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0화 (110/172)

첫 번째 경기가 막 끝났을 때만 해도 바이칼로스 공작은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역시 에이든 바이칼로스 공자십니다. 제국 최고의 무재답군요.”

“맞습니다. 샤자한을 토벌한 실력이 어디 가지 않는군요.”

주변에서 바이칼로스 공작을 치켜세우자, 바이칼로스 공작은 고고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별거 아닐세. 바이칼로스의 아들이라면 당연히 저 정도는 해야지.”

가운데 앉아 있던 황제조차 느긋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바이칼로스는 다르지.”

“과찬이십니다.”

하지만 두 번째 경기가 시작과 동시에 끝을 맺자, 훈훈하던 분위기는 곧장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아무도 입을 떼지 못했다.

황제가 재밌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팔걸이에 턱을 괴었다.

“결투가 재밌게 돌아가는군. 공작의 생각은 어떠한가?”

“…….”

바이칼로스 공작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기운을 쓰지도 않은 경기다.

그런 경기에서 검이 부러져 패배했으니, 기사로서 이보다 더 수치스러운 패배는 없으리라.

“……그런 듯하군요. 아비로서 에이든의 실력을 너무 과신했던 것 같습니다.”

일순 고요했던 관객들이 우레와 같은 함성을 터뜨렸다.

“우와아아!!”

“슬라데이체 공자가 방금 전 한 거 봤어? 바이칼로스의 검을 완력으로 그냥-!”

“여태까지는 그냥 봐주는 척했던 건가. 이거 앞으로의 승패를 짐작할 수 없겠는데?”

모두가 벨리알의 무용에 놀라 흥분했다. 사람들의 함성이 커질수록 바이칼로스 공작의 속은 더욱 쓰라렸다.

그런 바이칼로스 공작의 마음을 대변하듯 주위의 귀족들이 한마디씩 말을 덧붙였다.

“벨리알 슬라데이체도 이름 높은 무재가 아닙니까. 원래 승부의 세계란 그런 법이지요.”

“맞습니다. 그래봐야 한 번씩 서로 이기고 졌으니 무승부 아닙니까?”

“저는 잠시 방심했던 에이든 바이칼로스 공자가 더 선전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 같군요.”

그때 황제가 공작에게 물었다.

“모두의 생각이 그러한데, 공작의 생각은 어떠한가? 바이칼로스가 마지막 승리를 따올 것이라 자신할 수 있나?”

황제의 말에서 묘한 무시가 느껴졌다.

“당연히 그럴 것입니다.”

꿈틀, 바이칼로스 공작의 내면에 있던 열등감이 자극을 받았다.

“폐하께서 주관하신 경기에 오지도 않은 가문에 패배할 수는 없지요.”

바이칼로스의 공작이 보란 듯이 슬라데이체 대공의 빈자리를 바라봤다.

“내 얘기를 하고 있었나?”

그 순간, 공작의 뒤에서 웃음기 섞인 대공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슬라데이체 대공?”

“제국의 태양을 뵙습니다. 딸아이가 잠시 열이 올라 늦었습니다.”

대공은 품에 귀여운 소녀를 끌어안고 있었다.

분홍색 머리카락과 영롱한 금색 눈동자를 가진 소녀였다.

‘슬라데이체의 입양아?’

나나와 눈을 마주친 바이칼로스 공작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저 평민 여자애가 왜…….’

계획대로라면 저 여자애만큼은 여기에 있어선 안 됐다.

“공작, 왜 그리 놀라나?”

대공이 공작을 보며 픽 웃었다.

“오면 안 되는 사람이 온 것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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