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8화 (118/172)

바이칼로스 공작은 완벽한 귀족이라 평가받는 남자였다.

“성녀님의 자비를 구하기엔 저희의 죄가 너무 크다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정중하게 선을 넘지 않고 사죄하는 바이칼로스 공작에게선 귀족다운 기품이 느껴졌다.

“바이칼로스의 의무를 저버리고 성녀님을 알아보지 못한 것도 모자라 성녀님을 방해했으니 이 얼마나 큰 죄입니까.”

정갈하게 넘겨서 고정한 태양 같은 적발, 야수처럼 거친 선을 가진 남자다운 외모.

단정하게 차려입은 제복 위도 드러나는 단련된 체구.

“다만 저희의 어리석음을 한 가지 변명하자면, 바이칼로스는 성녀를 뵙기 전 성녀 행세하던 가짜에게 미혹되어 있었습니다.”

늑대처럼 치켜 올라간 회색 눈동자가 큰 죄책감에 물들었다.

“가짜 성녀의 수작으로 저희는 저희도 모르게 악행을 저지르게 되었던 것입니다.”

지금 사죄하는 바이칼로스 공작의 모습은 내가 한 번도 보지 못한 것이었다.

‘어쩌면 다른 귀족들에겐 이런 모습이었을지도.’

바이칼로스 공작은 야수처럼 거친 남자지만, 그래도 제국 최고의 귀족다운 체면과 명예를 지키려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가짜의 정체를 깨닫자마자 저희는 바로 행동에 나섰습니다. 저희의 죄를 수습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어떻게 하셨는데요?”

내 질문에 바이칼로스 공작의 회색 눈동자에 희망이 스쳤다.

“가짜라는 정황이 드러나자마자 곧바로 그 진위 여부를 따졌습니다.”

“…….”

“성녀님께서 알아주실 필요는 없지만, 그 가짜는 저희와 오랜 시간 함께했던 아이였습니다. 저는 양녀로 들이기까지 했지요.”

“그런 아이를 의심하긴 쉽지 않았겠네요.”

“예. 저희에게도 큰 상처였습니다. 그동안 저희가 해주었던 애정이 배신당하는 기분이었으니까요.”

바이칼로스 공작은 담담한 말투로, 하지만 절박함을 숨기지 못한 목소리로 말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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