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녀들의 표정이 심각했다.
내 옷을 든 손이 굳어 파르르 떨리기도 했다. 충격에 빠진 것처럼.
왜 저러지?
‘아, 맞다.’
신전 애들은 심심할 때마다 나에게 발을 걸어 넘어뜨리거나 밀어뜨리곤 했다.
그래서 간혹 온몸에 멍이 들고는 했다. 내가 보지는 못했어도, 남이 보기에 징그러운 모습일 수 있었다.
“먄함미다. 나나 까목고 말 몬 해슴미다(미안합니다. 나나 까먹고 말 못 했습니다).”
“사제님…….”
“다쵸소 제송함미다(다쳐서 죄송합니다).”
“…….”
“기분 나쁘게 해소 먄함미다(기분 나쁘게 해서 미안합니다).”
원장 아멜리아는 무능한 금안인 나를 유독 경멸하고 미워했다.
특히 그녀는 내 상처를 볼 때마다 코웃음을 치며 도리어 화를 냈다.
‘사제가 스스로의 몸을 관리하는 건 기본입니다. 지금 다친 걸 자랑이라고 보여준 겁니까?’
‘어찌 무능한 것도 모자라 못난 짓만 골라서 하는지 모르겠군요.’
‘원장인 저라서 참아주는 거지, 이미 다른 사람들은 나나를 안 좋게 보고 있습니다. 모두에게 미움받기 전에 조심하세요.’
하녀들의 굳은 표정에 걱정이 돼 작은 손으로 어떻게든 멍을 안 보이게 가려보려 했다.
하지만 그래봐야 멍 한두 개만 가릴 수 있을 뿐이었다.
“나나 너무 몬나찌요. 쪼그만 이해해 쭈세요.”
고개를 푹 숙이며 시무룩하게 말하자, 하녀 하나가 날 끌어안았다.
“아니에요. 하나도 못나지 않았어요, 사제님.”
그녀는 서둘러 가지고 온 새 옷을 입혀주면서 날 바라보았다.
“사제님이 다친 건 절대 저희에게 미안할 일이 아니에요.”
소피아라고 했던 그녀의 눈엔 눈물이 조금 고여 있었다.
“이 멍이 들었을 때…… 아프지는 않으셨어요?”
분위기가 너무 어두워졌다.
‘이러면 곤란한데.’
나는 잠깐의 고민을 거친 뒤 결심했다.
“갠찬슴미다. 나나 강함니다.”
“무슨 소리세요. 이렇게 연약하신데.”
어쩔 수 없지. 나의 필살기를 보여주는 수밖에.
“나나 늑대.”
난 두 손을 모아 그림자 늑대 모양을 만들었다. 그리고 진심을 담아 그르릉- 그렀다.
“바바, 나나 강함니다.”
그 모습에 소피아가 잠시 눈을 끔뻑이다 얼굴을 숙였다.
이런. 너무 유치해서 안 먹힌 건가. 이래 봬도 필살기인데…….
하지만 이내 그녀가 고개를 들고 소리쳤다.
“귀여워!!”
“……녜?”
다른 하녀 쥬디도 양 뺨을 감싸 쥔 채 반짝거리는 눈으로 날 보고 있었다.
“아구~ 우리 사제님 늑대 너무 무섭네~ 저 잡아먹히겠어요~”
소피아는 얼른 날 무릎에 앉히고 다른 동물들도 보여달라며 날 부둥부둥해 주었다.
난 그 자리에서 ‘고, 고먐미~ 나비~’ 이러며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그림자 동물들을 만들어냈다.
그럴 때마다 쥬디와 소피아는 심장을 부여잡으며. ‘꺄아악! 너무 귀여워!’ 하며 날 더욱 오구오구 해주기 시작했다.
‘엉엉. 나 도대체 왜 이러고 있니.’
정말…….
그리고 이 언니들은 나한테 왜 이렇게 잘해 주는 거야. 고작 그림자놀이에 넘어가다니.
이제 소피아와 쥬디는 자신이 내 머리를 묶어주겠다며 난리를 피우고 있었다.
“아기 사제님은 벼 머리가 예쁠 거야.”
어느새 호칭도 아기 사제님이 되어버렸다.
“무슨 소리야. 당연히 여길 동그랗게 만드는 게 예쁘지.”
소피아와 쥬디가 서로를 노려보며 삼파전을 벌였다.
‘에휴- 피곤해.’
난 결국 소피아의 옷자락을 쭉쭉 잡아당기며.
“오느른 소퍄가 해주세요(오늘은 소피아가 해주세요).”
내일은 쥬디.
내 말에 쥬디는 분한 듯 보였지만, 이내 내일은 아기님의 머리를 예쁘게 해드리기 위해 연습해야지! 하며 의지를 태우고 있었다.
소피아가 내 머리를 예쁘게 벼 머리로 묶어줄 때, 밖에서 전언을 들은 쥬디가 어머어머 하며 안으로 들어왔다.
“아기 사제님! 새로운 사제가 도착하셨대요.”
“사졔?”
“아기 사제님과 같은 신전 출신이래요~ 아기 사제님이 그 사제분이 없으시면 안 된다고 했다면서요?”
엥. 그건 웬 금시초문이래. 그런 놈이 온다고?
나는 눈을 끔뻑거리며 도도도 창가로 가 밖을 바라보았다.
그곳엔 모르는 성인 사제랑.
‘쟤는 그놈이잖아?’
멀리서도 의기양양해 보이는 모습을 보니 더 확실했다.
‘루이스 그레고리.’
신성력이 부족해도 좋은 혈통 때문에 아멜리아 원장 사제의 총애를 듬뿍 받는 남자애다.
‘거기서 그쳤으면 아무 문제 없었겠지만…….’
문제는 내가 자기보다 신성력이 많다는 걸 참지 못한 거였다.
그래서 루이스는 선생님이나 다른 애들에게 신임받는 점을 이용해 나를 악질적으로 괴롭혔다.
자기들끼리 놀다가 망가뜨린 신전 물건들을 내 잘못으로 몰아가기도 했다.
‘나나가 그랬어요. 얼마나 중요한 물건인지 몰랐나 봅니다.’
당연히 내 말은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다.
결국 나는 무려 일주일을 굶어야 했고, 루이스는 진실한 수련생이라며 상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도 내 핑계를 대면서 왔단 말이야?’
너무 황당해서 말도 안 나왔다.
하지만 자세히 생각해 보면 루이스는 전부터 슬라데이체에 가고 싶어 했다.
‘최초의 슬라데이체 파견 사제가 돼서 명성을 쌓고 싶어서였겠지.’
물론 루이스는 나처럼 파견 사제가 되지 못했다.
오히려 겨우 목 잘리지 않고 살아 돌아와 슬라데이체에 대한 악소문을 퍼뜨리곤 했다.
‘당장 루이스의 거짓말을 다 까발리고 싶긴 하지만…….’
슬라데이체에 머무는 것이 허락되었지만 난 아직 파견 사제가 아니었다.
‘지금은 상황부터 파악해야지.’
나는 도토리 같은 주먹을 불끈 쥐고 집무실로 쪼르르 달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