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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천재가 마력을 얻어 회귀하면 생기는 일-34화 (34/104)

〈 34화 〉 34. 맞대결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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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맞대결

나의 퍼펙트게임 이후로 우리 팀은 그다음 날인 4월 21일 경기를 내주고, 다시 뉴욕으로 돌아왔다.

하루 휴식 후 4월 23일부터 홈 10연전, 그 후 5월 9일까지 원정 7연전. 총 열일곱 게임을 휴식 없이 치러야 하는 강행군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KBO는 매주 월요일이 휴일로 고정이 되어 있지만, MLB의 휴일은 고정되어 있지 않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땅덩이가 워낙 크고, 또 시차도 있기 때문에, 아무리 비행기로 이동을 한다고 해도 원정을 다닌다는 것이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다.

특히 뉴욕에서 LA, 혹은 뉴욕에서 시애틀 원정은 동부 끝에서 서부 끝까지의 원정이니만큼 큰 고역이라 할 수 있었다.

물론 뭐 지치지 않는 몸이 된 나에게는 이제 그런 영향 따윈 없지만,

어쨌건 4월 23일부터 4월 25일까지의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3연전에서 2승 1패로 위닝 시리즈를 가져왔다.

그리고 오늘이 4월 26일.

오늘부터 LA 에인절스와의 홈 4연전이었고, 4연전의 첫 경기인 오늘 경기는 나의 시즌 다섯 번째 선발 등판이었다.

상대 팀 선발 투수 오타니 슈헤이와의 가슴 뜨거워지는 투타 겸업 투웨이 맞대결이 기다리고 있다.

여기서 가슴이 뜨거워진다는 건, 아마 지켜보는 팬들이 그렇게 느낄 거라는 거지, 사실 내 가슴은 별로 뜨겁지는 않다.

나는 오타니 슈헤이를 전혀 안중에 두질 않고 있는데, 아마 상대방이 나를 많이 의식하지 않을까?

그것보다 선발 등판을 하는 날임에도 2번 타자로 선발 라인업에 포함되었다는 사실이 더 기쁘다.

“태양, 내일은 타격도 할 수 있겠어?”

어제 아담한테 이 말을 들었을 때의 그 흥분이란······

알고 봤더니 LA 에인절스의 단장이 브랜던 아저씨한테 먼저 제안했다고 한다.

양 팀의 투웨이 선수가 투타에서 제대로 승부를 가려보는 모습을 팬들도 원할 것이라고.

뭐 오타니 쪽에서 먼저 그것을 원했다나?

브랜던 아저씨가 그 당돌한 제안에 응하면서, 내가 선발 등판을 하는 날임에도 타석에도 서게 된 것이다.

솔직히 오타니가 감히 나를 도발했다는 게 가소롭긴 하지만, 어쨌건 뭐 그로 인해 선발 등판을 하는 날에도 타석에 설 수 있게 됐으니, 한편으로는 오타니한테 고맙다.

한 번 이렇게 선발 등판 하는 날에도 타석에 서게 되면, 앞으로도 선발 등판을 하는 날에도 타석에 설 기회가 많아질 것이다.

원래 처음이 어렵지, 두 번이 어려운 게 아니지 않는가.

뭐 그래서 투웨이 맞대결이라는 이 이벤트는 팬들에게는 큰 볼거리였고, 또 많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렇게 스토리텔링이 만들어 지고, 이 스토리텔링으로 인해 야구, MLB의 인기와 관심이 더욱 올라가면 모두에게 다 좋은 거 아니겠는가.

어쨌건 경기 전에 오타니와 따로 만났고, 악수를 했다.

그리고 오타니가 자신만만한 말투로 말했다.

“오늘 경기 서로 잘해보자. 절대로 지지 않을 거야.”

그 말에 따로 대답을 하지 않고, 악수만 했다.

그런데 오타니는 대체 뭘 믿고 저렇게 잔신만만한 걸까?

냉정히 말해서 실력은 내가 오타니보다 몇 수는 위일 텐데 말이다.

아무래도 하늘이 얼마나 높은 줄 모르나 본데, 그래. 어디 오늘 한 번 제대로 두고 보자.

내가 하늘이 얼마나 높은지를 제대로 보여줄 테니까.

어쨌건 양 팀의 선발 라인업은 다음과 같다.

***

1. T.J. 르몰드 2B

2. 왕태양 P

3. 마이크 스켈튼 RF

4. 앙헬로 푸엔테스 1B

5. 오스왈도 캄포스 SS

6. 케빈 사네즈 C

7. 오시리스 로블레스 LF

8. 레이 징커슨 3B

9. 로건 덤브릴 CF

***

***

1. 호머 알더링크 SS

2. 오타니 슈헤이 P

3. 마크 크라웃 CF

4. C.W. 베세커 1B

5. 파블로 히메네즈 LF

6. 토미 토버그 RF

7. 피트 립스테인 3B

8. 호세 발레로 2B

9. 케이든 앤더슨 C

***

현 MLB 최고의 슈퍼스타이자 오늘날 MLB를 대표하는 아이콘인 마크 크라웃.

2010년대의 MLB는 그의 시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현재의 현역 선수 중 HOF 입성은 따놓은 거나 마찬가지.

실제로 1회차 때는 첫 턴에 98.9%의 득표로 바로 입성했었다.

그런데, 그런 슈퍼스타를 데리고도 LA 에인절스라는 팀은 요 몇 년간 계속 지구 하위권을 전전하고 있었고, 그래서 이 슈퍼스타는 결국 안타깝게도 우승반지 하나 없이 은퇴하게 된다.

참고로 내 자랑은 아니지만, 1회차 때 나는 우승반지 일곱 개를 가지고 은퇴했었다.

어쨌건 1회 초 에인절스의 공격으로 경기가 시작됐다.

그리고.

❝빗맞은 땅볼 타구가 3루 방향으로 굴러갑니다. 3루수가 잡아서 처리합니다.❞

첫 타자를 2구 만에 땅볼로 잡아낸 후, 오타니와의 마운드에서의 첫 번째 승부였다.

“스트라이크.”

몸쪽 꽉 찬 코스에 107마일(172.2㎞) 3226rpm의 포심 패스트볼을 집어넣었고, 오타니는 반응하지 못했다.

오타니 본인도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지만, 이런 공은 그로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것이다.

클라스 차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거다.

이것이 오타니와 나의 클라스 차이였다.

“볼.”

이번에도 같은 코스로 106.2마일(170.9㎞) 3089rpm의 포심 패스트볼이 들어갔는데, 주심의 손이 올라가지 않았다.

아까 공이랑 지금 공이랑 대체 차이가 무엇이란 말인가?

오늘 오타니를 상대로는 계속 몸쪽 코스만 던질 것이다.

그리고.

‘부웅.’

또다시 같은 코스로 들어갔는데, 이번 공은 커트해내었다.

그리고.

❝바깥쪽 낮은 공. 배트 돌아가고 마는 슈헤이 오타니입니다. 슈헤이의 첫 타석은 삼진입니다.❞

몸쪽 공만 던질 거라고 했지. 바깥쪽 낮은 공을 안 던질 거란 말은 하지 않았다.

오타니가 분하다는 듯 씩씩거리며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어쨌건 이제 슈퍼스타 크라웃과의 승부였다.

그리고 2-2의 5구였다.

❝배트가 부러졌고, 타구가 내야 높이 떴습니다. 투수가 잡아내며 세 번째 아웃 카운트가 올라갑니다.❞

슈퍼스타도 뭐 별거 없다.

그리고.

❝8구. 바깥쪽 낮은 공을 결국에는 참아냅니다. 선두 타자가 출루합니다.❞

일단 선두 타자가 볼넷으로 출루하며 판이 깔렸고, 오타니와 타석에서의 첫 번째 승부였다.

“볼.”

지금의 이 스플리터는 구속이 91.2마일(146.8㎞)에 1439rpm으로 낮게 떨어졌지만, 그냥 지켜봤다.

이미 몇 번 했었던 말이지만, 포크볼이나 스플리터는 회전이 없고, 어차피 쳐도 멀리 나가지가 않는 구종이다. 굳이 노려 칠 이유가 없다.

빠른 공만 노려 치면 된다.

“볼.”

음······

스플리터는 아무리 던져봐야 나는 배트가 나가질 않고, 다 골라내는데, 아무 의미 없는 짓은 왜 하는 거지?

“볼.”

이번 공은 102.1마일(164.3㎞) 2449rpm의 포심 패스트볼이었는데, 내가 피하지 않았다면 몸에 맞았을 것이다.

음······

원체 제구력이 불안한 투수니 아마 고의는 아닐 거라고 믿는다.

만일 고의로 나를 맞추려 한 거라면, 나는 반드시 보복할 거다.

어쨌건 현재 볼 카운트는 3-0. 투수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볼 카운트였다.

그리고.

❝높은 공을 밀었습니다. 높이 뜬 타구가 센터 쪽으로 빠르게, 멀리 날아갑니다. 펜스를 넘겼습니다!!!! See-Ya. 태양 왕. 시즌 17호 홈런으로 양키스가 두 점을 앞서갑니다.❞

몸쪽 높게 들어온 빠른 공을 가볍게 밀어서 그대로 펜스를 넘겨버렸다.

기술적으로도 거의 정석으로 완벽한 스윙이었다.

그리고.

❝5구. 바깥쪽!!!! 볼입니다. 바깥쪽 꽉 찬 코스로 정말 기가 막힌 공이 들어왔지만, 주심의 손이 올라가지 않았습니다. 이건 태양 왕으로서는 정말 아쉽겠네요. 볼넷입니다.❞

2회 초에는 주심의 스트라이크 존 조작 덕분에 선두 타자를 내보내냈고,

❝밀어친 타구가 3루수와 유격수 사이를 그대로 빠르게 빠져나갑니다. 볼넷 이후 안타로 주자는 무사 1, 3루입니다. 실점 후에 주자를 바로 득점권에 보내는 에인절스입니다.❞

이어서 안타로 무사 1, 3루의 실점 위기를 만들었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그리고 다음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이제 더블 플레이면 이닝 끝이었다.

그러나.

❝낮은 공을 찍어 때렸고, 땅볼 타구가 돼서 2루로 굴러갑니다. 2루수 잡아서 2루에  던져 아웃을 시키고, 볼이 1루로 연결이 됩니다. 오!!!!! 송구가 빗나갔습니다. 이닝은 아직 안 끝났습니다. 그 틈에 3루 주자가 홈에 들어오면서 득점이 인정됩니다.❞

유격수인 오스왈도가 생전 안 하던 악송구를 하며 더블 플레이로 이닝이 종료되어야 할 상황에 억울하게 한 점의 실점을 하고 말았다.

후······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어쨌건 삼진으로 결국 이닝을 마무리하였다.

그리고.

❝쳤습니다. 유격수 땅볼인데요. 바운드가 큽니다. 잡아서 던지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내야 안타입니다.❞

2회 말 공격이 삼자범퇴로 종료된 이후, 3회 초에 첫 타자에게 내야 안타를 허용하였지만,

❝다시 유격수 땅볼입니다. 2루에 던져 원 아웃. 그리고 다시 1루에 던져 두 번째 아웃 카운트를 잡아냅니다.❞

후속 타자를 더블 플레이로 처리하였고, 다시 오타니와의 승부였다.

그리고 결과는?

❝4구. 바깥쪽 낮은 공에 헛스윙합니다. 슈헤이 오타니가 첫 타석에 이어 두 번째 타석도 삼진으로 물러나네요.❞

이번에도 당연히 삼진이었다.

심지어 첫 타석 때와 패턴도 똑같았다.

다시 말하지만, 바깥쪽 낮은 공을 안 던질 거라는 말은 안 했다.

그리고 3회 말. 선두 타자 T.J가 삼진으로 물러난 후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그리고.

❝5구. 낮은 공에 반응하지 않으면서, 태양 왕이 시즌 32개째 볼넷을 골라 나갑니다. 95타석에서 볼넷을 무려 32개나 골라냈는데, 파워도 파워지만, 정말 놀라운 선구안이네요.❞

결과는 낮게 떨어진 스플리터를 참아내며 볼넷이었다.

참고로 볼을 잘 보는 건 마력과는 아무 연관이 없다.

내가 원래 동체시력이 좋았고, 또 공을 잘 느낀다.

요 며칠 전에 MLB에서 선구안이 개판이기로는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갈 앙헬로가 내게 대체 어떤 훈련을 해야 선구안이 좋아질 수 있냐고 물었었지만, 나는 그에 대한 답을 해줄 수가 없었다.

다만 타석에서 좀 더 인내심을 가지라는 원론적인 이야기만 해줄 수밖에 없었는데,

선구안이라는 것은 타고나는 거지, 어떻게 노력한다고 개선될 수 있는 게 아니다.

과거에 어떤 대학교수라는 작자가 투수가 던지는 공을 포수 뒤에서 보는 훈련을 하면 선구안이 향상되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당당하게 말한 적이 있었는데, 야알못, 방구석 이론가만이 할 수 있는 훌륭한 개소리였다.

타격을 하지 않고 공을 보는 연습만 하는 것이 선구안 향상에 무슨 도움이 되겠으며, 타석에서 공을 보는 것과 포수 뒤쪽에서 공을 보는 것이 어찌 같을 수가 있겠는가.

명색이 대학교수라는 자가 저런 쓸데없는 개소리를 당당하게 하는 걸 보면, 그 밑에 학생은 대체 뭘 배울지 심히 궁금해진다.

그래서 보통 타자가 투구를 놓치지 않고 끝까지 볼 수 있는 최대의 거리는 타자가 서 있는 위치에서 1.8미터 전방 부근이라고 하는데,

만약에 타자가 홈 플레이트로 들어오는 공의 궤적을 포착하려고 한다면 고개를 돌려 시선을 이동 시켜야 하는데, 그사이에 공의 중간 단계 궤적을 놓치게 된다.

어쨌건 내가 볼넷으로 출루했음에도, 후속타 불발로 홈에 들어오지 못했고,

❝날카로운 타구가 3루 라인 선상 안쪽에 떨어지며 페어가 됐습니다. 타구가 펜스까지 굴러갔고, 마크 크라웃이 2루에 그대로 서서 들어갑니다.❞

4회 초에는 방심하다가 크라웃에게 2루타를 처맞고야 말았는데, 한복판이었다고 해도 105.8마일(170.3㎞)이나 된 공을 밀어쳐서 장타로 만들다니.

확실히 역시 좋은 선수긴 좋은 선수다.

그러나.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그런 좋은 선수도 동료 복은 지지리도 없다는 안타깝고도 대단히 슬픈 사실.

어쨌건 4회 말도 무득점으로 끝이 나고, 5회 초였다.

앞의 두 타자를 공 세 개에 유격수 땅볼과 내야 땅볼로 잡아낸 후 오타니와의 세 번째 승부였다.

결과는?

❝몸쪽. 들어왔습니다!!!! 슈헤이 오타니가 세 번째 타석에서도 삼진으로 물러나며 태양 왕한테 전혀 꼼짝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삼진이었다.

0-2에서 오타니는 내가 이번 타석에서도 바깥쪽으로 낮게 떨어뜨릴 거라 예상했겠지만, 같은 패턴을 세 번 사용하는 멍청이가 어디 있겠는가.

어쨌건 5회를 공 여섯 개로 마무리하면서, 초반에 늘어났던 투구 수를 크게 줄였다.

그리고 5회 말 2사 후에 세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볼.”

“볼.”

“볼.”

“볼,”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시즌 33번째 볼넷을 얻어 나갔다.

지금은 오타니가 나와의 승부를 회피한 건지, 아니면 갑자기 제구가 무너진 건지는 모르겠다만, 너무 어이없는 공들이 연속해서 들어왔다.

그러면서

❝잡아당겼습니다. 왼쪽으로 높은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이 타구가 펜스를 넘겼습니다!!!!! 마이크 스켈튼. 시즌 여덟 개째 홈런. 양키스가 두 점을 더 보태 4:1로 달아납니다.❞

마이크의 홈런으로 홈을 밟은 데 이어.

❝잡아당겼습니다. 이번에도 왼쪽입니다. 아!!! 그대로 펜스를 넘겨버립니다. 앙헬로 푸엔테스. 시즌 네 개째 홈런. 이게 웬일입니까? 2사 후에 슈헤이 오터니가 백투백홈런으로 거짓말처럼 무너지고 있습니다.❞

앙헬로의 백투백홈런으로 오타니는 결국 기어이 5실점을 채우고야 말았고, 결국 5회를 못 넘기고 강판당하였다.

타석에서 나는 1타수 1안타 1홈런 3볼넷, 오타니는 3타수 3삼진.

마운드에서 나는 7이닝 4피안타 1실점 12K, 오타니는 4.2이닝 5실점.

나의 완벽한 승리였다.

그리고 4월 27일, 4월 28일, 4월 29일도 마찬가지였다.

4월 27일은 내가 5타수 3안타 1홈런 5타점, 오타니가 5타수 무안타,

4월 28일은 내가 2타수 1안타 1홈런 3타점 3볼넷, 오타니가 5타수 1안타.

4월 29일은 내가 5타수 2안타 2홈런 6타점, 오타니가 4타수 1안타.

그래서 4월 29일까지의 나의 타격 성적은 22경기에 출장해서 111타석 75타수에서 타율 0.507, 안타 38, 2루타 10, 3루타 1, 홈런 21, 루타 113, 타점 65, 볼넷 36, 출루율 0.667, 장타율 1.507, OPS 2.173, ISOP 1.000인데,

이제 나의 시즌 80홈런 공약이 허언이 아니라는 것을 다들 깨우쳤고, 또 내가 테드 윌리엄스 이후 무려 82년 만의 4할 타자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의심하는 이도 없었다.

나는 투타에서 MLB의 모든 기록을 다시 쓸 것이다.

그리고 우리 팀은 LA 에인절스와의 홈 4연전을 모두 가져오면서, 현재 26게임에서 18승 8패 승률 0.692, +10을 기록하며 지구 1위를 질주 중이다.

이 좋은 흐름을 계속 끌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

어쨌건 4월 29일 경기를 끝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오후 7시가 좀 지나 있었다.

집에 돌아오니 특별주문한 롤렉스 시계가 도착해 있었다.

이 시계는 약 1만 8천만 달러, 한화로 약 1200만원 상당의 고가 시계였는데,

내가 차고 다닐 시계는 아니고, 케빈한테 선물할 시계였다.

MLB에서는 퍼펙트게임을 달성한 투수가 그 경기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포수에게 롤렉스 시계를 선물하는 전통과 관례가 있다.

도대체 어떤 빌어먹을 놈이 그런 쓸데없는 전통을 만들었는지는 모르겠다만, 잡히면 절대로 가만 안 둔다.

그래도 뭐 케빈이 선물을 받고 좋아하는 모습을 상상하니, 나름 뿌듯해지기는 한다.

이제 야식으로 마라탕과 마라샹궈, 쿵파오 치킨, 차오멘을 배달시키려고 하는 찰나에 지미한테 전화가 왔다.

“태양, 협찬 제의가 들어왔는데, 어떻게 할 거야?”

하긴. 이쯤이면 협찬이나 광고 같은 것들이 들어올 때가 됐다.

“무슨 협찬인데요?”

“벤틀리에서 차량을 제공해준다는군.”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다른 브랜드도 아니고 벤틀리에서 나한테 협찬을 한다고?

내가 알기로는 지금껏 벤틀리에서는 운동 선수나 연예인, 기타 셀럽 등 그 어느 누구한테도 이런 협찬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벤틀리는 롤스로이스와 더불어 최고급 럭셔리 차 브랜드고, 굳이 그런 협찬, 광고를 하지 않아도 되는 브랜드다.

그런데 뜻밖에도 나한테 협찬을 해주겠단다.

1회차 때도 벤틀리의 협찬을 받아본 적이 없다.

내 차고에는 벤틀리 차량도 가득했지만, 그것은 협찬을 받은 것이 아니라 전부 다 내돈내산이었다.

전에도 한 번 말했지만, 나는 페라리나 람보르기니, 맥라렌 같은 슈퍼카 보다는 롤스로이스나 벤틀리 같은 럭셔리 세단, GTS를 더 선호한다.

“벤틀리 북미 담당 법인에서 네가 롤스로이스를 타고 다니는 것을 본 모양이야. 그래서 협찬을 해준다는데, 조건은 앞으로 3년 간 협찬 받은 차를 의무적으로 타야 한다고 하더군.”

솔직히 다른 허접한 브랜드에서 이런 조건을 걸었으면 그냥 까버렸을 텐데, 벤틀리면 그런 조건을 걸만 했다.

“난 OK에요.”

이걸 거절하는 미친놈이 어디 있겠는가?

하긴, 애초에 나 아니면 그 누가 벤틀리로부터 이런 협찬을 받을 수 있단 말인가?

그래서 벤틀리로부터 받을 차량은 벤테이가 W12 6.0였다.

벤틀리에서는 벤테이가 하이브리드 모델을 준다고 했지만, 내가 우겨서 가장 상위 등급의 최고급 모델을 받기로 한 거다.

심지어 그 차는 뮬리너 옵션이 적용되어, 세상에서 단 한 대뿐인 나만의 벤테이가로 수제작으로 만들어질 것이다.

따라서 차량을 인도 받을 때 까지 앞으로 최소 몇 달을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그래도 나는 그 시간을 즐겁게 기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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