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화 〉 Chapter 3. 리틀 리그에 괴물이 산다. (1)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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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 리틀 리그에 괴물이 산다. (1)
#1 사이영 7세 시즌
경기는 우리팀의 대승으로 끝났다.
고작 4이닝만 진행된 경기지만 오랜만에 야구를 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이영아! 오늘 경기 어땠어?”
“명탐정 고난만큼 재미있었어요.”
요즘 즐겨보는 애닌데 재미 있더라.
“그런데 우리 이영이 투수가아니라 타자를 해도 되겠던데?”
아버지, 아버지는 절대 스카우터같은 직업은 하시면 안 되시겠네요. 메이저 역사상 최강의 투수에게 타자를 하라니요!
“그래, 이영이 혹시 타자를 한거 아니니?”
“그 시대는 지명타자라는 말랑한 제도가 없던 시절이라 투수도 타석에 서야했어요.”
지금도 전통과 근본이 넘치는 내셔널리그는 지명타자라는 듣도보도못한 제도를 인정하고 있지 않잖아요.
“아, 그랬어? 참 엄마도 야구에대해서 아직 모르는게 많나봐. 그래도 우리 아들 첫 타석에 홈런 때리는거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아니?”
하하하, 제가 투수 치고는 방망이가 나쁜편은 아니었어요!
한번은 3연 타석 볼넷으로 나간적도 있으니까요.
비록 나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그래도 어머니의 칭찬은 나를 항상 즐겁게 한다.
“헤헤헤!”
아참, 이럴때가 아니라 우리 부모님에게 인지도 테스트를 해야지!
“아참, 엄마! 아빠! 혹시 월터 존슨이라는 투수를 알아요?”
우리 부모님은 거의 매일 야구를 챙겨보실 만큼 야구에 관심이 많으시다.
물론 대부분 행복하다고 외치면서 끝나는 호크스의 야구를 즐겨보시지만 그래도 일반인 보다는 야구에 대한 상식이 깊으시다.
“월터 존슨?”
“그게 누구더라?”
역시! 월터 ‘애송이’ 존슨 녀석을 모르시는 구나! 암 그럴 수 있지!
“내가 찾아볼까?”
어머니는 ‘스마트 폰’이라는 발명품으로 인터넷에 월터 존슨이라는 야구선수를 찾아보셨다.
“그럼 혹시 사이 영이라는 선수는 아세요?”
“알지!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잘 던지는 선수에게 주는 상이 사이 영상이잖아. 네 직속 선배라고 할 수 있는 박찬홍 선배도 사이 영상 후보에 꼽힐 만큼 대단한 투수였단다.”
박찬홍? 누구지 그 듣보잡은? 나중에 한번 알아봐야겠군.
그래도 내 뒤를 이을 후보로 거론된 투수라면 제법 대단한 녀석이겠지?
“여튼 사이 영이라는 투수는 아시는 거네요?”
“그럼! 이 아빠는 모르는게 없지!”
그러시는 분이 미래의 대투수가 될 꿈나무에게 타자가 되라고 하세요?
한치 앞도 모르시는 거 같은데······.
크흠, 그래도 지극한 효심을 보유한 나는 진실을 알려주기보다는 때로는 묻어 두는게 관계발전에 더 더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굳이 사실을 언급하지 않았다.
“여튼 사이 영은 알아도 월터 존슨은 모르신다는 거네요?”
그때 한참 스마트 폰을 뒤적거리던 어머니가 입을 열었다.
“어, 찾았다! 월터 존슨! 100년 전 메이저리그를 평정했던 월터 존슨은 현시대 최고의 투수로 알려져 있다. 존슨은 사이 영 다음으로 많은 승리를 따냈다. 하지만 영의 511승에는 한결 쉬운 피칭을 했을법한 1890년대 올린 267승이 있다. 영이 1911년에 은퇴한 반면 존슨은 21년 중 8년이 라이브 볼 시대에 들어간다. 아마 사이 영상이 만들어지기 직전에 사이 영이 사망하지 않았다면 사이 영 상은 존슨 상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예?! 그런 이야기가 있어요?!”
나는 깜짝 놀라 어머니에게 물었다.
“자, 여길 보렴 그렇게 적혀있잖니?”
“······.”
진짜였다.
어떤 망할 놈의 기레기가 쓴 기사인지는 모르겠지만 월터 존슨을 찬양하는 기사에는 나의 시대를 데드볼의 시대라 폄하하고 월터 존슨이야말로 진정 위대한 투수라고 찬양하는 기사가 적혀있었다.
하, 하여튼 야구를 알지못하는 기레기들이 야구를 망치고 있다니까!
마음 같아서는 당장 이 기사를 쓴 기레이게에 찾아가서 망할 1890년대에 공을 던지는게 얼마나 좆같았는지 아냐고 물어보고 싶지만 나는 이를 악물고 기사를 읽어봤다.
[전설의 이야기 <16> ‘위대한 투수’ 월터 존슨]
엄청난 위력을 자랑하는 페스트 볼은 ‘폭발적’이다라는 형용사가 쓰인다.
하지만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 한 투수가 던졌던 페스트 볼에는 ‘보이지 않는’이라는 단어가 함께했다.
“뭐가 보여야 치든 말든 할 게 아닌가?” - 프랭크 보디
“그의 공을 제대로 본 적이 없다. 공이 들어올 때마다 눈을 감아버리기 때문이다. 타자들이 항의하지 않냐고? 하! 그들도 안보이기는 마찬가지다.” - 빌리 에반스 심판
“처음 그를 상대했을 때 먼저 팔이 천천히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다가 갑자기 뭔가가 나를 빠르게 지나쳐갔다. 단지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 타이 콥
(기사 중략······)
이렇게 위대한 발자취를 남긴 대 투수에게 1920년 <뉴욕 타임즈>는 이러한 기사를 실었다.
-야구라는 스포츠가 생긴 이래 최고의 투수가 나타났다.-
[기자 : 김현준]
하, 월터 ‘애송이’ 존슨은 확실히 나와 비견될 만큼 대단한 녀석이긴 했다.
그리고 자존심이 강하기로는 메이저리그 최고인 타이 ‘멍청이’ 콥 역시 존슨을 상대로 상대전적이 엉망인 타자였다.
비록 나에게는 멍청이 콥 혹은 애송이 콥으로 불렸지만 녀석은 당대 리그를 대표하는 타자였다.
물론 당대 리그를 대표하는 투수인 나와는 제법 친밀한 관계를 가진 녀석이기도 하다.
그래서 콥 녀석이 나를 찾아와 이 일을 어찌하면 좋냐고 물어올 정도였지.
당시에도 메이저에서 존경받는 선배였던 나는 ‘멍청아! 상대를 최대한 높여줘! 그럼 네가 싼 똥이 작아보일거 아니야!’라는 조언을 해준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래도 이런 멍청한 기사에 댓글은 좀 다르겠지?
예상 댓글을 예상해보면 ‘야알못 기레기ㅋㅋㅋ’ ‘이런걸 기사라고 쓰는걸 보면 기레기들 수준을 알수 있다.’라는 댓글이 달리겠지?
그리고 나는 댓글을 확인해봤다.
┗> 아, 오늘도 잘 읽었습니다. 역시 김현준 기자님은 다른 기레기들과는 차원이 다른 기사를 써 주시는 군요. 정말 감사합니다!
┗>이게 기사지! 보고있냐 기레기 놈들아! 이렇게 팩트 기반으로 쓰는게 기사라는 거다!
┗>와, 그나저나 월터 존슨이 조금만 일찍 죽었어도 존슨상이 되는 거임? 하필이면 이름이 존슨이라 존슨이 웅장해진다 ㅋㅋㅋ
┗>미친 ㅋㅋㅋ 솔직하게 데드볼 시대를 거친 투수긴 하지만 그래도 라이브볼 초창기까지 던진 투수니 최고의 투수가 맞긴하지!
┗>데드볼 시대는 그냥 암흑기라 봐야하나요?
┗>그냥 전관예우 정도라고 보심 됨요
┗>아하 ㅇㅋ
댓글창을 확인해본 나는 어질어질해져서 정신이 나갈것만 같았다.
“엄마, 아빠!”
“응? 왜그러니?”
“저 이번에는 700승정도 하고 은퇴해야할 것 같아요.”
“700승? 여보, 옛날에 야구는 승이랑 이닝을 잘못 표기하는지 찾아봐봐요.”
“음, 그런 내용은 없는데요?”
아, 고구마를 먹은 것 같은 이 답답함 사이다가 필요해!
“제가 바로 덴튼 트루 ‘사이’ 영이거든요!”
“응? 중간에 이름이 하나 늘어났잖니?”
“······여보, 사이 영의 진짜 이름이 덴튼 트루 영이라고 하는데요?”
“······.”
가족들 사이에 불편한 침묵이 흘렀다.
“제 이름은 덴튼 트루 영이 맞고 메이저리그 등록명은 ‘사이’ 영이에요.”
이미 한차례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덴튼 트루 영을 찾아본 사무진은 현실을 믿기 어려웠다.
“······네가? 사이 영이라고? 사이 영 상이라는 이름의 주인공인 그 사이 영?”
아, 아버지 쪽팔리긴 하지만 제가 그 ‘사이’ 영이 맞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럼 내 아들이 메이저리그 최다승 투수라는 소리네?”
“후, 제가 한때 메이저에서 껌 좀 씹었습니다.”
“그런데 왜 네가 사이 영이라고 말해주지 않았니?”
어? 이거 뭐라고 변명을 대지? 아!
“저는 제 이름보다 제 별명이 더 유명하다고 생각을 못했어요. 제가 죽고 나서는 제 이름을 불러줄거라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제가 죽고나서 사이 영상이 만들어졌을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하긴, 그럴수도 있겠네.”
억지같은 이야기긴 하지만 그래도 내가 그렇게 생각했다는데 어쩌겠는가?
다행히 부모님은 내 거짓말을 믿어 주셨다.
부모님 절대 보증 같은 건 서지마세요.
“여튼 저는 이 사실을 용납 할 수 없어요.”
사실 살아있는 당시에도 월터 ‘애송이’ 존슨과 나를 비교하는 기레기들은 넘쳐났다.
그 당시에도 단순히 오래 많이 던진 나보다 존슨을 더 치켜세우는 분위기였다.
그리고 나는 그때부터 기자들을 싫어하기 시작했다.
다시 태어나고 나는 한국어의 위대함을 새삼 뼈저리게 깨달은 것이 바로 ‘기레기’라는 단어를 접하고 니서였다.
어릴 때 아버지가 기레기, 기레기 하시는걸 듣고 왠지 모르게 입에 착착 감긴다고 생각했던 그 단어는 기자 + 쓰레기라는 합성어로 인류언어학 역사상 최고의 단어라고 확신 할 수 있는 단어다.
그리고 나는 기레기라는 뜻을 알고 나서부터 기자들을 기레기라고 불렀다.
아, 다시 생각해도 전생에 기레기들의 기사를 읽으면 속에서 울화가 치밀어 오른다.
하여튼 그런 기레기들을 세계 2차대전에 종군 기자로 파군을 시켜버렸어야 했는데 멍청한 프랭클린 루즈벨트 꼬맹이 녀석!
그래도 나는 세월이 흐르면 내가 더 좋은 투수라고 인정을 해줄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죽는 그 순간에도 그런 믿음은 흔들리지 않았다.
불과 오늘까지만 해도!
하지만 10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나는 월터 ‘애송이’ 존슨과 나의 차이는 좁힐 수 없는 간극이 존재했다.
“엄마, 아빠 오늘 제가 마스터에게 들었던 이야기가 바로 월터 ‘애송이’ 존슨과 저를 비교하는 이야기 였습니다. 세상은 아직도 저를 애송이 존슨보다 낮게 보고 있어요.”
“아, 아니야 아들! 2등도 잘 한거야.”
“제가 1등이에요! 그걸 다시 증명해 보일거에요! 이번 삶의 목표는 700승! 그리고 메이저 역사를 다시 쓸거에요! 그리고 내가 사이영이다! 내가 최고다! 라는 것을 증명하고 말거에요.”
“······어, 아들? 그럼 호크스는?”
“아?!”
빌어먹을 호크스 내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구나!
짝!
그때 어머니의 강 스메시가 아버지의 등에 작렬했다.
“이 양반이! 지금 아들이 꿈을 이야기 하고 있는데 거기에 호크스를 뿌리는 거에요?”
“아니, 그래도 전설의 대 투수 사이 영이라면 호크스정도는 가볍게 우승시켜줄 것 같아서 하는 말이에요.”
하, 아버지 사람 보는 눈 없다고 한 거 취소하겠습니다.
역시 사람보는 눈 하나만큼은 타이 콥 수준이십니다!
저정도면 호크스 따위 가볍게 시즌 40승 정도 챙기고 가을야구만 하면 우승 시켜드릴 수 있죠!
물론 부산이라는 도시에 있는 답도 없는 야구단의 경우에는 내가 퍼펙트로 타자를 27k잡는다고 해도 낫아웃으로 퍼펙트를 깨고 실책으로 타자주자를 홈인 시켜버리겠지만 그래도 호크스는 부산에 타이탄스라는 팀보다는 답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내가 알기로 FA를 얻어 메이저로 가기까지 8년인가 9년의 시간이 필요한 걸로 알고 있다.
그렇다는 것은 내가 목표로 한 메이저리그 700승은 어림도 없다는 소리였다.
아무리 나라고해도 40세가 넘어가면 번트 수비라 던지 번트 수비 같은 것들이 힘들어진다.
그러면 아무리 공을 잘 던져도 은퇴를 고민해야 한다.
물론 이를 악물고 던지면 45살 까지는 던질 자신이 있다.
그래도 한창 쌩쌩한 나이에 메이저로 진출 하고 싶기도 하다.
“······남하일언 중천금이라고 했어요. 그래도 일단 호크스부터 우승시킬게요.”
아쉽지만 8년동안 30승을 한다고 생각하면 전생과 비슷한 500승 정도는 거둘 수 있겠지 적어도 라이브볼 시대에 500승이면 애송이 녀석을 누를 수 있는 실적이다.
“······.”
어머니는 고마워 하시면서도 나를 안쓰러워하시는 것 같다.
하지만 아버지는 냉정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돌파구를 찾으셨다.
“어쩌면 아주 어쩌면 방법이 없지는 않을 거 같구나.”
“네? 방법이 있다구요?”
“일단 내가 생각한 방법을 하려면 네가 야구를 아주 많이 잘해야 할 텐데······.”
하, 아버지 진짜 사람 보는 눈 없으시네요!
제가 바로 덴튼 트루 영이라니까요?
“걱정하지 마세요. 세상에서 나보다 야구를 잘 하는 투수는 없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