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21 - 국경없는 기사회 (5)
피채원이 생각하기를,
프랑스 대통령이라는 사람은 척 봐도 보통 인물이 아니었다.
당장 총리가 한국을 엿 먹인 상황을 연출하는 것 하나만으로 얻은 이득이 몇 가지인가.
영국에 대한 지원을 끊어버리고, 프랑스 민족주의를 강화시키고, 한국과 영국에 이게 다 총리 때문이라 변명하고는, 자신의 도덕적 이미지를 지켜내기까지 하지 않았나.
원래 권력자는 대의를 위해 누군가를 잘라내는 모습을 티내면 안 된다. 유권자가 자기도 언젠가 목이 잘릴 수 있다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프랑스의 대통령은 훌륭한 정치인이었다.
물론 프랑스 국민 입장에서 말이다.
“하아…….”
아무리 각자의 입장이라는 게 있다지만, 한승문도 그렇고 이 사람도 그렇고. 성격이 이래먹어야 이런 세상에서 권력을 잡는다는 걸까.
물론 피채원이 대통령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이상, 이런저런 수단은 분명 존재했다. 약점 잡고 협박을 한다던가, 폭로전을 벌인다던가.
문제는 여기가 외국이라는 거였다.
그리고 피채원은 남의 구역에서 헛수작 부리다가 골로 가는 수가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었다. 그것도 이런 시대라면 더더욱 말이다.
“…….”
한승문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 * *
“저, 저…… 저 새끼, 저거……!”
“오께-이! 담가 버려!”
이쪽으로 날아들던 괴수의 날개가 구겨졌다. 감지윤은 색종이 구기듯 괴수를 꾸깃꾸깃 구겨서 집어던졌다.
“요즘은 하늘이 깨-끗하네? 군바리 아재들이 수고 좀 하셨나벼요?”
“글쎄다. 미군한테 사드 몇 개 받아왔다 그러던데.”
“아하핫……!”
감지윤은 천연덕스레 웃으며 지상으로 내려왔다. 지상에는 우리를 기다리던 경호원들과, 주변을 돌아다니는 헌터들이 서성였다.
“휴우……!”
이곳은 제천.
자유사냥지대 확장을 위한 게이트 폐문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현장이었다.
* * *
충청방어선 접경지는 자유사냥지대다. 그러나 조금만 더 멀리 나간다면 그곳은 길드의 지정구역이다. 그것도 엄선된 길드만 출입 가능한 지역이었다.
굳이 이렇게 분류한 건 안전문제 때문이다. 쪼렙은 저렙용 던전을 가고, 빠요엔은 고렙 던전을 가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그런 의미에서 유럽으로 떠난 30명의 헌터들의 빈자리는 생각보다 컸다. 그 사람들 능력도 능력이지만, 그 사람들이 맡고 있던 구역이 비어버린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게 내가 감지윤과 함께 현장을 뛰는 이유였다. 우리는 방어선 근처의 게이트를 닫고 있었다.
“캬아……!”
요 조그마한 꼬맹이는 생수통을 벌컥벌컥 들이키더니, 텅 빈 패트병으로 내 등허리를 통 통 두들기며 칭얼거렸다.
“어우. 빡시다…….”
“어어. 있다가 고기 사줄까?”
“그건 당연한 거고! 아무튼 나 캠핑카 좀 갔다 올게!”
“으음……?”
“화장실!”
“아.”
감지윤은 순식간에 캠핑카를 향해 슈우웅 날아가 버렸다. 나는 머쓱하게 뒤통수를 긁적이며 주변을 살폈다.
무너진 건물의 돌무더기 사이로 사람인지 짐승인지 모를 살덩이가 보였다. 나는 묵묵히 그 핏덩어리를 그저 스쳐 지나가는 풍경으로 인지했다.
그건 이 주변을 오가는 헌터들도 마찬가지였는지, PMC건 초인지원청이건 담담히 자신의 업무를 수행했다.
무슨 양심이나 마음이 닳아버렸다거나, 그런 거창한 이유는 아니었다.
그냥,
어느새 그런 세상이 됐다.
밥은 먹고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 살아야지. 살아야지…….”
나는 감지윤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방금 막 게이트를 닫아내는 데 성공한 현장을 서성였다.
피범벅이 된 헌터들이 생수통을 들이부으며 머리를 털어내고, 허벅지에 뼈가 드러난 헌터를 주변사람이 붙잡고서 환부에 포션을 들이부었다.
한쪽 구석에서는 마석량을 측정하던 공무원이 나를 힐끔 쳐다보더니 괜시리 목소리에 힘을 주고,
성난 헌터가 마석을 삿대질하다 실수로 건드려서 흡수하고는 ‘좆됐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뭔가 현장이 빠릿빠릿 돌아가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때.
화르륵-!
허공에 불꽃이 피어났다.
홍선아는 검은 코트를 펄럭이며 성큼성큼 걸어 나왔다. 그녀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특임대원에게 질문했다.
“문 닫았어요?”
“네, 협회장님. 제천 3게이트, 4게이트, 폐문 완료했습니다. 아, 그리고 제천중학교 인근 롯데마트에서 생존자 4인 발견해서 이송 중입니다.”
“어머. 다행이네요. 감염여부는?”
“검사는 안 했고 일단 백신부터 투여했습니다.”
“그래도 감염형 개체라는 게 언제 어디서 변이될지 모르니까. 1차 수용소 이송하기 전에 검역관 부르세요.”
“아, 넵. 알겠습니다.”
“그래요. 요청했던 응급헬기는 20분 뒤에 운동장에 내린다니까 상태 심각한 사람 먼저 보내고. 나머지는 기존 일정대로 복귀합니다. 그리고 마석은 들고 갈 서포터들 불렀으니까 굳이 여기서 처분 안 해도 돼요.”
“넵!”
“수고-!”
홍선아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현장을 정리하고서, 괴수들 시체 파편을 서슴없이 밟으며 내게 다가왔다.
나는 그녀를 오묘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어머, 장관님 오셨어요?”
“아. 네.”
“아하핫! 짬먹고 고생한다고 하나요? 이걸?”
그녀는 해맑게 웃으며 내 팔뚝을 찰싹찰싹 때렸고, 나는 눈알을 굴려 그녀를 위아래로 스캔했다.
“흐음. 그 뜨거운 눈빛은 뭐죠?”
“아니, 그…….”
홍선아가 옆구리에 손을 올리고 생긋 웃었다. 그리고 고개를 털어 머리카락을 화려하게 휘날렸다.
“왜요. 새삼 반하셨나……?”
“안 덥습니까?”
양복에, 코트에, 가죽장갑에, 부츠까지.
솔직히 멋있긴 한데 보기만 해도 더워지는 패션이었다.
“8월에 이게 뭐하는 짓거립니까?”
“저 정도면 이제 덥고 추운 건 문제가 아니랍니다?”
“뭐요?”
“엘사는 감기 안 걸리잖아.”
“개소리 마시고요.”
“개소리 아닌뎅.”
그녀는 입을 삐죽이며 고개를 내저었다.
“솔직히 괴수랑 싸울 때 피 묻으면 기분 찝찝하단 말이에요. 게다가 어떤 놈은 피가 끈적거린단 말이야. 심지어 파란색이야!”
“그래서 피부 노출을 최소화하시겠다?”
“그렇죠. 샤워실에서 괜히 비누칠 대여섯 번 하면서 피부에 문제 생기는 거 아닌가-고민할 바에는 피 묻은 코트만 그냥 버리면 되니까요.”
“……버린다고요?”
“빨아 입긴 좀 그렇잖아요?”
“허어, 아주 배가 처 부르셨군요?”
그녀는 뭘 모른다는 듯 혀를 차며 손가락을 까딱였다.
“버는 만큼 쓰는 거에요! 그래야 낙수효과가 생기지! 공직자 재산공개 보니까 제가 장관님보다 재산 많던데요?”
“재산이고 나발이고 차라리 치킨 다리를 한 입만 먹고 버리던가 하십쇼. 이게 뭐하는 짓입니까?”
“저도 그 정도로 인간쓰레기는 아니죠. 아무튼 요즘 다양한 패션 시도해 볼 수 있어서 좋더라구요.”
어쩐지 요즘 ‘선아_여신_직촬.jpg’ 같은 글이 베스트를 잘 가더라.
매일 아침마다 온갖 커뮤니티 사이트에 ‘한승문’을 검색해 보는 게 소소한 습관이 되는 바람에 이런저런 정보들을 재빨리 접하곤 했다.
이런 것도 말이다.
“그나저나 홍 협회장.”
“예전처럼 선아양-하고 다정하게는 못 불러주시나요?”
“살갑게 부른 적 없고요. ‘선아양’이 아니라, ‘홍선아 양’이라고 불렀-아, 씨.”
내가 지금 뭔 소리를 하는 거람.
하여튼 천금순이 홍선아 앞에서 맥을 못 추는 이유를 알았다. 얘랑 말하다 보면 어느새 주제가 산으로 가 있다.
입만 다물면 차가운 도시여자 스타일인데 입을 안 다물어서 문제다.
나는 정신을 다잡고 다시금 그녀에게 질문했다.
“홍 협회장.”
“넹.”
“혹시 약 먹습니까?”
“약 빨았냐고요?”
나는 그녀에게 최대한 작게 속삭였다.
“아니. 그 정신과…….”
“……쩝. 누가 그래요?”
“병원 직원이 썰 푼답시고 몰카 찍어서 나불대던데요. 일단 그 직원은 조용히 조치하긴 했습니다. 글도 내리고.”
“…….”
껌뻑. 껌뻑.
홍선아는 웃는 건지 아닌 건지 모를, 특유의 오묘한 무표정으로 한참동안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늘 그렇듯이,
“……고마워요!”
마지막에는 생긋 웃는다.
* * *
심신이 피곤한 하루였다.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그렇고, 내일도 그렇겠지.
나는 의미모를 신음과 함께 침대에 몸을 던졌다.
“갸아아악…….”
신수광이는 국민당 내부에서 분탕질 치면서 이호정을 잡아먹으려고 나를 자꾸 툭 툭 건드리지를 않나.
청중엽이는 재벌들이랑 찰싹 달라붙어서 은근히 초관부 정책라인에 경제정책 관련 로비까지 넣지를 않나.
온갖 정치 초짜들은 이름 좀 날려보겠답시고, ‘한승문이 국방을 말아먹었다-’고 난리를 치지 않나.
“하아…….”
헌터들 관리도 똑바로 못하는 양반이 왜 장관을 해먹느냐고 하도 지랄을 해대니까, 이제는 머리가 새다 못해 빠질 것 같았다.
오늘 참다 참다 본보기로 만만한 국회의원 하나 머리채 잡아서 줘패고 나니까 그나마 정치꾼들은 입을 다물었다.
그래도 국내 여론은 영 좋지 않다.
초인청장(전직 서울지방경찰청장) 시켜서 연예인 & 대기업 총수일가 마약사건 몇 개 풀어서 망정이지,
아무래도 헌터 30명이 외국으로 ‘통제이탈’했다는 사실이 국민들에게 적잖은 불안감으로 다가오는 모양새였다.
그래도 뭐 어쩌겠나. 수습은 내 몫인 것을. 그러니 해야 할 일을 해야겠지.
나는 그렇게 결론내리고서 냉장고에 들어있던 차가운 데자와 밀크티 한 캔을 꿀꺽꿀꺽 들이켰다.
“크으…….”
그나저나 피채원은 지금 뭐하고 있으려나.
통화라도 해봐야겠다-
라고 생각하던 찰나에 전화가 왔다.
“어어, 채원아!”
-……장관님?
“일은 잘되어 가냐? 유럽 가니까 좋냐? 좋디?”
-……그냥요. 뭐. 네.
“그래. 무슨 일이야?”
-……그냥. 조금. 생각나서 연락드렸어요.
* * *
피채원은 모든 것을 설명했다.
프랑스 대통령은 영국에 지원군을 파견할 생각이 없다. 오히려 총리를 시켜 반한감정을 이끌어내고, 자신은 한 발 물러서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다. 심지어 뤼미에르와 베스트 프렌즈인지라 뭘 어떻게 해보기도 난감하다.
그리고,
한승문의 대답은 간단했다.
[영국과 미국에게 뭔가가 있다.]
[파헤쳐 봐라.]
그게 피채원이 영국 헌터협회의 부회장을 찾아간 이유였다.
“다니엘 웰링턴. 영국 헌터협회 부협회장이요.”
“……대한민국 초상관리부 장관비서관, 피채원입니다.”
그를 만나는 건 나름 간단했다. 그는 이미 프랑스에 체류하고 있었고, 뤼미에르와 수많은 전장을 거친 전우였으니까.
그리고 뤼미에르는 프랑스 총리의 미친짓에 대한 부채감으로 통역을 자처하며 그들의 만남을 주선했다.
그러나,
“……후우.”
다니엘 웰링턴이라는 양반의 첫인상은 그야말로 범상치 않았다.
그건 테이블 위에 몽실몽실 떠다니는 담배연기가 증명했다.
보다 못한 뤼미에르가 이제 막 담배를 꼬나 물은 다니엘을 제지했다.
“……다니엘.”
“다 큰 사람들끼리 뭘 그리 따지쇼?”
“……피 비서관은 미성년자입니다.”
“…….”
그는 얌전히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끄고서, 스윽 자리에서 일어나 쓰레기통에 버리고 왔다.
피채원은 그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았다.
그는 생김새부터가 참 기묘했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장발과 덥수룩한 수염.
검은 티셔츠에 대문짝만하게 박혀 있는 해골.
게다가 다리에 쫙 달라붙는 가죽바지까지.
헌터협회 부협회장이라기보다는 헤비메탈 록밴드 프론트맨이 더 어울리는 차림의 남자였다.
양 손에 장착한 크고 아름다운 핑크색 고무장갑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핑크색 고무장갑.
핑크색, 고무장갑이었다.
“…….”
그가 쓰레기통에 담배를 버리고 자리로 돌아왔을 때, 피채원은 능력을 날카롭게 곤두세웠다. 그리고 이빨을 까기 시작했다.
설득이 목적이 아니다.
이 양반의 심층 심리를 끌어내는 게 목적이었다. 아니면 감정적으로 동요시킨 다음에 심리의 틈을 파고들거나.
피채원은 결연한 마음으로 입을 열었다.
“……장관께서는 영국과의 긴밀한 공조를-”
“거, 수고가 참 많으시군.”
“네?”
“수고하신다고.”
그러나.
다니엘 웰링턴의 반응은 피채원의 예상과는 확연히 달랐다.
그것도 여러 의미에서 말이다.
“고작 30명 데리고 와서 도와주겠다고 하는 것 아니요? 인류 최악의 게이트 사태를 말이야. 게다가 미성년자 비서 하나가 꼴랑 따라와서는 한국 지원군 대표를 자처하다니.”
“다니엘!”
“누님은 가만히 좀 있으쇼. 그래. Ms P. 영국 헌터협회 부협회장으로서 말씀드리건대, 한국의 고귀하고 사려 깊은 마음은 잘 받겠으나 이번 게이트 사태는 우리끼리 잘 해결해 보도록 하지. 한국으로 돌아가셔도 좋소.”
첫째. 그는 한국의 도움을 거절했고.
“뭐. 이게 그쪽이 원하는 대답 아니요? 한국의 생색내기는 잘 받았으니 이만 돌아가 보시라니까. 고생 많으셨소. 그쪽 장관인지 뭔지도 참 야속한 양반이군. 고작 미성년자한테 욕받이 역할을 떠넘기다니.”
둘째. 그는 한국의 도움을 정치적 퍼포먼스로 인식했으며,
“……오해가 있으신 모양입니다만. 우리는 진심으로 영국을 도우러 왔습니다.”
“하하! 젊은 친구가 직업정신 투철해서 참 좋군! 그래, 그래. 알겠으니까 당신 나라로 돌아가셔도 좋소.”
“다니엘 부협회장님.”
“그런데 30명은 너무한 것 아니오? 나 참. 연극을 할 거면 제대로 해야지. 그쪽 장관한테 다음에는 31명 정도 보내면 믿어주겠다고 전해주면 감사하겠소.”
셋째, 그는 성격이 상당히 꼬인 사람이었고,
“……상당히 흥분하신 것 같으니 본론만 간단히 하지요. 한국 헌터들이 영국에 입국하는 걸 도와주실 수 있겠습니까.”
“유감스럽지만 그건 어려울 것 같군. 300명이면 모를까 30명을 데려와서 어디에 쓰겠다고? 차라리 스파이 대비 차원에서 입국을 거부하는 게 수지타산에 맞는 짓 아니요?”
마지막으로, 피채원이 관심법으로 들여다보기에.
“좆까라 이 말이요.”
이 새끼는 생각과 주둥이가 일치하는 타입의 인간이었다.
덤으로 손가락도.
* * *
다니엘의 크고 아름다운 고무장갑이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세우자, 뤼미에르는 미치고 환장하겠다는 듯 연거푸 마른세수를 거듭했다.
그 와중에 피채원은 평소와 같은 무표정을 유지했고, 다니엘은 피식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쯧, 미안하군. 그쪽이나 나나 정치인들 따까리 아닌가. 내가 이상한 데다 화풀이를 했구만 그래.”
뤼미에르가 목소리를 내리깔았다.
“내가 그 성격 고치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다니엘?”
“이건 내 성격이 지랄맞은 게 아니라. 나라 망하게 생겼는데 30명 들이밀면서 칭찬해 달라는 그 심보가 더 지랄맞은-”
“다니엘! 제발!”
뤼미에르의 삿대질에 다니엘이 멈칫했다.
“이 사람들은 정말로 도우려고 온-”
뤼미에르가 열변을 토하려던 그때.
애애애애앵-!
커다란 사이렌 소리가 파리에 가득 울렸다. 그리고 프랑스어로 된 안내음성이 흘러나왔다.
피채원이 사이렌의 마음까지 읽을 수는 없었기에, 소녀는 조심스레 뤼미에르의 옷깃을 잡아당겼다.
“……집행관님, 이게 무슨-”
“그, 그……! 8구역 외곽에 인스턴트 게이트 4개가 열렸다고-”
“네!?”
“한국도 흑산양인지 뭔지 있지 않았습니까! 강력한 몬스터 하나만 튀어나오고 사라지는-”
“You Bloody Cunts-!”
다니엘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Shut up and just run!”
와장창-!
그는 곧장 재떨이로 창문을 깨부수고는 밖으로 뛰쳐나갔다.
뤼미에르가 그 구멍으로 따라나갔다.
“……아.”
사무실은 순식간에 텅 비어버렸고, 피채원은 멍하니 찻잔을 들고 있을 따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