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캠핑으로 힐링 라이프-43화 (43/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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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만했었어.

뒤늦게 피 냄새 때문에 가려졌던 누린내가 올라왔다.

“아···.”

강현은 저도 모르게 짧은 탄성을 내뱉었다.

그리고 그런 강현의 태도를 오해한 카샨이 미소 지었다.

“대단하지? 이런 광경을 볼 수 있는 건 우리 수인족뿐이야.”

마을 곳곳에 피어오르는 불꽃. 그리고 끝없이 늘어진 고기들.

확실히 비주얼만 보면 장관도 이런 장관이 없었다.

강현은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점점 진해지는 누린내에 어지럽기까지 했다.

파르르 몸을 떠는 설기.

강현은 란돌프와의 식사를 떠올렸다.

‘...이 세상에는 조미료가 없나?’

그러나 곧 고개를 저었다. 란돌프는 적어도 조미료나 향신료에 대한 개념은 있었다.

시도했었으나 소용이 없으니 그냥 먹은 것이었다.

그리고 강현이 보기에도 뜀새는 다른 고기보다 비렸다.

이들과 같다고 볼 수는 없었다.

이들은 종류 상관없이 전부 그냥 굽고 있었다.

“저렇게 먹으면 비리지 않습니까?”

특히나 수인족은 인간보다 후각이나 미각이 예민하다고 들었다.

그런 강현의 물음에 카샨이 오히려 의아해했다.

“고기가 비린 건 당연하지 않나? 생선이 그렇듯이.”

담담하게 말하는 카샨을 보며 강현은 숨을 삼켰다.

힐끗, 수인들을 돌아보니 강현이 가지고 온 수육은 동이 난 뒤였다.

강현을 싫어하는 테무조차 아쉬운지 빈 통을 바라보고 있었다.

“혹시 과일이나 약초···. 풀 같은 걸 같이 구워보지는 않으셨습니까?”

“해봤지. 하지만 큰 차이는 없어.”

그리 말하며 카샨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정 먹기 힘들면 저 녀석이랑 먹으면 돼.”

카샨이 한쪽에 놓인 무언가를 손짓하자 수인 하나가 가져왔다.

항아리와 비슷한 모양의 통.

그걸 보며 강현인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뭔가 있었네.’

찍어 먹는 건가? 그러나 안에 있는 물건은 강현의 예상을 넘어선 것이었다.

뚜껑을 열자 누린내가 단번에 사라졌다.

정확히 말하자면 더 강한 향 때문에 느껴지지 않았다.

코를 찌르는 익숙한 향.

바로 술이었다.

그것도 엄청난 독주.

카샨은 안에 든 나무 국자로 술을 떠서 대접에 부었다. 그리고 익고 있는 고기를 뜯어서 입에 넣은 뒤 바로 술을 들이켰다.

“크으, 바로 이 맛이야.”

코끝을 찡그리며 웃는 카샨.

그리고는 대접에 떠서 강현에게 건넸다.

강현은 받은 대접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알코올 냄새에 코가 얼얼했다.

슬그머니 고개를 들자 카샨과 노아가 강현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몇몇 수인들도 마찬가지였다. 강현이 어떻게 나오나 지켜보고 있었다.

강현은 눈을 꼭 감고 술을 들이켰다.

불을 삼킨 듯한 감각. 식도를 따라서 장기의 모양이 그대로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뒤늦게 올라오는 쓴맛.

‘차라리 미각이 없는 게 나았어.’

강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지구에서 마셨던 술들과는 다른 맛이었다.

좀 더 폭력적인 맛.

그리고 무언가를 깨달았다.

‘...설마, 후각을 마비시키는 건가?’

그러나 모두가 술을 마시는 건 아니었다. 아직 어린 수인들을 비롯해 적지 않은 이들이 그냥 고기를 뜯어 먹고 있었다.

강현이 대접을 비운 걸 보자 카샨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보기와 다르게 화끈하군. 마음에 들어.”

웃음을 터트리는 카샨. 곧 자신과 강현의 대접에 다시 술을 따랐다.

강현은 떨리는 눈으로 차오르는 대접을 바라보았다.

그런 강현을 구해준 건 다름 아닌 모나였다.

익어가는 고기들을 바라보던 모나가 슬그머니 강현의 무릎 위로 올라갔다.

“응? 모나가 고기를 마다하다니. 정말로 그대를 잘 따르는군.”

카샨이 신기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런 카샨의 말에 강현은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모나가 온 이유를 알기 때문이었다.

모나뿐만 아니라 설기 역시 강현의 곁에서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간절하게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강현은 둘의 시선에 볼을 긁적였다.

‘그렇게 쳐다봐도 말이지.’

란돌프 때와는 달랐다. 여기서 함부로 나설 수도 없었다.

애당초 요리하러 온 것도 아니기에 조미료도 챙기지 않았다.

그러던 강현의 눈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강현이 가지고 온 막걸리. 수육과 달리 그대로 남아있었다.

‘저거라면.’

강현은 카샨을 향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혹시 괜찮으면 제가 요리를 해봐도 되겠습니까?”

“그대가?”

카샨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고는 턱을 쓸었다.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에 오히려 강현이 의아해했다.

“사냥한 고기를 나눠 먹는 건 문제가 없어. 고기를 나누는 건 같은 부족으로서는 당연한 일이지. 하지만 그 사냥감을 요리하는 건 잡은 이의 몫이야.”

잡았으니 끝까지 책임을 지는 것이었다. 사냥감을 직접 요리하는 건 사냥꾼의 권리였다.

“그대가 요리하려면 다른 녀석들에게 양보받아야 하지.”

“제 것을 쓰면 됩니다.”

노아였다. 노아는 자신의 옆에 놓인 고기 더미를 가리켰다.

“그리고 신성한 늑대가 잡은 것도 있습니다.”

노아의 말에 일행들의 시선이 한 곳으로 향했다. 바닥에 놓인 뱀의 사체.

다들 고기를 굽기 시작했지만, 누구도 뱀을 건들지 않고 있었다.

강현은 눈을 껌뻑였다.

‘...다들, 먹기 싫어서 그런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 같았다. 설기의 눈이 반짝였다.

뱀으로 요리하길 기대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강현은 그런 설기의 시선을 모른 척하고는 노아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럼 부탁드립니다. 아, 혹시 저것 한 병만 써도 될까요?”

막걸리.

강현의 말에 카샨이 탄성을 뱉었다.

“저걸 잊고 있었군. 상관없다. 그대가 가져온 선물이니 쓰는 것도 그대의 마음이겠지. 더 필요한 건 없나?”

“그럼 한 가지만 더···.”

강현의 이야기를 들은 카샨이 의아해하던 카샨이 고개를 끄덕였다.

곧 대야처럼 생긴 냄비가 강현 앞에 놓였다.

‘...크네.’

생긴 것부터 범상치 않았다. 그러나 수인들이 먹는 양을 생각하면 이해가 되었다.

이것으로 대충 준비가 끝났다.

강현은 마지막으로 설기를 돌아보았다.

“설기야. 지난번에 넣었던 열매 있지? 찾을 수 있어?”

생선 요리에 썼던 열매. 강현의 물음에 설기가 벌떡 일어났다.

“컹!”

자신만 믿으라는 듯이 늠름하게 짖는 설기.

그리고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어느새 사람들은 먹는 걸 멈추고 강현을 지켜보고 있었다.

수많은 시선에 강현은 마른침을 삼켰다.

‘대회 때 같네.’

그때도 이러한 느낌이었다. 짧게 심호흡한 강현이 적당한 크기로 자른 고기를 불에 구웠다.

겉면이 바삭해질 정도로 강한 불에 구워준다.

그렇게 갈색빛으로 구워진 고기를 냄비에 차곡차곡 담았다.

그리고는 막걸리를 들어 올렸다.

그러자 수인들의 시선이 더욱 강렬해졌다. 무언가를 갈망하는 눈빛.

강현은 의아해하면서 막걸리를 땄다.

푸쉬시시시.

위로 올라오는 막걸리. 그러나 전과 같은 힘은 없었다.

시간이 제법 지났기 때문이었다.

수인들의 눈이 일제히 실망감으로 물들었다.

‘설마, 기대한 건가?’

터지는 것을? 강현은 얼떨떨해하면서 냄비에 막걸리를 부었다.

한 통 전부를 붓자 밑이 살짝 잠겼다.

‘이 정도면 되려나?’

처음 해보는 것이라 감을 잡기 힘들었다. 그렇다고 새로운 막걸리를 딸 수는 없었다.

‘설기가 잘 찾아오길 바라야겠네.’

고기가 잠길 때까지 물을 부어주니 때마침 설기가 오는 게 보였다.

열매가 달린 커다란 가지를 통째로 물고 왔다.

“나샤의 열매? 너무 셔서 못 먹을 텐데?”

강현은 의아해하는 카샨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먹으려는 게 아닙니다.”

그리고 몇 개를 냄비에 넣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어.’

시큼한 향이 여기까지 올라왔다.

‘후추나 소금이 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하지만 없는 걸 찾아도 소용이 없었다.

‘부디 잘 되기를.’

염원을 담아 뚜껑을 닫았다.

“...그게 끝인가?”

“예. 이제 기다리면 됩니다.”

“흐음, 탕을 끓이기에는 물이 적은데.”

뒷말은 강현을 향한 게 아니었다. 혼잣말하며 팔짱을 꼈다.

한번 지켜보겠다는 뜻이었다. 카샨 뿐만이 아니었다.

어느새 강현 주변으로 수인들이 모이고 있었다.

‘적어도 삼십 분은 더 있어야 할 텐데.’

강현은 볼을 긁적였다. 그렇다고 해서 모인 이들에게 돌아가라고 할 수도 없었다.

긴 기다림.

기다리던 이들이 하나둘 흥미를 잃어갈 때쯤, 강현의 눈이 반짝였다.

‘됐다.’

뚜껑을 열자 새하얀 김이 올라왔다.

반으로 졸여진 물. 그리고 갈색빛이 도는 고기가 나타났다.

강현은 나뭇가지 하나를 들어서 안을 찔러봤다.

부드럽게 들어가는 나뭇가지.

잘 익은 것이었다. 고기를 보며 미소 짓던 강현의 얼굴에 곤란함이 떠올랐다.

익힌 것까지는 좋은데 꺼낼 수가 없는 것이었다.

‘집게라도 있으면 좋은데.’

그때, 옆에 있던 카샨이 다가왔다.

“된 건가?”

“아, 예.”

곰과 비슷한 짐승으로 만든 수육.

고개를 끄덕이자 카샨이 손이 불쑥 냄비를 향했다.

“아직 뜨거···.”

아무렇지도 않게 고개를 꺼내는 카샨. 그리고는 돌판 위에 올렸다. 놀란 강현이 눈을 껌뻑였다.

“호오, 확실히 누린내가 덜 나는군. 아까 가져온 거랑 비슷한 건가?”

카샨의 말에 정신을 차린 강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들어간 재료는 다르지만, 방식은 비슷합니다.”

“이제 끝이지?”

“예. 식힌 다음 자르면···.”

강현의 말이 이어지기도 전에 빛이 번뜩였다.

촤라락.

마치 만화처럼 갈라지는 고기들.

갈색 표면에 가려졌던 뽀얀 속살이 모습을 보였다.

깨끗하게 잘린 단면.

강현은 넋을 놓고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자르기 전에 고기를 식히는 이유는 뜨거운 상태로 자르면 고기가 부서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고기만 갈라진 게 아니었다. 고기를 올려놨던 돌판 역시 갈라진 자국이 생겼다.

옆을 돌아보니 손톱을 핥고 있는 카샨이 보였다.

카샨은 강현의 시선에 미소 지었다.

“자, 만들었으면 맛을 봐야지.”

그리고는 고기 하나를 손톱으로 찍어서 강현에게 건넸다.

아직 김이 올라오는 고기를 받은 강현은 호호, 불면서 고기를 식힌 후 한입 베어 물었다.

그리고.

강현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실패야.’

누린내가 남아있었다. 강현의 미각으로도 느낄 수 있는 수준.

심지어 고기조차 질겼다.

‘자만했었어.’

어떤 고기인지조차 확인하지 않았다. 조금 구워서 먹어봤다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거다.

게다가 열매 역시 레몬과 비슷할 뿐, 레몬이 아니었다.

고기에 신맛이 배어있었다.

너무 과한 것이었다. 전에는 몰랐던 문제점이 느껴졌다.

“마음에 안 드나 보군.”

카샨이었다. 강현을 바라보던 카샨이 고기 한 덩어리를 입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음!”

카샨의 눈이 크게 떠졌다. 곧 놀란 눈빛으로 강현을 바라보았다.

“이런 걸 만들었으면서 그런 얼굴이었어?”

실소를 흘리는 카샨. 카샨이 술잔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크으, 좋군!”

그런 카샨의 반응에 노아의 시선이 강현에게 향했다.

“한 번 먹어봐도 되겠나?”

머뭇거리던 강현이 고개를 끄덕이자 노아 역시 고기를 입으로 가져갔다.

“...!”

꿈틀거리는 눈썹. 곧 평소처럼 무심한 표정으로 들어왔으나 꼬리가 살랑거리고 있었다.

“...훌륭하군!”

짧은 감탄. 노아의 말이 끝나자마자 설기와 모나가 달려들었다.

둘의 꼬리 역시 하늘하늘 흔들렸다.

나쁘지 않은 수준.

강현의 예상보다는 나은 반응이었다. 강현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미각이 돌아오면서 기준치가 올라간 것이었다. 그런 일행들을 본 수인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같은 수인이라면 나눠달라고 할 텐데, 인간이라 망설여지는 것이었다.

곧 한 수인이 자신이 굽던 고기를 들고 강현의 곁으로 걸어왔다.

“혹시 이거랑 바꿔줄 수 있겠습니까?”

강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같이 먹을 생각으로 많은 양을 삶았다.

“예, 드세요.”

그러나 강현도 예측하지 못한 게 있었다.

한 수인이 교환에 성공하자 다른 수인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저도.”

“이 고기가 부드럽습니다.”

순식간에 수육이 줄어들고 누린내가 올라오는 고기들이 쌓여갔다.

“끼이잉.”

설기의 눈이 떨려왔다. 모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급하게 고기를 집어서 입안으로 쑤셔 넣었다. 두 볼이 빵빵해진 모나. 양손에 고기를 움켜쥐고 있었다.

그때, 카샨이 나섰다.

“그만!”

카샨의 외침에 몰려들던 수인들이 멈췄다.

카샨의 시선이 강현에게 향했다.

“이건, 이 녀석으로는 안 되는 건가?”

카샨이 술통을 가리켰다. 독주.

강현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입에 머금었다.

아까와 달리 천천히 맛을 느꼈다.

“똑같게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는 가능할 겁니다. 하지만 양을 조절하는 게 쉽지 않아서···.”

강현조차 헤맬 정도니 다른 이들은 더 심할 거다. 그러나 카샨은 개의치 않았다.

“그거야 저 녀석들이 감당할 문제지.”

씩, 웃은 카샨이 수인들을 바라보았다.

“들었지? 이제 직접 해 먹어!”

“예!”

수인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그런 수인들의 모습에 카샨이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리고는 막걸리 병을 들어 올리더니 장난스럽게 웃었다.

수인들 사이를 천천히 걸어가서 한 소녀의 어깨에 팔을 올렸다.

하만. 이번에 차이투의 칭호를 받은 소녀였다.

막걸리병을 흔드는 카샨.

그 모습에 강현이 숨을 삼켰다.

“이제 고기도 있고 술도 있으니, 즐겨라!”

카샨의 손톱이 막걸리병 위를 파고들었다.

뻥!

카샨의 말이 끝나자마자 막걸리 뚜껑이 하늘 높게 솟아올랐다.

동시에 솟아오르는 막걸리를 하만에게 건넸다.

막걸리를 받고 어쩔 줄 몰라 하던 하만은 눈을 감더니 막걸리를 들이켰다.

벌컥, 벌컥.

“꺼어어어어어억. 우우우.”

단번에 들이킨 하만의 입에서 긴 트림이 나왔다. 급히 입을 막는 하만.

“차이투! 차이투 하만!”

“와아아아!”

울상을 짓는 하만과 달리 수인들은 환호성을 내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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