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인생 2회 차 레전드 투수 사이영-1화 (1/70)

〈 1화 〉 환생한 사이영 사이 영상 타다! Prologue

환생한 사이영 사이 영상 타다!

Prologue

내 이름은 덴튼 트루 영, 일평생 본명보다 사이 영이라는 별명으로 더 많이 불린 남자다.

그리고 아마 나는 대한민국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나라에서 환생을 한 것 같다.

Chapter 1. 덴튼 트루 영이 사이영을 숨김(1)

#1 사이영 0세 시즌

내가 전생하고 처음 본 것은 하얀색 낮선 천장이었다.

도대체 여기가 어디지? 왜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대화를 나누는 거야!

주변엔 온통 황인들뿐이었다.

아, 참고로 나는 백인이지만 흑인들에 대한 차별도 딱히 없는 편이라 황인들에 대한 차별도 딱히 없다.

아니, 그들에게 관심이 없었던건지도 모르겠다.

여튼 그게 중요한게 아니지!

다만 몸도 가눌 수 없는 이 상황에서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를 사용하는 이 상황이 짜증날 뿐이었다.

더욱 짜증나는 것은 어린 내가 할 수 있는 의사표현은 투수가 던질 수 있는 패스트 볼과 브레이킹 볼처럼 울고 웃는 것뿐이라는 사실이다.

“우에에에에에에에엥!”

“어이쿠! 여보, 이영이가 또 배가 고픈가봐.”

“에휴, 지 아빠 닮아서 먹는 걸 너무 좋아하는 거 아닌지 몰라.”

내가 울자 어머니로 추측되는 젊은 황인이 나에게 젖을 물려줬다.

흠, 배고픈 건 아니지만 그래도 밥은 먹어야지!

과거, 그러니까 정확하게 전생에 내가 태어난 집은 많이 가난했다.

야구 선수로 살면서 비시즌에는 농장에서 집안일을 돕고 나무도 잘라서 팔아야 했다.

하지만 지금 내가 태어난 집은 제법 유복해 보인다.

아버지로 보이는 남자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재롱을 피운다.

“우루루루루루! 까꿍! 우루루루루루! 까꿍! 우루루루루루! 까꿍!”

전생에 아버지는 근엄이라는 단어를 가장 잘 표현하시는 사나이였지만 현생의 아버지는 근엄이라는 단어와 벽을 친 느낌이다.

그래, 마치 철벽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빌어먹을’ 와그너 녀석의 수비가 떠오르는 느낌이랄까?

여튼 나는 이런 현생의 아버지가 싫지 않다.

나를 사랑해주시는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아마 저렇게 재롱을 피우시는 것도 나를 웃게 해주기 위해서겠지?

나는 아버지의 재롱 값으로 해맑은 웃음을 보여드렸다.

방끗

“여보! 이영이가 방금 웃었어! 우리 이영이 천잰가봐!”

“에휴! 이 팔불출! 어쩜 좋아?”

#2 사이영 1세 시즌

“노는게 제일 좋아~~ 친구들 모여라~~~”

“꺄하!”

요즘 들어 내가 야구보다 더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내가 죽기 20년 정도 전에 발명된 텔레비전이라는 물건이다.

내가 죽기 전까지 텔레비전은 나에게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야구보다 직접 경기장에서 보는 야구가 더 재미있으니까.

세월이 얼마나 흘렀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텔레비전이라는 물건은 엄청난 진화를 했다.

형형색색의 컬러, 바로 내 고막을 때리는 음향, 그리고 화려하게 움직이는 팽귄까지!

“캬아아아아!”

“어이구, 좋단다.”

“저렇게 보면 애는 앤데······.”

“우리 이영이가 효자는 효자지 엄마 힘들까봐 뿌로로만 틀어주면 저렇게 좋아하는 거 좀 봐!”

“우리 사무진어린이는 엄마 힘들까봐 혼자 야구 보더라? 집안일이나 도와주지?”

사무진은 사랑스러운 아내의 눈을 피하면서 모니터로 대전 호크스의 경기를 확인했다.

[4번타자 김대균 2타석 2안타]

1구 타격!

안타

“엄마! 방금 별명이가 안타쳤어요! 오늘은 김단탄가봐요!”

“에휴, 좋댄다. 그러지 말고 우리 세식구, 내일 한밭 한번 갈까?”

“좋지! 우리 이영이도 이제 다 컸으니까 호크스의 다이너마이트 타선을 보여줘야지!”

요즘 나도 모르게 부모님이 하시는 이야기가 들린다.

아버지는 야구를 즐겨보시는 것 같다.

그리고 어머니도 야구를 좋아하시는 것 같다.

흠, 야구라? 그거 내가 좀 잘하긴 하는데?

#3 사이영 1세 시즌, 처음으로 현대 야구를 보다.

“이영아~ 야구보러 가자!”

아버지는 아침부터 신이 나셨는지 나를 보고 활짝 웃으시면서 나를 유모차에 태웠다.

“꺄하!”

이제와 고백하는 거지만 나는 평생을 한 농사만큼 야구를 좋아한다.

이번 생에 야구를 또 하게 될지 아닐지는 모르지만 야구라는 스포츠는 사나이의 심장을 뛰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특히 마운드 위에서 타자들을 내려 볼 때면 내가 신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곤 한다.

물론 내가 죽고 나서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는 모르겠지만 야구는 내가 하던 야구와 많이 다를 것이다.

내가 살아있을때도 야구의 규칙은 수없이 변했기 때문이다.

야구의 신이라 불린 남자가 홈런 혁명을 일으키고 나서 나는 구석기의 유물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명예의 전당이라는 곳에 최초로 5명이 이름을 올릴 때 나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물론 다음해에 투표를 받아 당당하게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지만 세상 사람들은 데드볼 시대가 라이브볼 시대보다 못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마음 같아서는 내가 그 역사적 사실을 뒤집어버리고 싶지만 굳이 이번 삶도 야구를 하면서 살아야 할까?

솔직하게 나는 야구공 보다 손에 흙을 더 오래 묻혔던 사람이다.

손에 흙을 묻히고 땀을 흘리며 수확을 하다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시즌이 끝나면 항상 농사를 했고 은퇴를 하고 나서도 고향으로 돌아가 농사를 했다.

어쩌면 나에게 투수는 두 번째 직업일지도 모른다.

아, 전생에는 야구를 질릴 때까지 했으니까 이번 생에는 그냥 농사나 지을까?

나는 아이답지 않은 진로 고민을 하면서 눈을 감았다.

“이영아! 일어나. 저기 별명이형 한테 인사해!”

아, 잠시 깊은 생각에 빠졌다고 생각했는데 그대로 기절한 거였냐?

빌어먹을! 이 망할 육체! 조금 움직였다고 힘들어서 눈이 감기다니!

현생 첫 번째 야구장 입장을 기절한체로 하다니! 치욕스럽군!

농사를 하건 야구를 하건 이런 신체로는 버틸 수 없다.

적어도 근력운동은 해야겠어! 근력운동에는 장작을 패는 게 딱 이긴 한데 아직은 할 수 없으니 잼잼이나 해야지!

부모님 덕분에 찾은 야구장은 내가 경험한 그 어떤 구장보다 깨끗하고 정돈되어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신나는 음악과 함께 웅장한 응원가가 들려왔다.

“워워워워워~ 워워워워워~ 워워워워워~ 불타는 태양을 보라! 보라!”

우와, 이 나라가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시대가 엄청 흘렀거나 아니면 야구가 세상을 지배했나?

내가 죽기 전 미국에서도 이런 대단한 구장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더 대단한 것은 수만명은 될 것 같은 사람들이 하나 된 목소리로 팀을 응원하는 모습이었다.

와, 이거 야구 선수 한번 더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는데?

나는 최대한 집중해서 야구장을 봤다.

“어머, 여보, 이영이 좀 봐! 야구에 눈을 못 때네.”

“역시 우리 아들! 호크스의 피가 흘렀구나!”

“요즘 야구도 잘되고 너무 좋다.”

야구 규칙이 대대적으로 변경되지 않았다면 적어도 말 공격이 홈팀일거고 주황색 옷을 입은 팀을 응원하는 것 같다.

모르긴 몰라도 내가 보기에 이 나라의 가장 인기있는 팀은 주황색 옷을 입은 팀이 틀림없다.

내가 죽기 전에 양키즈가 미국 최고의 인기구단이었지만 이런 단합력을 보여주는 팬들은 없었기 때문이다.

“뺘! 뺘!”

“에구 우리 이영이 호크스를 응원하는거야?”

“뺘아아!”

“그래, 별명이형 한방 때려줘!”

따악!

타자가 친공을 높게 솟구쳐 올랐고 경기장은 어? 어? 하는 소리만 가득했다.

“아아!”

잠시 뒤, 경기장은 환호성 대신 아쉬운 탄식소리만 울려 퍼졌다.

“아 놔! 김뜬공 뭐하냐! 밥은 먹고 다니냐!”

#4 사이영 3세 시즌

그동안 나는 부모님 덕분에 행복한 유년생활을 보냈다.

아버지는 여유가 있을 때마다 가족과 함께 여가시간을 보냈고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호크스를 응원하러 다녔다.

유년생활은 호크스와 안경 쓴 펭귄과 함께였다.

사실 나는 안경 쓴 펭귄의 열성 팬이다.

지금 세월이 얼마나 흘렀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윌트 디즈니라는 꼬맹이가 그린 요상한 쥐새끼보다는 수천배 뛰어난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노는게 제일 좋다니! 백번 맞는 말이야!’

전생에 갖은 고생을 다해서일까? 요 몇 년간 근력운동만 하면서 놀다보니 안경 쓴 펭귄이 하는 말이 진리로 들렸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아무것도 모르는 척 어리광을 부릴 나이가 아니다.

전생에 걸어 다니고 말을 할 정도가 되면 적어도 들판에 나락이라도 주워서 가정에 보탬이 되어야 했다.

물론 지금은 세상이 많이 변했고 어린 아이들에게 그런 노동을 시킬 경우 아동학대가 된다는 것은 알고 있다.(tv에서 봤다!)

그래서 나는 부모님께 내가 간직한 비밀을 밝힐 생각이다.

더 이상 아무것도 모르는 척 하면서 부모님의 고혈을 빠는 것은 전생의 덴튼 트루 영이라는 이름이 아깝다!

“엄마! 아빠!”

“오구 오구! 내 시끼! 아빠 보고 싶었어요?”

짝!

“좀 씻고 와요. 아무리 이영이가 건강한 아이라지만 그래도 밖에서 일하고 들어왔으면 씻고 와야죠.”

내가 어릴때는 서로 반말을 하셨던 부모님이지만 내가 자라면서 서로에게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이제는 서로 존대를 하시는 두분이다.

나는 내 부모님을 존경한다.

“아, 미안해요. 이영아, 아빠 금방 씻고 올게요.”

이렇게 어영부영 하다간 오늘도 고백을 못할지 몰라!

사실 나는 그동안 몇 번이나 내가 환생한 사실을 고백하려다가 기회를 놓쳤다.

이대로 가다간 영영 말할 수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할 말이 있어요!”

솔직히 내가 환생을 했고 전생에 좀 날리던 덴튼 트루 영이라는 남자라고 고백하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부모님은 내가 환생을 했다고 하면 어떻게 반응 하실까?

그럼에도 나는 부모님께 내 전부를 밝히고 싶다.

적어도 부모님에게 내가 비밀을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고 싶지 않았다.

“응? 이영아, 아빠가 씻고 와서 들으면 안 될까?”

나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사무진은 자신의 아들이 다른 아이들과는 많이 다른 특별한 아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보통 아이들보다 성장도 빠르고 어릴때는 어린아이들처럼 때를 쓰기도 한다는데 아들 사이영은 단 한 번도 그런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었다.

물론 여타 다른 아이들처럼 만화영화를 보는데 많은 시간을 사용하긴 하지만 놀랍게도 뉴스나 다른 프로그램도 즐겨보는 아이다.

‘한번은 뉴스를 보다가 고위 공직자가 뇌물을 받았다는 소식에 혀를 차는거보고 깜짝 놀랐지.’

한국 나이로 5살, 아직 생일이 지나지도 않았으니 3살에 한글을 읽는 아이

그런 아이가 진지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사무진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래,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hello? my name is Denton True Young! uh······. I think I`ve been reincarnaed.”

“여보, 지금 이영이가 영어로 뭐라고 한 것 같지 않아요?”

“······설마 우리 아들이 천잰가?”

“그런데 뭐라고 했지?”

뭐지? 부모님이 설마 영어를 못하시나?

사나이 사이영, 한국 나이 5살! 생에 최대 위기에 처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