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들은 눈을 크게 떴다.
‘초대 황제의 피로 감별한다니.’
‘황후 폐하께서 하시는 준비인데 과연 공정하게 진행될 것인가?’
그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빈자리를 향했다.
정확히는, 슬라데이체 대공의 자리여야 했을 자리.
본래라면 슬라데이체의 일원 중 한 명은 참석했을 자리지만 누구도 참석하지 않았다.
‘하필 오늘 같은 날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나중에 반발한다 해도 오늘의 결정을 번복하긴 어려울 거다.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슬라데이체의 잘못이므로.
“그러면 검증은 언제 하실 예정이십니까?”
“경들의 생각은 언제가 좋을 것 같은가?”
황후는 날렵한 턱을 쓰다듬으며 살며시 입꼬리를 들어 올렸다.
황제에게 전권까지 위임받은 황후의 권력은 누구도 무시 못 할 정도였다.
“황태자 위를 결정하는 문제는 제국의 근본을 이루는 문제입니다. 하루빨리 정해져야 하는 문제이니만큼 최대한 급한 날짜를 정하는 게 좋을 듯싶습니다.”
“저도 그 생각에 동의합니다. 1황자 전하께서 머무르는 슬라데이체 대공저에 연락하는 즉시 준비해야 합니다.”
황후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경들의 말이 옳다. 준비가 되는 대로 바로 검증식을 진행하도록 하겠다.”
황궁은 슬라데이체 대공가와 1황자 칼릭스를 대상으로 안내를 보냈다.
하지만 그 안내를 받은 사람은 마물을 토벌하고 돌아온 슬라데이체 대공뿐이었다.
“내 딸과 아들들이 다 어디로 간 거지?”
그러자 카밀라가 대공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로스칼 호수로 가신 지 하루 정도 되셨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주위를 수색하고 연락해도 연락이 되지 않습니다. 실종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내 아이들이.”
우지끈, 대공이 짚고 있던 책상을 일그러뜨렸다. 그가 붉은 망토를 걸치며 단호하게 말했다.
“내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