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임기 첫날에 게이트가 열렸다-30화 (30/296)

EP 7 - 북풍北風 (1)

“북한이 괴수를 막기 위해 핵을 사용했습니다.”

차재균이 말했다.

“한반도에는 서울 한 곳에만 열렸지만, 한반도 바로 위쪽에 많은 게이트가 열렸습니다. 선양, 지린, 연변, 등...”

북한 위쪽에 게이트가 열렸댄다.

“그러면 총 몇 군데입니까?”

“한 곳이라고 특정할 수는 없습니다. 넓은 지역에 산발적으로 발생했으니 말입니다.”

더럽게 많댄다.

“문제는 중국이 괴수를 타국 영토로 밀어버리는 전략을 사용했다는 겁니다.”

중국이 그 괴수들을 북한으로 밀었댄다.

“수많은 괴수들이 북한으로 쏟아져 내려왔고, 이에 어제 8시 52분 경 북한이 양강도 혜산시 북쪽 20km 지점에 핵폭탄을 사용했습니다.”

북한이 괴수 막으려고 핵폭탄을 갈겼댄다.

“백두산으로 치면 남쪽 산기슭이고. 엄연한 활화산인만큼 분화 가능성도 있습니다.”

“......피해는요?”

“바람 방향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화산재가 어디로 향할지 모르니까요. 뭐어, 다행히도 터질 것 같지는 않다는 게 학자들 주장입니다. 핵이 워낙 소형이고, 판 경계에서 빗나가서......”

잘못하면 백두산 터질 뻔했는데 아니랜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으나, 차재균이 냉정하게 덧붙였다.

“바람 방향에 따라 피해가 천차만별인 건, 지금도 같습니다.”

“......아.”

“방사능 낙진이 어디로 향할지 모릅니다.”

* * *

나라가 뒤집혔다.

7만원짜리 참치캔으로 대표되는 ‘강북스타일’ 물가가 스멀스멀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라면 하나에 만원이랜다. 그것도 부산에서.”

“미친......”

이호정이 눈살을 찌푸리며 입을 막았다.

양일호가 긴장한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방사능 낙진 이쪽으로 내려오는 거 아니에요?”

“......지금은 여름이니까 대륙풍이 불어. 동남계절풍.”

“예?”

“바다에서 육지 쪽으로 바람이 분다고 임마.”

“그러면 낙진 우리 쪽으로 안 오는 거죠...?”

나는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바람이라는 게 어찌될지 모르는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되리라는 보장은 아무도 못하는 게 현실이었다. 태풍도 있고 말이다.

TV에서 아나운서가 사회 혼란을 가중시켰다.

- 백두산 인근에 투하된 핵폭탄은 약 7kt 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히로시마의 절반 크기입니다. 관계당국은 낙진 피해를 측정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주장했으나, 일각에서는 백두산의 폭발 가능성도 점쳐지고......

“이, 씨팔, 보도지침도 안 걸고 뭐하는...!”

“형! 참아요!”

“아오! 썅!”

대통령이 없으니 촉새들이 미쳐 날뛰고 있다. 차재균이야 서울 근처에서만 왕노릇하고 있는 거지, 저 아랫동네에서 떠드는 언론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물론 언론이 시청률 끌겠다고 호들갑을 떨수록 나라가 개판이 되는 건 뻔했다.

'큰일이다' '큰일이다' 부추길수록 사람들이 동요하는 건 당연한 일이고, 그러면 '큰일'이 '더 큰일'이 되니까.

나는 탄산수 하나를 연거푸 들이키며 타는 목을 애써 축였다. 그리고 미친놈처럼 리모콘을 두들겨 채널을 돌렸다.

- 강북에 고립된 시민들이 낙진에 덮이는...

- 폭발 규모는 상세히 확인되지...

- 아기 상어 뚜루뚯뚜루...

- 의정부에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

- 군 당국은 뚜렷한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물론 TV 내용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핵폭탄이라는 단어 자체가 가지고 있는 힘이란 이토록 대단했다.

나는 지인에게 걸려온 여덟 번째 전화를 받아들었다. 아까부터 핸드폰에 불이 나게 전화가 걸려온다.

“여보세요? 아, 예. 이모. 네. 괜찮습니다. 네. 별 일 없어요. 에이, 저는 안전하죠 당연히! 네. 걱정 마세요 좀. 네, 네, 아, 저 지금 회의 들어가야 해서, 네. 끊습니다.”

역사상 세 번째로 실사용된 핵폭탄의 충격이란 이토록 대단했다. 사람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나는 다리에 힘이 풀려 소파 위로 넘어졌다.

통화 하나가 끊기자마자 새로운 벨소리가 울렸다.

“여보세요.”

- 승문이.

“아, 네. 의원님.”

양판석이다. 그는 침울한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 지금 계엄 사령부야.

“아, 강북에 계십니까?”

- 우리 예전에 차차관이랑 만났던 밀실 있지? 지금 그리로 오게. 가급적이면 빨리.

“예, 알겠습니다.”

양판석의 ‘지금 온답니다’ 소리와 함께 전화가 끊겼다. 여러 사람들이랑 같이 있는 모양이다.

현관문에서 허겁지겁 의족을 붙잡고 낑낑댈 무렵 또 전화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야. 괜찮냐.

“누나?”

-괜찮냐고.

“아, 어어.”

-조심해라.

뚝. 여도연의 전화가 끊겼다.

나는 황당한 마음으로 핸드폰을 보았다.

여도연의 부재중 전화 스물 네 통이 있었다.

*

“아, 자네 왔군. 앉게.”

“늦어서 죄송합니다.”

“아냐, 아냐. 이리 오게”

나는 최대한 덜 절뚝이며 양판석 옆으로 쪼르르 달려가 앉았다. 밀실에는 대충 여덟 사람 정도가 앉아있었다.

차재균 국방부 차관.

원옥분 예비 대통령 권한대행.

양판석 민주당 최고의원.

기획재정부 차관.

국정원장.

합참의장.

주한 미국대사.

부산시장.

나까지 포함하면 아홉 명이다.

지금 이게 대한민국 최고회의인걸까. 그러고 보면 인원이 세심하게 분배되어 있었다.

군부,

공화당,

민주당,

세종시 정부조직,

국정원,

미국,

지방자치단제를 대변하는 각 세력의 대표자들이 모여있다.

나는 여기서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내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 지금까지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

나는 지금 이 자리에, ‘초능력자들의 대표자’로서 배석할 권한을 얻은 것이다. 겸사겸사 스타 정치인으로서도.

차재균이 신호를 보내자 국정원장이 입을 열었다.

“1시간 전에 추가연락이 왔습니다. 현재 북쪽에서 내려오는 괴수들을 막기가 역부족이라......”

이어지는 말에 회의실이 뒤집어졌다.

“핵폭탄 몇 개 더 터뜨리겠답니다.”

*

탕! 부산 시장이 대선 잠룡으로서 우렁찬 기세를 과시하며 책상을 내리쳤다.

“당장 엄중히 경고하고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이건 정도를 벗어난 망발이에요!”

해석 : 일단 큰소리치면서 체면치레는 하는데 사실 어떻게 할지 잘 모르겠으니까 니들이 알아서 좀 해봐...!

주한 미국대사가 미소지으며 차분한 유화책을 제시했다.

“차라리 국경을 막을 군대를 보내주는 건 어떻겠습니까. 포위망을 구축하고 있는 군단 일부를 북쪽으로 진격시키는 방안을 고려해주십시오.”

해석 : 한국군이 해결해.

합참의장이 기백있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줄어들지 않는 적을 상대로 싸우는 와중이라, 포위망 구축만으로도 상당히 무리가 오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 측 군대가 북한 영토에 들어갔다가 무슨 일을 당할지도 모르고, 그쪽에서도 정권의 정당성을 생각한다면 그리 좋아할만한 선택은 아닐 겁니다. 게다가 한국군의 본분을 지키기 위해선 포위망 유지를 통해 자국민의 안전을 우선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해석 : 좆까

기재부 차관이 지성에 찬 눈빛을 냉철하게 빛냈다.

“공포가 경제를 좀먹고 있습니다. 이미 IMF 시절처럼 파탄나기 일보직전입니다. 전 세계가 같이 망해서 망정이지 우리나라에만 게이트 열렸으면 이미 나라가 망했을 겁니다.”

경제 조졌으니까 알아서 하랜다.

국정원장이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담담히 보고했다.

“강북에 고립된 시민들 사이로 불만 여론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이미 시위는 말할 것도 없고요. 낙진의 공포에 전국민이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댓글부대 돌렸는데 여론 못 바꿨댄다.

슬쩍 시계를 보니 회의 시작한지 1시간 16분이 지났다. 군인과 행정가들이 오들오들 떨며 징징거리는 데 1시간 16분을 허비했다.

이게 대한민국의 고질적 문제다. 높은 사람들이 겁이 너무 많다. 잃을 게 많은만큼 몸 사리는 거야 당연한 일이겠다만.

후우, 옆에서 작은 한숨소리가 들려왔다.

양판석이 눈빛을 번뜩이며 원옥분과 내게 눈빛을 보냈다.

그래. 원래 이런 건 정치꾼들이 전문이다.

노회한 너구리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그으, 일단 고견은 잘 들었습니다.”

양판석은 뭔가 있어보이는 표정으로 수염을 매만졌다.

“방사능 낙진, 물가 상승, 여론 가열. 등. 북한의 만행으로 인해 온 나라가 도탄에 빠진 상황입니다.”

그가 진중하게 좌중을 돌아보았다.

“작은 의견을 보태보자면, 핵폭탄이 우리에게 미치는 피해 자체가 근본적인 원인은 아니지요.”

나 또한 나름 양판석의 수제자로서 말을 덧붙였다.

“......사람들이 가진 공포가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말씀이십니까?"

이 질문에는 원옥분이 대신 대답했다. 원래 정치하는 사람들은 다 생각이 같나보다.

“그래요. 민생을 살펴 국민들의 마음을 보듬는 게 급선무입니다."

해석 : 선동하자

양판석이 흐뭇하게 미소지었다.

“허면 일단 제 생각 한 번 들어보시렵니까...?”

전문 사기꾼들이 해결할테니까 총잡이랑 펜잡이는 빠지라는 소리였다.

*

양판석의 계획은 간단했다.

국뽕.

심지어 진짜로 이 발언을 해서 살짝 욕을 먹었지만, 이어지는 설명에 다들 감탄을 감추지 못했다.

어차피 다들 윗대가리 쯤 되면 알만큼 안다. 방금은 갑작스런 패닉에 빠져서 허둥지둥했던 거지.

양판석을 중심으로 침착해진 지도자들이, 살을 붙이더니 꽤나 근사한 그림이 완성되었다.

나는 차량 뒷좌석에서 3일 전에 발표한 차재균의 기자회견을 보았다.

이게 양판석의 첫 번째 계획이었다.

‘군 통수권자의 경고’.

- 북한 괴뢰정권의 아주 신중하지 못한 행위에 대하여 크나큰 우려와 경고를 표합니다.

더 이상의 경고는 없을 것이며, 이미 우리 공군이 북한의 제공권을 장악하고, 이북 영토를 어디든지 타격할 준비가 되었음을 국민 여러분께......

공군이 북한 제공권을 장악한 건 맞다. 북한을 어디든지 타격할 수 있는 것도 맞다.

단, 북한으로 밀고 내려오는 괴수들을 타격할 것이다.

어차피 북한 망하면 그 괴물들 다 여기로 온다. 그리고 추가 핵무기 사용을 저지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 북한을 공짜로 도와주는 거다. 아마 북한의 목표 또한 이것이었겠지.

남한의 '자발적' 도움. 자기네가 먼저 도와달라 그러면 정권 명분이 흔들리니 말이다.

우리는 일단 녀석들의 양아치 짓거리를 마음에 깊이 새겨두고 우쭈쭈를 해줬다. 그리고 일단 내수용 정견에 대해서는 와꾸를 예쁘게 짜서 퍼뜨렸다.

물론, 국민들이 이것으로 만족할 수는 없었다. 시대가 어느 때인데 이런 혀놀림에 속아 넘어가겠는가. 아니나다를까 좌파 우파가 곧바로 인터넷에서 대난투를 시작했다.

모두 계획대로다.

이에, 우리는 여론을 묶을 강력한 지도자 하나를 등장시켰다.

양판석의 두 번째 계획.

원옥분 취임.

마침 운전석의 양일호가 내게 질문했다.

“아, 맞다. 형! 그저께 대통령 권한대행 수락한 원옥분 의원님이요.”

“으응.”

“공화당인데 괜찮은거에요?”

“어차피 다 짜고 올린 거야.”

나는 녀석의 질문을 대강 넘기며 그녀의 권한대행 수락연설을 곰곰이 떠올렸다.

‘......건국 이래 최악의 위기를 맞이했습니다. 격동의 시대에, 우리는 이미 많은 가족들을 잃었습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28년간 함께한-

......

......-하여, 여야 국회의 요청을 받아들여 대통령 권한대행의 직무를 받들겠습니다. 미지의 위협과, 외세의 준동에 강력히 대응하겠습니다.

국가를!  바로,  세우겠습니다.

나머지는 행동으로 보이겠습니다. 연설 마칩니다.’

갑작스레 불어온 북풍北風에 사람들은 별 반발없이 그녀를 지도자로 추대했다.

물론 사실상 그녀는 국회와 차재균이 공동으로 추대한 지도자였다.

게다가 한쪽 눈도 없고 뭔가 세보이지 않은가. 원옥분은 생긴 것처럼 곧바로 한미연합사 임시본부에 처들어가 호통을 쳤다.

깔짝대지 말고 앞장서서 함께 싸우라고.

그녀의 호통에 한미연합사령관인 미국 아저씨가 고개를 끄덕이며 문서에 싸인했다.

물론 미국이 순순히 참전확대를 받아들인 건, 차재균이 보낸 특수부대가 피흘리며 주한 미국대사를 구해냈기 때문이었다. 애초에 이게 참전확대를 두고 물밑으로 오간 딜이었다고 했다.

그건 알 바 아니고. 우리나라 대통령의 위풍당당한 모습을 생방송으로 구경하던 사람들은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인터넷 반응도 화끈했다.

즉, 이틀 연속으로 차재균과 원옥분이 국뽕쇼를 벌인 것이다. 그리고 양판석의 세 번째 계획이 어제 실행됐다.

국회 괴대특위의 1차 입법.

나를 포함한 국회의원 11명(원옥분이 빠졌다)이 괴수대응특별위원회의 긴급입법을 통해, ‘길드’가 경기도 남부를 휘젓는 괴수들을 때려잡는 걸 돕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즉, 금뱃지 11명이 카메라 앞에서 90도로 고개를 숙이면서, ‘앞으로 초능력자들이 국민을 지킵니다!’ 라고 주장한 것이다. 썩 근사한 풍경이었다.

거기에 데이비드 김과 홍선아가 ‘길드’ 조합장과 부조합장 취임식을 거쳤다.

그리고 취임 첫날에 화려하게 괴수 여섯 마리를 잡아 족쳤다.

그들의 차력쇼와 불쇼가 메스컴을 타며 인기를 끌었다. 약 20인의 초인들이 도심에서 히어로 영화를 찍었다. 국민들이 어떤 반응을 보였을 지는 뻔했고 말이다.

이게 불과 3일만에 일어난 일들이었다.

첫째 날,

차재균이 근사한 기자회견으로 국군을 과시하며 북한에 경고를 보냈다.

그리고 원옥분을 위해 자기 평판을 깎아먹었다.

둘째 날,

원옥분이 대통령 권한대행에 오르며 위풍당당하게 호통 한 번으로 미군의 참전확대를 약속받았다.

원래 차재균이 한 일이다.

셋째 날,

국회의원 11명이 일치단결한 모습으로 길드를 출범시키며 괴수를 때려잡았다.

원래 내가 한 일이다.

지금까지의 과정 모두가 ‘원래부터 하기로 했던 것’ 그리고 ‘별 거 없는 것’들이었다. 새롭고 참신한 대처방안은 아예 없었다.

그냥 일의 순서와 모양만 예쁘게 가다듬은 것이다. 이게 우리네 스타일 정치였으니까.

허나,

차재균과 난 길드를 잽싸게 가동시켜 경기도 남부를 정리할 수 있었고,

원옥분은 살짝 모자란 명분을 확고히 세웠으며,

국회는 괴대특위 활성화에 대한 정당성을 잡았다.

게다가 민심 안정까지.

명절선물 껍데기같은 짓거리로 모든 사람이 이득을 본 것이다. 이것도 참 재주라면 재주다. 이제 내가 과실을 따먹을 시간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네 번째 날이 다가왔다.

이번에는 내 차례다.

“도착했습니다!”

“그래.”

양일호가 차를 세웠고. 나는 차 문을 열었다.

내리자마자 수많은 카메라 플래시 세례가 쏟아졌다. 나는 묵묵히 단상 위로 향했다.

나는 서서히 걸어가며 잠시 눈을 감고 양판석과의 대화를 기억했다.

‘대규모 시위든, 물가 폭등이든, 사람들이 다 불안해서 그러는 게야. 어차피 우리는 휴전 이후로 모가지에 칼을 두르고 살지 않았나? 사람들이 살짝 당황스러워서 이러는 게지. 실상 보면 특출난 일도 아니라는 말일세.’

‘......정말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아니! 방사능 낙진이 내려올 지도 모르고, 북한이 눈 돌아가서 폭탄 몇 개 더 터뜨릴지도 모르지. 그런데 지금 그게 중요하나?’

‘아니죠.’

‘그렇지! 사람들이 ’우리는 괜찮다‘라고 믿게 되면, 진짜로 상황이 어떻든 간에 문제가 해결된다네. 그게 핵심이야.’

‘아예 국뽕으로 뇌를 절여버리자는 거죠?’

‘별 거 없이 4일 연속으로 애국 무드를 조성하는 게야. 그렇기 위해선 자네의 도움이 필요하네.’

‘......제가 뭘하면 되겠습니까.’

‘자네가, 지금부터 제갈공명이야.’

나는 단상에 올라 잠시 심호흡했다.

양판석의 마지막 말이 머리에 맴돌았다.

‘동남풍아 불어라...!’

나는 단호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빨갱이 깡패들이 민족의 인내심을 시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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