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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캠핑으로 힐링 라이프-180화 (180/227)

180화 이제 시작하죠.

강현은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는 카샨을 보며 쓴웃음을 흘렸다.

그리고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래도 오셔서 다행이네요. 나중에 한 가지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부탁?”

강현의 말에 카샨이 고개를 갸웃했다.

“예, 시합 때문에. 자세한 건 이따가 말씀드릴게요.”

“호오.”

카샨이 턱을 쓸어내렸다. 그녀의 눈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부탁이라고 할 정도면 쉬운 건 아니겠네. 기대돼.”

그러한 카샨의 반응에 강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옆에 있던 로멘이 입을 열었다.

“남은 이야기는 정리가 끝나고 하지. 강현, 자네도 준비할 게 있을 테니.”

맞는 말이었다. 옮긴 짐을 정리할 수 있는 건 강현뿐이었다.

강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일행들은 다시 각자의 자리로 향했고 강현 역시 짐들이 놓인 곳으로 향했다.

“선생님! 같이 가요!”

고개를 돌리자 수인들과 떠났다고 생각한 하만이 강현을 뒤따라오고 있었다.

“하만 씨?”

강현의 의아해하자 하만이 배시시 웃었다.

“오늘은 제가 선생님 조수예요!”

자랑스럽게 말하고는 아차 싶었는지 하만이 말을 보탰다.

“무, 물론 선생님께서 허락하시면요.”

그런 하만의 모습에 강현이 고개를 갸웃했다.

“상관없는데, 오늘 경기에 참여하는 거 아닌가요?”

“음, 그렇긴 한데….”

하만이 말하면서 강현의 눈치를 봤다.

혹시 안 된다고 할까 봐 걱정하는 것이었다.

강현은 웃음을 삼키고 입을 열었다.

“도와주시면 저야 감사하죠. 대신 경기에 지장이 가지 않는 정도로 부탁드려요.”

“예!”

강현의 말에 하만이 환하게 웃었다.

강현은 진심이었다.

아무리 강현이라도 혼자 이만한 요리하기에는 부담스러웠다.

어쨌든 하만은 강현의 제자였다.

그녀가 도와준다면 부담이 덜했다.

“그럼 저희도 같이 도와도 될까요?”

갑작스러운 소리가 강현이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거기에는 부드러운 인상의 여인이 서 있었다.

“제니퍼 씨!”

강현의 인사에 제니퍼가 포근하게 웃었다.

란돌프의 아내.

그리고 제니퍼는 혼자가 아니었다. 제니퍼 뒤로 작은 얼굴이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바로 란돌프의 딸인 헤나였다.

“안녕.”

강현의 인사에 헤나가 수줍게 손을 흔들었다.

“어쩐 일이세요?”

“축제한다고 하니깐 헤나가 가고 싶다고 해서 따라왔어요.”

그러나 정작 헤나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강현은 헤나가 무엇을 찾는지 알 수 있었다.

“설기라면 저쪽에서 놀고 있어.”

강현이 한쪽을 가리키자 헤나의 시선이 따라갔다.

그리고 모나랑 뒤엉켜 있는 설기를 볼 수 있었다.

설기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헤나.

그와 달리 제니퍼는 모나를 발견하고 눈을 빛냈다.

“어머나, 아이도 있네요. 저 아이가 모나죠?”

역시나 란돌프에게 이야기를 들은 게 분명했다.

“친구도 있었네. 가 봐.”

친구라고 하기에는 모나가 더 어렸지만, 같이 어울릴 수 있는 나이이긴 했다.

제니퍼가 부드럽게 웃으며 헤나의 등을 밀었다. 그러자 헤나가 고개를 붕붕 내저었다.

그리고는 제니퍼의 치맛자락을 꼭 쥐었다.

그러자 제니퍼의 얼굴에 곤혹스러움이 떠올랐다.

“이렇게 숫기가 없어서.”

연신 설기와 모나가 있는 방향을 힐끗거리면서도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제니퍼도 더 권유하지 않았다.

이럴 때 억지로 권해 봤자 역효과가 나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다행인가?’

강현은 그리 생각했다. 헤나가 저 사이에 끼면 버티지 못할 거다.

강현은 몸을 숙이고 헤나를 바라보았다.

“대신 이 삼촌 도와서 요리할래?”

강현의 물음에 헤나가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다.

강현은 그런 헤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모습을 본 제니퍼가 살포시 웃음을 터트렸다.

“아이를 다루는 게 능숙해지셨네요?”

저번과 달랐다.

강현은 제니퍼의 말에 볼을 긁적였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네요.”

강현도 제니퍼의 말을 듣고 나니 새삼스레 깨달았다.

아이들과 어울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변한 것이었다.

‘나쁜 일은 아니니.’

강현은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렇게 장비를 꺼내자 하만과 제니퍼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뭔가, 대단하네요.”

스토브를 설치할 수 있는 키친 테이블을 두 개나 연결했다.

이번을 위해서 새로 구매한 것이었다.

스토브만 무려 네 개. 게다가 옆에 화로대와 오븐이 따로 있었다.

‘화력은 충분해.’

강현이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 강현의 장비를 보았던 하만도 놀랄 정도이니 제니퍼가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헤나도 신기한지 장비 여기저기를 힐끗거렸다.

다행히 제니퍼는 큰 의심하지 않는 것 같았다.

‘어쩌면 미리 들었을 수도 있지.’

하지만 란돌프의 성격을 생각할 때, 그럴 가능성은 적었다.

강현은 수인뿐만 아니라 요정과도 어울렸다.

신비한 물건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렇게 테이블 설치를 끝낸 강현은 아이스박스를 들고 왔다.

어차피 메인 식사는 운동회가 끝나고 시작될 거다.

그때까지는 가볍게 먹을 수 있는 걸로 충분했다.

강현은 아이스박스를 꺼냈다.

그리고 박스를 열자 제니퍼와 하만의 눈이 반짝였다.

“이건….”

“얘는 화로대에서 구우면 되고, 얜 기름을 넣고 튀기면 돼요.”

안을 확인한 제니퍼가 감탄을 내뱉었다.

“혼자서 전부 준비하신 거예요?”

꼬치와 핫도그.

축제에서는 빠져서는 안 되었다.

“꼬치는 제가 구울 테니 제니퍼 씨와 하만은 이 녀석이랑….”

강현은 박스 하나를 더 꺼냈다. 내용물을 본 하만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묵탕이죠?”

역시나 강현과 어울린 덕분에 재료만 보고 정체를 알 수 있었다.

강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하만이 자신의 팔을 두드렸다.

“맡겨 주세요!”

여리여리한 외모와 달리 팔에는 근육이 탄탄했다.

“이제 시작하죠.”

강현의 말에 제니퍼와 하만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현은 바로 화로대에 불을 피우고 그릴을 올렸다.

그리고 가지고 온 꼬치를 올렸다.

그러는 사이 하만과 제니퍼가 냄비 두 개를 올리고 핫도그를 튀길 기름과 어묵탕을 끓일 물을 올렸다.

강현은 둘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둘이라면 알아서 잘할 거다.

지금은 꼬치에 신경 쓸 때였다.

꼬치는 겉으로 쉬워 보이지만, 정성이 필요한 요리다.

‘특히나 이렇게 불이 멋대로일 때는 더욱 그렇지.’

꼬치를 직불로 굽는 건 위험했다. 쉽게 타기 때문이었다.

보통은 불이 꺼진 숯으로 굽는 게 일방적.

하지만 그러기에는 시간이 너무나 오래 걸린다.

강현은 그릴의 높이를 조절해서 불의 양을 조절할 생각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연기와 함께 고기 익는 냄새가 퍼져 갔다.

그리고 치익, 치익.

꼬치에서 떨어진 기름이 달궈진 장작 위에 떨어졌다.

그렇게 꼬치를 굽고 있던 강현이 고개를 들었다.

앞에서 시선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앞에서 침을 흘리는 설기와 모나를 볼 수 있었다.

‘대체 언제 온 거야.’

강현은 실소를 흘렸다.

둘의 눈은 꼬치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둘 뿐만이 아니었다.

일하고 있던 다른 이들도 이쪽을 힐끗힐끗 쳐다보고 있었다.

‘하긴 슬슬 배고플 때지.’

다들 아침부터 작업했을 거다.

이제 꼬치도 어느 정도 완성이 되었다.

고개를 끄덕인 강현의 눈에 헤나가 들어왔다.

제니퍼 옆에 꼭 붙어서 이쪽을 힐끗거리고 있었다.

그러나 다른 이들과는 달랐다.

헤나가 보고 있는 건 꼬치가 아니라 설기와 모나였다.

강현은 헤나를 향해 손짓했다.

그러자 헤나가 제니퍼를 보았다.

제니퍼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후에나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강현은 다가온 헤나에게 완성된 꼬치 세 개를 건넸다.

“가서 동생들이랑 먹고 있어.”

잠시 머뭇거리던 헤나는 결심했는지 설기와 모나를 향해 걸어갔다.

자연스레 둘의 시선도 헤나가 들고 있는 꼬치로 향했다.

그리고는 수줍게 내밀었다.

“…자.”

“컹!”

“밥!”

단번에 낚아채는 둘. 놀란 헤나가 눈을 껌뻑였다.

그러나 뒤로 도망치거나 하진 않았다.

그런 둘을 본 강현은 눈살을 찌푸렸다.

‘꼬치를 빼 줄 걸 그랬나?’

하지만 꼬치와 뼈까지 씹어 먹는 둘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있어도 큰 상관은 없을 거다.

순식간에 꼬치를 삼킨 둘이 하나 남은 꼬치로 향했다.

헤나의 몫.

잠시 고민하던 헤나가 입을 열었다.

“주, 줄까?”

둘의 머리가 위아래로 움직였다.

그 모습을 본 헤나가 용기를 얻었는지 입을 열었다.

“마, 만지게 해 주면 줄게.”

오.

뒤에서 지켜보던 강현이 짧게 감탄했다.

‘영리하네.’

제니퍼도 딸의 모습에 놀랐는지 어머나, 하고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러한 헤나의 물음에 설기와 모나가 서로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헤나는 꼬치에 걸린 고기를 빼서 설가와 모나에게 나눠 줬다.

똑같은 양.

“자, 잠깐.”

강현이 말리려고 했지만 설기와 모나가 달려든 게 먼저였다.

둘은 헤나의 손에 올린 고기를 단번에 삼킨 후, 손에 묻은 기름까지 핥아 먹었다.

헤나는 간지러운지 몸을 비틀었지만, 피하지 않았다.

강현은 내심 안도했다.

‘다행히 물진 않았네.’

곧 헤나의 손에서 떨어진 모나와 설기.

헤나는 손에 묻은 침을 대충 닦아 낸 후 모나와 설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둘은 약속대로 손을 피하지 않았다.

폭신폭신한 감촉에 헤나의 표정이 풀어졌다.

행복한 듯 웃는 헤나를 보며 강현도 미소 지었다.

‘그래도 잘 된 건가?’

설기와 모나 사이에 껴 있는 게 자연스러워 보였다.

강현은 고개를 들었다.

“간식 드시면서 하세요!”

강현의 외침에 지켜보고 있던 이들이 슬쩍 걸음을 옮겼다.

가장 먼저 달려온 건 역시 수인들이었다.

“오, 좋군. 좋아.”

꼬치를 먹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카샨.

이어서 뜨거운 어묵탕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키야!”

고개를 끄덕인 카샨에 입가에 미소가 올라왔다.

“술이 당기는군.”

“족장님.”

그런 카샨을 옆에 있던 수인이 조심스럽게 불렀다.

“알고 있어. 행사가 시작하고부터라는 거지?”

카샨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강현을 향해 윙크했다.

카샨의 말대로 아직 행사가 시작되기 전이었다.

“서둘러 준비해야겠어.”

카샨이 몸을 돌렸다. 그리고 이어서 인간들이 다가왔다.

“이건 어떻게 먹는 건가?”

로멘이었다. 로멘은 핫도그에 흥미를 보였다.

“여, 여기 있는 것 중에 원하는 걸 뿌려 드시면 돼요! 얘는 조금 시큼하고, 얘는 달아요.”

케첩과 머스타드, 그리고 설탕까지.

하만은 강현에게 들은 대로 설명했다. 그녀의 입가에도 케첩이 묻어 있었지만, 다들 모른 척 넘어갔다.

그녀뿐만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강현은 힐끗 아래로 시선을 돌렸다.

알록달록 물들어 있는 설기를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때, 떨어져 있던 바하람 주교와 눈이 마주쳤다.

이쪽을 보던 바하람 주교는 황급히 고개를 돌리고 헛기침했다.

한 번이 아니었다.

크게 다시 헛기침하는 바하람.

‘목이라도 안 좋은가?’

강현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자 핫도그를 먹던 로멘이 이유를 알려 줬다.

“체면 때문에 먼저 갈 수는 없고 누가 권유해 달라는 거지. 저 인간은 마을에서도 길에서 파는 음식은 지저분하다면서 먹지도 않아.”

아하.

그제야 강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 말이 있으니 먼저 나서기 힘든 것이었다.

헛기침은 신호였다.

‘아니, 잠깐만.’

강현은 간식을 먹고 있는 사람들에게 시선을 던졌다.

마을에서도 본 기사들이었다. 경기의 참가자들.

그들 모두 로멘의 이야기를 들었음에도 모른 척 간식을 먹고 있었다.

“이래서 평소의 행실이 중요한 거지.”

헤나의 머리를 쓰다듬은 란돌프가 웃음을 터트렸다.

“허, 험. 먹었으니 다시 일해야지.”

“…몸이 근질근질하네.”

그리고 기사들은 못 들은 척 발걸음을 옮겼다.

강현은 홀로 남은 바하람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저리 보니 안쓰럽네.’

그때, 새로운 이들이 다가왔다.

저절로 주변이 환해졌다.

바로 요정들이었다. 요정들은 인간이나 수인과 달리 전부가 온 게 아니었다.

일부만 다가왔다.

이런 요리가 익숙지 않기 때문이었다.

“혹시 먹어 봐도 될까요?”

한 요정의 말에 강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몇 개 나눠 드릴 테니 동료분과 드세요.”

그리고는 꼬치를 한 주먹 건넸다. 제니퍼와 하만 역시 강현처럼 넉넉하게 챙겨 줬다.

“고마워요.”

요정들은 음식을 받아서 다른 요정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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