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라색의 신성력이 주위를 환하게 감쌌다. 칼릭스는 나나에게 다가가려 했다.
‘몸이 잘 움직여지지 않아.’
육체가 자신의 통제를 벗어난 것처럼 잘 움직여지지 않았다.
“나나!”
칼릭스가 나나에게 으르렁거렸다.
“나를 속였지?”
나나가 무슨 일을 하려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칼릭스에게 설명했던 것과 전혀 다르다는 것만은 확신할 수 있었다.
“인간으로 되돌리는 방법! 네가 설명했던 대로 마기와 신성력을 부딪치는 것만으로 안 되는 거 맞지!”
“어떻게 벌써 아셨어요?”
나나는 애써 말간 미소를 지으며 되물었다.
“하지만 다 거짓말은 아니었어요. 그 방법대로 해도 성공 확률이 없는 건 아니고…….”
“그러면 그 방법을 쓰면 됐잖아.”
“그런데 실패 확률도 있어서요. 전하 목숨을 가지고 무모하게 도전할 수는 없었어요.”
나나는 칼릭스를 보며 말갛게 웃었다.
평소 그가 무척 사랑했던 미소다.
“그러면 넌, 지금…… 아니다.”
하지만 칼릭스는 그 미소가 아름다울수록 심장이 더 아파왔다.
“일단 하고 있던 것 멈추고 얘기하자.”
칼릭스는 나나를 붙잡기 위해 악을 쓰며 다리를 움직였다.
하지만 나나에게 가까워지려 하면 할수록 이상하게 더 멀어지는 기분이었다.
“죄송해요, 전하.”
“사과하지 마. 사과하지 말고.”
우습게도 그 순간 칼릭스는 제 몸의 변화를 눈치챘다.
‘몸이 통제를 잃은 게 아니다.’
정확히는 몸이 변화를 겪고 있어서, 칼릭스의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에 가까웠다.
‘내 마기가 다 사라지고 있어.’
마기가 사라진 자리에 싱그러운 생명력이 축복처럼 스며들기 시작했다.
몸이 인간으로 변하고 있다.
걱정했던 것처럼 힘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도 아니었다.
마기 대신 새로운 마력이 생겨났다. 평범한 마력이 아닌 신성력이 섞여 훨씬 강대한 힘이었다.
“지금 무엇을 하려는지부터 말해. 그 정도는 말해줄 수 있잖아.”
“그치만 전하도 저한테 다 설명하고 하셨던 거 아니잖아요.”
사실이다.
칼릭스는 말문이 턱 막혔다.
그동안 칼릭스는 나나를 위해 희생하면서, 나나가 그걸 바라는지 물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나는…….”
나나는 칼릭스의 죄책감 어린 얼굴을 보며 빠르게 말했다.
“그런 표정을 보려고 한 말은 아니에요. 전하에게 전하의 사정이 있었다는 걸 알아요.”
로자리오의 보석이 반짝였다.
보석에서 광풍과도 같은 신성력 바람이 새어 나와 휘몰아쳤다.
“그래서 저도 전하에게 똑같이 해드리고 싶었을 뿐이에요.”
신성력 바람이 나나의 머리칼을 강하게 휩쓸었다. 칼릭스는 한 손으로 시야를 막으며 나나에게 다가섰다.
‘저건 뭐지?’
그때 가까이 다가선 칼릭스의 눈에 이상한 게 보이기 시작했다.
나나의 뒤에 네모난 상자 같은 것이 떠올라 있었다.
[이름: 나나(20세)]
[현재 로자리오의 힘을 최종적으로 깨운 상태입니다.]
[마지막 성녀 퀘스트를 진행하는 중입니다.]
[신앙심 확인]
현재 신앙심: 999999
※신앙심을 최대치로 모은 상태입니다.
[시간의 통로]
[치유]
[라퀴엘 아나비오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