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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캠핑으로 힐링 라이프-151화 (151/227)

151화 요정의 정원

강현이 숲을 관찰하는 동안 다른 이들도 하나둘 건너왔다.

먼저 온 것은 하만과 모나.

소나에게 매달려서 날아왔다. 밑을 힐끗 보더니 눈을 질끈 감는 하만.

그와 달리 모나는 헤엄치는 물고기들을 보며 침을 흘리고 있었다.

“으으.”

“갸하!”

하만은 내리자마자 질린 얼굴로 고개를 저었고, 모나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소나를 찾는 것이었다.

하늘을 나는 게 마음에 들었나 보다.

한 번 더 타고 싶은 것이었다.

그러나 이미 하늘로 날아오른 소나를 찾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결국, 시무룩해진 모나.

그리고 이어서 요정족 사내와 에밀리야가 차례로 건너왔다.

로멘이나 하만과 달리 우아하게 착지하는 에밀리야.

곧 싱긋 웃으며 일행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그럼 가 볼까요?”

* * *

에밀리야를 따라서 숲을 걸었다.

짙은 풀과 나무의 냄새가 일행들을 따라왔다.

‘저것도 못 보던 열매네.’

강현은 지나가다가 보이는 열매를 보고 흥미를 보였다.

어떤 맛일까?

무심코 손을 뻗으려는 충동을 억눌렀다.

그러나 열매에 흥미를 보인 건 강현만이 아니었다.

부스럭, 부스럭.

강현은 주머니에서 나오려는 토리를 들어서 땅에 내려놨다.

쪼르르 달려간 토리가 열매를 따서 입에 넣었다.

그리고 눈을 찡그리며 열매를 내려놨다.

마치 감전된 것처럼 몸을 부르르 떠는 토리.

그 모습을 보며 강현은 맛을 짐작할 수 있었다.

‘시구나.’

옆에 있던 하만과 모나도 신기한지 연신 코를 킁킁거렸다.

강현은 힐끗 옆을 보았다.

다른 이들과 달리 얌전히 걸음을 옮기는 설기.

평소였다면 먼저 달려갔을 텐데, 웬일로 얌전했다.

그러나 강현은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와 봤나?’

어딘가 익숙해 보이는 모습.

다른 셋과 달리 설기는 이곳이 처음이 아니었다.

‘하긴.’

강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강에서 봤던 모습을 생각하면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그때, 걸어가고 있던 에밀리야가 일행들을 돌아보았다.

“좀 정신없죠? 이 주변은 아이들의 놀이터나 다름이 없어서요.”

“예?”

강현은 눈을 껌뻑였다.

에밀리야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놀이터.’

주변을 둘러봤다. 빽빽하게 올라온 나무들.

이 나무들을 타고 논다는 건가?

하만도 고개를 갸웃하고 있었다.

그러나 로멘은 무언가를 알고 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의미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알 수 있었다.

* * *

어느 순간부터 공기가 바뀌었다.

그리고 중간중간에 다른 요정들을 볼 수 있었다.

무장을 하고 있진 않지만, 나무 위에 걸터앉아서 일행들을 바라보는 요정들.

‘경비네.’

강현은 그들의 임무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중구난방으로 올라왔던 나무들이 어느 순간부터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다.

“다 왔네요.”

에밀리야의 말에 강현이 고개를 갸웃했다.

‘응, 마을은 못 본 것 같은….’

그러나 에밀리야를 따라 시선을 돌린 강현은 감탄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한눈에 알아보기 힘든 이유가 있었다.

나무들 사이로 아름답게 꾸며진 정원이 보였다.

그 중앙에는 나무와 풀로 만든 집이 놓여 있었다.

‘아니, 만든 게 아니야.’

기둥을 박진 않았다. 나무를 키워서 기둥으로 쓰고 있었다.

벽을 이루고 있는 건 넝쿨들이었다.

집조차도 키워서 만든 것이었다.

그러나 강현이 놀란 부분은 다른 것이었다.

정리된 정원에는 알 수 없는 식물들이 자라고 있었다.

집주인이 키우는 작물들.

그러한 정원이 한둘이 아니었다. 숲 곳곳에 그러한 정원들이 늘어져 있었다.

저마다 형태가 제각각이었다.

그래서 한눈에 알아보기가 힘들었다.

얼핏 보면 숲의 일부라고 생각할 거다.

선두에서 걷고 있던 에밀리야가 빙그르르 몸을 돌렸다.

“요정의 마을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에밀리야가 일행들을 보며 환하게 웃었다.

* * *

일행들이 마을을 걸어갔다.

하지만 마을이라기보다 아직도 숲을 걷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요정들의 마을은 인간이나 수인의 마을과는 다르지. 개인의 영역이 커.”

로멘이 수염을 쓸며 말했다. 강현은 무심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요정 하나하나가 뛰어난 정원사란 말은 단순한 비유가 아니었다.

정말로 저마다 자신의 정원을 가꾸고 있었다.

심지어는 그중에는 작은 숲이라고 부를 만한 정원도 있었다.

오래된 고목들이 자라난 정원.

주인의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웠다.

“나중에 제 정원도 보여 드릴게요.”

일행들을 향해 말을 건네는 에밀리야의 목소리가 살짝 들떠 있었다.

그때, 묵묵히 걸음을 옮기던 사내가 머뭇거리더니 입을 열었다.

“…제 정원에도 들려도 됩니다.”

강현은 놀란 눈으로 사내를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사내가 말하는 걸 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사내는 다시 입을 닫고 있었다.

그런 사내의 모습을 보고 강현은 이들에게 정원이 어떤 존재인지 알 수 있었다.

‘자랑하고 싶은 거구나.’

평생을 가꿔 가는 정원.

이들에게 정원이란 강현의 요리와도 같았다.

정성스레 쌓아 올린 자신의 역작.

강현이라도 자랑하고 싶을 거다.

하물며 그 대상이 평소 보던 요정들이 아니라 다른 종족이라면.

“예. 정말 기대되네요.”

강현의 말에 로멘과 하만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마을로 들어오자 일행들을 힐끗거리는 요정들이 많아졌다.

몇몇은 호기심으로, 또 몇몇은 경계하는 눈빛으로 일행들을 살피고 있었다.

‘익숙한 모습이네.’

수인 마을에 처음 갔을 때도 비슷했다.

그러던 강현의 눈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새하얀 솜뭉치.

‘언제 저기까지….’

설기도 여기에 들어온 건 처음인지 냄새를 맡고 있었다.

흔들리는 꼬리가 설기의 기분을 짐작할 수 있었다.

강현은 불안한 눈빛으로 설기를 바라보았다.

‘정원을 망치진 않겠지?’

정원을 어찌 생각하는지 알았기 때문에 걱정이 되었다.

정원을 망치면 사과로 끝날 일은 아니었다.

그러한 강현의 기색을 알아챘는지 에밀리야가 싱긋 웃었다.

“괜찮아요. 설기는 자연을 지키는 하얀 늑대의 혈족이에요. 숲을 사랑하니 헤치진 않을 거예요.”

“…저기, 땅 파고 있는 거 같은데.”

뒷발로 열심히 땅을 뒤집고 있었다.

심지어 파놓은 흙에 몸을 비비기까지 하고 있었다.

다행이라면 누군가의 정원이 아니라 길목이랄까.

저걸 길목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남의 집 마당이 아닌 게 어딘가.

그러한 설기의 모습을 확인한 에밀리야의 미소가 굳었다.

“괘, 괜찮을 겁니다.”

아까보다 자신 없는 목소리.

일행들은 애써 설기를 외면했다.

그리고 강현도 아까와 달리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설기를 향해 눈을 빛내는 아이들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일행들과 함께 있을 땐, 경계했으나 설기 혼자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요정들은 식물만큼은 아니지만, 동물 역시 좋아한다.

‘곧 돌아오겠네.’

땅에서 구르던 설기가 위기감을 느꼈는지 귀를 쫑긋 세웠다.

하지만 이미 아이들은 설기를 둘러싸고 있었다.

강현은 도움을 바라는 설기의 시선을 외면했다.

그때, 에밀리야가 입을 뗐다.

“요정은 성인이 되어야 집을 가질 수 있어요. 자신이 지낼 장소를 정하는 거죠.”

아이들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은 너무나도 따뜻했다.

“이번 성년식이 끝나면 그 아이들도 자신이 살 곳을 선택할 거예요. 성년식의 주기가 삼 년마다 돌아오긴 하지만, 매번 열리는 일은 드물어요.”

다른 종족과는 달랐다. 요정들은 오래 사는 만큼 아이들의 수도 적었다.

마을의 아이들이라고 해도 열이 넘지 않았다.

매번 성년식을 열긴 힘들었다.

“이번에는 경사스럽게도 둘이나 성년식을 치러요.”

옆에 있던 로멘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초대해 줘서 기쁘게 오긴 했지만, 괜찮겠나?”

에밀리야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단순한 성인식과는 달랐다.

요정들에게 있어서 중요한 행사.

무엇보다 성인이 되는 요정에겐 특별한 의미였다.

하지만 일행들이 있으면 관심이 일행들에게 쏠릴 게 분명했다.

‘…생각지도 못했네.’

강현도 걱정스러운 기색으로 에밀리야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에밀리야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오히려 좋아할 거예요.”

옆에 있던 사내도 고개를 끄덕였다. 의아해하는 일행들을 향해 에밀리야가 입을 뗐다.

“성년식에 많은 이가 찾아올수록 일족의 명성이 높아져요.”

일족.

인간들의 가문과 비슷하다고 들은 적이 있었다.

“여러분들이 축하해 주면 더욱 뜻깊겠죠.”

“그렇군!”

로멘이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강현도 사정을 짐작할 수 있었다.

‘다른 마을에서도 온다는 소리네.’

백 년 동안, 다른 종족이 찾아와서 축하해 주는 일은 없었을 거다.

성년이 된 둘에게도 좋은 일이란 뜻이었다.

덕분에 강현도 안심할 수 있었다.

그렇게 마을 안쪽까지 걸어가자 거대한 나무가 보였다.

하늘 높게 솟은 나무.

이제야 본 게 의아할 정도로 높게 솟은 나무였다.

“대장로가 계신 곳이에요. 마을의 행사 대부분은 저곳에서 치러지죠.”

대장로. 익숙하지 않은 호칭이었다.

‘이장님 같은 건가.’

고개를 끄덕인 일행들이 발걸음을 옮겼다.

* * *

커다란 고목 아래에는 많은 요정이 모여 있었다.

그중 몇몇은 마을에 있는 요정들과 차림새가 달랐다.

‘다른 마을에서 온 이들이나 보네.’

일행들이 나타나자 웅성거림이 커졌다.

“진짜야.”

“진짜 인간이군.”

수많은 시선이 일행들을 향했다.

“인간만 온 게 아니야. 저쪽은 수인이야.”

“수인의 아이도 있어. 수인이 아이를 밖으로 내보내다니. 놀랍군!”

그중에는 시선이 곱지 않은 이도 적지 않았다.

그렇게 일행들이 다가가자 양옆으로 길을 만들었다.

그리고 길의 끝에.

지팡이를 짚은 노인이 있었다.

다른 이들과는 달랐다. 로브와 비슷한 옷차림.

장신구도 주렁주렁 달고 있었다.

노인 옆에도 비슷한 옷차림을 입은 이들이 있었다. 그러나 노인만큼 화려하진 않았다.

‘장로들인가?’

대장로가 있으니 장로도 있을 거다. 그리고 강현의 예상대로 그들의 나이가 제법 많아 보였다.

그들 앞으로 간 에밀리야가 두 손을 공손히 모았다.

“대장로. 손님들을 모시고 왔습니다.”

“수고했네, 에밀리야.”

고개를 끄덕인 노인이 일행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

“갑작스러운 초대에 응해 줘서 고맙군요. 숲의 주민을 대신하여 인사드리오.”

정중한 인사말에 강현의 눈에 곤혹스러움이 떠올랐다.

그런 강현을 구해 준 건 로멘이었다.

앞으로 나온 로멘이 일행들을 대신하여 입을 열었다.

“아닙니다. 이렇게 뜻깊은 행사에 초대해 주셔서 영광입니다.”

그리 말한 로멘은 로브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은으로 만든 장신구 두 개.

“이건 영주님이 보내는 선물입니다.”

“로벤투스의 주인 말인가.”

대장로가 짧게 감탄했다. 그러자 로멘이 고개를 끄덕였다.

“로벤투스는 요정과의 우정을 잊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겠구려. 로벤투스의 주인께 감사하다고 전해 주시오.”

이번에 성인식을 치를 두 사람에게 주는 선물이었다.

하나는 브로치, 또 하나는 팔찌였다.

한눈에 봐도 범상치 않은 물건들.

강현은 모르고 있었지만, 마법이 걸린 물건들이었다.

‘…미리 알았나 보네.’

강현은 볼을 긁적였다.

그러나 당연했다. 로멘은 로벤투스를 대표해서 방문한 것이었다.

사전에 정보를 물었던 게 분명했다.

“아! 저, 저도 있어요.”

그런 둘을 본 하만이 황급히 짐을 뒤졌다.

그리고 가방에서 나온 건 강현이 생각지도 못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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