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건국제의 밤이 찾아왔다.
결투 때문에 난리가 났어도 행사는 그대로 진행되어서 다행이었다.
‘뭐, 황실 행사를 귀족 가문 때문에 미룰 수는 없었을 테니까.’
덕분에 나는 건국제 축제에 폐태자와 놀러 가기로 한 약속을 지킬 수 있었다.
“공녀님, 어디 데이트라도 나가세요?”
“맞아. 친구랑 놀러 가.”
“어쩐지 아까부터 계속 모자를 고민하시더라고요. 이 모자 세 개 중에서 고민하시는 중이셨나요?”
그렇게까지 티 났나 싶어서 왠지 볼이 발그레해졌다.
“응! 어떤 모자가 제일 나은 것 같아?”
“어떤 모자든 다 너무 잘 어울리시는데요?”
베레모와 둥근 챙 모자 중 계속 고민하게 됐다.
‘오랜만에 폐태자랑 만나는 건데.’
폐태자는 아주 어릴 때부터 바깥출입이 금지되어 있었다.
폐태자궁은 하늘조차 막혀 있어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불꽃놀이를 볼 수도 없었으리라.
‘신경 쓰여.’
그래서 폐태자와 억지로 약속도 잡고, 정보 길드장에게 의뢰해서 폐태자를 궁에서 하루만 꺼내달라고 부탁까지 했다.
‘잘되어야 할 텐데.’
오늘 황궁은 건국제 축제에, 바이칼로스와 슬라데이체의 협상으로 마구 정신없을 거라 경계가 유례없이 느슨할 예정이다.
‘……허, 왜 그놈이지? 대신 의뢰비로 다음에 나랑도 축제에 가.’
정보 길드장이 어이없는 조건을 걸긴 했지만 그래도 자신만만한 걸 보니 조금 안심이 됐다.
“좋아. 그러면 이 베레모로 해야겠어.”
“아주 탁월한 선택이세요.”
하녀들이 수군거렸다.
“언제 우리 공녀님이 저렇게 다 컸담.”
“그러게요. 벌써 좋아하는 상대가 생기시다니, 어떤 녀석일지 뒷조사를…….”
“그런 거 아니라니까! 기왕 나가는 거 예쁘게 꾸미고 싶어서 그래!”
나는 새빨갛게 얼굴을 붉힌 채 하녀들에게 대답했다.
‘헉, 약속 시간 늦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