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야구 천재가 마력을 얻어 회귀하면 생기는 일-7화 (7/104)

〈 7화 〉 7. 좋습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 태양 왕은 우리 뉴욕 양키스의 선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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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좋습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 태양 왕은 우리 뉴욕 양키스의 선수입니다.

그리하여 나는 불타는 금요일 밤을 즐기기 위해 우버를 타고 LA로 나왔다.

그런데 지금 시간이 마침 딱 저녁을 먹을 시간이었다.

놀 때 놀더라도 밥은 먹어가면서 즐겨야 했기에, 한인타운에 있는 WOK BAR이라는 마라탕 전문 음식점에서 마라탕과 마라샹궈, 우육면을 주문해서 먹고 있을 때 지미의 전화를 받았다.

“태양. 지금 바로 뉴욕으로 와야겠어.”

전화를 받자마자 지미는 갑자기 밑도 끝도 없이 나를 재촉하였다.

“무슨 소리예요? 지미. 알아듣게 천천히 말해 봐요. 내가 왜 지금 뉴욕엘 가야 하는데요.”

“계약 때문이지 왜긴 왜야. 아주 최상의 조건을 끌어냈어. 바로 계약해 버리자고.”

하긴 내가 지금 계약 때문이 아니면 뉴욕에 급히 갈 다른 일이 있겠는가?

괜한 것을 물어봤다.

나는 지미에게 뉴욕 양키스, 뉴욕 메츠, LA 다저스, LA 에인절스, 보스턴 레드삭스, 딱 이 다섯 구단을 대상으로만 우선 협상을 진행하라고 지시해 두었다.

물론 조건이야 내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지미가 알아서 잘할 것이기에 굳이 말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고 지미가 1회차에 비해 협상을 꽤 오래 끌었지만, 나는 지미를 믿었기에 전혀 초조해하지 않았다.

뭐 어쨌건 오늘에야 겨우 협상을 마무리 지은 모양이다.

“양키스입니까? 메츠입니까?”

사실 다른 팀들보다 내가 무려 18년이나 몸담았던 정든 친정 팀 양키스에 마음이 안 간다고 말한다면 그건 분명 거짓말일 것이다.

특히 현재 시점에서 메츠는 투수가 갈만한 팀이 도저히 아니었다.

“양키스야. 메츠는 애초에 내 선택에는 없었다고.”

지미는 자신만만해했다.

불쌍한 브랜던 영감. 이번엔 지미에게 또 얼마나 호구를 잡힌 걸까?

“랄프에게 비행기 표 예약하라고 말해두었으니까 지금 바로 공항 가서 비행기 타면 돼.”

“알았어요. 뉴욕에 가서 봐요.”

식사를 끝낸 후, 나는 바로 우버를 타고 공항으로 향했고, 공항에는 이미 랄프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랄프에게 비행기 표를 넘겨받은 후, 밤비행기에 몸을 실어 나의 정든 옛 고향 뉴욕으로 향했다.

**********

여기서 잠시 시계의 추를 잠시 몇 시간 뒤로 돌려보자.

태양 왕이 불타는 금요일 밤을 보낼 궁리를 하는 동안 그의 에이전트 지미는 양키스의 단장 리치먼과 협상을 이어가고 있었고, 그 협상은 양측의 의견 차이로 거의 결렬 직전이었다.

지미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협상 결렬을 선언하는 순간 리치먼은 지미를 다시 주저앉혔고, 마지막으로 회심의 제안을 했다.

“250만 달러는 절대 수정 불가입니다. 대신 메이저 풀타임 2년을 마치면 옵트아웃 권리를 보장하겠습니다. 물론 앞의 마이너 거부권 옵션은 그대로입니다.”

이런 조건이야말로 지미가 사실 가장 원했던 조건이었다.

보통의 선수는 MLB 선수로 여섯 시즌의 서비스 타임을 채워야 FA 권리를 얻는다.

하지만 리치먼이 제안한 조건에 의하면 풀타임 2년을 마치면, 그의 고객 태양 왕은 바로 FA 권리를 얻을 수 있는 거였다.

하지만 이 제안에도 허점이 있었으니.

“브랜던. 지금 누굴 바보로 압니까? 풀타임 2년을 채우면 옵트아웃. 뭐 말은 그럴 듯하죠. 그런데. 구단에서 풀타임을 소화하지 못하게 방해를 한다면요?”

지미는 이런 허점을 이미 정확하게 간파하고 있었다.

실제로 이런 꼼수로 선수의 옵트아웃 권리나 FA 자격 취득을 방해하는 구단들이 이미 더러 있었다.

“이런 뻔한 속임수에 저나 제 고객이 속아 넘어갈 거로 생각하셨습니까? 정말 실망입니다.”

“그래서 그걸 생각하고 마이너 거부권 옵션을 넣은 거 아닙니까.”

“메이저에 남아 있어도, 구단에서 경기에 안 내보낸다면 마이너 거부권도 아무 의미가 없지요.”

“선수의 기용은 전적으로 감독의 권한입니다. 저는 지금껏 이를 간섭한 적이 없었습니다.”

물론 당연히 거짓말이었다. 그리고 저런 뻔한 거짓말에 속을 지미도 아니었다.

“풀타임 2년이 아니라 그냥 2년이면 제 고객은 OK 할 것입니다.”

리치먼은 부상자 명단을 활용한다든지 해서 어떻게든 태양 왕이 풀타임을 소화하지 못하게 꼼수를 부리려는 속셈이었지만, 이를 간파해낸 윈튼은 새로운 제안을 하였다.

풀타임 2년이 아니라 풀타임을 소화하지 못하더라도 2년 후 무조건 옵트아웃을 행사할 권리를 달라는 것이었다.

생각 같아서는 2년이 아니라 1년으로 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되면 MLB 사무국 쪽에서 이 계약에 대해 태클을 걸 확률이 대단히 높을 것이다.

예를 들어서 A라는 선수가 B라는 구단과 10만 달러+1년 후 옵트아웃 권리 보장이라는 조건으로 계약을 하고, 1년 후에 다시 옵트아웃을 하여 B라는 팀과 다시 1000만 달러에 계약을 맺는다고 해보자.

더욱이 A가 옵트아웃을 선언하기 전에 B팀과 이미 사전 접촉이 있었다고 한다면, 이는 분명 국제아마추어 자유계약 금액 상한을 피하기 위한 꼼수다.

다시 말해 A 선수는 B팀과 계약하며 10만 달러를 받은 것이 아니라 1000만 달러를 받는 것이었다.

이런 꼼수가 이미 몇 차례 적발된 적이 있었기에, 사무국에서는 당연히 민감하게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에이전트 중에서 보라스와 더불어 윈튼이 이런 꼼수를 잘 활용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았고, 또 윈튼은 이미 적발된 전과가 있었다.

그렇기에 윈튼으로서는 괜한 의심을 사지 않게 몸을 사릴 필요가 있었기에 2년으로 타협을 한 것이다.

“괜찮겠습니까? 태양에게도 분명 안전하지만은 않은, 리스크가 분명한 조건입니다.”

리치먼의 말대로였다.

만일 태양 왕이 부진한 성적을 거두거나, 혹은 부상이라도 생긴다면, 2년 후에 옵트아웃을 선언한다면, FA 미아가 될 수밖에 없고, 그냥 망하는 거다.

그러나 리치먼은 아직도 태양 왕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었다.

그가 태양 왕이 超人이자 야구의 天才, 아니 神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어찌 그런 쓸데없는 걱정을 하겠는가.

“제 고객은 도전을 즐깁니다. 이 계약은 제 고객에게도 분명 강한 동기부여가 될 것입니다.”

윈튼은 태양 왕이 절대로 실패할 리가 없다고 확신하고 있었고, 그는 2년 후에 태양 왕에게 거액의 계약을 안겨줘 수수료를 왕창 벌어들일 행복한 상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설령 태양 왕이 실패한다고 해도 옵트아웃을 하지 않으면 그만이었다.

한 마디로 말해서 태양 왕으로서는 손해볼 것이 전혀 없는 계약이라는 말이었다.

“참. 이미 말씀드렸지만, 제 고객은 오타니처럼 투웨이에 도전하길 원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도 스프링캠프 때 어느 정도 타석을 보장해 준다든지 해주셨으면 합니다.”

“글쎄요. 아시다시피 저는 태양을 무려 2년이나 지켜봤습니다. 그 체격에 파워 툴은 어느 정도 갖췄을 거라고는 생각하지만, 그 2년 동안 태양이 타격하는 것을 본 적이 전혀 없습니다. 그런데 태양이 갑자기 타격도 한다고 그러니 솔직히 좀 당황스럽군요.”

리치먼이 알기로는 한국의 고교야구는 이미 지명타자 제도가 시행된 지가 오래였고, 또 태양 왕은 타격 훈련을 전혀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난데없이 갑자기 이도류라니.

그로서는 당연히 의문을 가질 만 했다.

“태양이 정말 타격에도 재능이 있으면 팀으로서도 좋은 거고, 시도 자체야 해볼 수 있는 거 아닙니까.”

“괜히 잘못하다 부상이라도 당할까 봐 그러죠. 그렇게 되면 태양도 대단히 손해를 볼 텐데요?”

“감수하겠습니다.”

“뭐.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어디 일단 한 번 두고 봅시다. 우리 팀은 요구하신 조건을 승낙하며, 그럼 계약에 합의하신 거로 알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그럼, 말 나온 김에 태양을 바로 이곳으로 불러서 계약을 진행해도 되겠습니까?”

“좋습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 태양 왕은 우리 뉴욕 양키스의 선수입니다.”

그렇게 해서 그렇게 협상이 끝냈고, 태양 왕은 양키스와 다시 계약하기로 한 것이다.

**********

나는 LA국제공항에서 2022년 12월 9일. 밤 9시 비행기를 타고 뉴욕으로 향했고, 다섯 시간의 비행 끝에 뉴욕에 도착하니 벌써 새벽 5시였다.

LA에서 뉴욕까지는 정확히 3시간의 시차가 있다.

물론 뭐 나는 이러한 시차 적응에는 이미 도가 튼 사람이다.

하지만, 일단 시간이 시간이니만큼 공항에서 2.7㎞ 떨어진 코트야드 바이 메리어트 뉴욕 JFK 에어포트라는 호텔에서 한숨 자고, 오전 12시에 일어나 관계자와 만나 계약을 체결하기로 하였다.

그래서 푹 자고 일어나니 오전 12시였고, 지미가 날 픽업하러 호텔에 왔다.

계약하러 이동을 하면서도 지미의 설명을 다시 들었는데,

250만 달러에 MLB 스프링캠프 초청+MLB 콜업시 마이너 거부권 보장+2년 후 옵트아웃 보장이라는 이 조건은 현재 나로서 얻어낼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이었다.

지금이야 국제 아마추어 자유계약선수 금액 상한에 걸려서 겨우 250만 달러지만, 2년 후 옵트아웃을 해서 FA만 된다면 분명 거액의 계약을 따낼 수 있다.

역시 지미는 대단히 탁월하고 유능한 에이전트다.

물론 구단으로서는 당연히 밉상일 수밖에 없지만, 선수로선, 선수한테 많은 이익을 가져다주니 당연히 좋아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2회차도 지미와 끝까지 갈 거다.

그런데 지금 지미가 날 데리고 간 곳은 양키스 구단 사무실이 아닌, 뉴욕 한인타운의 종로상회라는 한식당이었다.

지미의 말로는 이곳에서 브랜던 아저씨와 함께 식사를 하고, 구단 사무실로 이동해서 계약을 진행한단다.

뭐 나를 배려해서 한식당을 택한 모양이다만,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데.

어쨌건 그래도 이날의 점심 식사는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식사를 끝낸 후에는 드디어 구단 사무실로 이동해서 계약서에 사인했다.

앞서 말한 조건에서 트레이너와 주택 및 승용차 지원이라는 부대 조항이 더 붙었다.

이제 이후의 일정은 12월 12일에 입단식을 진행하고, 다시 말리부로 돌아가서 스프링캠프 전까지 계속 그곳에 머물면서 스프링캠프 전까지 몸을 만든다.

MLB 구단과 계약한 한국의 다른 아마추어 선수들은 보통 입단식을 국내서 진행하고, 실제로 1회차 때도 국내에서 했었는데, 이번에는 내가 이미 미국에 와있는 만큼 입단식을 양키스타디움에서 진행하게 된다.

그래서 아빠, 엄마가 입단식에 참석하기 위해 다시 뉴욕에 온다.

계약서에 사인을 마친 직후 구단 공식 홈페이지와 공식 SNS에는 나의 계약이 발표되었고, 곧이어서 국내 언론에도 연달아 기사가 뜨기 시작했다.

《‘학폭 논란’ 왕태양, MLB 간다. 뉴욕 양키스와 250만 달러 계약 확정.》

《‘학교 폭력’ 왕태양, 250만 달러 받고 양키스 行 확정》

《170㎞ 사나이 왕태양, 양키스 품에 안긴다. 계약금이 무려···》

《250만 달러의 사나이 왕태양, 韓 선수 계약금 역대 1위》

《‘학교 폭력’ 왕태양 MLB행에 네티즌들 “MLB 도덕성 헤이 심각” 분통.》

《[이문철의 눈] 모두가 축복하지 못하는 왕태양의 MLB행. 이대로 괜찮은가?》

음······

금융치료를 해줘야 할 기레기들이 꽤 보이는군.

↳ [피닉스의혼] : 국민 비호감 팀 양키스. 평생 안티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추천: 1999 비추천: 18

↳ [타이탄스우승] : 학폭범이 25억 ㅋㅋㅋㅋㅋ. 학폭 저지르고 외국으로 튈 만 하네요. 올해 고졸 선수들 진짜 심리적인 박탈감 크겠네요. 대단합니다. 양키스. 추천:888 비추천: 19

↳ [화룡승천] : 타이탄스우승// 외국으로 튄 게 아니라 지네 나라로 돌아간 거죠. 추천: 767 비추천: 15

↳ [양키스사랑] : 피닉스의혼// 아무렴. 약쟁이가 있는 팀만 할까요. ㅋㅋㅋㅋㅋ. 추천: 24 비추천: 1232

↳ [불사조박철승] : 양키스사랑// 응. A로드, 로켓, 지암비, 패티트, 카노, 셰필드, 케빈 브라운, 멜키 카브레라. 본즈. 원조 약쟁이 사관학교. ㅋㅋㅋㅋㅋ. 추천: 559 비추천: 599

↳ [양키스사랑] : 불사조박철승// ㅋㅋㅋㅋㅋㅋ. 병신아. A로드랑 패티트, 지암비 빼고 다 다른 팀에서 걸린 거잖아. 그리고 본즈는 또 뭐냐? 야알못 티내냐? ㅋㅋㅋㅋㅋ 추천: 48 비추천: 889

↳ [약쟁이안용재] : 불사조박철승// 피닉스야말로 약오스, 약드, 약용재, 약배추. 약쟁이 사관학교. ㅋㅋㅋㅋㅋ. 추천: 687 비추천: 333

↳ [피닉스의혼] : 약쟁이안용재// 응. 어그로는 뒤지기 싫으면 나가있어. 추천: 27 비추천: 447

↳ [약쟁이안용재] : 피닉스의혼// 응. 강간 피닉스, 간통 피닉스, 살인 피닉스, 약물 피닉스, 음주운전 피닉스, 범죄 피닉스 ㅋㅋㅋㅋㅋㅋㅋ. 추천: 257 비추천: 448

↳ [썬더윙즈비상] : 왕태양도 100% 약이죠. 그렇지 않고서는 그 구속, 그 회전수 설명할 수 없음. 도핑테스트 하면 바로 걸릴 텐데, 깡도 좋네요. 추천: 442 비추천: 334

↳ [무적카이저스] : 썬더윙즈비상// 뇌피셜 오졌고요. 안 그래도 왕태양이 악플 고소한다고 그랬는데, 캡처해서 제보해야겠네요. ㅋㅋㅋㅋㅋ. 추천: 23 비추천: 589

↳ [샌디쿠팩스] : 그런데, 계약금 250만 달러, 콜업시 마이너 거부권 보장은 그렇다 쳐도 2년 뒤 옵트아웃은 또 뭔지. 이거 100% 뒷돈이겠죠? 추천: 336 비추천: 344

↳ [데블스신백호범] : 샌디쿠팩스// 사무국에서 꼭 조사해서 계약 무효 됐으면 좋겠네요. 추천: 228 비추천: 665

↳ [서울의이명규] : 250만 달러라니. 그래도 난놈은 난 놈이네요. 이 정도일 줄. 추천: 117 비추천: 598

***

음······

뭐 인터넷 반응, 특히 엠필 한게라는 사이트는 뭐 완전히 개판 그 자체인데,

다시 말하지만, 인생의 패배자들, 실패한 인생들이 방구석에서 그 열등감과 분노를 키보드로 표출하는 거에 관심을 줄 필요도 없고, 그냥 무시하면 그만이다.

그리고 다음날인 2022년 12월 11일, 아빠와 엄마가 뉴욕에 도착을 하였고, 12월 12일 오전 11시.

양키스타디움 프레스룸에서 나의 입단식이 진행되었다.

우선 나의 등번호 18번이 마킹된 유니폼을 입고 사진을 찍었다.

18번은 1회차 때도 달았던 번호였고, 이 번호는 아마 그대로 영구결번이 됐을 것이다.

사실 18번은 처음에는 정말 어쩔 수 없이 선택했던 번호였다.

내가 애착을 가지고 계속 달아오던 1번이 양키스에서는 하필 영구결번이었기 때문이다.

양키스에 입단하는 선수는 등번호 선택에 있어서 대단히 선택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는데,

스타 플레이어, 레전드들이 너무 많았고, 영구결번이 많다 보니, 진짜 웬만한 좋은 번호는 다 영구결번이었다.

특히 1번부터 10번까지는 모두 영구결번인지라, 나를 상징하던 번호였던 1번은 달수가 없었다.

그래서 남은 번호 중에 고른 번호가 18번이었다.

사실 내가 고른 번호는 아니었고, 아빠가 골라준 번호였다.

18번이라는 이 번호는 한국과 일본에서는 에이스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사실 나는 이 번호가 대단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빠는 야구를 처음 시작한 초등학교 시절부터 마이너리그 시절까지 쭉 18번을 달았었다.

그래서 나한테도 이 번호를 골라줬고, 1회차 때는 MLB에 처음 콜업된 이후 18년 동안 계속 이 번호를 달았지만, 이번 2회차는 다르다.

내년이면 11번이라던지, 좋은 번호가 몇 개 빌 것이다.

18번은 이번 시즌만 임시로 달 번호고, 내년에는 다른 좋은 번호로 바꿔달 것이다.

물론 뭐 내가 다른 번호로 바꿔달면, 아빠야 서운해 하겠지만, 막말로 아빠가 내 등번호를 달고 야구를 할 건 아니지 않은가.

어쨌건 사진 촬영 후에는 기자회견이 진행되었는데, 한국의 기레기들도 제법 많이 몰려와 있었다.

“메트로 뉴욕의 기자 카일 엘리엇입니다. 우선 뉴욕 양키스에 입단한 것을 축하드립니다. 양키스에 입단한 소감이 어떠십니까?”

“우리 뉴욕 양키스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명문 구단입니다. 이런 명문구단의 일원이 된 것에 대해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열심히 노력하고, 준비해서 다음 시즌에 바로 MLB에 데뷔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뉴욕 데일리 뉴스의 로버트 뉴먼입니다. 평소에 좋아하거나 롤모델로 삼았던 양키스 선수가 있습니까?”

“양키스는 위대한 팀이고, 많은 스타 선수들, 레전드들이 양키스를 이끌었습니다. 게다가 지금도 양키스에는 대단히 훌륭한 선수들이 많습니다. 그들 모두를 존경합니다.”

솔직히 나는 여기서

‘현재 양키스에 있는 선수들 모두 나보다 한참 밑입니다. 그들이 나를 롤모델로 여겨야지, 내가 그들을 롤모델로 여길 이유는 없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최대한 겸손해 보이기 위해서 좋은 말로 둘러대었다.

아. 내가 이렇게 가식적인 놈이었다니. 토악질이 나오려 한다.

“뉴욕 데일리 뉴스의 빌리 톰슨입니다. 여기 보도 자료를 보면 최근 오른손으로도 투구를 시작했고, 스위치 히터, 스위치 피처로 투웨이에 도전한다고 나와 있는데, 이 내용이 사실입니까?”

“물론 사실입니다. 저는 스위치 피처, 스위치 히터에 대한 로망을 과거부터 꾸준히 가지고 있어서, 최근 남몰래 오른손으로도 투구, 타격 연습을 꾸준히 해왔습니다. 이는 여기 이 자리에 앉아 계신 제 부모님조차도 모르시는 일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실전에서 투구, 타격을 해도 될 만큼 숙달됐다고 생각합니다. 내년에는 스위치 피처, 스위치 히터로 투웨이에 도전할 겁니다.”

“대단히 놀라운 이야기지만, 그게 현실로 가능하리라 생각합니까?”

“여러분이 불가능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다는 거 이해합니다. 그러나 내년이 되면, 여러분은 그 불가능이 현실이 되는 것을 목격하게 될겁니다.”

“뉴욕 포스트의 사라 머피입니다. 태양은 미국에서 태어났고, 또 한국에서도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본인이 느끼는 한국 문화와 미국 문화의 차이에 대해서 의견을 듣고 싶은데요.”

꽤 예쁘장하게 생긴 젊은 여기자였지만, 질문 수준은 그 예쁜 미모에 어울리지 않게도 상당히 저질이었다.

“글쎄요. 그 질문은 이런 자리에서 대답하기에 상당히 부적절한 질문인 것 같군요. 원한다면 사석에서 따로 만나서 함께 커피나 한잔 마시면서 대답해 줄 수는 있습니다. 물론 기사로 내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말이죠.”

나의 유쾌한 농담에 한국 기레기들을 제외한 모두가 폭소했고, 분위기가 한층 밝아졌다.

사실 원래대로라면, 기레기들한테 저런 수준 낮은 질문을 들으면 쌍욕이 먼저 나가거나, 주먹이 먼저 나갈지도 몰랐겠지만, 지금은 예쁘게 생긴 여기자라서 봐준 거다.

그리고 이런 경사스러운 날까지 기레기들하고 싸우고 싶지 않아서 좋게 넘어가려고 하는 것도 있었다.

그런데 한국의 기레들이 질문을 시작하면서 나의 인내심이 본격적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매일스포츠의 최진환입니다. 단기간에 구속과 회전수가 비약적으로 증가한 것에 대해서 해명하십시오. 금지약물이라도 복용한 겁니까?”

질문 수준도 수준이지만, 그 저질 질문도 대단히 싸가지 없이 하고 있었다.

내가 범죄자인가? 지가 뭔데 범죄자 취조하듯 저렇게 싸가지 없이 지껄이는 건가?

어휴······

진짜 일어나서 바로 이단옆차기를 날리고 싶은 심정이지만, 참는다.

“내가 최진환 씨한테, 내가 어떻게 훈련했는지는 밝힐 의무가 없고, 또 도핑 여부는 도핑 테스트를 해보면 명명백백하게 밝혀질 겁니다. 나는 범죄자도 아니고, 부끄러운 짓을한 적도 없습니다. 따라서 최진환 씨 같은 사람한테 추궁 당할 이유가 없습니다.”

“대중들이 궁금해 합니다. 어떻게 구속과 회전수를 올렸는지, 구체적으로 대답하지 못하는 거 보면 분명 부정한 방법을 사용한 거 아닙니까?”

참자. 참자. 참자.

“소설을 쓰는 건 최진환 씨 자유지만, 그 소설이 출판이 된다면 그 책임을 지는 것도 최진환 씨라는 것을 미리 경고합니다.”

분위기가 갑자기 험악해졌다.

“서울스포츠의 박수철입니다. 왕태양 선수의 학교 폭력, 그리고 왕태산 선수의 병역 기피에 대해서 해명하세요.”

참을 인(忍)자 세 개면 살인도 면한다는 말을 어떤 놈이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말은 말짱 개소리였다.

마음속으로 지금 참을 인자를 수백 번도 더 되새겼지만, 분노가 도저히 진정이 되지 않았다.

“아까, 우리 예쁜 사라가 한국 문화와 미국 문화의 차이점에 대해 질문했는데, 그 질문에 지금 대답하겠습니다. 한국 문화와 미국 문화의 결정적인 차이점. 그것은 바로 언론입니다. 한국 언론의 수준은 대단히 천박하고 저질입니다. 한국의 기자, 한국말로 기레기라고 하는데요. 기자(journalist)와 쓰레기( trash)라는 단어를 합성한 단어입니다  한국의 기레기 새끼들은 창녀(prostitute)만도 못한 쓰레기 새끼들입니다. 아. 이렇게 말하면 창녀에게 대단히 크나큰 모욕이니, 전 세계의 창녀 분들에게는 고개 숙여 깊이 사죄하겠습니다.”

극대노한 나의 솔직한 팩폭에 입단식은 그대로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학교 폭력’ 왕태양, 반성도 사죄도 없었던 후안무치한 기자회견, ‘국민 밉상’ 등극하나?》

《‘학폭 논란’ 왕태양. “한국 기자는 창녀만도 못해.” 막말 파문》

《김명근, “왕태양, 야구를 잘하기 이전에 인성이 먼저 돼야.” 충고》

《[이문철의 눈] 양키스, 왕태양 영입 재고해야.》

《‘국민 밉상’ 왕태양 영입한 양키스 ‘국민 밉상 팀’ 전락하나?》

한국에서는 기사들이 도배되기 시작했고, 각 커뮤니티도 그야말로 대폭발이었다.

기레기들은 처음부터 나의 입단식을 깽판 놓을 작정들을 했던 것 같은데, 그렇다면 그 창녀만도 못한 새끼들은 크게 성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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