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화 〉 29. 핵전쟁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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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핵전쟁
“괜찮아. 질 수도 있어. 162게임 중 겨우 한 게임 졌을 뿐이야. 기운들 내고, 푹 쉬고, 내일 경기 잘 준비하자.”
혈전이 끝난 후 선수들이 더그아웃에 다들 처져있자, 아담이 손뼉을 치면서 선수들을 독려했다.
음······
글쎄?
뭐 그렇게 좋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넘어가야 하는 상황인 건 맞는다만, 애초에 이런 상황을 만든 이가 누구더란 말인가?
그리고 그렇게 넘기기엔 오늘 경기의 상처와 후유증은 대단히 컸다.
당장 불펜 투수를 다 소모했고, 내일 경기 선발 투수인 로드리고까지 당겨 쓴 마당에, 내일 경기 선발 투수는 AAA에서 콜업을 한다고 쳐도, 그 뒤는 누가 던진단 말인가?
물론 이는 상대 팀도 마찬가지 상황이고, 오히려 상대 팀의 상황이 더 좋지 않다.
AAA에서 내일 경기 선발 투수를 콜업을 한다고 치면, 볼티모어의 선발 투수는 노퍽에서 뉴욕으로 이동해 와야 하고, 우리 투수는 펜실베니아 무직에서 이동해 온다.
비행기가 아닌 자동차로 온다고 치면 노퍽에서 뉴욕까지는 7시간 거리, 무직에서 뉴욕까지는 3시간 거리다.
상대 투수의 이동 거리가 더 길기 때문에, 체력적인 면에서야 우리 투수가 더 유리할 수밖에 없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오늘 경기는 비록 안타깝게 졌지만, 내일 경기는 우리에게 분명 절대적으로 유리할 거라는 거다.
어쨌건 불쾌한 기분을 뒤로한 채, 늦은 저녁 식사는 가족과 함께 밖에서 외식을 하였다.
뉴욕의 차이나타운에 위치한 Hop Kee Restaurant라는 중식당이었는데, 몇 년 전 한국의 어떤 예능 프로그램에서 모 연예인이 뉴욕에 살았을 시절 단골 맛집이었다고 방송을 탔던 그 식당이었다.
놀란 라이언은 ‘메이저리그 투수로서 소화해야 하는 쳇바퀴 같은 일상 도중 가족과 함께하는 식사는 일종의 포상휴가처럼 느껴진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놀란 라이언의 저서 ‘피처스 바이블’에 분명히 나와 있는 말인데, 내 생각도 그와 비슷하다. 특히 나처럼 가족과 멀리 떨어져서 사는 선수들은 시즌 중에 온 가족이 모여 함께 식사할 수 있는 기회가 그렇게 많지가 않다.
그 얼마 되지 않는 좋은 기회에서 좋은 기분으로 식사를 해야 하는데, 누구 때문에 기분을 완전히 잡쳐서 별로 유쾌하지 않은 기분으로 식사를 해야 했다.
그리고 다음 날인 4월 11일.
볼티모어와의 3연전의 마지막 경기였다.
전날 힘든 경기를 치렀음에도, 볼티모어의 선발 라인업은 어제와 똑같았고, 우리 팀만 라인업에 변동이 있었다.
***
1. T.J. 르몽드 2B
2. 왕태양 DH
3. 제임스 저스티스 RF
4. 마이크 스켈튼 LF
5. 오스왈도 캄포스 SS
6. 앙헬로 푸엔테스 1B
7. 레이 징커슨 3B
8. 카를로스 오테로 CF
9. 토니 잭슨 C
P. 훌리오 팔라시오스
***
대체 선발 투수로는 콜업 1순위인 훌리오가 콜업 되었다.
밤늦게 갑자기 콜업 통보를 받고, 새벽 비행기로 이동해 왔는데, 확실히 정상 컨디션이 아닌 상황에서 MLB 데뷔전을 치러야 하는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
물론 이는 상대 팀의 선발 투수인 장바이룽(張白龍)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치열한 난타전이 예상되지만, 타자들도 어제 경기로 다들 지쳐있기 때문에, 또 모르지.
장바이룽은 대만 야구가 자랑하는 초특급 유망주로, 뭐 메이저리그서는 당연히 성공하지 못하고, 고국으로 리턴하게 된다.
작년 8월에 처음 콜업이 돼서, 두 게임에서 22.50이라는 충격적인 평균 자책점을 기록하고 마이너로 다시 강등됐는데,
그 여파로 2022년에는 29위였던 BA 전체 유망주 랭킹이 2023년에는 100위권 밖으로 밀리는 굴욕을 당했다.
오늘 신나게 두들겨 패줄 것이다.
내게는 이놈을 두들겨 패줘야 할 대의명분이 있다.
나는 이놈이 내가 양키스와 계약한 이후 어떻게 입을 털었는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타이완 특급 장바이룽, “왕태양, 별로 특별하지 않은 선수” 냉철한 평가》
1회차 때나 2회차 때나 똑같이 이렇게 짖었고, 저런 제목으로 기사가 났는데,
개소리를 하는 놈이나 저런 개소리를 냉철한 평가로 포장을 하는 한국 기레기나 똑같은 수준이었다.
나 참. 진짜 꼴 같지도 않아 가자고.
애초에 내가 상대를 할 필요도 없고, 언급해줄 가치조차 없는 찌그레기 중의 상 찌그레기라 그냥 무시하고 말았다만.
아무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세상 무서울 거 없이 겁도 없이 까부는 저 미련한 어린놈을 단단히 참교육 해줄 것이다.
그리고 경기가 시작됐다.
훌리오가 1회를 삼자범퇴로 무난하게 잘 막아낸 후, 1회 말이었다.
“볼.”
“볼.”
“볼.”
“볼.”
일단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T.J가 걸어 나갔다.
장바이룽한테는 대단히 안 된 일이지만, 하필 오늘 경기의 주심은 제이미 데이비스였다.
저놈이 어떤 공을 던지건, 웬만한 공은 다 볼로 판정된다는 이야기다.
아무튼 오늘 경기의 첫 번째 타석이었다.
❝밀었습니다. 센터 방향으로 빠르게 날아갑니다. 그리고 이 타구가 펜스를 넘어갔습니다!!!! See-Ya. 태양 왕. 자신의 시즌 아홉 번째 홈런을 밀어서 라인드라이브로 넘겼습니다.❞
초구에 한복판에 높은 코스로 딱 홈런 치기 좋은 배팅볼이 들어왔고, 이걸 밀어서 라인드라이브로 넘겨버렸다.
겨우 이런 한심한 배팅볼이나 던지는 주제에 뭐가 어쨌다고?
그리고.
❝잡아당겼습니다. 이번엔 오른쪽으로 멀리 뻗어갑니다. 그리고 펜스를 직접 때렸습니다. 제임스 저스티스가 편안하게 2루에 안착합니다. 홈런 이후에 다시 2루타가 나옵니다.❞
❝밀어친 타구가 좌중간을 완전히 갈랐습니다. 2루 주자를 홈으로 인도합니다. 그리고 마이크 스켈튼은 2루에 서서 들어갑니다. 점수는 이제 3:0. 양키스가 한 점을 더 달아납니다.❞
2루타 두 개로 순식간에 바로 한 점을 더 추가하였다.
그리고.
❝쳤습니다. 빠른 타구가 센터 쪽으로 빠져나갔습니다. 중견수가 볼을 한 번 더듬은 사이에 2루 주자가 홈까지 파고듭니다. 홈에서, 홈에서 세잎입니다!!!!! 볼넷 후에 무려 네 타자 연속 안타. 바이룽 장에겐 대단히 가혹한 1회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적시타로 한 점을 더 달아났고,
“볼.”
“볼.”
“볼,”
“볼.”
앙헬로와 레이한테는 연속해서 스트레이트 볼넷이 나오며 무사 만루. 누상에 주자가 꽉 채워졌다.
그리고 이 폭탄은 카를로스에게로 이어졌다.
어제 경기에서도 7타수 무안타로 끝내 안타를 기록하지 못했었다.
음······
❝5구. 바깥쪽 낮은 공에 배트가 따라 나오면서 카를로스 오테로가 결국 삼진으로 물러납니다.❞
결국에는 바깥쪽 낮게 들어온 커브에 크게 헛스윙을 하며 삼진이었다.
카를로스도 공을 잘 보는 타자인데, 확실히 최근 안 좋다 보니까 선구안까지 완전히 무너졌다.
“후······”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카를로스가 땅이 꺼지라 한숨을 내쉬었다.
“괜찮아. 그럴 수도 있어. 말했잖아. 열 번 중에 일곱 번을 실패해도 누구도 너에게 뭐라 그러는 사람 없으니까 마음을 편히 가지라고.”
데렉이 카를로스의 어깨를 토닥이며 위로했지만,
음······
뭐 어쨌건 폭탄은 다음 타자인 토니 잭슨에게로 이어졌다.
상대방 투수는 배팅볼을 던지는 마이너리거, 그리고 지금은 스트라이크를 거의 못 던지고 있었다.
쓸데없는 짓을 안 하고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살아나갈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잡아당겼습니다. 2루수 잡아서 2루에 토스. 투 아웃. 그리고 다시 1루에 토스. 스리 아웃입니다. 잔루는 만루. 무사 만루의 좋은 기회에서 달아나는 데 실패하는 양키스입니다.
결국, 더블 플레이가 나오면서 추가 득점에는 실패하고 말았다.
음······
지금은 할 말은 많지만, 그냥 노코멘트 하겠다.
어쨌건 뭐 일단 넉 점을 벌었고, 이 정도면 투수에게 있어서 제법 넉넉한 득점 지원이라 할 수 있었다.
생각해 봐라.
잘 던지고도 단 한 점도 득점 지원을 받지 못해 패전투수가 되는 투수가 얼마나 많던가?
작년의 도니만 해도 평균 자책점은 3.82였는데, 승은 단 9승. 심지어 무려 18패나 했다.
놀란 라이언만 봐도 그가 얼마나 불운했던 투수였는지 알 수 있다.
1972시즌의 놀란 라이언은 무려 284이닝을 던져 2.28의 평균 자책점을 기록했다.
그 시즌에 그가 몇 패나 했을 것 같은가?
놀랍게도 그 시즌에 그는 무려 16패나 기록했다.
19승 16패였다.
득점 지원만 제대로 받았어도 30승은 할 수 있었고, 그렇게 되면 그 시즌의 사이 영 상도 충분히 탈 수 있었을 것이다.
당시는 사이 영 상이나 MVP 투표에 세이버 스텟보다는 클래식 스텟이 우선시 되던 시대였으니까.
그런데, 더 놀랍게도 그의 불운은 그 시즌이 끝이 아니었다.
1973시즌은 326이닝이나 던져 2.87의 평균 자책점을 기록하고도 역시 무려 16패나 했으며, 그다음 시즌인 1974시즌도 333이닝을 던져 2.89의 평균 자책점을 기록했지만, 역시나 16패나 했고, 그런 시즌이 계속 이어졌다.
그리고 1987시즌. 그의 나이 불혹에는 2.76의 평균 자책점을 기록하고도 8승 16패. 10승도 채 하지 못했다.
그가 제대로 된 팀에서 제대로 된 득점 지원만 받았어도 사이 영 상은 몇 번은 탔을 거고, 400승까지도 충분히 가능했을 것이다.
그보다 매 시즌 250이닝 이상을 밥 먹듯이 던지고, 심지어 300이닝도 아무렇지 않게 던지던 그 미친 내구성.
그러고도 만 46세 때까지도 98마일(157.7㎞)을 던졌다.
이 정도면 그 역시 정상인의 범주를 벗어난 초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어쩌면 그 역시 나처럼 마력을 가지고 있지 않았을까?
요는 그런 불운한 투수도 있는데, 넉 점이면 정말 과분한 득점 지원이라는 것이다.
과연 이 상황에서 훌리오가 어떤 투구를 이어갈 것인가?
어차피 오늘 뒤에 올릴 투수가 마땅치 않다.
그렇기 때문에 훌리오가 가능한 많은 이닝을 먹어줘야만 한다.
일단 1회는 대단히 깔끔했고, 1회처럼만 계속해주면 된다.
음······
그러나.
❝잡아당겼습니다. 이 타구가 왼쪽 높은 포물선을 그립니다. 높게!!!! 그리고 멀리!!!! 펜스를 넘깁니다!!!! 그랜드슬램!!!! 단숨에 게임이 원점으로 되돌아갑니다.❞
2사를 잘 잡아놓고는 갑자기 세 타자에게 연속 볼넷을 내주더니 급기야는 9번 타자인 호라시오 인판테에게 만루홈런을 맞고야 말았다.
아니. 이 무슨······
심지어 저 호라시오 인판테라는 선수는 홈런을 그렇게 많이 치는 선수가 아니었고, 올해로 MLB 경력 7년인데, 7년 동안 통산 홈런이 고작 세 개였었다.
어떻게 고작 저런 타자에게 만루홈런을 처맞을 수가 있단 말인가?
음······
확실히 오늘 경기는 핵전쟁 분위기였다.
그리고 이제 2회 말이었다.
타순이 한 바퀴 돌았고,
❝풀 카운트에서 6구. 바깥쪽 낮은 공을 참아냅니다. T.J. 르몽드가 첫 타석에 이어 두 번째 타석도 볼넷으로 출루합니다.❞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선 T.J가 이번에도 볼넷을 골라 나갔다.
확실히 투수가 제구에 대단히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리고 나의 두 번째 타석은
“볼.”
“볼.”
“볼.”
“볼.”
스트레이트 볼넷이었다.
벌써 다섯 개째의 볼넷을 내주고 있었고, 투구 수가 상당히 많이 늘어났지만, 상대 팀 불펜은 미동도 없었다.
상대 팀도 선발 투수가 가능한 많은 이닝을 버텨줘야만 하는 상황이다.
그리고.
❝쳤습니다. 우중간을 완전히 갈랐습니다. 2루 주자 3루 돌아 홈으로, 그리고 1루 주자까지 홈에 들어옵니다. 제임스 저스티스는 2루까지 들어갔습니다. 점수는 이제 6:4. 양키스가 다시 두 점을 앞서나갑니다.❞
제임스가 다시 2루타를 때려내며, 다시 두 점을 앞서나갔다.
지금은 나의 적극적인 주루도 빛이 났는데, 조 크로세티 3루 코치가 3루에서 멈추라는 사인이었지만, 내가 살 수 있을 거라 판단하고 뛰었다.
그리고.
❝밀었습니다. 이 타구가 이번엔 좌중간을 완전히 가릅니다. 다시 장타 코스. 2루 주자를 홈으로 인도합니다. 제임스 저스티스에 이어 마이크 스켈튼도 두 타석 연속으로 2루타를 기록합니다.❞
마이크도 2루타를 때려내며 점수는 7:4로 벌어졌다.
그러나 아직도 안심하지 못하는 점수다.
다시 말하지만, 오늘 경기는 핵전쟁이다.
최소 열다섯 점 이상은 득점해야 한다.
그러나.
❝낮은 공을 퍼 올렸고, 타구가 내야 높이 떠올랐습니다. 3루수가 잡아내며 첫 아웃 카운트가 올라갑니다.❞
❝5구. 바깥쪽 높은 공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는 앙헬로 푸엔테스입니다.❞
❝빗맞은 땅볼 타구가 2루수 방향으로 굴러갑니다. 2루수가 그대로 잡아서 세 번째 아웃 카운트를 만들어 냅니다.❞
이번 이닝에는 더는 추가 득점을 하지 못하고, 3회 초로 넘어갔다.
그리고 3회에는 양 팀이 모두 삼자범퇴로 물러났고, 4회 초에는
❝잡아당겼습니다. 좌중간으로 높이 뜬 타구가 계속 뻗어갑니다. 그리고 펜스. 어!!!! 넘어갔어요!!!! 그랜드슬램!!!! 이게 웬일입니까? 오늘 경기 전까지 통산 홈런 세 개에 불과했던 호라시오 인판테가 오늘 훌리오 팔라시오스를 상대로 연타석 만루홈런을 때려냅니다. 점수는 8:7. 경기가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훌리오가 호라시오 인판테에게 또 만루홈런을 처맞으며, 한만두라는 환장할 사태가 벌어지고야 말았다.
물론 뭐 박산호 선배처럼 한 이닝에 한 타자에게 만루홈런을 두 방 맞은 완벽한 한만두는 아니었지만, 호라시오 인판테 같은 타자에게 한 경기에 만루홈런을 두 개를 맞은 것도 대단히 창피하고 부끄러운 일이다.
후······
어쨌건 이제 4회 말.
선두 타자로 세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그리고.
“볼.”
“볼.”
“볼.”
“볼.”
다시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걸어 나갔다.
상대 투수는 오늘 경기 여섯 개째 볼넷이었다.
그러자 상대 팀은 투수를 오브리 앳킨스로 교체했다.
원래대로라면 오늘 경기 선발 투수로 등판해야 했지만, 어제 경기에 연장 18회에 등판하여 2이닝을 던졌기에, 오늘 선발 등판하지 못하고, 불펜 투수로 등판한 것이다.
2이닝씩이나 던졌는데, 연투를 해야만 했다.
이는 아마도 우리 팀의 로드리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지금 로드리고도 불펜에서 몸을 풀고 있다.
음······
어쨌건 선두 타자인 내가 출루한 상황.
무조건 홈에 들어가야만 했다.
그리고.
❝잡아당겼습니다. 이 타구가 좌중간으로 높게 포물선을 그리며 멀리 날아갑니다. 좌익수가 끝까지 따라붙습니다만, 이 타구는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넘어갔습니다!!!! See-Ya. 마이크 스켈튼. 시즌 네 번째 홈런. 점수는 9:8로 다시 뒤집힙니다.❞
마이크가 홈런을 때려내며 홈을 밟았다.
시즌 열일곱 번째 득점이었다.
그리고. 이제 5회 초였다.
한 이닝만 버티면 훌리오가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게 된다.
그런데 뜻밖에도 투수가 훌리오에서 로드리고로 교체되었다.
음······
“빌어먹을. 망할 아담. 한 이닝만 더 버텼으면 승리투수였는데.”
훌리오 놈은 입이 삐져나와서는 계속 구시렁거렸다.
어쩌면 사람이 양심이 없어도 저렇게 없을 수가 있을까?
선발 투수가 여덟 점이나 내줬는데도, 4이닝씩이나 끌고 가줬으면 오히려 고마워해야 하는 거 아닌가?
지금은 뒤에 던질 투수가 딱히 없어서 길게 끌고 가준 거였지, 그렇지 않았으면 진즉 교체했을 것이다.
어쨌건 본격적인 핵전쟁은 이제 지금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