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야구 천재가 마력을 얻어 회귀하면 생기는 일-28화 (28/104)

〈 28화 〉 28. 멸망!!!!!!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28. 멸망!!!!!!

다시 하루가 지나서 2023년 4월 10일 월요일.

나의 시즌 두 번째 선발 등판이자 홈팬들 앞에서 나의 위력적인 투구를 처음 선보이는 날이었다.

오늘 경기는 오후 1시 10분에 시작된다.

선수들은 보통 경기장에 10시쯤에 출근을 하고, 빨리 나오는 선수는 여덟, 아홉 시쯤, 좀 늦는 선수도 11시쯤에는 출근을  한다.

나도 오늘은 11시가 넘어서 늦게 출근을 했는데, 할아버지가 직접 삶으신 족발로 풍성한 아침 식사를 하였다.

그런데 카를로스는 오늘도 새벽 여섯 시쯤에 나와서 계속 연습 배팅을 했다고 한다.

전날 데렉이 특별 처방을 내렸음에도 계속 저 미련을 떤다.

그래봤자 자기만 손해고, 더 깊은 수렁에 빠진다는 것을 아직도 모르는 것일까?

저렇게 미련을 떤다고 될 문제가 아닌데. 쯧쯧.

“태양, 나랑 내기하지 않을래? 나는 카를로스가 오늘도 안타를 못 친다는 것에 오백 달러를 걸지. 너는 어때?”

미련을 떠는 카를로스를 보며 데렉이 나한테 내기를 제안해 왔다.

음······

선수가 슬럼프에 허덕이고 있는데, 코치가 그 선수를 대상으로 내기를 한다?

그리고.

“내기가 성립이 안 되잖아요. 저래서 안타를 칠 리가 있겠어요?”

이건 한 마디로 나한테 오백 달러를 그냥 달라는 말이나 똑같았다.

“그냥 웃자고 해본 얘기야. 뭘 그렇게 정색을 하고 그래.”

“안 웃긴데요.”

“유머 감각이 없군.”

내가 유머 감각이 없는 것이 아니라 지금 개그가 수준 이하 아니었나?

어쨌건 오늘 경기의 선발 라인업은 다음과 같다.

***

1. T.J. 르몽드 2B

2. 마이크 스켈튼 DH

3. 제임스 저스티스 RF

4. 앙헬로 푸엔테스 1B

5. 오스왈도 캄포스 SS

6. 루이스 카루소 3B

7. 케빈 사네즈 C

8. 로건 덤브릴 LF

9. 카를로스 오테로 CF

P. 왕태양

***

***

1. 짐 벨에어스 CF

2. 닉 가이슬러 LF

3. 스티브 팔켄버그 RF

4. 웨스 다이아몬드 1B

5. 페데리코 살가도 DH

6. 펠릭스 바르가스 3B

7. 마크 로저스 SS

8. 엘로이 시슬러 C

9. 호라시오 인판데 2B

P. 루벤 메디나

***

상대 팀의 선발 라인업은 어제와 똑같았다.

저 루벤 메디나라는 투수는 오늘 운이 대단히 좋다.

내가 타격을 안 하니, 내가 타격을 할 때보다 점수를 적게 줄 것이 아닌가.

이런 행운은 흔하게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내가 한 시즌을 선발 로테이션을 풀로 돈다고 했을 때 서른네 게임 정도를 등판한다.

그럼 그 서른네 게임에서 나를 만나는 상대 투수로서는 비록 타선의 득점 지원을 못 받아 승리투수가 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방어율과 FIP 면에서는 오히려 이득을 보는 것이다.

물론 뭐 내가 선발 등판 하는 날에도 지명 타자를 없애고, 내가 타석에 들어선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어쨌건.

❝오늘 시구에는 대단히 특별한 손님을 모셨다고 합니다. 바로 오늘 선발 등판하는 태양 왕의 아버지, 태산 왕이라고 하는데요. 태산도 야구 선수였는데, 아마 기억하시는 분들도 많을 겁니다.❞

홈팬들의 열화와 같은 박수를 받으며 아빠가 시구를 위해 양키스타디움의 마운드에 올랐다.

❝태산은 한국에서 산호 팍, BK에 비견되는 유망주였지만, 부상으로 인해 끝내 MLB 마운드를 밟지 못하고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아빠는 힘차게 공을 던졌고, 전광판에는 79.2마일(127.5㎞)가 찍혔다.

“80마일은 넘길 줄 알았는데, 이게 무슨 개망신이냐.”

“그러길래 좀 더 열심히 운동하고 준비하지 그랬어.”

물론 지금 말은 진심으로 한 말은 아니고, 어디까지나 조크다.

그래서 그렇게 시구 행사가 끝이 나고, 드디어 경기가 시작되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모든 이닝은 항상 선두 타자와의 승부가 대단히 중요하다.

그런 점에 있어서 이 짐 벨에어스라는 타자는 보통의 투수라면 상대하기 꽤 까다로워할 수도 있는 그런 유형의 타자였다.

올해로 서비스타임 6년째고, 매 시즌 0.280 이상의 타율은 꾸준히 기록하는 정교한 타격 능력에 매 시즌 OPS 0.850 이상은 꾸준히 해줄 정도로, 어느 정도의 출루 능력과 장타 능력을 동시에 갖추고 있었다.

“볼.”

초구는 105.5마일(169.8㎞) 3058rpm의 포심 패스트볼을 몸쪽 깊숙이 찔러 넣었다.

피하지 않았으면 분명 몸에 맞는 볼이 나왔을 것이다.

어떤 선수는 타격이 자기 뜻대로 안 풀릴 떼 차라리 몸에 맞는 볼이라도 맞고 나가야겠다고 홈 플레이트 쪽에 바짝 붙어 있다가 팔을 일부러 가져다 대기도 한다.

이는 투지가 아니라 진짜로 미련한 짓이고, 그러다 잘못 맞으면 진짜 큰일이 나는 수가 있다.

그러다가 진짜 맞고 골절이 돼서 몇 달을 푹 쉬게 될 수도 있다.

지금은 저 타자가 대단히 현명했던 거다.

타자가 출루 능력이 좋다는 거는 볼을 어느 정도 골라낼 줄 안다는 거니, 지금은 유인구는 무의미하고 계속 정면승부 하면 되는 거다.

그런데 지금 케빈이 낮은 공을 요구하고 있었다.

멍청한 짓이기에, 당연히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데 또 같은 사인이 오는 것이 아닌가.

당연히 또 고개를 흔들었지만, 이번에도 다시 같은 사인이 오는 것이었다.

평소에는 내가 사인을 거부하면, 내 뜻에 맞춰서 다시 사인을 내는데, 지금은 왜 저렇게 쓸데없는 고집을 부리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볼.”

결과는 역시나였다.

낮게 떨어지는 공은 참아낼 줄 아는 타자라 아무 의미가 없다.

그리고.

❝빗맞았습니다. 3루수 쪽으로 느리게 굴러갑니다. 3루수가 잡아서 급하게 1루로 던지지만, 이미 세잎입니다. 짐 벨에어스가 내야 안타를 기록하며, 선두 타자가 살아나갑니다.❞

풀 카운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102.2마일(164.5㎞) 3129rpm의 커터로 땅볼을 잘 유도했지만, 느린 땅볼이 되며 내야 안타가 되고 말았다.

매 시즌 30개 이상의 도루는 꾸준히 할 수 있는 발이 빠른 주자지만, 지금은 도루를 하건 말건 상관 안 할 거다.

주자가 2루에 가건, 3루에 가건, 어차피 홈에 못 들어온다는 것은 똑같다.

그리고.

❝주자 뛰었습니다. 높은 공에 방망이가 나오면서 헛스윙이고, 2루!!! 2루에서 세잎입니다!!! 짐 벨에어스가 2루를 훔칩니다.❞

❝주자 다시 뛰었습니다. 낮은 공을 참아냈고, 3루에 던집니다. 3루!!! 3루에서 세잎ㄹ입니다!!! 짐 벨에어스가 연속 도루로 3루까지 훔쳤습니다. 이제 외야 플라이 하나면 바로 득점입니다.❞

주자가 도루로 3루까지 갔지만,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당연히 3루 주자가 홈에 들어오는 일은 없었다.

그러나 1회부터 투구 수가 열일곱 개로 불어났다.

많은 이닝을 끌고 가려면 지금부터라도 경제적인 투구를 해야 한다.

어쨌건 내가 없는 1회 말의 공격이었다.

❝쳤습니다. 투수의 키를 넘겨 중견수 앞에 타구가 떨어집니다. T.J. 르몽드가 깔끔한 안타를 만들어내며 선두 타자가 출루합니다.❞

❝잡아당겼습니다. 센터 방향으로 멀리 날아갑니다. 중견수가 펜스 앞까지 따라붙습니다. 중견수 점프!!!! 그러나 잡지 못합니다. See-Ya!!!! 마이크 스켈튼. 시즌 세 번째 홈런입니다. 점수는 2:0. 양키스가 두 점을 앞서갑니다.❞

T.J의 안타와 마이크의 홈런으로 단번에 두 점을 뽑아냈다.

내가 마운드에 있는 이상 두 점은 우리 팀이 승리하기에 충분한 점수다.

그리고 2회 초였다.

❝높은 공을 건드렸고, 타구가 내야 높이 뜹니다. 포수가 파울 지역에서 처리해냅니다.❞

선두 타자를 단 2구 만에 106.4마일(171.2㎞) 2987rpm의 몸쪽 포심 패스트볼로 포수 파울 플라이로 잡아냈고,

❝빗맞은 땅볼 타구가 투수 쪽으로 굴러갑니다. 투수가 잡아서 직접 타자 주자를 처치합니다.❞

❝쳤습니다. 그러나 빗맞은 땅볼 타구가 유격수 정면으로 굴러갑니다. 유격수 잡아서 스리 아웃입니다.❞

후속 타자 두 명에게도 땅볼을 유도해 내며 이번 이닝은 공 일곱 개로 클리어했다.

이어진 2회 말 공격은 삼자범퇴로 끝이 났고, 카를로스는 역시나 안타를 때려내지 못했다.

그리고 3회 초였다.

❝풀 카운트에서 6구입니다. 6구. 낮은 공을 참아내면서 결국 조지 시슬러가 볼넷으로 걸어 나갑니다.❞

선두 타자를 볼넷으로 내보내며 시범경기부터 이어져온 무사사구 행진이 끝이 나고야 말았다.

지금도 나는 낮은 공을 던지길 원치 않았는데, 케빈이 또 낮은 공 사인을 냈다.

첫 이닝을 끝마치고 들어갔을 때 케빈에게 낮은 공 사인은 자제하라고, 그렇게 신신당부를 했건만······

“타임.”

나는 타임을 요청하고 케빈을 마운드로 불렀다.

“짐 벨에어스, 스티브 팔켄버그, 페데리코 살가도, 엘로이 시슬러, 이 네 명한테는 절대로 낮은 공 사인 내지 마요. 얘네들은 어차피 낮은 공에 잘 속는 애들이 아니라고요.”

“알았어. 미안해. 자제하도록 하지.”

뭐 볼넷을 내준 건, 이미 내준 거 돌릴 수 없는 일이고, 여기서 이제 땅볼로 더블 플레이를 유도해야 한다.

그리고.

❝쳤습니다. 3루수 쪽입니다. 3루수 잡아서 2루에 원 아웃. 다시 1루. 투 아웃입니다!!!!! 초구를 과감하게 공략했지만, 더블 플레이로 흐름이 끊어지고 마는 볼티모어 오리올스입니다.❞

상대 타자 호라시오 인판데가 고맙게도 초구에 3루수 땅볼을 쳐주며 더블 플레이를 잘 유도했지만,

❝타격했습니다. 유격수가 깊은 곳에서 백핸드로 타구를 낚아챘고, 1루에 던집니다. 1루!!!! 세잎입니다!!!! 지금은 좋은 수비가 나왔지만, 짐 벨에어스의 발이 빨랐습니다. 짐 벨에어스가 첫 타석에 이어 두 번째 타석에서도 내야 안타를 기록합니다.❞

2사 후에 짐 벨에어스한테 다시 내야 안타를 내주고야 말았다.

그러나.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후속 타자에게 높은 공으로 삼구삼진을 잡아내며 이닝을 마무리하였다.

그리고 3회 말에는.

❝잡아당겼습니다. 오른쪽으로 멀리 날아갑니다. 우익수가 쫓아가다 멈췄고, 타구가 펜스를 넘어가는 모습을 무기력하게 지켜봅니다. See-Ya. 제임스 저스티스가 한 점을 더 달아나는 솔로홈런을 때려냈습니다. 점수는 이제 3:0. 석 점 차입니다.❞

2사 이후 제임스의 홈런으로 한 점을 더 달아나며 점수는 이제 3:0이었다.

상대 팀으로서는 절대로 뒤집을 수 없는 점수 차였다.

그리고.

❝타격했습니다. 높이 떴습니다. 그러나 중견수 정면입니다. 중견수가 잡아내며 원 아웃이 됐습니다.❞

❝4구. 바깥쪽 꽉 찬 공에 반응하지 못하면서 루킹 삼진입니다.❞

❝5구.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높은 공에 방망이가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페데리고 살가도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4회 초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공격, 삼자범퇴로 마무리됐습니다.❞

4회 초는 중견수 플라이->삼진->삼진으로 삼자범퇴였고,

❝바깥쪽 코스를 잡아당겼고, 이 타구가 투수 정면으로 굴러갑니다. 투수 잡아서 아웃시킵니다.❞

❝빗맞은 타구가 높이 떴습니다. 그러나 외야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3루수가 처리하며 두 번째 아웃 카운트를 만들어냅니다.❞

❝3구. 몸쪽. 들어갔습니다!!!! 엘로이 시슬러가 볼 판정에 격하게 항의합니다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습니다.❞

5회 초도 삼자범퇴로 막아내며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었다.

3:0의 리드가 계속 유지되는 와중에 6회 초에는.

❝4구. 높은 공에 헛스윙하며 결국 삼진으로 물러나는 호라시오 인판데입니다.❞

❝툭 갖다 맞췄고, 이 타구가 3루수 쪽으로 굴러갑니다. 3루수 앞으로 대시해서 잡아냈고, 빠르게 1루에 던집니다. 1루!!! 1루에서, 아웃입니다!!!!! 앞의 두 타석과 달리 세 번째 타석에서는 짐 벨에어스의 행운이 지속하지 못합니다.❞

2사를 잘 잡은 이후에.

❝쳤습니다. 중견수 뒤로 타구가 꽤 멀리 날아갑니다. 중견수 뒤쪽에 떨어진 타구가 펜스를 때립니다. 닉 가이슬러 2루에 안착합니다. 2사 이후에 장타로 단번에 주자가 득점권에 진루합니다.❞

닉 가이슬러에게 2루타를 허용하고 말았다.

코스가 한복판이었다고 해도, 105.7마일(170.1㎞) 3022rpm의 포심 패스트볼이었는데, 그걸 정확한 타이밍에 때려내어 장타를 만든 것이다.

저 선수도 확실히 티격에 제법 재능이 있는 선수였고, 빠른 볼을 잘 쳤던 거로 기억하는데, 가볍게 봤다가 불의의 한 방을 얻어맞았다.

물론 뭐 그래봤자 어차피 홈에 못 들어온다.

❝높은 공을 때려냈고, 타구가 내야 높이 뜹니다. 3루수와 투수, 투수가 직접 잡아내며 이닝이 종료됩니다.❞

당연한 결과지.

그러는 동안 팀 타선은 6회 말에도 또다시 무득점이었고,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7회는 4-5-6 세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마운드를 내려왔는데,

“수고했어. 태양. 이제 편히 쉬어.”

아담이 내 어깨를 두들기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네?”

지금 내가 제대로 들은 거 맞나?

설마 나를 교체한다고?

80개밖에 안 던졌는데?

“이제 밥과 아구스틴이남은 이닝을 책임질 테니, 편하게 지켜보라고.”

“이제 고작 80개 던졌고, 완봉할 수 있습니다.”

“아니. 그 정도면 됐어. 4일 쉬고 한 번 더 던져야 하잖아. 80개면 이미 충분해.”

그래서 결국 그렇게 강판이 되고야 말았다.

음······

이거 어째······

일단 7회 말 공격도 삼자범퇴로 끝이 낚고, 8회 초에는 두 번째 투수로 밥이 마운드에 올라왔다.

그래. 투수가 밥이고, 7-8-9 하위 타순인데, 설마 여기서는 일단 무사히 넘어가겠지?

그런데 왜 이렇게 등골이 서늘하고, 좋지 않은 예감이 드는 걸까?

그리고.

‘퍼억.’

❝오. 몸에 맞았습니다. 지금은 옆구리 쪽인데요. 오우. 저건 진짜 꽤 아프겠어요,❞

선두 타자가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하였다.

그리고.

❝잡아당겼습니다. 왼쪽으로 멀리, 높게 날아갑니다. 펜스를 넘길 듯. 넘겼습니다!!! See-Ya. 바로 두 점을 추격합니다. 점수는 이제 3:2. 단 한 점 차입니다.❞

바로 홈런을 맞으며 두 점을 내줬고, 이제 단 한 점 차였다.

음······

점수 차가 한 점으로 좁혀졌음에도 8회 말에도 결국 득점하지 못했고, 경기는 어느덧 9회 초. 볼티모어의 정규이닝 마지막 공격이었다.

그리고 마운드에는 양키스의 수호신 아구스틴이 올라왔다.

아구스틴이라면 당연히 막을 텐데, 왜 이렇게 불안한 걸까?

❝타격했습니다. 오른쪽입니다. 어!!!!!! 타구가 생각보다 꽤 멀리 날아가요. 우익수 계속 뒤쫓아갑니다. 펜스!!!!! 넘겼어요!!!!! 아. 이게 웬일입니까. 웨스 다이아몬드가 철벽 마무리 아구스탄 산타크루즈를 무너뜨립니다. 스코어 3:3 리셋. 경기는 이제 원점부터 다시 시작입니다.❞

2사까지 잘 잡아놓고, 아웃 카운트를 하나만 잡으면 되는 상황에서 기어이 사달이 벌어지고야 말았다.

어쩐지 뭔가가 불안하더라니 가족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일이 결국 이렇게 되네.

나 참······

아니. 이럴 거면 내가 끝까지 던지게 놔두지, 나를 대체 왜 뺀 거야?

경기가 결국 연장으로 갔고, 어느덧 연장 18회 초였다.

오후 1시 10분에 시작한 경기가 지금이 오후 8시를 향해 가는데, 도무지 끝날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지금은 그나마 이 경기가 낮 경기여서 다행이었지, 저녁 경기였으면 진짜 자정을 훨씬 넘어 다음날 새벽까지 경기가 계속 이어질 뻔했다.

참고로 승부치기 제도는 2021시즌을 끝으로 다시 폐지되었고, 2022시즌부터는 격렬한 논쟁 끝에 무제한 연장, 끝장 승부로 제도가 다시 회귀되었다.

이후에도 승부치기를 부활하려는 논의가 몇 차례 있었지만, 결국 2044년 시점까지 승부치기가 부활하지는 않았다.

1회차 때도 무제한 연장 승부를 몇 번 해본 적이 있다.

그중에 한 경기는 그게 아마 2040시즌이었나 그랬을 텐데, 8월 4일이었나?

경기가 연장 20회를 넘겨 27회까지 이어졌고, 저녁 7시에 시작한 경기가 다음 날 아침 7시에 끝났었다.

말이 연장 27회지. 하루에 세 경기를 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 경기가 MLB 역대 최장 이닝, 최장 시간 경기 기록을 다시 쓴 경기였는데,

문제는 그 경기 후 다시 오후 1시 10분 낮 경기를 치러야 했다는 것.

그러니까 다시 말해 이틀 사이에 네 경기를 치른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그때 정말 모두가 죽어났었던 뭐 그런 기억이 있다.

지금 18회도 상당히 긴 이닝이긴 하지만, 뭐 27회까지도 가봤었는데, 18회 정도면 뭐 애교지.

나는 그런 경험도 있고, 또 마녀의 마력으로 인해 전혀 지치질 않으니 아무렇지도 않은데, 동료들은 이미 다들 탈진해 있었다.

어쨌건 여기까지 온 이상, 이 경기는 절대로 패해서는 안 된다.

이제 진짜 멸망전이다.

여기까지 왔는데, 이 경기를 놓친다면 그 여파는 꽤 오래 갈 것이다.

그리고 모든 불펜 투수가 다 소모됐고, 이제 급기야는 내일 경기 선발로 예정됐던 로드리고가 마운드에 올라왔다.

음······

결국 여기까지 와서 지는 건가?

그런데?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뜻밖에도 로드리고가 세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하긴 지치고 힘든 건, 우리 선수뿐만 아니라 상대 팀도 마찬가지다.

상대 팀도 불펜 투수를 다 소모했기에, 결국 내일 경기 선발 투수인 오브리 앳킨스를 당겨썼다.

다시 1번부터 이어지는 좋은 타순이라 이번에는 끝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들었지만······

❝낮은 공을 퍼 올렸습니다. 타구가 멀리 뻗지 못하고 내야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포수와 1루수, 1루수가 처리했습니다.❞

❝타격했습니다. 좌중간입니다. 좌익수와 중견수 따라갑니다. 그리고 결국 중견수가 잡아내며 투 아웃입니다.❞

❝5구. 바깥쪽 낮은 공 삼진!!!!!!❞

1루수 파울 플라이->중견수 플라이->삼진으로 삼자범퇴로 끝이 나며 이제 19회로 이어졌다.

음······

❝밀었습니다. 우중간을 완전히 갈랐습니다. 공이 펜스 앞까지 굴러갔고, 장타 코스입니다. 닉 가이슬러가 2루에 그대로 서서 들어갑니다. 2사지만 주자는 2루, 볼티모어 오리올스가 균형을 깨뜨릴 좋은 득점 기회를 맞이합니다.❞

❝타격했습니다. 날카로운 타구. 파울이냐? 페어냐? 3루 라인 선상 안쪽에 떨어졌습니다!!!! 2루 주자가 홈에 들어오며 드디어 3:3의 균형이 깨집니다.❞

결국에는 로드리고가 2사를 잘 잡아놓고 닉 가이슬러와 스티브 팔켄버그, 두 중심타자에게 연속으로 2루타를 얻어맞고 말았다.

아. 망했어요!!!!!!

그러고 이제 연장 19회 말. 2사에 타석에는 루이스.

우리 팀의 패배 확률이 99.9%는 되어 보였다.

과연 기적이라는 게 일어날 수 있을 것인가?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물론 그 기적은 당연히 일어나지 않았다.

일곱 시간이 넘는 연장 19회의 혈투 끝에 결국 3:4 역전패.

이는 감독의 멍청한 투수 교체가 불러온 참담한 비극이었다.

오늘 경기를 진 건 그렇다고 쳐도, 이제 내일 경기는 또 어떻게 할 건가?

완전히 망했다.

멸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