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해?”
쥬테페는 아까까지 보였던 차가운 표정을 지운 채 생글생글 웃으며 아이에게 물었다.
“누굴 그렇게 찾아?”
“벨랼.”
아이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대답했다.
쥬테페는 여전히 웃는 상태로 고개만 까딱거렸다.
“이상하네. 형은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금방 나타나는데.”
형은 널 안 좋아해. 그러니 나타나지 않고 있는 거지.
그렇게 돌려서 하는 말이었다.
쥬테페는 이 어린아이가 그 말에 상처받을 것이라 생각했다. 본디 아이라면 그래야 하니까.
하지만 아이는 쥬테페를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쥬빼. 벨랼 나나 안 조하할 수 이쏘.”
“응. 그런데?”
“나나가 벨랼 조하하니까 갠차나. 벨랼 지금 아파. 그러니까 나나 벨랼 차자야 해.”
그 말에 쥬테페의 눈썹이 살짝 까딱거렸지만, 이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면 형이 어딨는지 알려줄까?”
다른 곳을 살피던 아이는 그 말에 고개를 들었다.
쥬테페는 아이를 안내했다. 아이는 쫑쫑거리며 쥬테페를 따라왔다.
하지만 쥬테페가 당도한 곳은 정원에 장식된 분수였다.
쥬테페는 아무렇지 않게 품속에서 펜을 꺼내 나나를 보며 분수에다가 펜을 던졌다.
퐁당- 소리와 함께 펜이 가라앉았다.
“저거 주워오면 알려줄게.”
기르던 개한테나 시킬 만한 모욕적인 행위였다.
쥬테페는 나나가 모욕적으로 느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모욕이 뭔지도 모르겠지만.
그러니 안 할 것이다. 모욕적인 건 몰라도 자존심은 상할 테니까.
굳이 그렇게까지 해서 형을-
하지만 그런 쥬테페의 귀에 첨벙 소리가 들렸다.
“우으…….”
아이는 분수 바닥을 뒤져가며 펜을 찾았다.
온몸에서 물이 뚝뚝 떨어져 마치 물 젖은 다람쥐처럼 변한 아이가 마침내 펜을 찾아 쥬테페에게 내밀었다.
“자.”
“…….”
쥬테페는 아무 말도 못 하고 펜을 바라보았다.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지.
‘고작 형이 뭐라고.’
어차피 널 멀리한다는 건 이 성에 있는 모두가 아는데.
하지만 아이는 아무렇지 않게 물었다.
“쥬빼 이제 즐거어?”
나나는 아무렇지 않게 물어봤다.
어차피 쥬테페가 자신을 어떻게 보는지는 알고 있으니 할 수 있는 질문이었다.
하지만 정작 쥬테페는 무언가에 찔린 듯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가 폈다.
“…….”
“알려죠. 벨랼 오디쏘?”
이렇게 해서 네가 얻는 건 뭐야.
쥬테페는 왠지 모르게 기분이 안 좋아졌다.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목소리에 웃음기는 전혀 없었다.
“형은 오늘 돌아왔어. 식사를 하러 간다고 들었어.”
그 말에 아이는 환하게 웃었다.
“거마어!”
그리고 손을 흔들며 벨리알이 있다는 식당 쪽으로 향했다.
‘고맙다고?’
쥬테페는 아이가 떠나는 그 뒷모습을 응시하다가 돌아섰다.
역시 기분 나빠지는 애완동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