞은 땅볼 타구가 3루 쪽으로 굴러갑니다. 3루수 잡아서 2루에 던집니다. 그리고 다시 1루에 연결. 더블 플레이입니다. 양키스가 무사 만루의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무산 시킵니다.❞

팀은 2회 초에 안타와 연속 볼넷으로 만든 무사 만루의 득점 기회를 삼진과 더블 플레이로 무산시키고야 말았다.

음······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노코멘트 하겠다.

❝낮은 공에 헛스윙합니다. 스트라이크 아웃!!!!! 네 타자 연속 삼진입니다. 다저스 타자들도 태양 왕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네요.❞

❝높은 공에 배트 돌았습니다. 삼진입니다.❞

❝배트 돌았습니다!!!! 스트라이크 아웃입니다. 2회까지 여섯 타자 연속 삼진이네요.❞

2회 말도 세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지금까지 무려 여섯 타자 연속 삼진을 잡아내고 있다.

마운드에서 이렇게 상대를 압도할 때 빠르게 선제 득점이 나와야 하는데······

음······

어쨌건 3회 초였다.

일단 이번 이닝은 나한테까지 타순이 이어지니 득점을 기대해 봐도 좋으려나?

앞에 주자가 나가야 하는데······

❝높이 떴습니다. 좌익수가 잡아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해리가 출루에 실패하며 1사가 되었고, 두 번째 타석을 맞이하였다.

첫 타석에서는 타이밍이 반 박자 늦어서 펜스를 넘기지는 못했지만, 타구의 질 자체는 괜찮았었다.

슬라이더와 커브가 오늘 대단히 좋으니, 이 두 구종은 버리고, 포심만 노려쳐야 한다.

그리고.

❝잡아당겼습니다. 좌중간으로 멀리 날아갑니다. 이 타구가 펜스를 넘습니다!!!!! 태양 왕이 양키스의 선제점을 만들어냅니다.❞

초구부터 93.4마일(150.3㎞)의 포심 패스트볼이 한복판에 들어왔고, 정확한 타이밍에 배트 중심에 제대로 맞춰서 펜스 밖으로 보냈다.

두 번의 실패는 없다.

그리고 내가 마운드에 끝까지 버티는 이상 오늘 다저스를 이기는 데는 이 한 점이면 충분할 것이다.

어쨌건 그래서 5회까지 8개의 삼진을 뺏어내며 퍼펙트를 계속 이어갔고, 1:0의 스코어가 계속 유지되는 상황에서 6회 초, 선두 타자로 다시 세 번째 타석을 맞이하였다.

커슈너도 5이닝 6K 3피안타 2볼넷 1실점으로 제법 호투하는 상황.

사실 경기 초반에 대량 득점에 성공하여 커슈너를 일찍 끌어내렸다면, 어제 상대 팀 쪽으로 완전히 넘어갔던 시리즈 분위기를 바로 다시 가져올 수도 있었을 텐데,

2회의 결정적인 무사 만루 찬스를 무산시켰던 것이 대단히 아쉽다.

어쨌건 커슈너와의 세 번째 승부의 결과는.

❝낮게 떨어진 공을 참아냅니다. 14구까지 간 접전 끝에 결국 태양 왕이 볼넷을 골라 나갑니다. 커슈너로서는 대단히 힘이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네요.❞

최대한 많은 공을 던지게끔 계속 커트를 해내다가 결국 볼넷이었다.

아마 엄청 약이 오를 거다.

덕분에 5이닝까지 투구 수가 78개였는데, 92개로 투구 수가 불어났고, 그러자 상대 팀 벤치는 바로 칼같이 커슈너를 마운드에서 내렸다.

두 번째 투수로 올라온 트레이 텍슬리는 퀵모션이 대단히 느린 투수다.

이참에 도루 한 번 더 해볼까나?

아마 상대 팀 더그아웃에서도 내가 또 도루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정규 시즌이었다면 이렇게 도루를 자주 하지는 않을 텐데, 포스트시즌 같은 큰 경기에서는 상대의 허를 찌르는 작전이 대단히 중요하다.

그렇기에 나는 또 뛸 거다.

❝태양 왕이 뛰었습니다. 공은 스트라이크로 들어갔고, 2루에 던집니다. 그러나 송구가 약간 높았습니다. 세잎입니다!!!! 태양 왕이 1차전에 이어 2차전도 또 도루를 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다저스로서는 태양 왕이 1루에 나가도 변수가 하나 더 생기겠네요. 어쨌건 무사에 주자는 2루, 주자가 득점권에 진루했습니다.❞

이제 안타 하나면 바로 추가점이다.

❝높은 공을 잡아당겼습니다. 이 타구가 1루수와 2루수 사이를 빠져나갑니다. 2루 주자가 홈에 들어오며, 양키스가 추가점을 뽑아냅니다.❞

그리고 크라웃의 적시타로 홈에 들어오며 커슈너의 자책점은 2점으로 불어났다.

점수 내기 참 쉽군.

그리고.

❝잡아당겼습니다. 그러나 투수 정면이네요. 투수가 직접 잡아서 처리해냅니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낮은 공에 헛스윙했습니다. 스트라이크 아웃입니다. 오늘 경기 열 번째 삼진을 뺏어내고 있는 태양 왕입니다.❞

6회 말도 삼자범퇴로 막아내며, 이제 그거까지 단 3이닝만을 남겨놓고 있다.

내가 알기로는 월드시리즈에서 그거를 한 투수는 양키스의 돈 라슨 이후로 절대로 없었던 거로 알고 있고, 또 이후에 2044년까지도 없었는데,

내가 그거를 하게 되면 67년 만에 월드시리즈에서 그거를 한 투수가 되는 거고, 또 동시에 그거를 두 번 해낸 투수가 되는 거다.

한국의 아마야구에선 과거 70년대 그거를 중학교 때 한 번, 고등학교 때 한 번, 해서 두 번을 했던 투수가 두 명 있지만, 미국과 일본에는 그거를 두 번 이상 한 투수가 없던 거로 알고 있다.

그런데, 내가 그걸 또 하게 되면, 케빈한테 또 롤렉스시계를 선물해야 하는 건가?

음······

그렇다면 차라리 안 하는 게 나을지도?

그러나.

❝헛스윙. 삼진입니다!!! 미키 게츠가 바깥쪽 낮게 떨어뜨린 싱커에 보기 좋게 속았습니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다저스 타자들이 오늘 경기 열두 번째 삼진을 당했습니다.❞

❝낮은 공을 걷어 올렸습니다. 그러나 타구가 내야를 벗어나지 못하고 높이 떴습니다. 3루수가 파울 라인 바깥에서 잡아냅니다.❞

7회에도 그게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게다가 지금 정규 시즌에 9월 11일 캔자스시티 로얄스와의 경기에서 1회 1실점을 한 이후, 지금까지 63이닝 연속 무실점 기록이 이어지며, 기존 기록인 오렐 허샤이저의 59이닝을 이미 경신한 상황이다.

다저스의 레전드 투수의 기록을 다저스의 홈구장에서 그것도 월드시리즈 경기에서 새롭게 경신했다는 것이 대단히 통쾌하다.

어쨌건 이제 8회 초고, 네 번째 타석이었다.

마운드에 올라온 투수는 내 친구 티미 발킨이었다.

아. 물론 그건 1회차 때 티미가 양키스로 이적해 온 후의 이야기였고, 지금 시점에서는 전혀 모르는 사이였다.

❝잡아당겼습니다. 이 타구가 좌중간을 완전히 갈랐습니다. 공이 펜스 앞까지 굴러가며 태양 왕이 2루에 서서 들어갑니다.❞

초구에 한복판에 몰린 94.1마일(151.4㎞)의 포심 패스트볼을 때려내며 2루타를 만들어 내었다.

옛 친구, 아니 미래의 친구라고 해야 더 정확한가?

아무튼 친구한테는 미안하지만, 그렇다고 인정을 봐줄 수도 없지 않은가.

그리고.

❝밀어친 타구가 그대로 우익수 앞에 떨어졌습니다. 2루 주자가 홈을 밟아 세 번째 득점이 만들어집니다. 다저스에게는 아직 두 번의 공격 기회가 남아 있지만, 지금의 이 실점은 대단히 치명적인 것 같네요.❞

크라웃의 적시타로 홈을 밟으며 한 점을 더 달아났다.

크라웃이 양키스에 온 이후, 내 덕분에 타점이 크게 늘었는데, 나한테 고마워해야 한다.

어쨌건 내 친구 티미는 불쌍하게도, 이후에도 4-5-6-7, 네 타자한테 계속해서 연속 안타를 허용하였고, 점수가 5:0까지 벌어진 상황에서, 홈 관중들의 야유를 들으며 쓸쓸히 마운드에서 쫓겨 내려오고 말았다.

친구야. 힘내. 사노라면 언젠가는 밝은 날도 올 거야.

아무튼.

❝센터 쪽으로 높게 떴습니다. 마크 크라웃이 제자리에서 여유 있게 잡아냅니다.❞

❝낮은 공에 헛스윙합니다. 태양 왕의 열세 개째 탈삼진입니다.❞

❝루킹 스트라이크 아웃입니다. 몸쪽 꽉 찬 코스에 전혀 반응하지 못했습니다.❞

8회 말도 삼자범퇴였고, 이제 그거까지 단 한 이닝만을 남겨 놓고 있다.

그리고 9회 초, 1사 상황에서 다섯 번째 타석이었다.

❝낮게 떨어지며 이번에도 볼이네요. 스트레이트 볼넷입니다.❞

나는 일찍 퇴근하고 싶어서 조금 비슷한 공이면 대충 휘둘러 주려고 했는데, 너무 얼척 없는 공들이 연속해서 들어오는 바람에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걸어 나갔다.

그러나.

❝유격수 땅볼입니다. 유격수가 잡아서 2루에 던져 선행 주자를 처리하고, 볼이 다시 1루에 연결됩니다. 1루에서 아웃되며 더블 플레이가 완성됩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무려 크라웃이 병살타를 치고 말았다.

크라웃도 정말 어지간히 일찍 퇴근하고 싶었나 보다.

❝좌중간으로 높이 떴습니다. 중견수가 이동하여 그대로 처리합니다. 원 아웃. 이제 양키스의 승리까지 아웃 카운트 두 개만을 남겨놓고 있습니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열다섯 개째 삼진을 뺏어내는 태양 왕입니다.❞

이제 딱 한 타자만을 남겨놓고 있다.

투수의 타석인데, 아드리안 코벨로라는 타자가 대타로 들어섰다.

그런데.

❝기습번트입니다. 아. 그러나 이 타구가 파울 라인 바깥으로 벗어나는군요. 글쎄요? 이 상황은 좀 논란이 될 것 같습니다.❞

초구부터 타자가 기습번트를 시도했고, 관중석에서는 바로 야유가 터져 나왔다.

심지어 홈팬들조차 야유를 보낼 정도니 저 친구가 지금 얼마나 터무니없는 막장 짓을 저질렀는지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퍼펙트까지 아웃 카운트 단 하나를 남겨놓고 있는 투수를 상대로 기습 번트 시도.

이건

“제발, 자 좀 헤드샷 맞춰주세요. 저 뒈지고 싶어요.”

비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개념을 밥 말아 처먹었다고 해도 이럴 수는 없는 거다.

참. 이런 역사적인 날에 꼭 튀려고 하는 저런 또라이가 있다니까.

아무튼 상대 팀에서 타임을 불렀고, 저 개념을 밥 말아처먹은 또라이는 바로 다른 대타와 교체되었다.

아드리안 코벨로라고 했나?

워낙 듣보잡이었던 놈이라, 1회차 때 뭐하던 놈이었는지, 제대로 기억조차 안 나는 놈인데, 그 이름 앞으로 똑똑히 기억해 두겠다.

다음에 만날 때 헤드샷은 뒤질 수도 있으니 안 던질 거고, 대신 앞으로 타석에서 보일 때마다 무조건 최소 두 달 진단은 나오게끔 계속 맞출 것이다.

❝빗맞은 땅볼 타구가 투수 정면으로 굴러갑니다. 투수가 잡아서 처리합니다. 1956년 이후 무려 67년 만에 월드시리즈에서 퍼펙트게임이 완성됩니다. 뉴욕의 신 태양 왕은 MLB 역사상 최초로 퍼펙트게임을 두 번 한 투수가 되었습니다.❞

게임 끝.

9이닝 15K로 퍼펙트게임이 달성될 동안의 투구 수는 불과 82개였다.

❝태양, 퍼펙트게임을 두 번 한 투수가 된 소감이 어떤가요?❞

❝먼저 함께한 우리 동료들, 그리고 성원해주시고, 아껴주신 우리 팬 여러분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여러분과 함께했기에, 이런 위대한 업적이 달성될 수 있었습니다.❞

❝9회 2사 상황에서 기습번트가 나온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실패한 3류 무명 선수가 얼마나 대중들의 관심을 받고 싶었으면, 그런 무모한 짓을 했을까 하는 그런 동정이 가긴 합니다. 하지만, 솔직하게 말해서 대단히 불쾌합니다. 아드리안 코벨로 선수의 스포츠 정신에 어긋나는 범법 행위는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겁니다.❞

❝보복이 있을 거라는 말씀인가요?❞

❝네. 무조건 보복할 겁니다. 본인도 그런 짓을 했을 때는 그런 각오쯤은 했을 거로 생각합니다.❞

❝오늘 경기로 오렐 허샤이저의 59이닝 연속 무실점 기록도 경신한 건 아시죠?❞

❝공교롭게도 그 기록이 다저스타디움에서 새롭게 경신이 되었는데, 기록이 경신된데 대해서 오렐과 다저스 팬분들이 너무 상심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이번 시즌, 투타에서 정말 야구 역사에 영원히 남을 위대한 시즌을 보냈는데, 그 비결이 있나요?❞

❝글쎄요? 다른 비결이 딱히 있는 것 같지는 않고, 한국에는 야잘잘, 야구는 원래 잘하는 사람이 잘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제가 원래부터 야구를 잘했고, 제가 원래 가진 능력이 그대로 발휘가 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거로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응원해 주시는 양키스 팬 여러분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네. 항상 저를, 그리고 양키스를 아껴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이, 그리고 우리 모두가 원하는 우승이라는 대업을 이룰 수 있도록 저를 비롯한 우리 팀원 모두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방송사 인터뷰까지 모두 마쳤다.

그리고 다저스 관계자가 우리 구단 관계자들과 나에게 불문율을 어긴 아드리안 코벨로의 범죄 행위에 대해 사죄를 했다.

뭐 당사자가 모르고 한 일이니 넓은 아량으로 용서를 바란다나 어쩐다나 그런 개소리를 지껄였는데,

다시 말하지만, 절대로 용서는 없다. 가만 놔두지 않을 거다

아무튼, LA에서 펼쳐진 두 게임은 1승 1패씩을 주고받았고, 이제 뉴욕으로 옮겨가 3, 4차전을 치른 후, 다시 LA에서 5, 6차전, 그리고 뉴욕에서 마지막 7차전을 치르게 된다.

과연 이 시리즈의 향방은 어떻게 될 것인가?

양키스는 우승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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