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관은 미소를 지은 상태로 또박또박 이야기했다.
“저는 관심이 없습니다.”
소녀는 잠시 입을 벌렸다. 서러운 듯 눈을 아래로 깔고 처연한 표정을 지었다.
“제가…… 대신관님에게 부족해서 그런 걸까요?”
“그럴 리가 있습니까. 저 말고도 리미에 성녀를 더 사랑할 후원자가 있을 겁니다.”
“저에게는 대신관님뿐이에요.”
리미에가 호소하듯 가까이 다가왔다.
“대신관님도…… 저처럼 고아 출신이시니까. 저를 이해해 주시죠?”
대신관의 눈썹이 움찔거렸다.
리미에는 처연하게 눈매를 늘어뜨리며 대신관을 바라보았다.
“저에게는 아버지가 필요해요. 대신관님처럼 지혜롭고 따뜻하신 분이요. 제 곁에는 그런 사람이 없어요.”
그렇게 말한 리미에는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왔다.
“전 너무 추워요, 대신관님.”
그녀가 손을 겹쳐 모았다.
보듬어주고 싶을 정도로 안쓰럽게 떨리는 앙상한 어깨, 가녀리고 조그만 모습.
하지만 대신관은 자신도 모르게 나나가 생각이 났다.
‘으회잔은 머싰는 사라미야!’
주위 사람을 절대 깎아내리지 않는 나나의 말.
‘난 대신간이 시러할 짓 안 해.’
다정한 듯 벽을 치는 그 태도.
제일 떠오르는 건.
‘나를 이렇게 대놓고 이용 수단으로 삼을 생각은 안 한다는 거지.’
대신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리미에 양.”
“…….”
대신관의 입에서 성녀라는 호칭이 떨어졌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기에 리미에는 고개를 숙였다.
“저는 확실히 거부했습니다.”
“……그러시군요.”
“이미 아버지가 있는 걸 알고 있습니다. 자신의 가족을 무시하는 언행은 삼가주시길 바랍니다. 주신께서 노하실 겁니다.”
리미에는 조용히 뒤로 물러섰다. 그러고는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발걸음을 돌렸다.
뒷모습은 가여워 보이는 소녀이었지만, 리미에의 두 눈은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