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화 〉 Chapter 2. 이, 뭔 개소리야? (1)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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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 이, 뭔 개소리야? (1)
#1 사이영 7세 시즌 - 첫 번째 투구
박해민은 조금은 나사가 빠진 것 같은 자신의 제자가 던진 공을 바라봤다.
‘맙소사! 이제 초등학교 1학년인 녀석의 공이 18m 가까이 날아가도 힘을 잃지 않는다고?’
비록 제구는 형편없었지만 사이영이 던진 공은 또래 아이들이 던지는 공과는 차원이 다른 힘이 실려 있었다.
“음, 미안! 처음 던지는 거라 아직 밸런스가 안 잡혔네!”
최대한 아무렇지도 않은 듯 행동하려고 했지만 얼굴이 화끈거린다.
빌어먹을! 나 덴튼 트루 영 일생일대의 치욕이다.
자랑이지만 내가 메이저에서 야구를 할 때 나는 리그에서 가장 적은 수의 포볼을 허용한 투수다.
물론 나도 처음에는 리그 적응이라는 것을 해야 하니까 몇 년간 100개가 넘는 사사구를 허용하긴 했다.
하지만 리그 적응을 마친 다음부터는 300이닝을 넘게 던지면서도 사사구는 60개를 넘긴 적도 손에 꼽을 만큼 적은 투수가 나다.
쉽게 말해서 공도 빠른데 제구도 좋은 마치 유니콘과 같은 투수가 바로 나 덴튼 트루 영이라는 소리다.
그런 나에게 생에 첫 투구가 포수의 미트에서 10m는 떨어져 보이는 지점에 날아간 것은 쥐구멍을 파고 숨어들어가고 싶을 정도의 대 사건이라는 뜻이다.
심지어 부모님도 나를 지켜보고 있는데 말이다!
물론 변명을 들자면 공에 대한 적응도 하지 않았고 이번 생에는 처음으로 공을 쥐고 투구를 했으니 이 신체에 맞는 밸런스를 잡는 건 덴튼 트루 영이 아니라 덴튼 트루 영의 할아버지가 와도 불가능 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전생에 내 할아버지는 돌멩이 하나로 하늘을 나는 칠면조나 독수리를 때려잡긴 하셨던 분이시다.
그래도 암만 할아버지라고 해도 단번에 밸런스를 잡지는 못하셨을 거다.
아마 그렇겠지?
아들이 엄청난 폭투를 던지며 마운드 위에서 얼어붙어있자 사무진, 최나영 부부는 자신의아들을 향해 응원을 보냈다.
“이영아 괜찮아!”
“사이영 파이팅!”
안전망 너머에서 부모님들이 응원하는 소리가 들린다.
아, 쥐구멍이 필요해 또라이몽!
빌어먹을 과학자들! 시대가 어느 시댄데 아직 또라이몽 같은 고양이 로봇도 못만들다니!
내가 인상을 찌푸리자 주빈이라는 꼬맹이가 나를 위로해줬다.
“괜찮아! 진우도 처음엔 이거보다 더 못 던졌어.”
저 꼬맹이는 분명 괜찮은 포수가 될 자질을 가지고 있다.
흔들리는 투수를 다독여주는 것만으로도 투수는 다시 마운드위에서 홀로 설 수 있으니 말이다.
그때 주변에서 내 피칭을 지켜보던 꼬맹이 한 녀석이 발끈했다.
“내가 언제!”
아, 네가 진우라는 꼬맹이구나? 괜찮단다. 나보다 못 던지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니까.
“너 처음에 공 던질 때 바닥에 패대기쳤잖아!”
“아니야!”
진우라는 녀석은 주빈이의 이야기에 속이 상했는지 눈물을 글썽거렸다.
후, 내가 저런 꼬맹이랑 비교될 수준으로 떨어졌다니 이건 사나이의 자존심이 달린 문제다.
“잠깐 타임! 어깨 좀 풀어야겠어. 마스터 일단 캐치볼 좀 부탁드립니다.”
사실 현역시절 나는 어깨사용을 줄이기 위해서 최대한 캐치볼도 안했다.
잠깐의 스트레칭만으로도 충분히 공을 던질 수 있고 스트라이크존을 공략 할 수 있었기에 캐치볼은 쓸데없는 어깨를 소모하는 일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일단 어깨보다는 무너진 내 채면이 중요하다.
비록 기록에는 남지 않겠지만 내 기억, 부모님의 기억속에 엉망진창인 첫 피칭은 남기고 싶지 않다.내가 빤히 마스터를 바라보자 마스터는 깜짝 놀란 듯 움직였다.
“어? 어, 그래!”
마스터는 나와 단거리 캐치볼을 해주었다.
팡! 팡! 팡! 팡!
나는 익숙하게 마스터와 공을 주고받았다.
‘캐치볼은 아버님이랑 자주했나? 엄청 익숙해보이는데?’
그러면서 공에 대한 적응력을 높이고 어깨가 달아오를 때까지 캐치볼을 했다.
“이정도면 충분한 것 같습니다. 마스터!”
“그래, 한번 던져봐.”
주빈이 녀석은 기다리기 지루했는지 플레이트에서 멍을 때리고 있었다.
보여주지 사이클론이라 불렸던 무적의 패스트 볼을!
“잘 받아.”
“응, 던져!”
꼬맹아 이 할아버지 공은 잘못 받았다가 손가락 부러지는 수가 있어요.
슈우우우웅! 팡!
비록 미트를 파고드는 소리는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내 공을 받은 주빈이는 깜짝 놀란 것 같았다.
“우와아아아아아아! 쩐다! 감독님 이영이 공 보셨어요?”
“어? 어, 그래 봤지.”
‘저게 초등학교 1학년의 투구라고? 초등학교 3학년이 던져도 저 공보다 좋은 공을 던질 수는 없을 텐데?’
스피드 건에 찍힌 사이영의 구속은 정확하게 82km/h가 나오고 있었다.
‘7살 꼬맹이가 처음 던진 공이 82? 이게 말이 되는 소리야?’
하지만 구속보다 중요한건 사이영이 던진 공이 최주빈의 미트에 정확하게 빨려들어 갔다는 것이다.
‘그, 그래 이번에는 운이 좋아서 미트 속으로 빨려들어간걸수도 있어.
“이, 이영아 몇 개 더 던져볼래?”
나는 내가 던진 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가 던진공은 가끔 Tv에 나오는 아이돌들이 던지는 아리랑볼이나 다름없는 느낌의 공이었다.
쳇, 그래도 쪽팔릴 순 없으니 어쩔 수 없이 구속을 내리고 제구를 잡는 것으로 타협을 봐야지.
“제가 불펜 피칭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마스터가 시키시는 거니까 3개만 더 던져보겠습니다.”
어이 어이, 마스터 이것도 많이 양보해준거라고 크큭!
3개의 공 모두 정확하게 주빈인지 수빈인지 하는 녀석의 미트안에 집어넣었다.
퍼엉! 퍼엉! 퍼엉!
극도로 짧은 인터벌, 간결한 투구폼에서 나오는 공 3개는 모두 그대로 최주빈의 미트로 빨려 들어갔다.
도저히 7살이 던졌다고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구속과 제구를 본 박해빈은 자신의 야구 상식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이게 말이 된다고?’
#2 사이영 7세 시즌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버지는 신이 나셨는지 노래를 부르셨다.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호크스라 행복합니다!”
아버지 평소 부르는 행복송과는 느낌이 사뭇 다릅니다.
평소에 부르는 행복송은 무언가 억지로 행복해져야 한다는 간절함이 담겨있는 호소력이 깊은 곡이라면 지금 내 귀에 들리는 행복송은 그야말로 수녀들의 합창을 듣는 것처럼 거룩하고 희망찬 느낌이었다.
“여보, 일단 운전이나 똑바로 하세요.”
“여보, 우리 이영이가 던지는 거 봤죠? 아주 어린 형진이를 보는 줄 알았다니까요.”
“어린 형진이가 던지는 건 당신도 못 봤잖아요.”
“아니 내 말은 형진이가 어린 시절 공을 던졌다면 저렇게 던지지 않았을까 하는 이야기에요.”
형진이는 아버지가 가장 좋아하는 호크스의 에이스 투수다.
심지어 이 에이스는 호크스 뿐만아니라 대한민국에서도 손에 꼽히는 좋은 좌완 투수다.
아버지 그런데 아들은 우완입니다.
그리고 형진인가 하는 그 꼬맹이도 제 나이 때 저보다 좋은 공을 던졌을 리 없습니다.
적어도 내가 보여준 묘기는 5000이닝 이상은 던져야 소화가 가능한 볼 컨트롤이니까!
“말씀드렸잖아요. 제가 호크스 꼭 우승시키겠다고 말이죠!”
“그래, 나는 네가 전생에 투수였다는 소리에 아주 작은 기대를 품었지만 이렇게 잘 던질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제가 덴튼 트루 영이라니까요.”
“그래, 영! 아주 좋은 이름이야. 아주 호크스의 미래가 밝아요.”
사무진은 몇 년 전 아들이 자신의 비밀을 밝혔던 때를 떠올렸다.
‘그때까지만 해도 참 믿기 어려웠는데 그래도 아들이 대단한 투수일수도 있으니까 오늘 한번 메이저 홈페이지 가서 덴튼 트루 영에 대한 기록을 찾아봐야겠구나.’
집에 도착한 사무진은 메이저리그 홈 페이지에 들어가 아들의 전생에 대해서 찾아봤다.
[검색 | Denton True Young]
마음먹고 찾아본 메이저리그 홈페이지에 덴튼 트루 영이라는 선수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상하다? 그럼······.”
[검색 | Young]
“와, 영이라는 이름을 가진 선수들이 이렇게 많다고?”
못해도 수백명은 되어보이는 정보의 바다 그 속에는 Cy Young라는 이름이 최상단에 자리잡고 있었다.
“흐음, 분명 어린 몸으로 공을 던지는데도 정확하게 들어가는걸 보면 엉터리 투수는 아니었다는 소린데······ 비슷한 이름조차 없는데?”
사무진은 자신의 아들이 그 유명한 사이 영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3 첫 경기!
오늘은 내 두 번째 인생 첫 번째 경기를 하는 날이다.
전생에 내 나이 7살에 나는 뭘 하고 살았지?
아마 아버지 라이플을 훔쳐다가 여우를 잡다가 엄청 혼났던거 같은데?
한국에서라면 기절할 이야기겠지만 아버지가 나를 혼낸 이유도 ‘말없이’ 총을 가져가서 였지 말없이 ‘총을 가져가서’가 아니었다.
내가 죽을 때까지 심지어 지금도 그렇지만 미국의 여러 주에서 총기소유의 자유를 인정해 주고 있다.
이는 미국의 역사가 라이플의 역사이기 때문인데 개척시대 당시 라이플은 자신의 가족들을 지켜줄 무기면서 가족들을 굶주리지 않게 해주는 직업이기도 했다.
그리고 1870년대에도 그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2000년이 훌쩍 넘은 지금도 아주 시골에서는 야생동물을 상대하기 위해서 라이플을 사용하고 있을 것이다.
전생에 철없이 아버지의 라이플을 훔쳐다가 사냥을 하고 놀았던 7살 장난꾸러기는 총 대신 야구공을 들고 노는 착한 아이로 변했다.
물론 내 공에 맞는다면 차라리 총에 맞을 걸 하겠지만 말이야!
“자, 이영아. 너는 오늘 선발 투수야. 선발 투수가 뭔지 알고있니?”
이 뭔 개 풀 뜯어 먹는 소리야?
세상에서 가장 많이 선발등판해본 남자에게 선발이 뭔지 묻고 있는 건가? 마스터?
그래도 같은 세계 사람이니 대답해주지.
“팀의 승리를 책임지는 투수입니다.”
그리고 불펜은 선발투수가 못 다 먹은 이닝을 처리해주는 도우미고 말이야.
“······그래, 우리 이영이 말도 틀린건 아닌데 네가 말하는 선발은 중고교부터 선발이고 리틀야구의 선발은 좀 달라요.”
“리틀야구도 야구 아닌가요?”
“음, 야구는 맞지만 아직 이영이는 한참 자라야하는 나이잖아? 그래서 나라에서 법으로 리틀야구 투수는 딱 6명의 타자만 상대하게 되어있어요.”
하긴, 7살의 나이 뼈까지 말랑거려 최상의 유연성을 보여주는 나이다.
성인의 억세고 강인한 뼈와 달리 지금 내 뼈는 흐물거리는 오징어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성인처럼 수백개의 공을 던지면 뼈에 이상이 생길 것이다.
“그럼 오늘은 딱 6타자만 상대하면 되나요?”
박해민은 설득하기 어려울 거라 생각했던 사이영이 쉽게 납득을 하자 깜짝 놀랐다.
‘정말 어린아이가 맞는 건지······.’
“그래, 우리 이영이가 서운하겠지만 법이 그러니 어쩌겠어.”
“그럼요, 테스형이 악법도 법이라고 하셨잖아요.”
“테스형?”
“소크라테스형 몰라요?”
나보다 일찍 죽은 형이긴 한데 같이 죽은 마당에 고작 몇 살 많다고?
“소크라테스가 형이야?”
“나보다 나이가 많으니까요.”
“그런데 그거 아니? 소크라테스가 죽기 전에 악법도 법이라고 하지 않았단다.”
“예?”
“소크라테스는 죽기전에 ‘어이, 크리톤, 아스클레피오스 신에게 내가 닭 한 마리를 빚졌네. 기억해두었다가 갚아주게.’라는 유언을 남겼단다.”
“음, 하여튼 기레기들이랑 팩트 체크도 안하고 출판을 승인하는 출판사놈들이 제일 큰 문제란 말이야.”
‘도대체 이영이 부모님은 이영이 교육을 어떻게 시키시는 거지?’
박해민은 자신도 모르게 제자에게 패드립을 할 뻔한 자신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
마스터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는지 말없이 나에게 공을 쥐어 주었다.
마스터에게 공을 받은 나는 마운드 위에서 타자를 내려다보았다.
그래, 이 느낌이야.
나는 전생에 느꼈던 신이 된 기분을 다시 한 번 경험했다.
이 느낌 때문에 나는 좋아하는 농사일도 포기하고 일년에 절반 이상을 야구공을 만지며 22년을 살아왔다.
하지만 나도 나이를 먹고 번트수비에 대한 대처능력이 떨어지면서 결국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부모님을 위해서 다시 선 마운드, 전생에 괴롭고 즐거웠던 기억들이 떠올랐다.
“플레이 볼!”
아, 이제 심판의 콜이 떨어졌으니 타자를 사냥할 시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