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화 〉 Chapter 10. 시켜줘 유성중 명예소방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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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0. 시켜줘 유성중 명예소방관(2)
#1 춘계 대전시장배 중학교 리그 결승전
이휘현은 오랜 라이벌이자 이제는 서슴없이 서로를 놀리는 경지에 들어서게 된 김경대를 만났다.
“야, 경대야 오랜만이다.”
“그러게 같은 지역에서 애들을 가르치는데 어째 한번을 못 마주치냐?”
‘저 개자식이 시작부터 시비를 거네?’
“이제부터는 자주 마주칠거야. 적어도 3년 동안은 말이다. 우리 이영이가 집이 가깝다고 유성중에 입부신청을 했지 뭐냐? 역시 인생은 부동산이야 그지?”
‘개자식이 또 속을 긁네?’
“오늘 경기 잘해보자!”
덕아웃으로 돌아온 이휘현은 자신의 제자들을 바라봤다.
“너희들도 알겠지만 우리 유성중학교 야구부는 역사가 짧다. 그 짧은 역사 속에서 너희들이 처음으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감독의 연설을 한다.
나에게는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도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꼬맹이들에게는 사기를 올려주고 의욕을 북돋아주는 아주 좋은 행동이다.
“처음은 아주 중요하다. 그리고 아주 오래오래 기록으로 남을 것이다. 고교는 물론 어쩌면 프로에서도 우승기록이 없는 약체 중학교를 우승으로 이끈 너희들의 커리어를 주목 할 수도 있다. 오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다면 너희들은 초대 우승자로 유성중학교가 망할 때까지 계속 기억될 것이다.”
감독은 특유의 변태같은 시선으로 우리들을 쭉 훑어봤다.
“자신 있나?”
“자신 있습니다!”
“목소리는 아주 패배자의 그것 같은데?”
“아닙니다아아아아악!”
“그래, 이제 좀 내 새끼들 같구만! 우선은 좋은 소식이 있다! 대체중 에이스 정일후가 준결승전에서 어깨 부상을 당했다고 한다.”
무슨 중학생이 어깨를 다쳐?
어깨는 투수들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신체 부위다.
어깨를 다치는 순간 투수의 인생은 끝난다고 해도 좋을 만큼 투구에 있어서 절대적인 영향을 차지한다.
물론 나 때는 팔꿈치도 회복 할 수 없는 부위였기에 팔꿈치 부상도 매우 심각한 부상이었다.
그리고 데드볼 시대의 투수들은 대부분 팔꿈치에 이상이 있어서 은퇴한 케이스가 많았다.
물론 어깨도 고장 나는 녀석들이 있었지만 팔꿈치보다는 비율이 낮았다.
요즘에는 토미라는 천재 의사가 투수들의 수명을 연장 시켜줄 수 있는 팔꿈치 수술을 개발했다고 한다.
하지만 어깨는 아직도 완전하게 회복되는 수술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자, 감독님 말씀 잘 들었지? 심지어 들리는 말로는 대체중에 2번째 투수도 손톱이 깨져서 오늘은 못 던진다고 한다.”
손톱은 투수들에게 매우 중요한 부위다.
투수는 손톱을 이용해 더 강하게 공을 체고 공의 회전력을 높인다.
또 손끝의 감각으로 구위를 올리고, 제구를 잡는다.
그리고 손끝에 붙어있는 손톱이 깨지면 공을 체는 힘이 떨어지고 그렇게 되면 당연히 구위가 떨어지고 제구가 흔들린다.
그건 메이저리그 511승에 빛나는 덴튼 트루 영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나는 일주일에 한 번씩 손톱 관리를 받는다.
물론 개인적으로도 매일 손톱 관리를 하고 있다.
그나저나 팀의 원투펀치가 내려앉으면 이거 타격전이 벌어지겠는걸?
이번 춘계 대전시장배 중학교 리그의 규칙 중 결승전에 오를 경우에 한해서 이전 투구 기록을 삭제하고 팀의 에이스를 등판 시킬 수 있다는 규정이 존재한다.
우리는 에이스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병민 애송이 선배가 등판을 하고 대체중은 3선발 수준의 투수가 올라온다는 소리다.
“팀의 원투펀치가 모두 부상으로 빠져있는데 점수를 못내는 멍청이들은 없겠지?”
“그렇습니다!”
“좋아! 믿겠다. 가라!”
이휘현은 어슬렁 거리면서 타석으로 향하는 사이영을 보면서 입꼬리를 올렸다.
‘저 녀석은 결승전인데도 평소와 같이 행동하는 군!’
#2 춘계 대전시장배 중학교 리그 결승전 1회 초
나는 팀의 1번타자로 타석에 섰다.
대회 통산 내 타율은 0.413으로 리틀 리그에서보다는 상당히 떨어진 편이다.
그도 그럴것이 갑자기 커버린 내 신체에 맞는 타격 밸런스를 잡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타율은 점점 오르고 있다.
그리고 내 선구안은 사실 메이저 수준이기에 출루율은 5할이 넘는다.
1번 타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살아서 1루를 밟는 것! 다행히도 상대 팀 투수의 컨디션이 안좋은지 계속해서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나는 공을 던지고 있다.
“볼!”
볼카운트는 어느새 1-3 타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볼 카운트가 되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볼카운트, 나는 적극적으로 방망이를 휘둘렀다.
깡!
기분좋은 소리를 내는 내 방망이에 맞은 야구공은 3유간을 뚫고 좌익수를 향해 굴러갔다.
너무 타구가 빨라서인가? 안타깝게도 내가 1루에 도착할 때쯤 벌써 좌익수는 공을 받아서 2루로 공을 뿌렸다.
음, 저 정도 송구인가? 오이오이 그런 어깨로는 이 몸을 잡을 수 없다구?
확실히 좌익수는 3루와 가까운 편이라 어깨가 약해도 되는 외야수다.
반대로 우익수의 경우에는 3루로 공을 뿌려야하는 경우가 많기에 어깨가 중요한 포지션이다.
나는 곧장 나에게 주어진 그린라이트를 활용해 리드폭을 크게 잡고 투수를 도발했다.
투수는 몇 번이나 나를 잡기 위해서 견제구를 던졌지만 아슬아슬하게 귀루 할 수 있는 거리까지 리드폭을 잡았기에 투수의 견제는 전혀 통하지 않았다.
투수의 집중력을 빼앗아서인지 모르겠지만 안 그래도 제구가 안 좋던 상대방 투수는 급격하게 무너졌고 1이닝에만 4실점을 하면서 교체를 당했다.
흥, 해치웠나?
#3 춘계 대전시장배 중학교 리그 결승전 1회 말
내가 유성중학교 야구부와 함께한지도 벌써 3달이 넘어간다.
3달 동안 가장 기량이 좋아진 애송이는 병민 선배였다.
근본도 없는 슬라이더를 버리고 선택한 포심의 구위는 점차 좋아졌고 구위가 올라가자 흔들리던 제구까지 잡혔다.
그 결과 유성중학교 야구부 내에서 나 다음으로 잘 던지는 투수가 되었다.
아직 가다듬을 부분이 많은 투구폼이 문제지만 어차피 던지는 구종도 한 가지 뿐이고 구위가 나쁘지 않으니 타자들은 헛스윙을 연달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가뿐하게 타자 2명을 잡은 선배가 이상 행동을 보이는 것은 3번째 타자를 잡을 때부터였다.
공을 던질 때마다 손가락을 유심히 살피는 선배 분명 뭔가 이상이 있는 것이 틀림없다.
심지어 공을 던지면 던질수록 구위가 떨어지고 있었다.
깡!
아니나 다를까 대체중 3번 타자는 약해진 병민선배의 공을 정확하게 받아쳐서 그대로 중전안타를 뽑아냈다.
설마? 아니겠지?
내가 본 것을 감독이 못 볼 리 없었다.
감독이 마운드로 올라왔다.
나는 은근슬쩍 마운드로 향했다.
아니나 다를까 병민선배의 손가락이 깨져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다행히도 정확하게 반으로 갈라진 건 아니고 손톱 끝부분이 살짝 깨져있었는데 큰 부상은 아니지만 오늘 등판은 무리일 것으로 보였다.
이휘현은 에이스 정병민의 부상에 골치가 아팠다.
‘아 미치겠네! 이 중요한 순간에 부상이라니.’
“병민아, 수고 많았다.”
“감독님, 더 던질 수 있습니다! 믿어주십시오.”
“어이, 센빠이 야구 오늘만 하고 말거 아니잖아요. 뒷문은 내가 지킬테니 그냥 내려가요.”
“아니, 이영이 너는 4회부터 올라온다.”
하? 변태지만 확실히 실력은 있는 감독이다.
어차피 우리 타선은 지금 불타오르는 중이다.
그리고 든든하게 3~4이닝을 책임져 줄 거라고 생각했던 팀의 1선발이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내려간 상황, 여기서 문제는 빌어먹을 규정이 투수의 이닝 제한으로 설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물론 나도 애들 장난같은 리그에서 내 어깨를 갈아 넣으면서 우승을 차지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래도 한경기, 7이닝 전력투구를 하는 것 정도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내가 던지다가 후반에 털리는 것 보다는 지금 털리다가 깔끔하게 후반을 틀어 막는게 더 좋은 선택일지 모른다.
그렇게 아무리 대체중의 인재 풀이 넓다고 해도 고작 해봐야 중학교 수준이다.
거기다가 특출나게 잘하는 선수 위주로 등판시키는 학교야구의 특성상 당연하게 에이스에게 경험이 많이 쏠린다.
투수에게 경험이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산이자 무기 당연히 지금부터 올라오는 애송이들의 실력은 보나마나다.
그렇게 유성중학교의 첫 결승전은 말도 안 되는 타격전으로 흘러갔다.
1회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기위해 우리는 3점이라는 큰 점수를 내줬다.
그리고 우리는 화풀이라도 하듯이 상대 투수를 때려서 2점을 냈다.
2회 말 대체중은 다시 3점을 내면서 우리와 동점을 만들었고 3회에 하위타선으로 시작된 타선이 삼자범퇴로 주춤한 사이 다시 2점을 뽑아내면서 상황은 뒤집어졌다.
설마 1회초에 해치웠나라는 주문이 진짜 전설의 부활주문이라도 되는 건가?
설마 나도 어떤 녀석이 내 무덤에다 대고 ‘해치웠나?’ 같은 부활 주문을 사용한건 아닌지 모르겠다.
나중에 시험삼아 호너스 ‘빌어먹을’ 와그너 녀석의 무덤에 가서 주문을 외워봐야겠다.
“지금까지 잘 막아줬다. 이번이닝부터는 이영이가 등판한다.”
“오늘 대체중이 얻을 수 있는 점수는 딱 8점 까집니다.”
“오이오이! 이영쿤 믿고 있었다구!”
“그 발언 허세로 볼 수도 있겠군.”
허세가 아니다. 이 야알못 기레기 같은 놈들아!
아무리 대전지역에서 제일 잘하는 대체중이라지만 솔직하게 나는 자신이 없었다.
저 녀석들에게 1점이라도 줄 자신이!
“조금이라도 이영이의 어깨를 가볍게 해주려면 점수가 필요하다.”
아무리 투수가 잘 던져도 점수가 나지 않으면 투수는 승리 투수가 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상위타선으로 이어지는 4회 공격기회가 중요했다.
그리고 나는 중학교 처음으로 홈런을 때렸다.
“꺄아! 이영아! 나 여기 있어!”
어? 어디서 수지 목소리가 들리는데?
관중석이라고 하기에는 어설프지만 내야에 평상복을 입고 있는 수지가 보였다.
요즘 늘 교복입은 모습만 보여주다가 이렇게 평상복을 입고 있는 수지를 보니 또 뭔가 색다르다.
그나저나 수지야, 너 오늘 학원가는 날 아니야?
나는 홈플레이트에 들어오면서 수지를 향해 손을 흔들어 줬다.
나와 눈이 마주친 수지가 활짝 웃는다.
나를 보며 환하게 웃는 그 미소가 너무나 아름답게 느껴졌다.
그래, 학원이 뭐가 중요하겠니!
오늘 기필코 이겨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안타깝게도 4회 초 우리의 공격은 나의 홈런 말고는 더 이상 득점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번에도 점수를 내겠다는 헛된 꿈을 안고 타석에 들어서는 대체중 타자를 공략한 나는 깔끔하게 삼자범퇴로 돌려세운 나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5회 초 등판한 투수는 내가 등판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던 민우였다.
“후, 드디어 1학년까지 등판하게 만들었군. 아, 판타스틱 4 너희들 저 녀석이랑 같은 야구단 출신이라며?”
“예, 저기 앉아있는 야구멍청이가 없었다면 민우가 우리팀 주전 투수가 되었을 거예요.”
“흥, 내가 없었다면 너희들은 리틀 리그 월드시리즈 2연패는 꿈도 못 꿨을 거야!”
“그건 맞는 이야기야.”
오, 역시 민규녀석 눈치는 없지만 바른말을 하는 녀석이다.
“물론 이영이도 우리가 없었으면 일본한태 져서 우승을 못했겠지만 말이야.”
“그럼, 저 녀석 애니 때문에 뇌가 일본에 절여졌다니까.”
“감독님, 저 녀석들을 죽여 버리는 걸 허락해 주시죠.”
“미안한데 내 선수들 괴롭히지 말아줄래?”
“저도 감독님 선순데요? 그리고 지금 저를 괴롭히고 있는건 감독님입니다.”
"감독한테도 트레쉬 토크 걸지 말고."
"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