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인생 2회 차 레전드 투수 사이영-27화 (27/70)

〈 27화 〉 Chapter 9. 성장하는 소년들(2)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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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9. 성장하는 소년들(2)

#1 스토브리그

스토브리그에서 유성중은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두고 돌아왔다.

6게임 중에서 3승 2무 1패로 참고로 작년 스토브리그는 참여한 중학교도 유성중처럼 약한 중학교였는데 거기서도 2승 4패를 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변태 감독은 집으로 돌아가는 와중에도 기분 나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기쁜 것은 병민이라는 애송이가 슬라이더 의존증을 벗어던졌다는 점이다.

6게임 중 2번이나 선발 등판한 병민선배는 자신에게 주어진 2이닝을 어떻게든 꾸역꾸역 직구로 막아냈다.

역시 투수에게 변화구는 제구가 잡힌 다음에 익히는 것이라는 내 주장이 옳았다.

그 옛날 나는 ‘커브는 단지 제구를 보조하는 악세사리일 뿐이다.’라는 주장을 했다.

패스트 볼도 제대로 못 던지는 반푼이에게 당하는 타자는 몇 없다.

1890년이나 지금이나 투수에게 가장 큰 무기가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고민 없이 패스트 볼이라고 말할 것이다.

실제로 내 현역 시절 직구도 제대로 못 던지는 녀석이 커브를 익히겠다고 깝죽거리기도 했다.

그 녀석은 그 해 메이저에서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다.

패스트 볼의 컨트롤을 먼저 잡은 투수는 패스트 볼과 커브를 동시에 익히겠다고 깝죽거리는 녀석들 보다 오래 살아남았고 결국 나중에 커브도 더 빨리 익혔다.

두 마리 토끼를 쫒다가 다 놓친다는 속담이 어울리는 상황이 된다.

“어때요? 직구만으로도 상대할만 하죠?”

“······그래.”

“변화구는 단지 제구를 보조하는 악세사리일 뿐이거든요.”

정병민은 자신의 옆에서 여자친구와 카톡을 주고받느라 바쁜 후배를 바라봤다.

그리고 곰곰이 후배가 자신에게 해준 조언을 곱씹었다.

‘확실히 녀석의 말이 맞을지도 모르지.’

일주일동안 슬라이더를 안 던지다 보니 팔꿈치의 통증이 줄어드는 것이 느껴졌다.

정병민은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이휘현에게 왜 슬라이더를 던지지 않느냐고 혼이 날 각오를 하고 직구만 던졌다.

그래서인지 마지막 등판에서는 직구가 평소보다 더욱 뻗어가는 느낌까지 들었다.

만약 이휘현이 왜 슬라이더를 던지지 않느냐고 다그칠 경우에는 언제든지 슬라이더를 던지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병민의 걱정은 기우로 그쳤다.

심지어 슬라이더를 전수해준 이휘현 감독조차 정병민이 직구만 던지는데도 공을 시원하게 뿌린다고 칭찬을 해줄 정도였다.

사실 현대 야구에서 슬라이더를 던진다고 팔꿈치에 무리가 간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다.

랜디 존슨처럼 평생 150km/h에 가까운 고속 슬라이더를 던져도 큰 부상 없이 40대 중반까지 커리어를 이어간 투수가 있는 반면 부산 타이탄즈의 염종성 같은 선수는 너무 많은 슬라이더를 던져서 신인왕을 타고도 부상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린 선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투수들이 슬라이더는 부상의 우려가 있는 공이라고 증언했다.

그리고 어린 나이에 슬라이더를 던지지 마라는 조언을 했다.

‘그래, 이영이 저 녀석의 이야기처럼 너무 어린나이에 성급하게 변화구를 익힐 필요는 없어.’

정병민은 조금씩 회복되고 있는 자신의 팔꿈치를 바라보며 슬라이더를 봉인헤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2 춘계 대전시장배 중학교 리그 D-1

중학교 대회는 크게 3개가 있다.

물론 중간중간에 자잘한 대회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커리어’로 삼을만한 대회는 춘계 리그와 초여름에 진행되는 전국소년체육대회 그리고 추계 리그 정도가 전부다.

첫 번째로 각 지방의 단체장이 개최하는 대회로 대전과 인근에 있는 세종시의 중학교 야구부가 모두 참가하는 대회로 총 8팀이 참가했다.

그중에는 대전지역 전통의 강호 대전 체육 중학교도 포함되어 있었다.

“와, 민우네랑은 결승에서 만나겠네?”

“민우녀석 요즘도 훈련 힘들다고 징징거리던데 우리랑 같이 훈련했으면······. 풉!”

스토브리그에서 괜찮은 성적을 거둔 덕분인지 우리팀의 표정은 한결 여유로웠다.

“예들아. 우리 1차전 상대는 대덕중학교다. 선발로는 병민이가 나갈거고 포수 진목이랑 같이 배터리를 하고 1루수 강수, 2루수 영국이, 유격수 민규, 3루수 이영이 좌익수 강재, 중견수 정욱이, 마지막으로 우익수 민호다.”

예상대로 대부분 2~3학년으로 이루어진 라인업이다.

그나마도 2학년은 영국이라는 선배와 정욱선배가 전부였다.

1학년 중에 선발로 나가게 된 이는 나와 민규 뿐이다.

진목선배의 경우에는 합숙캠프에서 엄지손가락 골절이라는 큰 부상을 당했지만 깁스를 하고도 훈련에 참여할 만큼 열정을 보여줬다.

아무래도 3학년이라 더욱 절실했는지도 모른다.

초등학교와 리틀리그를 합쳐서 전국에는 200개에 가까운 야구팀이 존재한다.

하지만 중학교로 올라오면 그 절반 수준인 90개로 줄어든다.

아무리 어린 시절 부터 열심히 야구를 했다고 해도 절반 정도는 떨어져나가게 된다.

그리고 고등학교 야구부는 더욱 줄어들어 60~70개 정도로 줄어든다.

즉 중학교 야구부는 최대한 많은 수의 부원을 고등학교 야구부로 넣기 위해서 3학년에게 많은 출전시간을 부여하게 된다.

아마 이런 구조는 고등학교에서도 비슷할 것이다.

고등학교는 많은 프로선수를 배출해야 더 좋은 선수를 수급 할 수 있을 테니까.

“아, 부럽다.”

“애송이들 기죽지 마라. 어차피 너희들도 곧 기회를 받을 수 있을 거다.”

“진짜 기회를 받을 수 있을까? 듣기로는 민우도 그냥 훈련 중 볼을 줍다가 하루가 다 간다고 하던데?”

“대부분 1학년들이 그렇잖아. 그래도 주빈이 너는 좋겠다. 포수라서 출전기회를 얻을 수 있잖아.”

중학교 리그에서는 포수도 소화 할 수 있는 이닝이 있다.

더군다나 팀의 주전 포수인 진목선배가 내 공을 잡다가 손가락이 부러지는 부상을 입었으니 내가 등판하는 날에는 무조건적으로 주빈이 녀석이 홈플레이트를 지킬 확률이 높아진다.

결국 애매한 재능을 가지고도 배짱이처럼 배짱을 부린 진우만이 감독의 선택을 못받게 된건가?

진우는 불안해 하면서 야구공을 만졌다.

퍼억!

나는 글러브를 들어 진우의 정수리에 내리꽂았다.

“아! 뭐야 사이영, 아프잖아.”

“아프라고 때린거지 살찌라고 때렸겠냐? 하긴 너는 해골처럼 말라서 살도 좀 찌긴 쩌야겠지만 말이야. 그렇게 불안하면 너도 너만의 무기를 만들어!”

“나만의 무기”

“그래, 팀에 2루수가 영국선배라는건 그만큼 3학년 중에 믿을만한 2루수가 없다는 뜻이야. 심지어 키스톤 플레이어중에 하나인 유격수는 민규 저 녀석이 하고 있지!”

“······우리팀에 부족한게 수비다?”

“그래, 그리고 너는 순발력이 좋으니까 어떻게든 수비훈련에 집중하면 가을쯤에는 2루가 네 차지지 않을까?”

“정말 그렇게 생각해?”

내가 꼬맹이들에게 당근보다 채찍을 많이 드는건 사실이지만 너무 채찍질만 많이 한다고 말이 잘 달리는건 아니다.

당근을 줘가면서 어르고 달래기도 해야 말은 달릴 수 있다.

“네가 싸가지는 없어도 실력이 없는건 아니잖냐.”

“하긴, 내가 너보다 타격도 잘하고 수비도 잘하긴 하지!”

하여튼 저 싸가지 없는 녀석에게 당근을 던져주는건 멍청한 짓이라는 것을 다시 깨달았다.

#3 춘계 대전시장배 중학교 리그 D-day

나는 팀의 1번타자로 경기에 나서게 됐다.

빌어먹을! 나에게 똑딱이나 다름없는 1번 타자라니!

팀내에서 나만큼 덩치가 크고 힘이 좋은 선수는 없다.

그나마 4번을 치는 서강재라는 꼬맹이가 180cm에 78kg으로 나와 비슷하지만 그 외에는 평균 170cm 수준의 피지컬이 전부다.

즉 중학교 수준에서도 나는 피지컬적으로 밀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물론 아직 성장기니 여기서 더 자랄 것이다.

지금도 무릎이 시큰거리고 있으니 말이다.

“야, 1번 타자! 어디 한번 잘해봐.”

“애송이! 1번 타자가 쉬운 타순이 아니라는것만 알아둬라.”

저 꼬맹이 자식들이!

내가 도끼눈을 뜨고 녀석들을 바라보자 녀석들은 딴청을 피우기 바빴다.

1번타자라, 1번타자는 투수들에게 가장 짜증나는 타자다.

내가 가진 1번 타자라는 녀석들의 이미지는 발도 빠른 녀석들이 눈도 좋고 방망이도 좋다.

어라? 이거 완전 호너스 ‘빌어먹을’ 와그너 녀석이잖아?

물론 와그너 녀석은 1번타자는 아니었다.

일단 1번 타자답게 상대 투수의 공을 지켜볼까?

대덕중 투수가 던진 공은 얼토당토 않게 높은 공으로 심판은 볼 선언을 했다.

반쯤 뒤로 누운 타격 자세는 심판의 스트라이크 존도 줄이기 마련이다.

기본적으로 심판은 자신들만의 스트라이크 존이 있지만 스트라이크 존의 높낮이는 타자의 무릎에서 어깨높이정도로 정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어깨가 상당히 내려오는 나의 타격자세는 심판의 스트라이크 존에도 약간의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건 내가 베테랑이던 1904년에 심판이랑 같이 밥을 먹다가 들은 정보니 확실하다 할 수 있겠다.

메이저리그에서 심판과 선수가 접촉하는 것은 금지하고 있지만 메이저도 사람사는 곳이고 나는 비교적 심판들과 친했다.

그들처럼 술과 담배는 하지 않았지만 맛있는 밥 정도는 같이 먹을 수 있었고 그들에게 맛있는 점심을 제공하는 대가로 그들에게 몇 가지 질문을 할 수 있는 권한을 얻는 건 나 같은 베테랑들에게는 매우 쉬운 일이다.

하, 역시 인생은 재미있다.

야구는 인생을 닮은 스포츠다.

투수일 때는 스트라이크존에 대한 이해를 하기 위해 물어본 질문이 타자에게는 또 다른 시점으로 상황이 펼쳐지는 것을 보면 인생사 세옹지마라는 이야기가 왜 나왔는지 알 수 있달까?

투수 입장에서 첫 번째 공이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면 그렇게 짜증날 때가 없다.

그런데 짜증을 내봤자 심판의 판정은 바뀌지 않는다.

이건 해가 동쪽에서 뜨는 것과 같은 진리나 다름없다.

감독이 퇴장을 당하건 투수가 마운드 위에서 똥을 싸건 한번 판정이 된 공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투수에게는 침착함과 냉정함을 익히라고 주문하는거다.

이것은 기를 수 있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필드에서 침착함과 냉정함으로 무장한 투수는 손에 꼽을만큼 적다.

그리고 중학교 야구에서 침착함과 냉점함을 가진 녀석은 나 말고 있을지 모르겠다.

그나마 나랑 같이 오랜시간 야구한 민우 녀석정도가 중학생 이상의 침착함과 냉정함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흥분한 투수는 포수가 잡기 힘들만큼 스트라이크존에서 벗어나는 공을 뿌려댔다.

볼 카운트는 0-3! 볼 하나만 더 들어오면 나는 출루 할 수 있게 된다.

사실상 출루를 하는 것이 1번 타자의 가장 큰 덕목이기에 여기서 방망이를 휘두르지 않아야 하지만 그것은 내 타격이론을 전면적으로 거스르는 짓이다.

내 타격이론에서 가장 좋은 타격은 투수에게 최대한 많은 공을 던지게 하는 것!

그렇기에 나는 망설이지 않고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는 공을 휘둘렀다.

까앙!

결대로 밀어진 공은 1루수와 2루수 사이를 가르며 그대로 안타가 되었다.

아, 이게 아닌데!

마음같아서는 어떻게든 파울타구를 쳐서 투수의 투구수를 늘리고 후속타자에게 투수의 공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야구가 재미있는 이유는 내 뜻대로만 흘러가지 않기 때문이다.

안타를 친 나는 흔들리는 투수 덕분에 득점을 거둘 수 있었다.

휴, 그래도 1회 말에 등판하는 병민 애송이의 어깨를를 가볍게 해줄 수 있겠군.

“야 봤냐? 이게 안타라는 거야.”

“팀 배팅도 모르는 멍청이가 거기서 스윙을 하면 어쩌자는 거야?”

뭐라고? 후보 자식이 감히! 오늘은 안타를 쳤으니 봐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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