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에 집을 숨김-66화 (66/183)

40. 행운 (3)

밑바닥 싸움의 결과는 아래와 같다.

1. M나인이 잘한다 (23표, 26%)

2. 스켈톤이 잘한다 (55표, 74%)

나의 승리다.

반응은 복합적이었다.

unicorn18 : 오예! 몸이 들썩들썩! (@@ ) ( @@)(@@ )( @@)

keystone : 유니콘 이 새끼는 타이핑 춤도 제대로 못 추네...

익명848 : ??? 스켈톤 여자 였어?(어리둥절)

ㅇㅇ : 오 좀 치네? 얼굴도 보여줘 봐

익명458 : 이거 사칭 아니냐?

Dies_irae69 : ?

kimcic : 와우

gijayangban : 엥?

Defender : 오우, 놀 줄 아는 놈인가?

COOKIEMONSTER18 : WHAT THE....

...

...

세상 참 좁긴 하다.

이걸 또 저격수 모녀가 볼 줄이야.

“스켈톤? 스켈톤? 살아 이써?!”

레베카 녀석. 한국어 게시판도 돌아다녔나.

설상가상으로 스우도 참전했다.

COOKIEMONSTER18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나 스우!) 스켈톤 그 여자 누구야?

SKELTON : (스켈톤 맞음) 쉿! 나중에 설명할게.

“나 살아 있으니까 걱정 마. 잠시 트러블이 있어서 지인을 부른 것뿐이니까.”

인터넷과 무전기 동시로 오해를 풀고 게시판의 반응을 마저 살폈다.

ㅇㅇ : 뭐야? 비바!에 예쁜 애 있다고 해서 헐레벌떡 왔더니 얼굴도 공개 안 한 애잖아?

ㅇㅇ : 영상 소스 분석해보니 전쟁 전 시점이네? 걍 사칭이네 사칭.

호영맘 : 손톱이 많이 갈라진 거 보니 지금 찍은 거 맞는 거 같기도?

foxgames : 손댄 거 같기도 한데 영상 쪽은 잘 모르겠다!

keystone : 스켈톤 이 새끼, 아무리 인기에 목말라도 그렇지, 여자 흉내까지 하는 건 솔직히 좀 그렇지 않냐?

ㅇㅇ : 뭐? 넷카마였어? 스켈톤 이 새끼가?

...

...

예상대로다.

흐름은 나와 디펜더 동생이 예측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이제 사람들은 스켈톤이라는 나라는 또 다른 자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낀다.

일부는 진실을 알지만 그들의 진실이 사람들에게 100% 받아들여 지는 건 아니다.

대저 사람들은 믿고 싶은 걸 믿는 성향이 있으니까.

확증 편향이라고 하던가.

M9가 이 싸움에 아무런 흥미를 드러내지 않은 이유도 그러한 확증 편향과 관련성이 있다.

그는 페일넷에 있었다.

“제주도 게시판”이라는 서로 다른 확증 편향이 맞부딪치는 또 다른 전장에 말이다.

*

<제주도 게시판>

정부의 제주도 피난 계획 발표 후 40위권에서 순식간에 게시판 1위로 수직상승 한 페일넷의 핫 플레이스다.

M9가 이 제주도 게시판에서 놀고 있다는 소식을 알린 건 다름 아닌 유니콘18이었다.

unicorn18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눈나! m9 이 새끼 페일넷 제주도 게시판이라는 곳에서 키배하고 있어요!

“······.”

타닥타닥

SKELTON : 고마워요~~♥

unicorn18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데헷!

디펜더 남매가 도망치듯 내 방공호를 떠난 것도 그즈음이었던 것 같다.

“다, 다음에 올게.”

“스켈톤. 너무 인터넷에 빠지진 마라.”

그들이 떠난 후 M9가 대체 제주도 게시판에서 뭐 하는지 검색해보았다.

굳이 검색할 것도 없었다.

MMMMMMMMM : 거지 새끼 격파 완료! 네, 다음 꼬륵이!

첫 페이지부터 깽판을 치고 있다!

잠시 게시판을 돌며 분위기를 살폈다.

제주도 게시판은 말 그대로 전쟁터였다.

게시판 전체가 피난민 선단이 제주도에 안전하게 도착해 정부가 말한 그대로의 서비스를 제공받는다는 긍정론자와 피난민 선단이 바다에 가라앉아 수장될거라는 부정론자로 갈려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아마 이 싸움엔 내 책임도 일부 있겠지.

책임을 통감하며 이들의 의견을 가만히 살펴보았다.

ㅇㅇ : 제주도? 그딴 개소리를 누가 믿으라고?

ㅇㅇ : 아직도 정부 믿는 능지 ㅋㅋ 차라리 개척자나 지원해라. 총이라도 주잖아?

ㅇㅇ : 어웨이큰만 가는 곳이야. 국위원에 있던 구닥다리 헌터도 다 쫓겨나서 거지꼴이 되는 마당에 일반인 잘도 받아 주겠다? 그치?

ㅇㅇ : (인증) 나 국위원 출신 헌턴데 시발 꿈 깨셔

부정론자들은 저마다의 논리를 펴며 제주 선단이 실현 불가능할 거라고 주장했다.

ㅇㅇ : 갈 길 가셔요~

ㅇㅇ : 멸망무새들. 나라 망하라고 고사 지내더니 이제는 애꿎은 배 가라앉으라고 고사 지내는 거 너무 추하네

ㅇㅇ : 거지들. 걍 꺼져. 기어오르지 말고

MMMMMMMMM : 푸흡!

반면 긍정론자들은 부정론자들의 의견을 듣지도 않았고 일방적으로 매도했는데 부정론자의 의견이 가지지 못한 자들의 열등감 이라고 치부했기 때문이다.

이 추악한 전장에서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는 다름 아닌 우리의 M9였다.

MMMMMMMMM : (대통령 관사) 받아라! 인증 공격!

비록 비바! 아포칼립스! 유저라는 조금은 얕잡아 보이는 출신 성분을 가졌지만 더 호프라는 죽음의 주거지에서 장장 몇 개월을 버틴 생존력과 화제성은 M9를 게시판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유저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MMMMMMMMM : 야. 아까 헌터 출신 꼬륵이 새끼 어디 갔냐? 어디 판자촌에 사는 구식 헌터 같은데 몇 레벨 헌터인지 인증해보라니까 절대 못 하죠? ㅋ

화제성과 전투력을 모두 갖춘 그가 페일넷 네임드가 되는 건 시대의 흐름이었다.

ㅇㅇ : 와.... M9햄 씨다씨~

ㅇㅇ : 마! 꼬륵이들! 우리 M9햄 말씀 들었나?

ㅇㅇ : 우리 M9형의 근육이 어떤 근육인데? 45도 기울어진 더 호프에서 생존수련법 하신 실전압축근육이다!

...

...

M9가 한마디 할 때마다 수많은 긍정론자들이 벌떼처럼 칭송하며 그를 떠받들었다.

이에 도취한 M9는 이제 현자 흉내까지 내려 했다.

MMMMMMMMM : (M9) 친구들아. 날씨가 참 좋다! (431)

-5월은 계절의 여왕 아니겠냐?

사람의 마음이라는 건 마음 먹기에 달린 거다.

시기하지 말고, 질투하지 말고,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자!

오늘 스팸 하나 까 먹었다.

짭짤하네. 인생이 이런 맛 아니겠나?

짭짤하고도 고소한 맛.

다들 힘내자! 얼마 안 남았다!

“······뭔.”

별 내용도 없는 거지 같은 글에 댓글이 사백 개나 달린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 게시판에 글 하나를 올렸지만,

ㅇㅇ : 나 엄창이 친군데. (1)

-중국 잠수함 수백 척 연평도에서 꽃게 잡아먹으면서 대기하고 있다 카더라!

처참하게 무시당했다.

“······.”

예상한 결과다.

지금은 M9의 시간이다.

그는 구체적인 희망을 가진 반면 우리는 아무것도 가지지 않았다.

아무것도 없는 우리가 현실을 비판하고 상황을 합리적으로 분석해봐야 M9 같은 인간에겐 거지들의 울부짖음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는 소리다.

고깝지만 여기서 M9가 몰락하려면 상황 자체가 바뀌기를 기다릴 수밖에.

우민희가 말하지 않았나.

제주 선단은 거짓이라고.

진짜 제주도에 갈 사람은 그녀가 선별한 어웨이큰 적성을 가진 소년소녀들이라고 말이다.

그것도 배가 아닌 비행기를 타고서!

하지만 내 예상과 상황은 점점 긍정론자에게 유리하게 흘러갔다.

정부는 계속해서 항로의 안전, 주택 분양 일정, 직업 분배와 소득 제공, 당첨자에 대한 특혜를 공개했고 이에 부응하듯 제주도의 상황과 피난 선단의 화물 적재 상황이 실시간으로 올라왔다.

우리나라 사람이 세계 평균적으로 기민한 민족이라는 걸 부정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외국인이 오면 빨리빨리라는 말부터 배운다고 하지 않던가.

사람들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평소 10위권에 머무르던 중고 거래 게시판이 갑자기 순위가 급상승해 제주도 게시판을 넘어 1위를 차지했다.

ㅇㅇ : 제주도 티켓 삽니다 선제시

혁재아빠 : 제주도 분양 주택 교환 좀 가능할까요?

마리솔232 : 방공호 보유자입니다. 제주도 주택과 교환을 원합니다. 원한다면 방공호 보여드릴 수도 있습니다.

서울빌딩소유자 : 서울에 빌딩 하나 있습니다. 등기 그대로 유지된 건물이고요, 건물 골조와 기능에 아무런 하자 없습니다. 제주도 주택과 교환을 원합니다.

00 : 저 15세 남이고요. 가족은 없어요. 다른 건 안 바라고 가족 동반으로 제주도에 데려다주시면 안될까요? 은혜는 평생을 다해서 갚을게요.

...

...

모든 사람이 제주도 티켓을 원한다.

김다람이 그랬던 것처럼 이제는 살아 남은 시민 모두가 제주도를 애타게 갈구했다.

그 거대한 희망은 하나의 흐름이 되어 흐름에 휩쓸리지 않은 사람을 차곡차곡 삼켰다.

“······.”

나조차 마음이 흔들렸다.

우민희에게 진실을 들었지만 사실 우민희가 거짓말을 말했고 지금 정부가 발표하고 사람들이 순응하는 이 흐름이 진짜 진실이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말이다.

실제로 3일 정도가 흐르자 제주도 게시판에 남아 있던 부정론자는 아예 자취를 감췄다.

그야말로 M9를 위시한 긍정론자의 최종적인 승리로 굳어지는 모양새.

그 영광된 순간에 긍정론자들의 영웅 M9는 어째서인지 침묵을 지켰다.

하루가 멀다고 부정론자들을 두들겨 패던 긍정론자의 몽둥이가 갑자기 사라진 것이다.

모두가 그의 소식을 궁금해하던 차에 뜻밖의 인물이 내게 메시지를 보냈다.

MMMMMMMMM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스켈톤? 안녕?

M9다.

대체 이 자식이 왜 내게 문자를 보낸 걸까.

좋지 않은 예감을 느끼며 답장했다.

SKELTON : 방가방가~♥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 M9라는 놈.

여자를 밝혔다.

분명 이 녀석, 더 호프 이사 갈 때 예쁜 여자 줄을 서니 마니 헛소리를 해댔었다.

아니나 다를까.

MMMMMMMMM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스켈톤 너 여자냐?

생각한 그대로다.

MMMMMMMMM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나 영상 봤거든? 그거?

SKELTON : 어머

MMMMMMMMM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얼굴을 가려서 잘 모르겠는데 예뻐 보이더라? 몸매도 내 취향이고?

MMMMMMMMM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너의 죄를 사하노라 ㅋㅋㅋ

어떻게 저렇게 사람이 투명할 수 있을까.

MMMMMMMMM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나랑 같이 제주도 가자? 응? 여자 하나 정도는 데려가 줄 수 있다고?

“······.”

보통 용에겐 역린이 하나가 있다고 한다.

사람은 몇 개가 더 있는 모양이다.

형언할 수 없는 역겨움과 분노를 느끼며 키보드를 두드렸다.

탁타닥! 탁!

SKELTON : 꺼져 씨발년아!!!

이건 내 영혼의 사자후다

그때만 해도 몰랐다.

이 작은 해프닝이 곧 일어날 결말의 예고편이 될지는.

*

MMMMMMMMM : 시발 다 털렸다······

큰 인물이 되어 우리 곁을 떠났던 M9가 다시 우리 조촐한 게시판으로 돌아왔다.

MMMMMMMMM : 꽃뱀한테 당했어······. 탈탈 털렸어. 내 티켓, 관사 당첨증······.

처음엔 모두가 농담을 한다고 생각했다.

M9가 우리에게 장난을 치기 위해 낚시를 시전한 거라고 생각했다.

아니, 그걸 왜 잊어버리나.

더군다나 M9는 더 호프가 아닌 인천 부두 옆에 제주도 티켓을 가진 당첨자에게 제공되는 안전가옥에서 군인들의 보호를 받으며 살고 있었다.

그런 그가 가장 소중한 것들을 털린다는 건 믿기가 어려운 일이다.

gijayangban : 대체 무슨 짓을 하면 거기서 털릴 수가 있냐?

기자 양반의 글을 본 순가 나는 M9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 것 같은 예감을 느꼈다.

“설마?”

MMMMMMMMM : 아니, 그게. 시발, 같이 살 여자 구하다가······.

언젠가 본 자연 다큐멘터리에서 아프리카의 어떤 새가 암컷에게 구애를 하려고 화려한 둥지를 짓는다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M9도 그러한 새 중 하나가 되었고 적극적으로 반려자를 찾아 여기저기 얼굴을 들이밀고 다닌 모양이다.

내게 문자를 보내온 건 그 원대한 번식 활동의 일부.

하지만 이 위험한 세상에서 반려자를 구한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M9처럼 사람 보는 눈이 없는 소인배에겐 더더욱.

대충 이야기를 들어보니 M9의 추종자 하나가 은밀하게 매력적인 여성이라는 걸 어필하며 그에게 접근했고 M9와 만날 약속을 잡아 그가 가진 가장 큰 재산을 모조리 빼앗은 모양이다.

인증을 올리진 않았지만 입주권이 뺏기는 과정에서 코가 삐뚤어질 정도로 두들겨 맞았다고.

나라에도 읍소를 해봤지만, 정부 경고를 무시하고 귀중한 티켓과 입주 증서를 함부로 들고 나간 그를 위해 정부가 뭔가 해줄 리 만무했다.

우리 따뜻한 게시판 유저들은 죽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그를 위로했다.

익명848 : 힘내라. 엠구.

Dolsingnam : 욕 보셨어요

RokaGG : 살아 있는 것만으로 고맙다.

Foxgames : 그래 산 것만 해도 어디냐? 잘 돌아왔다!

Dies_irae69 : 살 곳 없으면 우리한테 합류해라.

...

...

오랜만에 보는 게시판의 정.

나도 잠시 고민하다 게시판 유저 중 한 명으로 마음을 보탰다.

SKELTON : 힘내라······.

조금은 버거운 타이핑이었다.

그렇게 응원의 물결이 지나간 후 m9는 글을 올렸다.

mmmmmmmm : 모두들 고맙다······.

그 모습은 마치 무대에서 쓸쓸히 퇴장하는 배우를 연상하게 했다.

그렇게 그는 자신의 유일한 보금자리인 “더 호프”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m9는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강한 남자였다.

타닥타닥

제주도 게시판에 새로운 부정론자가 등장했다.

그 부정론자의 정체는 놀랍게도 긍정론자의 몽둥이였던 m9였다.

mmmmmmmmm : 중국 잠수함 3,238대 지금 인천 앞바다에서 연평도 꽃게 먹으면서 대기 중!

기울어진 아파트 안에서 m9는 지금 이 순간에도 긍정론자와 외로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mmmmmmmmm : 꼬르륵!

그에게 새로운 행운이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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