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 않아. 넌 죽지 않을 거야.”
내가. 내가 절대 그렇게 만들지 않을 테니까.
이윽고 벨리알의 뺨에 눈물이 한 방울 흘렀다.
그 순간에도 나나의 호흡은 더 옅어졌다.
그사이 창고의 문으로 서너 명의 납치범들이 합류했다.
하지만 벨리알에게 납치범들 같은 건 조금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오직 나나만이 중요했다.
그들은 벨리알의 빈틈을 노렸다.
그러나 그럼에도 공격할 수가 없었다.
정확히는 그들의 발이 바닥에 딱 붙은 것마냥 움직여지지 않았다.
‘뭐, 뭐지.’
팔다리 전부, 자기들도 모르게 덜덜 떨리고 있었다.
‘도대체 왜?’
저 소년은 지금 품에 안은 여자애만 보고 있는데.
그제야 남자들은 볼 수 있었다.
남자애 주위로 휘몰아치는 검은 안개를.
마기였다.
검은 돌풍처럼 폭주하기 시작한 마기에 나무판자들과 상자들이 우지끈 부서졌다.
휘몰아치는 마기와 달리 극도로 고요한 표정의 벨리알은 나나의 심장에 귀를 가져다 댔다.
벨리알이 낮게 중얼거렸다.
“아직 괜찮아.”
광기가 서린 목소리였다.
“지금 가면 돼. 내가 데려다줄게.”
벨리알이 고개를 들었다.
표정은 없었지만 안광은 흉흉했다.
남자들을 노려보며 벨리알은 천천히 나나를 안아 들었다.
납치범들은 본능적으로 맹수에게 도망치듯 주춤주춤 뒤로 물러섰다.
‘저건 사람이 아니야.’
‘어떻게 저걸 이겨.’
나나가 의식을 잃은 순간부터, 벨리알은 이지를 잃었다.
그로 인해 그의 마기가 폭주해 날뛰기 시작했다.
흡사 온몸이 갈라지는 듯한 고통이었다.
하지만 벨리알은 고통 따위는 신경 쓰이지도 않았다.
한 발. 한 발 천천히 걸음을 떼는 벨리알을 보고 벌벌 떨던 납치범들 가운데 한 남자가 겨우 소리쳤다.
“다, 다들 뭐하는 거야! 계획이 실패하면 우린 다 죽어!”
그제야 겁에 질렸던 납치범들이 정신을 차렸다.
“이, 이 젠장! 어쩔 수 없지! 독에 당했으니 그래도 여럿이서 덤벼들면 상대가 되겠지!”
“막아!”
가장 앞에 있는 남자가 검을 휘둘렀다.
남자의 눈에 공포감이 맴돌았지만 그래도 믿는 구석이 있었다.
‘신성력을 축복한 검이니까.’
슬라데이체라도 이 검은 어쩔 수 없을 거다.
하지만 벨리알은 고요히 맨손으로 그 검을 잡아챘다.
쩌적-
마기에 둘러진 벨리알의 손이 검은 반으로 부러뜨렸다.
마기는 마치 안개처럼 뻗어 나가 남자의 목을 휘감았다.
남자는 뭐라 말을 하기도 전에 그대로 자리에서 쓰러졌다.
마치 쓰러지듯 죽어버린 제 동료의 모습에 다른 납치범들을 하얗게 질린 채 뒤로 넘어졌다.
“비켜.”
그들은 도망가지도 공격하지도 못하고 굳었다.
벨리알이 무표정하게 붉은 눈을 번뜩였다.
“내 동생 아프니까.”
단 몇 초면 충분했다.
각성한 슬라데이체의 손에 그들 모두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