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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2회 차 레전드 투수 사이영-31화 (31/70)

〈 31화 〉 Chapter 10. 시켜줘 유성중 명예소방관(3)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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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0. 시켜줘 유성중 명예소방관(3)

#1 치열한 투수전

대전 체육 중학교 야구부 감독 김경대의 계획 속에 이렇게 심각한 타격전은 없었다.

‘그나마 전체적인 전력은 아직 내 팀이 더 강하지만 이제 남은 투수가 없다.’

그렇게 1학년 투수 이민우의 등판은 정말 급작스럽게 진행되었다.

이민우는 마운드에 서있는 자신이 믿어지지 않았다.

‘하아,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가정형편이 어려운 이민우는 친구들과 함께 야구를 하는 대신 야구용품을 지원해주고 야구부비용까지 김경대의 요청에 대전 체육 중학교에 들어왔지만 이렇게 일찍 마운드에 오를 수 있을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사실 김경대는 자연스럽게 판타스틱 4인 사이영과 친구들이 자신의 야구부를 선택할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사이영은 집이 가깝다는 이유로 유성중학교 야구부를 선택했고 좋은 선수를 빼앗긴 김경대는 울며 겨자먹기로 판타스틱 4를 제외한 대전지역 유망주 이민우를 선택했다.

‘빌어먹을, 지금 저렇게 불붙은 타선에 올릴만한 녀석이 아닌데.’

김경대는 이민우의 재능은 알고 있었다.

리틀리그는 필연적으로 어러명의 투수를 사용해야만 한다.

M2 리틀 야구단에서 눈에 띄는 재능을 가진 투수는 단 두 명 사이영과 이민우 였다.

하지만 김경대가 판단하기에 아무리 이민우의 재능이 뛰어나다고 해도 성장기의 1년을 따라잡기에는 쉽지 않을 거라고 판단했다.

‘제발, 민우야 너까지 내려오면 진짜 막을 투수가 없다.’

김경대의 입장에선 그냥 막연하게 이민우가 잘 던져주기를 바라는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놀랍게도 이민우가 불붙은 유성중 야구부 타자들의 방망이를 싸늘하게 만들기 시작했다.

이휘현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붉게 달아올랐다.

“1학년이라고 무시하는 거냐! 너희들이 청백전에서 제대로 공을 치지 못한 사이영 저 녀석도 1학년이다.”

어허, 감독님 저랑 비교하는 건 좀······.

“아닙니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그럼 여기가 덕아웃 안이지 밖이냐? 이 자식들이 빠져가지고 그따위 스윙을 하니까 성격만 좋은 변태 감독이 빡쳤잖아.

만약 내가 감독이었다면 녀석들의 정신을 개조시켜주기 위해서 모두 벤치행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나는 메이저리그에서 감독도 해본 몸이라구!

물론 선수때랑 비교하면 성적은 안좋았지만 말이야.

“그런 멍청한 스윙을 해서 어쩌자는 거야!”

민우에게 삼진이나 땅볼로 아웃을 당한 타자들은 고개를 숙였다.

확실히 민우의 공이 좋아지긴 했네.

“감독님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제 앞에 타자만 세워주시면 제가 홈런치고 이 경기 끝내겠습니다.”

‘하아, 내가 저 얼빠진 녀석을 믿어야 하다니.’

뭐지? 눈빛이 평소와 달리 조금은 이상한데?

여튼 오늘은 수지도 나를 보러 왔으니까 기필코 우승을 해야만 한다.

나는 마운드에 올라서 간단하게 상대 타자들을 제압했다.

앞으로 2점 우리가 승리하기 위해서 필요한 점수는 딱 2점이다.

문제는 상대팀 투수가 민우라는 점이다.

민우 녀석은 나에게 투수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자질 중 가장 중요한 자질인 침착함과 냉정을 배운 녀석이다.

사실 그 외에 자질은 배우는 것보다 타고나는 것이라고 해야 맞다.

투수는 시인과 같아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타고 나는 것이니까.

하지만 아무리 좋은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 투수라고 해도 침착함이 없다면 모래위에 성을 짓는것이나 다름없다.

즉 선천적인 재능만큼 중요한게 후천적인 침착함과 냉정이라는 뜻이다.

심지어 우리 팀의 상황상 재능은 민우랑 비슷하거나 민우보다 못한 타자들이 많다.

당연히 우리팀 타자들이 민우를 상대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제발, 앞으로 2이닝 남았다구! 2이닝 안에 어떻게든 승리를 해야해!

이민우는 마운드 위에서 당당하게 공을 뿌리는 사이영을 바라봤다.

‘역시 이영이야. 어떤 상황이던 자신만의 피칭을 하고 있네.’

이민우는 리틀 야구팀에서 사이영에게 정말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

투수라면 해야하는 훈련을 물어보고 따라하다보니 실력도 부쩍 늘었다.

사이영은 친절하게 이민우의 집안 사정을 고려해서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요가동작을 알려주면서 자신이 사용하던 요가 매트까지 선물로 줬다.

그래서인지 이민우는 꼭 사이영에게 증명하고 싶었다.

‘이영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친구가 될 거야.’

순식간에 3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사이영이 마운드에서 내려가고 이민우가 올라왔다.

이번 이닝 이민우가 상대해야하는 타선은 하위타선이었다.

하지만 이민우에게는 사이영이 던지는 불같은 강속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자로 젠 것처럼 들어가는 제구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도 이민우는 마운드에서 흔들리지 않았다.

그것이 투수에게 가장 중요하다고 이야기 해준 이가 바로 사이영이었기 때문이다.

이민우는 모자를 벗고 모자 안에 적혀있는 글을 읽었다.

[특별한 재능이 없다고 해도 자신의 공을 던질 수 있는 투수가 좋은 투수다.]

이민우는 사이영이 훈련때 지나가듯이 해준 이야기를 인생의 좌우명으로 삼고 항상 모자 안쪽에 적어놓고 다녔다.

‘그래, 내가 던질 수 있는 가장 좋은공을 던지자.’

이민우가 던진 공을 본 타자는 힘껏 방망이를 돌렸지만 빗맞은 타구는 유격수에게 잡히고 말았다.

문제는 유격수의 송구 실수로 인해서 타자주자가 살았다는 것이다.

보통 투수라면 충분히 짜증 낼 수 있는 상황에도 이민우는 유격수를 바라보고 박수를 쳐줬다.

유격수는 미안한지 이민우의 눈을 피했지만 이민우는 정말 괜찮았다.

‘그래, 야구를 하다보면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는 거지.’

실제로 사이영은 마운드에서 항상 이런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도 운명의 장난인지 두 번째 타구도 유격수 방향으로 날아왔다.

하지만 대체중 유격수는 그림같은 수비를 보여주면서 안타가 될 타구를 잡아내 병살로 자신의 실책을 덮었다.

이번에도 이민우는 유격수를 향해 박수를 쳐줬다.

이제야 실수의 중압감에서 벗어난 유격수는 환하게 웃으며 모자챙을 만진다.

마지막 타자를 뜬공으로 마무리한 이민우는 점수판을 확인했다.

[6회초 대전 체육 중학교 야구부 8 : 7 유성중학교 야구부]

‘앞으로 1이닝, 1이닝만 막으면 된다.’

이민우는 기필코 1이닝을 막아내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내려왔다.

#2 구라치다가 걸리면······.

어쩌면 이번이닝이 나에게는 마지막 이닝이 될 수도 있다.

우리가 진 상황에서 이기고 있는 팀이 굳이 마운드 위로 올라와 투수를 팰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음이닝은 상위 타순이고 아직 대타로 주빈이랑 진우도 있으니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무조건 이번 이닝을 깔끔하게 막아내야만 한다.

경기 초반 뜨겁게 달아올랐던 양팀의 타선은 싸늘하게 식어버린 상태다.

물론 대체중 애송이들은 의욕만 앞선 우리 애송이 선배들과 달리 어떻게든 팀 타격을 하려는 모습이 보였지만 아무리 방망이를 짧게 잡아도 내 공을 건드리긴 어려워보였다.

나는 간단하게 3명의 타자를 삼자범퇴로 마무리하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이번이닝에 교체가 있을 예정이다. 우선 선두타자로 김진우가 나간다.”

감독의 판단은 일리가 있다.

이번 타석은 마침 2루수 타석이기도 하고 지금 팀의 타자들은 어떻게든 자신이 영웅이 되겠다는 생각에 가득차 의욕만 앞선 배팅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타를 기용하는 것은 아주 바람직한 선택이다.

“오, 드디어 출격이냐?”

“······믿고 있어라. 형이 딱 네 앞에 밥상 차려준다.”

진우 녀석은 누가 봐도 긴장한 듯 얼굴에 싸늘한 냉기가 흘렀다.

만약 내가 진우라는 꼬맹이를 처음 봤다면 싸가지 없는 꼬맹이라면서 혀를 차고 말았겠지만 지금 느껴지는 싸늘함은 평소에 싸가지가 없음에서 나타나는 싸늘함이 아니었다.

그것은 팀의 우승이 결정되는 극단적인 상황과 중학교 리그 첫 번째 경기라는 중압감이 합쳐진 긴장에서 나오는 싸늘함이었다.

짜악!

나는 그런 녀석 뒷목을 있는 힘껏 때렸다.

내 손이 맵긴 매웠는지 진우 꼬맹이의 눈가에 물기가 어린다.

“아야! 이씨! 왜 때려?”

“왜 때리긴? 내가 더운밥 먹고 너 살찌라고 때리겠냐?”

“그러니까 왜 때.리.냐.고!”

하 역시 이놈은 조만간 밭에 묻어서 싸가지라는 싹이 자라나게 물을 흠뻑 줘야겠다.

“그렇게 얼어가지고 타석에서 방망이나 제대로 휘두르겠냐?”

“······얼긴 누가 얼었다고 그래? 네가 잘못봤겠지.”

하, 건방진 꼬맹이자식이 구라를 치다니!

구라치다가 걸리면 손모가지가 날아가야 한다고 배웠지만 특별하게 이번 회에 선두타자로 나가는 녀석의 손목을 날려버릴 수 없었기에 참아주기로 했다.

내 응원 덕분인지 진우는 긴장하지 않고 타석에 섰다.

김진우는 화끈거리는 뒷목에 통증 때문에 인상을 찌푸렸다.

‘미친놈, 살살 때리던가! 너무 쌔게 때렸잖아!’

타석에 선 김진우는 이민우를 노려봤다.

5년 넘게 알고지낸 이민우는 김진우에게 또 다른 친구였다.

‘오늘 공 좋더라?’

‘너도 데뷔 축하한다.’

리틀 리그에서 2선발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다툰 두 사람은 그 누구보다 서로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두 명 모두 사이영의 영향을 받아 구속보다는 제구에 더욱 집중하는 스타일의 피칭을 했다.

하지만 이민우는 상대가 이러한 정보를 알고 있기에 역으로 제구를 포기하고 구속을 더욱 끌어올렸다.

까아앙!

고적 3~4km/h의 차이지만 타자에게는 엄청난 차이, 조금 더 느린 직구를 예상했던 김진우의 배트가 뒤로 밀렸다.

‘빌어먹을! 덕아웃에서 보던 공보다 훨신 빠르잖아? 이게 녀석과 나의 차인가?’

김진우는 자신보다 이민우가 더 뛰어난 투수라는 것을 인정했다.

그리고 더욱 집중해서 다음 공을 노려봤다.

다음 공은 아슬아슬하게 빠지는 공이었다.

하지만 김진우는 망설이지 않고 배트를 휘둘러서 안타를 만들어냈다.

까앙!

‘휴, 이영이도 그렇고 주빈이도 절대 배트를 내지 않을 공이었는데 진우는 항상 이런 공을 치려고 한다니까?’

그 누구보다 승부욕이 강한 진우는 확실한 공만 치려는 친구들과 달리 민규처럼 자신만의 스트라이크존을 가진 좋은 타자였다.

이민우는 깔끔하게 자신의 패배를 인정했다.

‘다음번에는 이렇게 쉽지 않을 거야. 학교에서 야구부에게 수영장 훈련을 허락해줬거든!’

이민우는 깔끔하게 안타맞은 기억을 지우고 다음 타자를 상대했다.

병살을 노리기 위해서 공을 낮게 제구했지만 상대 타자는 엉뚱하게 헛스윙을 해서 삼진을 당했다.

그리고 올라온 타자는 전 타석에 홈런을 친 사이영이었다.

‘휴, 어찌된게 산넘어 산이네.’

사이영은 리틀리그에서 자신의 주장대로 가장 강한 타자였다.

물론 스텟상으로는 우민규에게 살짝 밀렸지만 확실하게 한방을 날려줄 집중력만큼은 우민규보다 무서운 타자였다.

‘이영아, 나는지지 않을거야!’

사이영이 2스트라이크까지는 배트를 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있는 이민우는 고민하지 않고 한 가운데 직구를 꽂아넣었다.

“스트라이크!”

‘좋아, 일단은 투 스트라이크를 잡고나서 생각하자.’

이민우가 마음을 놓고 공을 던지는 순간 볼카운트 1-0에서 사이영이 배트를 휘둘렀다.

까앙!

맑고 청아한 소리가 그라운드 전체에 울려퍼졌다.

이민우는 반사적으로 공이 날아간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공은 아직도 하늘위를 날고 있었다.

‘하하하! 이영이가 1-0에서 방망이를 휘둘렀다고?’

건방진 꼬맹이가 어디서 최선을 다하지 않은 공을 마운드 위에서 뿌려?

민우는 내가 투스트라이크 까지 공을 지켜본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당연히 나도 어느 볼 카운트건 방망이를 휘두를 수 있었다.

그리고 경기 막판 내가 치면 역전할 수 있는 상황에서까지 방망이를 휘두르지 않을 만큼 나는 멍청하지 않다.

이번 홈런으로 경기는 뒤집어졌다.

7회 마운드에 올라온 나는 대체중 타자를 모조리 삼진으로 잡아내며 경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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