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4 - 큰 그림에는 큰 붓이 필요하다 (3)
“응냑!”
나는 구석에서 계란을 까먹던 양일호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왜 이렇게 비명을 깜찍하게 질러?”
“아 왜 때려요!”
“내가 너 때리면 안 되냐?”
“안 되죠.”
“그건 중요한 게 아니야. 다들 모여봐.”
이호정이 무슨 일인가 싶어 슬그머니 다가왔다. 나는 양일호의 어깨를 토닥토닥 두들겨줬다.
그리고 두꺼운 서류철 하나를 건넸다.
“재단 하나 만들거야. 용역업체, 연구개발기업, 그리고 고아원. 자세한 건 안에 써놨으니까, 알아서 잘 와꾸 좀 짜봐.”
양일호는 대강 보더니 순식간에 견적을 냈다.
“형. 이거.”
“으응.”
“개사기 아니에요? 검사가 보면 눈깔 뒤집어지겠는데?”
“니가 그걸 합법으로 만들어야지.”
“예?”
양일호는 변호사 자격증이 있었다. 보좌관 한다고 자격정지되긴 했지만 내 알 바인가.
“3일 줄게.”
“네?”
“합법으로 만들어.”
“이거 재단이랑 사업체 설립 아니에요?”
“그런데?”
“저 변호산데요?”
“어쩌라고.”
양일호가 다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진땀을 흘렸다. 나는 인상을 팍 찌푸리며 녀석을 몰아붙였다.
“초중고 조기졸업한 인재가 그런 것도 못만들어?”
“그게 지금 뭔 상관이에요!”
“야아! 한국대 63기 조기졸업자 양일호! 너 그거밖에 안 되는 사람이었어? 최연소 사법고시 통과는 딱지치기로 딴 거야!?”
“아니 이걸 어떻게 합법으로 만들어요! 딱 봐도 기업체들 누더기로 붙여놓은 거 공익재단 이름만 붙여놓은 건데!”
“안 되면 되게 하라. 특전사 정신 몰라?”
“그건 해병대고!”
“어쩌라고. 나 미필이야.”
“이, 이건 노무사가 하는 일이지!”
“그러면 쟤랑 같이 하던가.”
나는 엄지손가락으로 내 등 뒤를 가리켰다.
그리고 고개를 뒤로 돌려 씨익 미소지었다.
살금살금 생활관을 빠져나가던 이호정이 어색한 자세로 딱 굳어버렸다.
“이야아! 진보당 국회의원 보좌관 이호정 씨!”
“아, 아하하. 네?”
“이호정 공인노무사님!”
“저, 노무사 아닌데요.”
“니네 의원이 노무사 자격증 따라고 강제로 공부시켜서 빡친다고. 맨날 술먹고 내 멱살잡지 않았어요?”
“저, 자격증 아직 못 땄는데요.”
“어쩌라고요.”
나는 방긋 미소지으며 죽은 눈의 양일호가 들고있는 서류덩어리를 가리켰다.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