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화 〉 Chapter 2. 이, 뭔 개소리야? (2)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Chapter 2. 이, 뭔 개소리야? (2)
#1 첫 번째 경기, 첫 번째 타자
박해민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자신의 제자의 첫 투구를 감상했다.
리틀야구. 그것도 인근 리틀야구 팀과 주말에 하는 경기 당연히 기록도 남지 않고 취미로 야구를 하는 경기지만 박해민은 사이영의 투구에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슈우우웅 팡!
마치 물이 흐르는 것처럼 부드러운 폼의 피징, 공 속도는 2~3살 형들이 던지는 것만큼 빨랐다.
프로야구 보다 4.86m나 가까운 리틀야구장에서 던지는 사이영의 투구는 매우 위협적이었다.
스트라이크 존 상단을 스쳐지나가는 빠른 공에 타자는 속수무책으로 엉덩방아를 찍고 말았다.
‘허, 첫 등판에 보더라인 피칭을 한다고? 그것도 저런 강속구로? 월터 존슨이 살아 돌아오기라도 했나?’
칭찬할 점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타자가 준비되자마자 사이영은 다시 와인드 업을 하며 극도로 짧은 인터벌을 보였다.
슈우우웅~~ 팡!
이것역시 엄청나게 큰 장점이었다.
인터벌이 긴 투수들은 대부분 자신의 공에 자신이 없거나 생각이 많은 투수들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인터벌이 길면 길수록 타자들에게도 생각할 시간이 늘어나고 당연히 타자는 더욱 침착하게 타석에서 투수의 공을 생각 할 수 있다.
그래서 현대 야구에서는 인터벌을 짧게 가져가는 것이 유리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추세다.
‘그런데 저 꼬맹이가 벌써부터 이런 걸 생각하고 던질리는 없는데······. 그냥 타고 난건가?’
박해민은 자신의 옆에 녹화가 되고 있는 캠코더를 살펴보았다.
대부분의 취미반이 그렇듯 부모님들은 자식들이 어떻게 야구를 하는지 궁금해 했다.
그래서 박해민은 큰 마음먹고 지갑을 열어서 캠코더를 구입 취미반 학생들이 야구를 하는 것을 찍어서 부모님들에게 보여주었다.
당연히 해당 영상을 본 부모님들의 반응은 좋았고 투자비용 보다 더 많은 수입을 벌어다준 효자가 되었다.
‘어쩌면 이 영상이 야구 역사에 남는 건 아닐까?’
박해민이 허황된 꿈에 빠져있을 때 사이영이 3번째 공을 던지고 삼진을 잡아냈다.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휴, 첫 번째 공이 정말 엉뚱한 것으로 날아갔는데 스트라이크라니!
어이어이, 리틀야구 너무 널널한거 아니냐고!
라떼는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는데 1890년대 메이저리그의 전신 내셔널 리그이야기를 하고 넘어가고 싶다.
그러니까 지금 꼬맹이들이 메이저리거라고 거들먹거리기도 이전의 이야기다.
1876년도 내셔널 리그가 시작되면서 메이저리그는 시작되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니까 이 몸께서는 양대리그 체제인 메이저리그가 시작되기도 전인 1890년에 내셔널 리그에 데뷔한다.
당시 메이저리그 그러니까 내셔널 리그는 매우 열악했다.
마운드 위에 두더지가 나올만큼 친환경적인 환경에서 야구를 했던 나는 그 당시 스트라이크 존이 얼마나 투수에게 비좁았는지 기억하고 있다.
바늘구멍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비좁은 공간안에 야구공을 집어넣어야 겨우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리틀야구의 스트라이크 존은 대평양처럼 넓었다.
타자의 머리 높이에 가까운 높은 공은 어지간한 타자라면 건드릴 수도 없는 공이지만 리틀야구에서는 스트라이크로 판정되었다.
그것을 확인한 나는 아주 간단하게 타자녀석을 요리했다.
짧은 마운드와 홈플레이트 거리, 거기에 드넓은 스트라이크존까지 합쳐지자 나는 전생에 메이저리그 최강의 투수 덴튼 트루 영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사실 당시 나는 강속구 투수이면서도 맞춰잡는 투수이기도 했다.
무슨 차가운 불꽃 불타는 얼음같은 소리냐고 할 수 있는데 당시 투수의 이상향은 이닝을 많이 소화하는 투수다.
예를 들자면 이런거다.
맞춰 잡는 투수는 공을 3개 던져서 아웃카운트 3개를 만들 수도 있지만 삼진을 잡기 위해서는 공 3개가 필요하다.
그리고 다들 알겠지만 삼진을 잡아봐야 아웃카운트는 1개밖에 늘어나지 않는다.
27개의 아웃카운트를 모두 잡아야하는 선발투수에게 가장 필수적인 덕목은 맞춰 잡는 투구라는 뜻이다.
하지만 오늘은?
내가 최대한 상대 할 수 있는 타자는 고작해야 6명, 나는 비록 1차 대전 이전에 태어났지만 구구단 정도는 충분히 외운 상태다.
공 18개면 끝인가? 아, 지금 공 3개를 던졌으니까 15개만 던지면 되는구나!
“나이스 피칭!”
내 공을 받은 주빈이놈은 그릇깨지는 시끄러운 목소리로 나를 칭찬해줬다.
이따위 공으로 칭찬을 받다니 하, 덴튼 트루 영 많이 죽었구나.
아, 한번 죽었지?
나는 다시 와인드업을 해 타자에게 공을 던졌다.
타자는 감독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었는지 공을 던지기 전에 방망이를 돌렸다.
뭐야? 스윙 스피드가 빠른 타이 콥이 다시 부활하기라도 했나?
그 또라이 녀석이라면 이런 느린공이 날아온다면 웃으면서 방망이를 두 번 돌려서 안타를 만들겠지.
하지만 막 올라온 녀석은 타이 콥이 환생한 녀석은 아님이 확실했다.
선풍기처럼 요란하게 돌아간 녀석의 방망이는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어이, 감독 이런 녀석들 말고 좀 강타자로 불러오라고!
이왕이면 어린 나이지만 최대한 맞춰서 잡고 싶은데 상위 타선의 컨텍이 이러면 어쩌자는 거야!
순식간에 타자 3명을 공 9개로 마무리한 나는 덕아웃으로 향했다.
“우와!!! 이영이 공 개쩐다!”
“감독님 애들이 정신을 못 차려요!”
꼬맹이들은 이미 난리가 나 있었다.
뭐야? 9구 3삼진 처음봐? 라떼는 5경기당 한 두 번씩은 나오는 일인데?
물론 나같이 대단한 투수가 삼진을 잡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던졌을 때 일이지만 말이야!
#2 다음이닝
빛보다 빠른 속도로 이닝을 끝낸 나는 우리 타자 녀석들이 공격을 하는 것을 지켜봤다.
부우웅~
오우 요즘 새로운 타격이론이 만들어졌나?
아니면 요즘 애들의 배팅 스피트가 워낙 대단해서 풍압만으로 야구공을 날려보낼 수 있다거나 새롭게 개발된 야구공이 바람에 맞으면 홈런이 된다는 규정이라도 신설 된 건가?
공과 한 30cm는 떨어져 있는 것 같은 지점을 노리는 스윙, 당연히 스트라이크다.
“스트라이크!”
진우라는 녀석은 아쉬워 하면서 다시 타석에 섰다.
이 멍청아! 공이랑 방망이랑 30cm가 차이 났으면 공 5개는 차이가 났다는 소린데 왜 아쉬워 하는거야!
그래도 나는 진우라는 멍청이를 향해 응원을 해주었다.
“나이스 배팅!”
내 응원을 시작으로 벤치에 있는 꼬맹이들이 진우를 응원하기 시작했다.
“진우야 잘 보고 때려!”
“할 수 있어!”
하아, 꼬맹이들이랑 놀아주려니 힘들구만!
사실 투수가 잘 던져도 패배하는 것은 당연하다.
나는 현역시절에 리그를 지배하는 투수였다.
통산 511승 315패 야구를 모르는 기레기들은 511승이 위대한 기록이라고 추켜세우지만 사실 나에게 315패는 511승 못지않게 자랑스러운 기록이다.
315패, 사실 어지간한 투수들이 이렇게 패배를 한다면 프로 무대에서 사라져야 하는게 정상이다.
하지만 나는 315패를 해서 은퇴를 한 것이 아니다.
빌어먹을 번트 때문에 은퇴를 한 거지!
하여튼 315패를 하는 동안 나는 꾸준히 리그에서 최정상급으로 활약하는 투수였다는 뜻이다.
내가 던지던 시절은 물론이겠거니와 현대의 선발 투수는 기본적으로 완투를 목표로 공을 던진다.
그리고 온전히 그 경기의 승패는 선발투수의 몫이다.
내가 죽을 때 즘 300승을 한 애송이들이 명예의 전당에 든다 만다 하는 이야기가 있었다.
나는 명예의 전당에 들까 말까하는 애송이들이 경험한 승리보다 더 많은 패배를 경험한 남자다.
물론 선발 투수에게 패배라는 낙인은 매우 고통스럽다.
나도 처음 몇 번은 패배했을 때 불같이 화를 내기도 했다.
심지어 어떤 날에는 내가 완투를 하고 1실점을 했다.
그것도 비자책으로 내야수의 실책으로 보낸 타자가 포수의 송구 실수로 2루를 돌아서 3루로 갔고 타자의 희생플라이로 준 1점이었다.
그런데 나는 그 경기에서 패배했다.
비자책점으로 1패를 올리자 정말 불같이 화가났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면서 나는 마운드에서 화를 내는 것이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화를 내면 야수들이 긴장을 하고 야수들이 긴장을 하면 오히려 실책율이 올라간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속해있었던 팀은 내 커리어 내내 대부분 약팀이었다.
당연히 득점 지원은 거의 받지 못했다.
내 잘못이 아닌 경기에서도 나는 패배의 멍애를 안았고 그러는 사이 나는 명경지수 같은 마음을 얻을 수 있었다.
22년간 315번의 고통을 견뎌내고 511번의 달콤한 승리를 맛봤기에 승과 패배에 달관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꼬맹이들이 선풍기를 틀어도 그러려니 하고 있다.
아, 날씨도 좋은데 이런 날에 농사나 지으면 좋겠구만!
진우라고 했나? 저 꼬맹이도 그냥 밭에다가 심어버리고 싶다!
진우 이 개자식아! 한번만 더 그런 개 같은 스윙을 해봐라! 아무도 모르게 밭에 심어 버릴거니까!
아차, 아직도 승부욕이라는 괴물이 가끔 뛰쳐나오긴 한다.
그래도 표현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박해민은 사이영이라는 꼬맹이가 마치 양파와 같이 느껴졌다.
처음 만남은 충격적이었다.
다짜고짜 면전에다대고 ‘묻겠다. 그대가 나의 마스터인가?’라는 질문을 할 때부터 범상치 않은 녀석임은 짐작하고 있었다.
취미생활로 애니를 즐겨보던 박해민이 아니었다면 ‘이건 또 무슨 신박한 또라이지?’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충격적인 첫 만남이었다.
하지만 이내 사이영의 투구를 본 순간 ‘그래, 애가 애니를 좋아하면 하고 싶은 대사를 읊조리고 다닐 수 있지.’라는 생각이 들게 할 만큼 사이영의 투구는 대단했다.
그리고 사이영의 첫 경기에서는 더욱 놀랐다.
처음부터 3구 3 삼진을 잡는 괴물같은 모습은 그래도 어느정도 예상이 된 부분이다.
하지만 지금 사이영이 보여주는 정신적인 부분은 박해민조차 예상치 못한 부분이었다.
아이들은 솔직하다.
타자들이 정신을 못 차리고 공격을 못하면 화를 내기 마련이다.
화가 나면 화를 내고 서러우면 울기 마련이다.
그것이 5년간 박해민이 지켜봐온 어린 아이들의 참 모습이었다.
대부분의 어린 아이들은 자신이 잘 던지고도 타자들이 못하면 울거나 짜증을 냈다.
하지만 사이영은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오히려 덕아웃에서 목이 터져라 응원을 했다.
‘진짜 이 녀석은 뭐하는 녀석이지?’
또래 아이들 중에서 몇몇 조숙한 아이들은 어린아이들 답지않은 행동을 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조숙한 아이들조차 알맹이는 아직 미성숙한 어린 아이가 잠들어 있다.
“이영아.”
“부르셨습니까? 마스터.”
“너는 혹시 메이저리그라는 곳을 알고 있니?”
메이저? 하, 이보슈 마스터양반 내가 그 메이저에서 511승을 한 덴튼 트루 영이라는 남자요!
이런 나에게 뭐? 메이저리그에 대해서 알고 있냐고?
“마스터 맷돌손잡이가 뭔지 알고계십니까? 그걸 어이라고 한답니다. 맷돌을 돌리다가 손잡이가 빠져서 일을 못하잖아요? 그걸 어이가 없어 해야할 일을 못한다는 뜻으로 어이가 없다고 하는 겁니다. 지금 제 기분이 그렇습니다.”
“맷돌 손잡이가 어이라고? 어이가없네! 여튼 메이저리그에 대해서 알고 있다는 거지?”
“그럼요. 최고의 야구선수들이 활약하는 무대 아닙니까.”
“그렇지. 그럼 그 리그에서 최고의 투수가 누군지는 알고 있니?”
하, 당연히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는 이 몸의 전생 덴튼 트루 영이죠!
“월터 페리 존슨,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강속구 투수이자 야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투수라고 불리는 사나이의 이름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