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28 - 초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3)
괴수에 대한 전쟁이 선포되었다.
그러나 그에 대한 반발은 사람에게서 터져나왔다.
몬스터랜드를 품고 있는 나라들, 즉, 미국의 개입이 꺼림칙한 나라들이 반발의 주축이었다.
[이는 일본에 대한 명백한 내정간섭입니다. 만일 미국의 본국과의 협의 없이 국경을 넘을 경우, 자위대는 이를 침략으로 받아들여 대응할-]
[중국은 괴수에 대한 국제공조에 찬성한다. 그러나 이를 빌미로 타국의 영토주권을 침해하겠다는 발상은 대단히 신중치 못한-]
[우리의 시작은 마약 카르텔일지 모르겠으나, 지금의 우리는 중남미의 자경단입니다. 미국은 편견에서 벗어나 ‘진정한 평화’가 무엇일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 * *
“뭘 그리 보세요?”
“뉴스.”
소파에 앉아 인터넷을 뒤적이고 있으니 피채원이 옆에 와서 슬며시 고개를 들이민다.
음울한 눈빛이 내 핸드폰 화면을 훑었고, 심드렁한 목소리가 차분히 이어졌다.
“요즘 시끄럽긴 하네요.”
“전쟁 나는데 조용하면 그게 더 이상한 거지.”
UN 총회에서 ‘세계시민의 평화를 위한 국제적 군사공조 결의안’이 통과되면서, 여론은 온갖 정치인들의 말과 욕으로 뒤덮였다.
특히 멕시코 마약조직 보스가 ‘진정한 평화’를 운운하며 자경단 드립을 친 것은, 온갖 패러디가 튀어나오며 조리돌림 당하고 있다.
물론 나는 SNS에 재능이 없었기에 그냥 입 다물고 있었지만, 이 시국에 화려하게 빛나는 인물이 하나 있었다.
“역시, 아가리질도 하던 양반이 해야 한다니까.”
미국 대통령의 SNS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워딩을 때려박았다.
[괴수를 방치한 건 일본이지만, 거기서 나온 괴수는 우리에게 옵니다! 지금이라도 일본은 ‘메이와쿠’ 정신을 되새길 필요가 있습니다.]
[영토주권의 심각한 침해? 그건 중국의 특기이지 우리의 비즈니스가 아닙니다.]
[몇몇 나라는 괴수는 안 잡고 내전과 독재에 몰두하더군요. 하지만 우리는 다릅니다. 미국이 그걸 보여주겠습니다!]
어차피 현대사회의 정치는 이미 믿을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만족스런 주장을 선물하느냐의 싸움이다.
정책, 계획, 그딴 거 보고 찍는 사람 거의 없다.
가장 중요한 건 희망이다.
우리는 이미 전세계에 희망을 뿌렸고, 그로써 지구 역사상 유래없는 지지를 받고 있으며, 덩달아 가장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한 집단이 되었다.
그리고 큰 힘에는 큰 경계가 따르는 법이다.
“야, 채원아. 다른 데 반응은 어떠냐?”
“방금 중동에서 비난성명을 발표했고, 러시아 극동군관구에서 백악관에 사람을 보냈습니다. 하나 남은 평의원 자리를 두고 모스크바랑 싸우려는 모양인데요.”
“벌써부터 이 지랄인데 본격적으로 국제기구 편성 들어가면 아주 개판이겠어. 일단 초상관리부에 TF 설치하고 행정인력 좀 더 보내라고 해.”
“방금 비행기 태웠습니다.”
“좋아.”
뭘 시키기도 전에 마음을 읽어서 미리 해놓는 부하가 있다니. 이 정도면 SSS급 꼬붕이었다.
상으로 안주머니에서 홍삼젤리를 하나 꺼내서 건네니, 피채원이 내게 경멸의 눈빛을 보낸다.
나는 뻘쭘하게 헛기침하며 화제를 돌렸다.
“크흠. 그나저나 홍선아 협회장은 언제 온대냐?”
“글쎄요. 오전 중으로 온다는 연락은-”
화르륵 - !
“……받았는데요.”
갑자기 허공에 커다란 불꽃이 피어나고, 그 안에서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붉게 일렁이는 단발머리.
쉴드코어를 장착한 롱코트.
허리춤에 매단 소형 기관단총까지.
어엿한 베테랑 헌터의 모습이었다.
“……선아 씨?”
“어머, 오랜만이네요?”
그렇게, 불길이 서서히 잦아들고, 그녀가 살풋 미소지으며 인사를 건넬 무렵.
“그간 잘 지내셨-”
천장에 달린 스프링클러가 물을 뿜어냈다.
“흐야앙앜!”
* * *
차라락-
블라인드가 창문을 가리고, 그림자가 방안을 덮었다.
나는 조심스레 소파에 앉으며 말문을 텄다.
“여전해 보이셔서 다행입니다. 홍선아 협회장님.”
“아, 네…….”
아직도 허당끼를 못 벗었다는 뜻이다. 나는 축축하게 젖은 채로 그녀를 향해 미소 지었다.
때아닌 샤워를 마친 그녀의 머리카락에서는 물이 뚝 뚝 떨어졌다. 그녀는 귓볼까지 빨개진 채로 내 시선을 피했다.
“최근 여행을 조금 오래 다니셨다던데. 확실히 바깥 생활에 많이 익숙해지셨나봅니다. 실내에서 불장난치면 스프링클러 작동되는 것도 모르고-”
“아, 알겠으니까 스톱!”
“으이그, 이 화상아…….”
“미안하다니까요…….”
그래도 심적인 고민으로 칩거와 방랑을 몇 달간 했다던데, 생각보다 상태가 나아 보여서 다행이었다.
다만 마음고생을 조금 했는지 옛날보다는 조금 더 말라 있었고, 머리카락 또한 압구정 시절의 단발머리로 돌아와 있었다.
“선아 씨는 단발이 더 낫네요.”
“그런가요?”
“예. 다만 혹시 심경에 커다란 변화가 있으셔서 헤어스타일을 바꾼 게 아닌가 걱정스럽기도-”
“사냥하다 산성침 묻어서 태웠는데용.”
“그래. 우리 선아 씨가 그렇게 감성적인 사람은 아니었죠. 피차 귀찮은 인사치레는 생략합시다.”
괜히 걱정했네.
나는 본론으로 넘어갔다.
“최근 뉴욕 UN 본부에서 국제정세를 관망했습니다. 국정원 파견인력들도 제 눈과 귀과 되어주었죠. 그런데 이거 보니까 상황 돌아가는 꼬라지가 영 심상치가-”
“정치싸움 이기려고 헌터들 몸빵 세우신다면서요?”
“……혹시 설진운 씨가 그렇게 설명했습니까?”
“아잇! 이쯤 됐으면 척하고 척이지! 그쪽한테 천천히 설명 듣고 있으니까 대충 각이 나오더라구요.”
야부리를 좀 털어보려니까 홍선아는 옛날처럼 방실방실 웃으며 의표를 찔러왔다.
“공익이라…… 좋죠! 애국도 좋은 거고! 남들 위해 싸우는 것도 좋은 거고! 사실 저보다는 장관님이 훨씬 똑똑하시니까 아무튼 장관님 말씀이 옳은 거겠죠.”
“…….”
“그런데 왜 항상 우리가 착해야 하지?”
내가 비록 피채원처럼 사람 마음을 읽을 줄은 모르지만, 그래도 지금 이 질문에 숨어 있는 뜻이 뭔지는 안다.
희생의 이유.
설진운의 질문과는 성격이 살짝 달랐다. 그가 내게 싸워야 하는 이유를 물었다면, 그녀는 내게 죽어야 하는 이유를 물었다.
왜 헌터는 괴수를 사냥해야 하는가.
왜 이번에도 헌터들이 죽어야 하는가.
왜 공익을 위해 희생하는 건 헌터여야 하는가.
오직 그녀만이 내게 할 수 있는 질문이었다. 그녀가 그 희생 때문에 가장 많은 것을 잃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웃는 건지 무표정한 건지 모를 미소를 자아내며 나를 응시했고, 나는 한참이나 침묵으로 일관했다.
“…….”
문득, 나를 빤히 바라보는 홍선아의 허리춤에 시선이 갔다.
기관단총이 달려 있었다. 언제든지 나를 죽일 수 있는 무기다.
그러나 내가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유는, 홍선아는 애초에 총보다 무서운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순간이동 능력까지 보유하게 된 이상, 정치인 입장에서 가장 두려워해야 할 능력자였다.
그러나 나는 홍선아를 경계하지 않는다. 그녀의 능력이 지닌 가능성을 알기 때문이다.
다름이 아니라 나 자신이 그녀의 능력을 이용해 1200명을 구해낸 전적이 있었고, 그 사건을 계기로 그녀와 수년간 함께하며 한국을 이끌었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오직 그녀만이 할 수 있는 질문에 대하여,
나는 오직 나만이 할 수 있는 대답을 돌려줬다.
“……협회장님이. 요즘 저한테 많이 실망하셨던 것 압니다. 거기에 대해서 변명할 생각도 없어요. 쓸 만한 꼬맹이들 꼬셔서 세뇌한 다음에 각성제 주사하고 정부의 개로 쓰겠다는 사람이 저 아닙니까?”
“……그렇죠.”
“그런데 내가 봤을 때는 이게 맞아요. 선거로 안 뽑힌 사람이, 선거로 뽑힌 사람보다 강해지는 순간, 선거를 할 권리를 가진 사람들이 무너집니다.”
헌터가 정치인보다 강해지면,
정치인을 뽑을 권리를 가진 국민이,
헌터의 노예가 된다.
나는 그것을 이미 유렵에서 보았다.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어요. 그걸 보통 사회적인 정의라고 그럽니다. 그런데 지금처럼 S 랭크니 C 랭크니 하면서 사람 몸뚱이에 고기 육질 매기는 것마냥 도장 쾅쾅 찍어대는 건…….”
“…….”
“미친 거죠.”
미친 세상이다. 그리고 미친 세상에서 살기 위해서는, 살짝 돌아야 하는 법이었다.
“우리 일단 살고 봅시다. 생존. 이거는 우리가 압구정에 있을 때나 지금이나 결코 변하지 않는 명제에요. 그리고 살기 위해서는 물불을 가려서는 안 됩니다.”
“…….”
“나는 내가, 그리고 이 사회가 그런 식으로 살아남았다고 봅니다. 나는 그 분야에서는 나름 최선을 다했고,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최대한 피를 덜 흘리고 살아남기 위해 말입니다.”
나는 한국이 흘릴 피를 외국에게 돌릴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1세대 헌터들의 협조가 필요하고, 그 협조를 구하기 위해서는 홍선아 협회장이 필요하다.
그런 말은 결국 다 의미가 없는 허상이었다.
나는 정치인의 본질을 들이밀었다.
“홍선아 씨.”
“…….네.”
“어떻게. 이 한승문이를 한 번만 더 믿고 따라와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 * *
UN 총회가 끝나고 일주일이 지났다.
정치인들은 아직도 치고받고 싸웠고, 시민들은 여전히 싱글벙글 미소지으며 인류의 회복을 기원했다.
세계초인기구(World Psychic Organization)로 명명된 국제기관은 설립에 그 박차를 가했고, 나는 내가 해야 하는 일들을 하나씩 하나씩 진행했다.
“일호야. 친정부 초상능력자들이 어차피 치안관 노릇 하고 있다 쳐도. 괜히 물로 보고 명령 내렸다간 정부에 반감만 품을 거야. 그냥 협조공문만 보내고 해외파견 나갈지는 개인 선택에 맡겨. 어차피 사람 못 구해서 안달 난 변태들만 모였으니까…….”
“동대문파랑 압구정파는 PMC를 떠나 공통적인 연대의식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실력에 상관없이 일단 끌어모으세요. 한 명씩 모을수록 저절로 모일 겁니다. 윗선은 내가 설득할테니 국정원에서는 개별접촉에 주력하세요.”
“아이고오. 천 사장님.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작업멘트가 너무 노골적이라고요? 그러면 본론으로 넘어가죠. 천 사장님한테 상황설명은 굳이 필요가 없을 것 같고. 그래. 헌터들 핏값은 얼마 정도로 생각 중이십니까?”
그러던 어느 날. 미국 중앙정보국에서 소식이 하나 들어왔다.
“평의회 견적이 나왔댄다.”
“……평의회요?”
“그래.”
세계초인기구. WPO의 평의회가 조직되었다.
* * *
WPO의 역할은 크게 2가지로 나뉜다.
헌터들에 대한 국제법을 만들고, 대규모 군사행동 시 헌터들의 작전권을 가진다.
이는 WPO가 세계의 모든 헌터들을 대표하는 조직으로 인정되었기 때문에 가지는 권한들이었다.
그리고 그걸 인정한 건 다름 아닌 강대국들이었고, 그런 맥락에서 WPO는 결국 강대국들이 권력을 휘두르기 위한 명분에 불과했다.
당연히 평의원으로 앉혀놓은 사람은 국가의 뜻에 복종하는 식물인간일 수밖에 없다. 아니면 국가의 뜻을 좌지우지하는 실력자거나.
중국의 대표, 리수영은 전자였다.
그리고 그녀의 건너편에 있는 노아 뤼미에르는 후자다.
그게 리수영이 노아 뤼미에르에게 다가가 먼저 고개를 숙인 이유였다. 몇 달간 밤을 새며 익힌 프랑스어가 매끄럽게 흘러나왔다.
“만나게 되어 참으로 영광입니다. 루미아이러 총재님.”
“아……. 중국의 대표 분이신가요?”
“리슈잉이라고 합니다. 그간 그리도 흠모하던 분을 만나니 이리도 기쁠 수 없네요.”
단정한 인민복 차림의 리수영은 공손하게 미소 지었다. 보는 사람이 저절로 기분 좋아지는 미소였다. 그 가짜미소가 그녀가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다.
그러나 리수영이 뤼미에르를 흠모한다던 사실마저도 거짓은 아니었다. 정확히는 부러워했다.
둘 다 똑같이 젊은 여성 헌터인데, 한쪽은 국가를 이끌고 있고, 한쪽은 국가에게 버림받지 않으려고 발버둥치고 있으니 말이다.
“…….”
수많은 훈장으로 치장된 검푸른 롱코트 앞에서, 그녀의 거므죽죽한 인민복은 그리도 초라할 수가 없었다.
리수영은 썩어 들어가는 속마음을 감추면서도 입으로는 꿀을 뱉었다.
“모쪼록, 초인연맹의 동지들이 인류의 대업에 앞장섰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루미아이러 총재님의 인덕은 감탄을 금할 수 없더군요.”
“아하하……. 과찬이십니다. 그나저나 리슈잉 의원님께서는 주로 어떤 지역에서 활동하시던 분이신지요?”
“국가안전부에서 일하다 왔습니다.”
“……아. 국가안전부요?”
리수영은 여전히 살가운 미소를 지우지 않고 있었으나, 뤼미에르는 문득 그 미소가 징그러워 보였다.
중국의 국가안전부라면. 그것도 평의원에 임명될 정도로 고위직이라면.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피를 묻혔겠는가.
그러니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것도 납득이 되었다.
리수영은 사람을 죽이는 사람이었고, 뤼미에르는 사람을 살리는 사람이었다. 그러니 리수영은 뤼미에르가 가장 싫어하는 인종이다.
물론 그렇다고 뤼미에르가 대놓고 표정을 굳힐 사람은 아니었다. 그러나 리수영도 뤼미에르의 표정이 순간이나마 굳어지는 것을 놓칠 사람은 아니다.
각자의 판단 속에, 두 사람이 정겹게 인사를 나누었다.
“으음. 공직자 출신이셨군요?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리 의원님.”
“제가 민폐나 끼치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앞으로 많은 지도편달 부탁드립니다. 총재님.”
“…….”
중국에서는 헌터들이 국가를 이끈다는 것을 상상도 하지 못한다. 정확히는 상상을 하면 안 됐다. 그래서 국경없는 기사회를 ‘유럽기사당’이라고 총칭한다.
자연스레 뤼미에르의 호칭 또한 비정부기구의 수장인 ‘총본부장’이 아니라, 당의 총수를 일컫는 ‘총재’로 변할 수밖에 없다.
그 미묘한 뉘앙스 차이에서 뤼미에르는 리수영이 자신과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이라는 것을 절실히 체감했다.
그러나 동맹인 중국의 심기를 건드릴 필요는 없어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그저 앞으로는 의원이라 불러달라는 말만 넌지시 건넬 뿐이다.
그러나 미국 대표의 반응은 달랐다.
“흐음. 리슈잉 대표께서 공직자 출신이라기보다는. 사실 중국 헌터들은 모두 공무원 아닙니까?”
“…….”
“아하하! 미안, 미안해요. 농담인데 뭘 그리 째려보실까."
백인 청년이 가볍게 인사를 건넸다. 맞춤 양복을 걸친 단정한 인상이었다.
"저스틴 루이스. S급 강체술사고, 예전에는 미국 헌터협회 상근이사였습니다. 최근에는 미국 7대 길드 사이에서 프리랜서를 했네요.”
사실 로비스트도 겸했습니다- 라고. 저스틴 루이스는 장난스레 덧붙였다.
그러나 그 장난스런 한 마디가 그의 정체성이었다.
그는 미국 헌터업계를 이끄는 대기업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던 로비스트고, 지금은 미국 정부와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협상가였다.
즉, 이 사람도 결국 리수영과 마찬가지로 대변인일 뿐이다.
노아 뤼미에르는 그렇게 이해했다. 그리고 대충 상황파악을 끝냈다.
결국, 중국 대표는 중국 정부의 꼭두각시고,
미국 대표는 미국 정부와 대기업의 꼭두각시고,
정치싸움 때문에 아직 선정되지도 않은 러시아 대표는 모스크바와 블라디보스토크 사이에서 치이는 꼭두각시에 불과했다.
즉, 평의회에서 식물인간이 아닌 사람은 오직 둘 뿐이었다.
첫째는 노아 뤼미에르 자신이었고,
둘째는 당연히.
“어라? 다들 먼저 와계셨군요.”
어색한 분위기가 싫어서 일부러 가장 늦게 온 저 얌체 같은 친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