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임기 첫날에 게이트가 열렸다-153화 (153/296)

EP 24 - 아귀다툼 (5)

비가 내렸다.

세상의 모든 피를 씻어버리겠다는 것처럼, 비가 폭풍처럼 쏟아져 내렸다.

죽어버린 도시에 천둥과 번개가 요동쳤고, 헌터와 정치가는 무너진 카페의 귀퉁이에서 서로를 마주 보고 있었다.

먼저 입을 연 건 한승문이었다. 그는 지극히 사무적인 목소리로 말문을 텄다.

“……무슨, 삼류 악당처럼 모든 계획을 늘어놓고 싶진 않은데요.”

“으음…… 그냥 말씀해 주시면 안 될까요?”

“……하긴.”

정치인은 자조했다. 그는 헌터로서도 반쪽짜리였고, 정치인으로서도 반쪽짜리였으며, 어쩌면 악당으로서도 반쪽짜리일지도 모르겠다.

“맨날 어중간하게 구니까 삼류를 못 벗어나는 것 같기도 하네요.”

“…….”

“어디서부터 얘기해 드릴까…….”

* * *

아귀들의 세상이었다.

굶주림에 미친 괴물들이 서로를 물어뜯고. 만족함을 알지 못하고 끊임없이 갈구하는. 그런 아귀들의 세상이었다.

무슨 대단하고 비참한 계기를 겪어서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된 건 아니다.

이건, 일종의, 뭐랄까…….

그래.

직업병이었다.

[자, 장관님! 홍콩에 감염폭발이 일어났습니다! 정부군 발포 때문에 가족을 잃은 시위대 하나가 각성했는데, 하, 하필 3타입 변형계로 각성했고, 변형한 개체가 하필 감염형 개체였던 바람에…….]

[장관님. 필리핀의 암파투안 가문 쪽에서 18t의 마석을 보내왔습니다. 다만, 대금을 기존 약속과는 달리 조금 은밀한 방식으로 전해주기를 원하는 모양입니다. 아마, 다소 지저분한 절차를 거쳐야 할 것 같은데…….]

[장관님? 일본에서 대규모 소요사태가 발생할 것 같다는 국정원의 분석입니다. 토야마 게이트에서 몰려나온 괴수들이 본토에 플랜트를 지었는데. 야쿠자들이 관동으로 향하는 피난민들 틈에 자객을 섞어 관방장관 암살을 성공시켰다고…….]

나는 앉아만 있어도 삼라만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업무를 하는 사람이었고, 그에 맞춰 국가의 정책기조를 조정해야 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일상 속에서 알게 된 게 있다.

“…….”

이 나라는 생체실험의 결과물로 번성하는 나라였고, 괴수를 북한으로 밀어버리며 위기를 극복한 데다, 지금은 동남아시아의 독재자들과 야합하며 경제를 회복하는 중이었다.

또한, 중국의 세력확장과 미국의 대외 내정간섭을 묵인하는 것을 대가로, 북한을 반쯤 식민지 비스무리한 것으로 삼아 헌터들의 사냥터로 써먹고 있었다.

그리고, 언론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예능, 시사 프로그램의 내용을 조정하고, 국민들에게 가급적이면 애국적이고 낙관적인 방송을 틀어주고 있었다.

“…….”

어쩌다가 이렇게 됐을까.

물론, 우리가 무슨 우민화 정책을 펼쳐서 독재를 해먹겠다는 심보는 아니었다. 나라가 이렇게 된 데에는 전부 그럴법한 사정이 있었고, 이것들 모두가 국민의 행복을 위한 차선책이었다.

수많은 영웅의 피로 구해낸 나라인데, 어떻게든 살려봐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다들 열심히 했는데 하다 보니까 이렇게 됐다. 그렇게밖에 설명할 수 없었다.

그래. 여기까진 괜찮다. 이거야 정치인들이 감내하면 되는 일들이고, 정치인이 지켜야 할 건 정의나 평화 따위가 아니라 국민의 안전과 행복이었다.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장관님. 순간이동 능력자가 핵가방을 들고 이베리아 반도에서 테러를 일으켰습니다. 더티 밤이라 1차적 사망자는 다소 적긴 한데, 대규모 방사능이. 아, 아니. 이, 일단 PMC 아르마다에서 IS와 전면전을 선포했다고 합니다. 기사회는 아직 입장 발표가 없군요. 방금 들어온 소식인지라 정확하게 파악되면 다시 보고드리겠……!]

[자, 장관님! 이북 지역에서 PMC 간 항쟁이 발생했습니다! 강원도 쪽 광역수사대 조사에 따르면 충청도 유흥가 자본과 연계된 사건이라고는 하는데…… 일단 양판석 각하 지침대로 전원 사살했습니다만, 이게 첫 사례이기도 하고, 그, 뭐냐. 언론에서도 감을 잡은 것…….]

[……장관님. 제주도에서 헌터 하나가 폭주했습니다. 경호원 하나가 평소의 가혹행위 때문에 재벌 일가를……. 네. 아무튼. 일단 언론에 새나가지는 않게 막았는데, 아무래도 당분간 지역사회 소문이 조금 흉흉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위쪽 네트워크는 워낙 소식이 빠른지라 사업하는 양반들이 다소 두려움에-]

이게, 또 보면, 참 이상한 사회였다.

언제, 어떻게 자빠질지 모르겠다.

* * *

“……언제 망할지 모르는 세상이다 싶습니다.”

“으음?”

문득 튀어나온 말에 나도 놀라고 양판석도 놀랐다. 장어에 붓칠하며 소스를 바르던 양판석이 심드렁하게 일갈했다.

“예끼. 이 사람아. 부정타는 소리 하고 있어.”

“……아니, 그렇잖습니까.”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인 산골짜기 호숫가의 캠핑카. 가볍게 만난 자리였지만 나는 조심스레 속내를 털어놓았다.

“……사실 제가 감지윤 양 능력을 종종 쓰다 보면, 대한민국 멸망시키는 건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 부산 통째로 뒤집어놓고, 근처로 다가오는 전투기들도 동시에 폭파시켜 버리는 것도 가능하겠다 싶은-”

“그래서. 어디 가둬놓고 군만두만 맥이게?”

“아뇨. 걔는 애가 워낙 되먹은 놈이라서요. 걱정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리 심각하진 않습니다. 가끔은 애가 철이 너무 일찍 든 게 아닌가 싶긴 한데…….”

양판석이 피식 웃었다.

“누가 보면 애빈 줄 알겠어?”

“……삼촌쯤 되지 않을까요.”

“자네 액면가는 아저씨야.”

“그거 유감이군요.”

“유감은 무슨…….”

양판석은 집게로 불판 위의 장어를 뒤적거리며 심드렁히 중얼거렸다. 장어 익어가는 향기가 노릇노릇 풍겨온다.

“원옥분이가 만든 초인부대. 내가 전부 대통령 경호처로 옮긴 거 알지?”

“……네?”

“말 안 했었나 보군. 그건 일단 넘어가고. 아무튼 천 박사랑 감 기자가 지금 자네랑 비슷한 수준의 경호를 받고 있어,”

“…….”

양판석이 하는 한마디 한마디가 전부 내 마음속 어딘가에 박혀 있던 것들이었다.

“감지윤이 부모에게 문제 생겼다가 애 폭주하면, 그 자리에서 원폭 터지는 거랑 다름없으니까 말이야.”

“…….”

“자네가 걱정하던 게 이거 맞지?”

정확했다.

그러나,

아니기도 했다.

“……그것‘도’ 제가 걱정하던 것 중 하나였습니다.”

“그러면 또 뭐?”

나는 강박에 빠졌다.

“……제2의 감지윤이 나온다면 어떨 것 같으십니까.”

“정리해야지.”

대답은 아주 즉각적이었고, 이는 양판석 또한 나와 비슷한 생각을 줄곧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

나는 강박을 해소하기 위해 마음 기저에 깔린 속내를 터놓았다.

처음에는 차분한 목소리였으나, 나중에는 그렇지 못했다.

“……이거, 참 이상한 세상 아닙니까?”

“어이구, 그걸 이제 알았어?”

“감지윤 양에게 대한민국 정부가 가진 모든 마석을 흡수시킨다고 생각해 보십쇼. 어떻게 되겠습니까? 아니, 길거리에 지나가는 아무 헌터나 붙잡고 수백 톤의 마석을 들이부으면. 대체 어떻게 되겠습니까?”

“핵폭탄 하나 더 생기는 거지. 왜 알면서 물어보나?”

“……이제는 각성제가 수명을 단축시키지 않는다는 사실이 들통나고 나면. 재벌들이 마석을 무진장 사들인 뒤 흡수하지 않겠습니까? 아니, 당장 재벌이 각성하지 말란 법도 없지요. 언젠가 PMC와 일개 헌터가 국군보다 강해지는 날이 오지는 않겠습니까?”

“……자네, 진정 좀 하지?”

“지금 북한이나 중국에서 헌터 하나에게 막대한 양의 마석을 쑤셔박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헌터가 부산에서 미쳐 날뛴다면? 핵무기 따위도 보호막으로 막을 수 있는 헌터 수십 명이 나라를 뒤집어놓는다면?”

“……자네-”

“저는 이 나라가 아직까지 멀쩡한 게 더 신기합니다!”

“…….”

잔뜩 갈라진 목소리로 내뱉은 강박은 결국 침묵을 가져왔다.

나도 내가 어느새 이렇게 흥분했는지 몰라 당황스러운 와중,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양판석이 고개를 내저었다.

“아직도 퇴근 안 한다는 소문이 사실이었나?”

“……죄송합니다.”

“잠은 좀 자면서 일하든지 하게. 자네는 정치인이지 행정관이 아니야. 이건 자네가 의욕이 많은 게 아니라 능력이 없는 거라고. 사람 쓰는 능력이.”

“…….”

“어차피 세상 꼬라지가 이 모양인데 사람이 언제까지고 멀쩡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노력은 해 봐야지. 노력은…….”

양판석은 다소 지친 미소를 보였다.

“게이트 열리기 전에는 어떻게 살았나? 언제 북한이 핵무기 쏠지 모르는데. 아니, 미국이나 러시아, 게다가 중국도 있었지. 우리가 사는 세상은 생각보다 그리 안전하지 않았어. 다들 그러려니 하고 살다가 이제 와서 깜짝 놀란 거지.”

“……적어도 핵무기는 여러 사람의 손에 들려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정치와 외교가 전쟁을 통제했습니다.”

“지금은 안 그런가?”

“우리는 걸어다니는 미사일들을 자유롭게 풀어놓은 상태고. 그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핵무기로 변할 겁니다. 그리고 그걸 통제할 방법은 개개인의 도덕성뿐입니다. 그리고 그걸 통제 못 해서 세계 곳곳에서 사달이 일어나고-”

양판석이 내 말을 끊고 툭 내뱉었다.

“조만간 북한을 멸망시키려고 하네.”

“네?”

“큰 그림은 대강 구상이 끝났어. 미국, 중국도 적극적으로 협조했고 말이야. 결국, 이……. 땅따먹기 때문에 시일이 조금 늦춰지고 있는데. 아마 내년 중으로 모든 게 마무리될 거야. 미국 선거철이랑 겹쳐 가지고…….”

“…….”

나는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전혀 예상조차 못 했던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 파급력은 말할 것도 없었고 말이다.

그러나 양판석은 별일 아닌 것처럼 말을 이어갔다.

“지금 북한은 미래가 없어. 리용수 국무위원장도 어디 알래스카 호화저택 하나 받고 나라를 팔았지. 겉보기에는 전쟁이겠는데, 아마 사상자 하나 없이 끝날 것 같네.”

“……그렇군요.”

“7함대도 이제 원산에 주둔할 것 같고. 일본에서도 비밀리에 대규모 피난민 이주 계획이 진행 중이지. 우리 외교관이랑 국회의원들이 이 시국에 외국 싸돌아다니면서 고생이 참 많아.”

별거 아닌 어투였지만, 별거 아닌 이야기는 아니었다.

저런 말 한마디 뒤에 얼마나 큰 사정이 있고, 얼마나 많은 개개인의 입장이 있겠는가.

나는 국정의 이면을 헤아리기 시작했다.

“…….”

얼마나 많은 대립이 있었고, 얼마나 많은 뇌물이 오갔으며, 얼마나 많은 부조리와, 또, 그에 뒤따르는 타협이 있었겠는가.

그러나 거시적인 관점에서는 공익과 국익을 챙기게 되었다.

그러니 양판석의 말들은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세상이 참 넓군요.”

“그러니 자네가 못 보는 것들도 많고. 자네가 허용하지 못하는 것들도 많아. 그런데 어디 세상사가 마냥 착하게만 하면 성공하는 거던가? 자네가 정치인이라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야. 직장만 해도 온갖 일들이 다 있어. 그런데. 그런 거 다 신경 쓰고 가기에는 사람 마음이란 게 그리 넓지가 못하단 말이야.”

그가 내게 물었다.

“자네가 뭐하는 사람인가?”

“……장관입니다.”

“어디 장관이야?”

“초상관리부 장관입니다.”

“그러면 그쪽은 자네가 대통령이야. 그런데 자네 하는 거 보면 영락없는 동사무소 직원이라고. 우리가 기초수급자 쌀 한 바가지 더 퍼주는 사람들이야?”

“……!”

“이럴 때 보면 젊은 게 티가 난단 말이지. 자네도 사람이 참 신기해.”

양판석은 주름진 눈가를 비비적거리며 툭 내뱉었다.

“연쇄살인마가 다섯 명만 죽여도 방송을 타지만. 국회의원들이 노령연금 높여서 수백 명이 길거리로 내몰려 얼어 죽어도 뉴스는 잠잠해. 왜냐? 선거로 뽑힌 사람들이니까. 그렇게 사람을 죽여도 되는 사람들이니까. 모두가 국익을 위해 대충 4년마다 그리 합의를 하니까. 그게 지극히 당연한 일이니까. 그게 이 사회의 룰이고, 민주사회가 돌아가는 시스템이니까.”

“…….”

“자네 표현 빌리자면 정치인이 어느 정도는 지 좆대로 해도 된다는 소리야. 그래.”

“…….”

“대체 뭐 하려고 이렇게 징징대는 건가?”

나는 차분히 마음을 정리하고서는, 한참 동안 내 계획을 설명했다. 하위 헌터와 상위 헌터들 사이를 갈라놓고, 점진적으로 대기업이 보유한 PMC들을 전부 폐기시킨다.

금권과 무력이 더 이상 공존하지 못하게 하고, 대부분의 헌터들이 생계에 치이느라 강해질 생각조차 못 하게 될 거다. 게다가. 어느 정도 이상으로 강해진 헌터들은 나라에서 철저한 관리에 들어갈 거였고.

“……그렇게, 기존 헌터들의 세력을 축소시킬 겁니다. 합리적인 개인들에게 사회의 안전을 맡기기에는, 이 나라가 그리 사정이 여의치 못합니다.”

이 시점에서 양판석이 물었다.

“그러면 나라는 누가 지키고?”

“비합리적인 헌터들이 필요합니다.”

비합리적인 시민이란 무엇인가.

애국심이라는 말에 가슴이 뛰고. 타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정신병자들.

나라가 정한 규율에 복종하며, 국가의 통제를 선뜻 받아들이고, 그럼에도 국가와 공익을 위해 한 몸 불사를 수 있는 비합리적인 시민들.

“전쟁고아들을 거둘 겁니다.”

“나라에 은혜를 입혀 두겠다라. 괜찮은 아이디어야. 또?”

“그리고 철저한 인적성검사를 거친 뒤에, 정의롭고 이타적인 3세대 헌터로 교육시킬 겁니다.”

“세뇌교육하겠다고?”

“……어차피 그들에게는 국가의 도움이 절실할 겁니다. 아무런 연고도 없이 세상에 내버려질 바에는. 나라에서 거두고. 나랏일을 맡기는 인재로 성장시키는 편이. 더. 좋지. 않을까…….”

나는 결국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 말을 잇지 못했다.

“…….”

이게 과연 옳은 일일까.

내가 하는 일이 뭘까.

고아들을 세뇌시켜 정권의 하수인으로 부려먹는 것일까. 아니면 사회 정의를 위해 적절하고 공리적인 타협을 거치는 것일까.

이게 헌터들 목에 칩을 박아버리겠다던 이들의 주장과 도덕적으로 어떤 측면에서 차이가 있는 것일까.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죽어나간 수많은 영웅들은, 과연 이런 나라를 지키기 위해 죽어나간 것이었을까.

“…….”

나는 강박에 빠졌다.

모든 것이 무너진 세상 속에, 선악의 구분마저도 무너진 세상 속에.

도道라는 것이 덕德으로 이어지지 않고. 법이란 것이 도리를 위한 것이 아니게 되었을 때.

나는 사람이 지켜야 할 선을 그어야 하는 사람이었다.

“…….”

어디에 그어야 하는가?

가장 근본적인 질문이 나를 고문한다.

차라리 권력에 취해 앞을 보지 못했다면 어땠을까. 술과 여자와 사설군대에 둘러싸여 세기말의 낭만을 즐겼다면 어땠을까.

그러나 나는 사람으로 남고 싶었다.

지금껏 내가 보아온 아귀들처럼 변하고 싶지 않았다. 허나, 아귀들의 세상에서 살아가려면 아귀로 변해야 하는 것인가?

“……저는.”

아귀라는 것이 어찌 따로 있겠는가? 사람이 배가 고파지면 아귀가 되는 것이고, 이런 세상에서는 아귀가 아니면 살아남지 못한다.

그렇다고 괴물이 되어서야 옳은가?

공익을 위한 괴물은 어떠한가. 정의를 위한 괴물은 어떠한가?

나는 강박에 빠졌다.

“……제가 제 권력을 지키고 싶어서 이러는 건지. 아니면 정말로 나라가 걱정되서 이러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나는 이 나라의 책임자에게 묻는다.

“……이거, 진행시켜도 되겠습니까?”

대통령이 답했다.

“권력은 결코 위협을 용납하지도, 또 좌시하지도 않지.”

“…….”

“이 나라 헌법이 뭔가?”

* * *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한승문은 이 말을 남기고 떠나갔다.

그리고 홍선아는 무너진 도시의 폐허를 떠돌았다.

“…….”

비가 내렸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세상을 두드렸다. 비 내리는 소리 사이로 누군가 우는 것 같기도 했다.

“……하.”

홍선아는 웃었다.

비에 잔뜩 젖은 채로 폐허를 떠도는 미치광이가 웃었다.

철퍽.

철퍽.

실실 웃음을 흘리며 진흙탕을 헤집고 걸어간다.

그러다 문득 고개를 푹 숙였다.

“…….”

그녀의 붉은 머리카락을 타고, 거센 빗줄기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녀의 발 밑에는 물웅덩이가 있었다.

물웅덩이 속에는 사람의 모양이 보였지만, 거센 빗방울 때문에 모습이 잘 보이지 않았다.

“…….”

그녀는 한참동안 물웅덩이를 들여다보았다.

파아란 눈빛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다.

언뜻 비춰보이는 그 모습이, 너무나도 그립고 애달파서, 그녀는 결국 가슴에 묻는다.

“……어떡하죠. 아저씨.”

아귀는 배를 채울 줄 모르는 짐승이다. 제아무리 집어삼켜도 배부를 줄 모르고, 남의 것을 끝없이 탐하며 세상을 어지럽힌다.

사람과 참 비슷한 짐승이었다. 그렇기에, 이것들이 도통 사람인지 짐승인지 구분이 되지를 않는 것이다.

그런, 미묘한, 아귀들의 세상이었다.

“……어쩌죠.”

사람인지 아귀인지 모른다면.

헌터는 이제 무엇을 사냥해야 하는가.

EP 24

아귀다툼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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