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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캠핑으로 힐링 라이프-219화 (219/227)

219화 토리도 잘했어

요정은 마력을 다룰 수 없다.

이 세계의 상식이었다.

강현의 걱정 어린 표정에 에밀리야가 미소를 지었다.

“물론, 예전이었다면 이야기입니다. 지금은 방법이 있어요.”

강현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곧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에밀리야를 바라보았다.

에밀리야가 언제 심각했냐는 듯이 장난스럽게 웃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고 있었다.

“미안해요. 너무 심각한 표정이라 저도 모르게.”

강현의 시선에 에밀리야가 미안하다는 듯이 고개를 숙였다.

예전이라면 상상도 못했던 일.

그만큼 강현과 친해졌다는 뜻이기도 했다.

“우리에겐 누구보다 뛰어난 마법사 친구가 있잖아요.”

“아.”

그렇다.

강현은 누군가의 얼굴을 떠올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로멘 님이라면 분명 관심 있어 할 거예요.”

로멘의 성격을 떠올리면 오히려 보여 달라고 부탁할 거다.

에밀리야는 처음부터 알고 있으면서 강현을 놀린 것이었다.

살포시 웃은 에밀리야가 나뭇잎을 꺼내서 무언가를 적기 시작했다.

그리고 손짓하자 소나가 다가왔다.

에밀리야는 나뭇잎을 소나의 다리에 걸었다.

“이걸 인간들의 마을에 전해 줄래?”

고개를 끄덕인 소나가 날아올랐다.

밤하늘을 유유히 헤엄치는 소나.

그 모습을 바라보던 에밀리야가 고개를 돌렸다.

“그럼, 저희는 식사나 마저 할까요?”

에밀리야가 꼬치를 들고 웃었다.

고개를 끄덕이려던 강현은 그릴 위가 허전한 걸 깨달았다.

고개를 돌리자 입 주변에 잔뜩 기름을 묻힌 설기가 딴짓하고 있었다.

“너….”

대체 언제.

그러자 앞발을 들어 올렸다.

바닥에 아무것도 없다는 듯.

채소도 먹었다고 피력하는 것이었다.

‘…채소의 문제가 아닌데.’

꼬치조차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통째로 삼킨 건가?

강현의 시선이 다시 설기에게 향했다.

해맑게 웃고 있는 설기.

저도 모르게 웃음을 흘린 강현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정말 미워할 수 없다니깐.’

어차피 꼬치는 넉넉하게 남아 있었다.

강현은 새롭게 꼬치를 꺼냈다.

“조금 기다리셔야 할 것 같은데, 괜찮으세요?”

강현의 물음에 에밀리야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할 일이 다 끝나서 시간은 많아요.”

그렇게 강현은 꼬치를 굽기 시작했다.

* * *

타닥, 타닥.

꼬치에서 기름이 떨어지자 불똥이 튀어 올랐다.

흐르는 강줄기.

그리고 그 위로 떨어지는 무수한 별들.

볼 때마다 감탄이 저절로 흘러나왔다.

에밀리야는 어느 순간부터 손이 멈춰 있었다.

‘많이 먹긴 했지.’

강현도 마찬가지였다.

오로지 설기만이 마지막 꼬치를 보며 눈을 빛내고 있었다.

강현은 슬쩍 아래를 보았다.

어둠 속에서도 보일 정도로 배가 볼록했다.

‘그래도 채소도 먹었으니.’

그걸 위안 삼아야 했다.

강현은 마지막 남은 꼬치를 들고 고민하다가 설기에게 건넸다.

허겁지겁 먹는 설기.

곧 행복하다는 듯 갸르릉, 소리를 냈다.

‘이럴 때 보면 늑대네.’

피식 웃은 강현이 볼을 긁적이자 발라당 누워 버렸다.

싫다는 건가?

슬쩍 손을 떼자 누운 상태로 강현을 힐끗거리는 설기.

“….”

설기의 눈빛을 읽은 강현이 실소를 흘렸다.

강현은 뗐던 손을 다시 올려서 배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설기가 기분 좋은 울음을 토했다.

그러고는 눈을 감고 강현의 손길을 만끽했다.

그렇게 놀고 있는 사이 에밀리야가 고개를 돌렸다.

“돌아오네요.”

에밀리야를 따라서 고개를 돌리자 저 멀리 날아오는 그림자를 볼 수 있었다.

강을 건너온 소나는 하늘에서 한 바퀴 돈 후에 에밀리야 어깨에 내려앉았다.

그렇게 어깨에 앉은 소나를 보던 에밀리야의 눈이 커졌다.

“어머.”

“무슨 일이 있나요?”

강현이 되묻자 그녀가 소나의 발목에 손을 뻗었다.

“답장이 돌아왔네요.”

이렇게 빨리 답장이 올 줄은 몰랐다는 반응.

그러나 그건 강현 역시 마찬가지였다.

에밀리야는 소나의 발목에 묶여 있던 천을 펼쳤다.

서신을 열자마자 에밀리야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강현이 의아해하자 에밀리야가 서신을 건넸다.

서신은 한 사람이 쓴 게 아니었다.

서신에 써진 필체는 두 개였다.

그리고 둘 다 강현이 알고 있는 필체였다.

다급하지만 기품이 느껴지는 필체 위로 선이 찍찍 그어졌고, 아래에 투박한 글씨가 적혀 있었다.

위에 쓴 이는 로멘이었고, 아래 다시 쓴 이는 란돌프였다.

강현은 미간을 구기고 서신을 살폈다.

“…지금 온다? 아니구나. 간다인가?”

결국, 읽는 걸 포기한 강현이 에밀리야에게 시선을 돌렸다.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었다.

그런 강현을 본 에밀리야가 싱긋 웃었다.

“아직 어렵나 보네요.”

“예.”

강현이 멋쩍게 웃었다.

글자를 배우고 있지만, 쉽지 않았다.

그런 강현과 달리 에밀리야는 요정의 언어가 아님에도 능숙하게 읽었다.

“지금 바로 갈 테니 그 물건을 준비해 주게, 라고 적혀 있고 아래에는 내일 아침에 갈 테니 위에 건 무시하라고 적혀 있네요.”

에밀리야의 말에 강현은 사정을 짐작할 수 있었다.

서신을 받자마자 로멘이 란돌프를 닦달한 게 분명했다.

무력을 떠나서 로멘의 체력으로 여기까지 홀로 오기는 힘들었다.

설령 오더라도 시간이 너무 소비된다.

‘내일이나 도착하겠지.’

그렇기에 자신이 쓸 수 있는 가장 빠른 이동 수단을 부른 것이었다.

그 광경이 눈에 그려져서 웃음이 나왔다.

에밀리야도 마찬가지였는지, 웃음을 흘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도 이만 가서 준비해야겠어요.”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강현이 바라보자 그녀가 싱긋 웃었다.

“상황을 보니 두 분은 아침 일찍부터 오실 것 같네요.”

“아.”

강현이 쓴웃음을 흘렸다.

강현도 그리 생각했다.

“그럼 내일 뵈어요.”

그렇게 에밀리야가 떠나갔다.

곧 야영지가 적막함에 휩싸였다.

졸졸졸.

강물 소리만이 조용히 울려 퍼지고 있었다.

“아침이라.”

강현은 힐끗 가방 안을 확인했다.

파스타 면과 오일, 베이컨과 마늘. 아침에 가볍게 먹기 적당했다.

하지만.

‘부족하겠지.’

사람만 넷이었다.

게다가.

강현의 시선이 설기에게 향했다.

토리와 놀다가 귀엽게 고개를 갸웃하는 설기.

강현은 피식 웃으며 설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내일은 일찍 일어나서 사냥이나 할까?”

사냥이란 말에 설기의 눈이 반짝였다.

“컹! 컹!”

해맑게 짖는 설기를 보며 강현도 미소 지었다.

“그러려면 일찍 자야겠네.”

강현은 설기와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갔다.

* * *

할짝할짝.

따뜻하고 거친 혀가 볼을 간지럽혔다.

그리고 코 밑으로 올라오는 고린내.

결코, 유쾌하다고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강현이 눈을 떴다.

“…일어났으니깐 그만 핥아.”

강현의 말에 하얀 털 뭉치가 떨어졌다.

힐끗, 텐트의 구멍 너머를 보았다.

아직 하늘이 어두웠다.

시간을 확인해 보니 이세계 기준으로 아직 새벽이었다.

‘일찍 일어나자고 하긴 했는데.’

이렇게까지 이르게는 아니었다.

기지개를 켜고 아래를 보자 토리가 꼼지락거리며 침낭 안으로 파고드는 게 보였다.

피식 웃은 강현은 토리가 깨지 않게 조심스럽게 침낭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말똥말똥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설기가 있었다.

‘…사냥하러 가자고 깨운 건 아닌 것 같은데.’

그런 것치고는 얌전해 보였다.

강현을 보자 텐트 밖을 보며 짖는 설기.

“컹!”

“쉿, 토리가 자잖아.”

“…컹.”

강현의 말을 듣자 목소리를 낮췄다.

안 짖을 수는 없는 건가.

강현이 슬쩍 토리가 자는 쪽을 보았다.

침낭이 꿈틀꿈틀하더니 다시 조용해졌다.

강현은 조심스럽게 텐트 밖으로 나갔다.

그러고는 토리가 깨운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텐트밖에 놓인 큼지막한 고깃덩어리.

돼지와 비슷하게 생긴 녀석이었다.

자는 사이에 설기가 사냥해 온 건가?

‘그럴 리가 없지.’

강현은 설기의 입 주변에 묻은 침 자국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어제 코까지 골면서 자던 설기였다.

그 증거로 털 한쪽이 눌려 있었다.

먹는 것을 좋아하는 설기지만, 그만큼 잠자는 것 역시 좋아한다.

그렇기에 이 고기의 정체를 아는 건 어렵지 않았다.

고개를 돌리자 사냥에 나섰던 늑대 무리가 돌아와 있었다.

털에 묻은 피를 강물에 씻고 있는 늑대들.

몇몇 늑대들은 벌써 땅바닥에 누워 있었다.

길게 하품하는 늑대들을 본 강현이 미소 지었다.

‘사냥이 만족스러웠나 보네.’

그러니 이렇게 선물까지 준비했을 거다.

같은 무리까지는 아니어도 친근하게 생각하는 것이었다.

사냥감이 된 이들에겐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게 자연의 섭리였다.

게다가 강현으로서는 친분이 있는 늑대의 상황에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침낭이 꼼지락거리더니 토리가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미안. 깼어?”

시끄러웠나 보다.

토리는 나와서 기지개 켜듯 털을 한 번 턴 후에 강현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강현의 무릎 위로 올라가서 다시 몸을 웅크렸다.

아직 졸린 모양.

동그랗게 몸을 만 토리는 제법 귀여웠다.

강이 옆이라서 새벽바람이 찼는지 움찔 몸을 떠는 토리.

강현은 손으로 토리의 몸을 덮어 줬다.

그러자 토리의 떨림이 멈췄다.

강현의 시선이 다시 강 너머를 향했다.

안개에 휩싸인 강의 모습은 저녁때와는 또 다른 의미로 운치가 있었다.

“다시 자기도 어정쩡하네.”

강현은 토리를 들어서 주머니에 넣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큼지막한 고기.

가죽을 벗기고 손질하려면 제법 시간이 걸릴 거다.

‘물고기나 몇 마리 잡으려고 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재료를 얻었다.

‘고맙네.’

강현의 시선이 늑대들을 향했다. 다음에 만났을 때는 보답해야겠다.

‘그리고 설기네도 한번 가야지.’

이번에 신세를 졌다.

설기의 가족이긴 하지만, 살찌운 건 강현이나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너희 부모님은 뭘 드려야 하나?”

“낑?”

강현의 물음에 설기가 고개를 갸웃했다.

설기 부모님의 덩치를 생각하면 웬만한 양으로는 기별조차 가지 않을 거다.

강현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곧 다 씻은 늑대들이 하나둘 바닥에 자리하는 게 보였다.

‘그렇구나.’

늑대들도 쉬어야 할 거다.

이곳에서 아침 식사를 하면 늑대들이 제대로 쉬질 못할 거다.

“우리도 고기만 손질하고 이동하자.”

강이 있으니 손질하기 편했다.

어차피 에밀리야나 란돌프는 알아서 찾아올 거다.

강현의 말에 설기가 빙그르르 돌았다.

“컹! 컹!”

사냥하러 안 가냐는 뜻이었다.

“오늘은 먹을 게 있잖아.”

굳이 사냥할 필요가 없었다. 강현의 말에 설기의 꼬리가 축 처졌다.

강현은 시무룩해진 설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오늘은 이걸로 먹고 다음에 사냥하자.”

그때는 활도 들고 와서 제대로.

강현의 설득에 설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컹! 컹!”

강현은 설기의 엉덩이를 토닥이고 고기를 손질하기 시작했다.

* * *

이제는 익숙해진 손질.

전문가 못지않은 솜씨로 금세 가죽을 벗겨 냈다.

부위별로 고깃덩이를 잘라 낸 강현이 땀을 훔쳤다.

‘이 정도면 가지고 온 양념으로는 부족하겠네.’

소금, 후추, 오레가노와 허브.

늘 가지고 다니는 양념 세트였다.

하지만 이만한 고기를 재우기는 힘들었다.

‘가면서 양념할 만한 걸 찾아야….’

“컹! 컹!”

“응?”

갑작스러운 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설기가 보였다.

입에 무언가를 잔뜩 물고 온 설기.

그걸 본 강현의 눈이 커졌다.

강현이 자주 쓰던 재료였다.

설기뿐만이 아니었다.

구멍 옆에도 재료들이 한가득 놓여 있었다.

그리고 구멍 사이로 토리가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손에는 버섯이 들려 있었다.

강현이 고기를 손질하는 동안 필요한 재료들을 채집해 온 것이었다.

“컹!”

나 잘했지? 하고 짖는 설기.

“응, 잘했어.”

강현이 설기의 머리를 쓰다듬자 토리가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그래, 토리도 잘했어.”

기분 좋게 몸을 터는 토리.

강현은 쌓인 재료들을 보며 미소 지었다.

요리하기 충분했다.

‘…그 전에 씻긴 해야겠지만.’

재료에서 올라오는 익숙한 냄새에 강현이 실소를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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