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화 〉 Chapter 3. 리틀 리그에 괴물이 산다. (2)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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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 리틀 리그에 괴물이 산다. (2)
#1 일상
“계약조건으로 우승 시 방출 조항을 삽입하면 되지 않을까?”
아, 이런 방법이?
KBO에서 계약을 한 순간 FA를 얻거나 포스팅 시스템을 이용하지 않으면 절대 KBO를 벗어 날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제약에도 한 가지 허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구단에서 계약을 포기하고 선수를 방출해 웨이버에 공시하면 선수는 즉시 자유계약 신분이 된다.
하지만 대부분 이런 상황은 용병들이 시즌에 실패했을 때 사용되는 방법이다.
하지만 한국 선수라고 이런 방법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알아본 바로는 실제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선수들의 경우에는 구단에서 해고를 하는 방식으로 KBO등록을 말소시키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일단 내가 구단과 계약을 하게 되는 순간 나는 구단에 소속되게 된다.
하지만 계약을 하기 이전에 ‘대전 호크스가 우승을 할 경우 즉시 구단은 나를 방출 한다.’라는 조항을 넣는다면 나는 다시 메이저리그에 도전을 할 수 있다.
물론 내가 진짜 엄청 야구를 잘해야 이런 계약을 따낼 수 있을 것이다.
일단 KBO건 MLB건 계약관게에 있어서 구단은 절대적인 갑의 위치에 있다.
하지만 가끔 그런 갑조차 곤란하게 만드는 선수들이 존재한다.
그 존재가 바로 야구를 엄청나게 잘하는 슈퍼스타들이다.
그리고 나는 그런 슈퍼스타들과 비슷한 절차를 밟아나가면서 성장하고 있었다.
“아들, 잘하고 있어!”
“화이팅!”
리틀리그에서 1년간 나는 피안타도 맞지 않고 6명의 타자를 무조건 3구로 잡아내는 것으로 유명해졌다.
그렇게 1년 동안 나는 취미반이나 다름없는 리그에서 언터쳐블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리그를 씹어먹었다.
8살이라 그런가? 소화도 잘되더군! 하긴 내가 8살 때는 배가 고파서 생 옥수수도 씹어먹고 그랬지!
내 진짜 정체를 알고 난 다음에도 부모님은 전과 다름없이 나를 사랑해 주셨다.
당신들이 피곤하실텐데도 항상 주말만 되면 내가 꼬맹이들과 야구하는 것을 즐겨 보셨다.
아, 물론 망할 호크스가 작년에 6위를 하면서 5886이라는 비밀번호를 찍으면서 4년 연속 가을야구에 실패한 뒤로 부쩍 나를 더 응원하시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을 받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아, 그리고 1년 나는 9살 미만이 참여하는 새싹리그에 참여해 우리 팀을 우승시키는데 큰 공을 세웠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래도 결승전에는 한 투수당 9명의 타자를 잡을 수 있게 해줘서 오히려 쉽게 우승을 차지 할 수 있었다.
사실 마음같아서는 11살 미만까지 참석이 가능한 꿈나무리그에 참여하고 싶었지만 나를 바라보는 진우, 주빈이를 두고 월반을 할 수 없었다.
나도 나이가 들어 냉정함을 잃어 버렸는지 굳이 이 녀석들을 두고 월반해서 말도 안통하는 다른 꼬맹이들이랑 역이는 거보단 차라리 1년이라도 같이 한 이 녀석들이랑 지내는게 편해지고 말았다.
오늘도 우리 삼총사는 훈련장에 모여서 훈련을 했다.
“자, 잘 봐 내가 공을 이렇게 던지잖아?”
나는 흙바닥에 그림을 그리고 작전을 설명했는데 건방지기로는 적어도 대한민국에서 제일이라고 할 수 있는 진우가 태클을 걸었다.
“하하하! 잠깐만, 이게 이영이 너야? 못생긴 너구리를 닮았잖아? 이영아 넌 야구라도 잘해서 참 다행이야.”
뭐라고? 이 건방진 꼬마 놈이? 오늘 진짜 밭에 묻어버릴까?
이 자식아 이게 바로 피카소라는 꼬맹이가 태어나기도 이전에 재능을 보이는 초현실주의 그림체라는 것도 모르고!
솔직하게 나도 피카소라는 꼬맹이가 그림을 잘 그린다기에 한번 보러간 적이 있는데 그리는 꼬라지가 내가 그리는 거랑 별반 차이가 없긴 했다.
그런데 다시 태어나고 보니 피카소가 현대미술의 거장이라는 소리에 얼마나 황당했는지!
여튼 쉽게 말하자면 내가 그린 그림이나 피카소가 그린 그림이나 내 눈에는 비슷하다 이 말이다.
이런 이야기를 꼬맹이들에게 해줘봤자 이해를 못하겠지?
휴, 어쩌겠나? 한 살이라도 더 먹은 내가 참아야지!
하지만 그래도 진우라는 꼬맹이가 하는 이야기에 결정적인 결함이 있는 것은 지적하고 넘어가야겠다!
“난 야구라도 잘하는게 아니라 야구도 잘하는 거야.”
이 자식아 이 할아버지가 심은 옥수수만 해도 네 녀석 유치를 다 뽑아 영구치로 만들고도 남을게다!
“아니, 내가 어지간하면 진우 편을 안 들지만 이영이 네 편을 들어야 겠어! 이건 진우말이 맞아.”
뭐라고? 이 앙큼한 꼬맹이들이? 하, 너희들 같은 팀 투수한테 그 딴식으로 말하다가 진짜 큰일 나는 수가 있다?
투수는 신이야 알겠어?
“······내 예술혼은 미래에 평론가가 알아줄 것이다!”
오이오이 미래의 평론가 양반 잘 부탁한다구 찡긋!
#2 방과후 어느 날
내가 리틀 리그를 폭격하는 괴물이건 전생에 메이저리그에서 511승을 거둔 괴물이건 지금 내 신분이 대한민국 초등학교 2학년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물론 내 부모님은 내 정체를 알고 계시고 쓸데없이 다른 사교육에 자식을 괴롭히는 선택을 하지는 않으셨다.
그래서 나는 항상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오후에는 훈련을 할 수 있었다.
“이영아! 같이가!”
“수지? 민규?”
1학년 때 민규라는 꼬맹이에게 괴롭힘을 당할 때 내가 구해준 꼬맹이다.
물론 지금은 민규와 수지는 절친한 친구사이로 발전했다.
문제는 이 꼬맹이들이 나를 자기들 친구쯤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하아, 리틀야구단에 가면 진우랑 주빈이가 나를 친구로 생각하는 것 같은데 정말 피곤한 일이다.
그렇다고 어린 아이들의 마음에 상처를 줄 순 없으니 나는 그럭저럭 녀석들과 맞춰서 잘 놀아주는 편이다.
수지와 민규는 나를 따라잡기 위해서 짧은 팔다리를 열심히 움직여서 운동장을 가로질러 왔다.
“넘어진다. 이 녀석들아. 천천히 와!”
“헉헉! 야! 사이영! 너, 왜 그렇게! 걸음이 빨라!”
“수지 말이 맞아! 하악 하악!”
“에휴, 요즘 꼬맹이들은 체력이 너무 약하다니까.”
적어도 나때는 8살 정도 되면 돌팔매질로 다람쥐를 잡고 그래야 하는 나이라구!
실제로 7살 때 아버지 총을 훔쳐 여우사냥을 벌이다가 대차게 혼난 다음부터 나는 할아버지에게 돌팔매질을 배워서 사냥하는 방법을 익혔다.
그 덕분에 나는 총을 사용하지 않고도 숲에서 돌아다니는 작은 동물들을 잡을 만큼 뛰어난 실력을 지니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내 제구력은 항상 메이저에서도 최상급에 속했지!
“무슨 소리야!”
이제 호흡이 진정된 수지는 쌍심지를 켜고 나를 노려봤다.
하하하, 가끔 느끼는 거지만 수지가 이렇게 나를 노려볼 때면 조금 무섭다.
싸우면 질 것 같지는 않은데 저 큰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면 그냥 주자를 가득 쌓아놓은 상황에서 홈런을 맞는거나 다름없는 정신적 충격을 받게 된다.
이럴 때는 빠르게 화제를 전환하는 것이 좋다.
이것은 현생의 아버지에게 배운 최고의 화법이다.
“그런데 무슨 일로 부른 거야?”
“오늘 우리 같이 놀기로 한 거 잊었어?”
까먹었다. 하지만 잔뜩 기대하는 눈빛을 보내는 녀석들을 향해 진실을 말할 용기는 없었기에 나는 거짓말을 했다.
“아니,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지!”
원래 투수는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해야 하는 직업이다.
수지가 의심스럽다는 눈빛으로 나를 노려봤다.
“그런데 왜 먼저 갔어?”
이래서 눈치 빠른 꼬맹이들이란!
역시 수지라는 꼬맹이 날카로운 구석이 있다.
마치 타석에 선 타이 콥 같은 느낌이다.
실투를 하는 순간 적시타를 맞을 느낌 이런 느낌을 주는 녀석은 타이 콥 밖에 없었다.
일해라! 미간 사이에 위치한 기관이여! 어서 그럴듯한 핑계를 만들어 내란 말이다!
“그야 당연히 준비물이 필요해서지!”
“준비물? 내일 준비물은 어디보자, 도화지랑 풀이랑 콤파스아냐?”
나이스 어시스트!
눈치 없는 민규 녀석이 나를 도와줬다.
“아니, 민규 이 바보야! 이영이 말은 우리가 노는데 필요한 준비물 때문에 우리를 버리고 갔다는 거잖아.”
“아?”
아는 무슨 아! 여튼 녀석 덕분에 나는 시간을 벌 수 있었고 내가 무슨 준비물을 사야하는지 떠올릴 수 있었다.
역시 그 시대 최고의 두뇌파 피처! 덴튼 트루 영! 이게 바로 연륜이라는 것인가?
“그래서 사이영! 준비물이 뭐야?”
흥! 이제 그 도끼같은 눈빛은 통하지 않아 꼬마 레이디!
“따라와!”
나는 학교 앞 문방구로 달려가 안정공이라 불리는 연식구를 샀다.
다행히도 우리 학교 근처에 있는 중학교에 야구부가 있어서인지 문방구 한켠에는 늘 먼지 쌓인 야구용품이 자리잡고 있었다.
내 부모님은 나에게 필요할 때 쓰라고 체크카드를 내어주셨기에 나는 부담 없이 내 친구들이 쓸 만한 어린이용 방망이와 글러브까지 살 수 있었다.
“이게 뭐야?”
“너희들 내가 하는 야구를 한번 하고 싶다고 했잖아! 내가 엄마한테 졸라서 특별히 야구용품을 살 수 있게 허락을 받았지!”
물론 지금 막 생각해낸거지만 그럴듯한 핑계거리긴 했다.
훗 봤느냐? 꼬맹이들아! 이게 바로 ‘연륜’이라는 것이다!
살면서 315패나 한 투수가 어디있겠는가?
패배는 다 연륜이 되었고 승리는 위기극복능력이 되었다.
“와?! 진짜? 너무 고마워!”
어허 수지양 남녀칠세 부동석이거늘 어디 외간 남자의 볼에 입을 맞추는 겐가?
크흠, 말랑하니 기분은 좋구만 그래!
물론 내가 소아성도착증이 있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정말이다.
이건 뭐랄까? 그래, 수컷으로의 자부심이랄까? 후훗 그런 것이다.
“그런데 이거 어떻게 하는거야?”
하아, 민규 이런 눈치없는 꼬맹이 너도 진우 옆에 묻히고 싶은게냐? 진우 녀석은 이미 풀 스텍이라 조만간 땅을 봐야할 것 같은데 말이야!
나는 꼬맹이들에게 친절하게 야구에 대해서 알려줬다.
너희들 살다가 나 같은 코치 만나기 쉽지 않다? 메이저리그에서 511승한 투수가 어디 흔한 줄 아느냐!
“내가 포수를 해 볼게 수지야 네가 한번 던져봐.”
“응, 알았어! 이렇게 던지면 된다는 거지?”
수지는 의외로 재능이 있는지 금방 언더핸드로 공을 뿌렸다.
퍼엉!
오우야, 수지양 그렇게 안 봤는데 장군감인데? 아주그냥 본격적으로 소프트 볼 선수로 나가면 양학은 기본이겠어!
그리고 또 민규도 재능이 있었다.
처음에 타선에 서면 공에 맞을까봐 움츠려들지만 않아도 성공인데 민규는 난생 처음 타석에 서서 눈으로 수지의 공을 쫒는게 느껴졌다.
와, 싸가지 없는 진우 녀석이 아니라 이 둘이 우리 팀에 있었다면!
물론 이 둘이 없어도 나 혼자 던지고 쳐서 리그를 초토화 시킬수는 있지만 야구 팀에 든든한 동료가 있는 것 만큼 행복한일은 없기에 욕심이 났다.
“와, 어렵다! 이영아 너는 수지의 공을 칠 수있어?”
하아, 이 눈치 없는 자식아! 이제 막 피칭의 재미를 알게 된 꼬맹이에게 그 즐거움을 빼앗으면 어쩌자는 거냐?
“쉽지는 않겠지만 가능은 하겠지? 나는 적어도 너희들 보다 1년은 먼저 야구를 했으니까.”
사실은 한 70년은 먼저 야구를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래? 어디 그럼 네가 한번 쳐볼래?”
하아, 내가 아무리 투수로 이름을 날린 야구선수라지만 야 나 메이저리거라니까? 이제 막 공을 던지는 법을 배운 꼬맹이 공을 못 치겠냐?
하지만 쳤다하면 저 큰 눈동자에서 닭똥같은 눈물이 나오면 네가 책임질거냐?
하긴 그런 생각이 있었으면 민규 새끼가 아니겠지.
“오? 감히 이 정수지님의 공을 네가 칠 수 있을거라 생각해? 덤벼!”
하, 아무래도 저 버릇없는 꼬맹이의 눈에서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게 해줘야 할 것 같다.
나는 손에도 익지않은 새로운 방망이를 쥐고 타석에 섰다.
수지는 그런 나를 노려보더니 힘차게 와인드업을 했다.
그리고 나를 향해 공을 던졌다.
어라? 그런데 방향이 좀 이상한데?
퍼억!
그냥 어린 아이들이랑 논다고 8m정도의 가까운 곳에서 놀던 나는 내 몸을 향해 날아드는 공을 못 피하고 그대로 맞고 말았다.
“엌! 봤지? 이게 바로 힛 바이 피치드 볼이라는 거야!”
철푸덕!
그리고 나는 최대한 아픈척을 하면서 바닥에 쓰러졌다.
여기가 메이저리그라면 투수의 공에 맞으면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해야겠지만 동네야구에서 처음 던지는 꼬맹이의 기를 살려주려면 이 방법이 최고다.
“수지야! 이영이가 죽었어!”
어허, 이미 한번 죽은 몸을 또 죽이지마라! 할아버지 숨 쉬고 계신다.
“뭐?! 으아아앙!”
결국 저 큰 눈동자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흐르고 말았다.
하아 죄 많은 남자라니까.
그만 울어! 바닥까지 축축해지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