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인생 2회 차 레전드 투수 사이영-60화 (60/70)

〈 60화 〉 Chapter 19. 시범경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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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9. 시범경기 (3)

#1 성장한 병민선배

우리팀의 2번째는 시범경기에는 병민선배가 등판을 했다.

병민선배의 투구는 1회부터 정말 고군분투가 뭔지 몸소 보여주면서 2실점으로 1회를 마쳤다.

그나마 준수한 내야진이지만 유격수, 3루수의 경우에는 너무 극단적으로 좁은 수비범위를 가지고 있었고 이를 노린 인천 레이서즈가 우타자를 집중적으로 배치시킨 결과 3유간이 그대로 뚫리고 말았다.

그 결과 1회에만 23개의 공을 던져야 할 만큼 이닝이 길어졌다.

병민선배는 무표정하게 덕아웃으로 들어왔다.

“병민선배, 괜찮으세요?”

“응? 뭐가?”

“이제 1횐데 공을 23개나 던지셨잖아요.”

피식

“내가 너 같은 괴물도 아니고 어떻게 매일 그렇게 잘 던지겠냐? 그나마 오늘은 수비가 많이 도와준거야.”

그게? 많이 도와준거라고? 영화 300에 나오는 이상한 황제만큼 관대한 시선으로 봐도 그나마  내야수비는 투수의 발목을 세게 잡은 건 아닌 정도다.

외야는 그야말로 절망적이었다.

제대로 된 타구 판단도 못하는 녀석들이 어떻게 프로라는 이름을 달고 팬들 앞에서 경기에 나설 수 있는지 의문이다.

“병민선배 도대체 어떤 싸움을 해오신겁니까?”

내가 기억하는 병민 선배는 성급한 결정을 하고 또 후회하는 전형적인 애송이였다.

평가가 너무 박한가? 그래, 그래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멍청이는 아니었다고 할 수 있겠지.

아니, 어설프게 어릴 때 배운 슬라이더를 팔이 망가지기 직전까지 던진 애송이가 멍청이가 아니라고 할 수도 없나?

나중에 들었던 이야기지만 당시 병민선배는 자신의 재능에 벽을 느끼고 팔이 부러져도 좋다는 마인드로 변태 감독에게 슬라이더를 배웠다고 한다.

비록 부상의 위험이 큰 공이긴 하지만 슬라이더는 분명 위협적인 공이다.

패스트 볼, 커브 같은 전통과 근본이 있는 공은 종적인 움직임을 가진다.

물론 컷 패스트 볼 같은 경우에는 특이하게도 횡적인 움직임을 가지지만 말이다.

그래서 타자입장에서는 종적인 움직임을 주는 공보다 횡적인 움직임을 주는 공을 공략하기 어려워 한다.

지금도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가치 높은 변화구는 슬라이더라는게 이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하지만 내 영향을 받은 병민 선배는 가장 많은 공을 던져야 할 중3 시절에 슬라이더를 포기하고 로케이션 위주의 피칭을 익히면서 크게 성장했다.

그 과정에서도 병민 선배는 수십 수백 아니 수천번 이상 슬라이더를 던져야 하나 고민을 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프로에서 본 병민 선배는 살아있는 활불 그 자체였다.

외야수가 잡을 수 있는 공을 어처구니 없이 저글링을 하면서 놓쳐도 한번 씨익 웃고 마는 멘탈은 투수가 ‘만들 수’ 있는 최고의 무기임에는 틀림없다.

하긴 그 정도 무기는 가지고 있어야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투수가 될 수 있겠지.

“두려워?”

“두렵다니 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제 사전에 그런 단어는 없습니다.”

진짜 없다.

그 호너스 ‘빌어먹을’ 와그너 녀석이 타석에 서있을 때조차 나는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솔직하게 짜증나서 그냥 머리쪽으로 공을 던질까 하는 고민을 매번 하긴 했지만 말이다.

그 녀석이 내 공에 맞아 죽고 나면 내 공을 칠만한 녀석이 없기에 ‘재미’를 위해서 남겨둔 것이었다.

“너도 여기서 한 몇 년 던져보면 두려움이라는 단어를 알게 될 거야.”

“저는 여기서 1년 이상 던질 생각 없는데요? 아시죠? 저 우승하면 바로 방출옵션 발동되는거요. 방출되서 바로 메이저갈거에요.”

“와, 이제는 대 놓고 우승시킨 다음에 도망치겠다고 이야기를 하네?”

‘뭐 이영이라면 진짜 방출을 당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

프로로 능력이 없는 선수에게는 그 무엇보다 무서운 단어인 방출이지만 사이영처럼 젊고 재능넘치는 선수에게 방출은 거의 ‘프리FA’와 다름없는 이야기다.

“도망이라뇨! 평생 우승도 못할 선배가 안쓰러워서 제가 직접 선배를 우승시켜 드리려고 1년을 쓰는거죠.”

“진짜?”

진짜겠냐?

“솔직하게 부모님이 아니었으면 호크스는 거들떠 보지도 않았죠. 호크스에 오고나서 선배가 있는걸 알았는걸요? 부모님이 아니었다면 지금쯤 트리플 A를 씹어 먹고 빨리 메이저로 올려달라고 시위하고 있겠죠.”

“메이저도 아직 시즌 시작 안하지 않았냐?”

“그랬나요? 하긴, 어차피 트레이닝 캠프에서 메이저애들 다 씹어먹었을 텐데 말이죠. 내가 요즘 호크스에 있다보니 호연지기가 너무 죽어버렸네요.”

“에휴, 친구들이 없으니 네 개소리를 내가 듣고 있네.”

개소리라니! 너도 날 잡아서 중범 애송이 옆에 네 묘비를 박아주마!

하아, 꼬맹이들은 잘 지내나 모르겠네

#2 단톡방

경기가 끝나고 문득 마이너리그에서 고생하고 있을 친구들이 떠올라 오랜만에 단톡방에 녀석들을 불러봤다.

[사이영 : 야 다들 잘 지내냐?]

뭐지? 답이 없다.

지금 미국이 밤인가? 미국은 같은 나라 안에서도 시차가 존재하는 나라고 녀석들은 마치 소원을 이루고 난 다음 흩어진 드레곤 볼이나 사혼의 조각처럼 미국 전역으로 뿌려진 상태다.

심지어 마이너리거들인데 녀석들이 소속된 팀이 어디에 붙어있는지 내가 알게 뭔가?

[사이영 : 일어나면 다들 생존보고 한다. 실시!]

나는 대충 톡방에 내 용건을 전달하고 수지를 만나러 갔다.

어차피 꼬맹이들은 모하라나 데스 벨리같은데 던져놔도 알아서 잘 살 녀석들이다.

사이영이 나간 단톡방에 톡이 올라왔다.

[골든리트리버 : 이영아!]

[골든리트리버 : 이 자식 스프링캠프동안 연락이 없던 녀석이 갑자기 톡을 하고 사라져?]

[골든리트리버 : 이영이 넌 잘지내지? 하긴 너는 북한에 던져놔도 알아서 잘 살 녀석이니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

[골든리트리버 : 나는 싱글 A에서 그럭저럭 리그 적응을 하고 있어.]

[곤든리트리버 : (복싱하는 토끼 이모티콘)]

[눈치0할 : 싱글A? 로우? 하이?]

[골든리트리버 : 당연히 로우지 멍청아! 우리같은 루키는 다 로우에서 시작하잖아.]

[눈치0할 : 나는 하인데?]

[골든리트리버 : (띠꺼운 표정으로 침 뱉는 캥거루 이모티콘)]

[어린중범 : 어라? 나는 루키리그부터 시작인데?]

[눈치0할 : 그건 진우 네가 스프링캠프에서 개똥싸서 그런거 아닐까? 너 시합에서 17타수 2안타라면서?]

[어린중범 : 누가 그런 헛소리를 해?]

[선비 : 난가?]

[어린중범 : 야! 내가 스프링캠프서 상한 샌드위치를 잘 못먹고 배탈나서 그런거야!]

[골든리트리버 : 그래서 유니폼에 지렸어?]

[어린중범 : 안 지렸어;;;]

나는 수지와 그동안 밀린 몸의 대화를 나누었다.

어린시절부터 꾸준히 운동을 해온 나와 마찬가지로 수지도 소프트볼을 하면서 만만치 않은 체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지치지 않고 몇 시간이나 몸을 대화를 나누었다.

결국 준비한 콘돔을 다 쓰고 나서야 우리의 대화를 끝 낼 수 있었다.

아주 오랜만에 느끼는 기분 좋은 탈력감에 나는 그대로 침대에 쓰러져서 휴식을 취했다.

“하아, 하아! 이 짐승!”

그것은 수지도 마찬가진지 침대에서 거친 숨을 내뱉을 뿐이었다.

깨톡! 깨톡! 깨톡! 깨톡!

이불속에서 얼굴만 빼꼼 내민 수지는 탁상 옆에 있는 내 폰을 건네주었다.

“이영아 톡 오는데?”

아, 누구야? 이 중요한 순간에!

“응? 나한테 연락 올 사람은 너랑 부모님 말고는 없는데?”

휴대폰을 확인해보니 아니나 다를까 그 녀석들이다.

[사이영 : 잘 지내나 보내? ㅅㄱ]

나는 간단한 답장을 보내고 휴대폰을 던졌다.

이제 쉴 만큼 쉬었으니 다시 몸의 대화를 나눌 시간이다.

“야, 사이영! 우리 이제 고무장갑도 없잖아!”

앗! 제길!

#3 갈길이 먼 호크스

KBO와 MLB 차이는 뭐가 있을까?

리그의 레벨? 리그 규모의 차이? 선수들의 연봉차이? 리그의 역사?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단일리그고 10개구단이 144게임을 치러서 플레이 오프에 진출해 토너먼트로 리그 최종 승자를 나누는 정도가 두 리그의 차이일 것이다.

하지만 MLB에서는 없지만 KBO에 있는 특이한 시스템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용병 시스템이다.

기본적으로 KBO 선수들 중에서는 이게 사람새끼인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야구를 못하는 인간이 프로의 탈을 쓰고 야구가 아닌 서커스를 한다.

사실 이는 어느 정도 예견되는 일이긴 했다.

한국이라는 나라의 스포츠는 엘리트 중심의 스포츠고 그 기조는 지금도 거의 변함이 없다.

그러니 당연히 인재풀도 좁아지고 인재풀이 좁은 곳에서 선수들을 뽑아 쓰려니 수준 미달의 선수도 프로라는 이름으로 활동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리그 전체의 질적 하락을 막기위해 용병이 존재한다.

용병은 기본적으로 높은 퀄리티를 지닌 선수를 영입해 리그의 경쟁력을 높이게 되는데 이 용병이라는 존재도 완벽한 존재가 아니다.

KBO최상위급 선수들과 비견되는 실력을 갖춘 용병들이지만 그들은 상위 리그에서는 ‘약점’이 있는 선수들로 그나마 수준이 낮은 리그에서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온 이들이다.

그래서 모든 KBO팀들이 상대 용병들의 약점을 찾기 위해서 전략분석팀에 큰 돈을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 이글스의 용병들이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모든 용병들이 다 잘할 수는 없다.

앞서 말했듯이 KBO에서 뛰는 용병들은 적어도 하나이상의 약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 선발등판한 투수는 톰 리글러, 189cm에 87kg이라는 괜찮은 피지컬을 지닌 녀석이다.

하지만 녀석은 정식전으로 문제가 있어 보인다.

빈약한 수비에 대해서 달관한 병민 선배와 달리 대전 호크스 수비의 매운맛을 톡톡히 본 녀석은 팀원들 앞에서 얼굴을 붉히며 화를 냈다.

“뻑!”

아무리 야구판에 투수가 왕이라지만 저런 녀석을 좋아하는 동료는 없다.

하긴, 아무리 왕이라도 계속 병신같은 짓만 골라하면 폐위 된다.

이 나라에서도 연산군 같은 인간들은 폐위되고 프랑스에서도 그 잘나신 나플레옹도 말년에 폐위당하지 않았던가?

특히 용병같이 파리목숨인 경우 저렇게 대놓고 팀원들의 신경을 긁는 녀석은 언제든지 버려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야, 토마스!”

“나? 어, 음! 영 무슨일이야?”

영? 이 새끼가 어디 어르신의 존함을 함부로 불러?

과거 내 동료들이 나를 부를 때 영이라고 부르긴 했지만 지금은 이영이라고 불러라 이 개자식아!

나를 영이라고 부를 수 있는 존재는 부모님과 수지뿐이다!

“앞으로 날 이영이라고 불러, 아니면 선배라고 부르던지.”

톰은 아직 리그에 적응도 못한 애송이, 한국어도 서툴기에 영어로 녀석과 의사소통을 하는 수밖에 없다.

“선배? 그거 네 이름아니잖아.”

“선배가 듣기 좋네 선배라고 불러.”

“그래 영 선배 무슨 일이야.”

“너 방금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고는 있냐?”

“응? 내가 무슨 짓을 했는데?”

하이고 이 팀 너무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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