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2화
검으로 바치는 경애 (7)
“조사관. 증언하시오.”
판관이 몸을 젖혔다. 하인리히 신부는 무미건조한 톤으로 말을 이어 나갔다.
“우선 본 재판의 목적이 이단의 심판이 아니라, 악의 개입 여부를 확인하고, 악의 추종 여부에 관해 확인하는 것임을 명확히 하고 싶습니다.
본 조사관은 어셔 백작령에 대한 광범위하고도 세부적인 조사에 착수하였는바, 다음과 같은 결정적인 근거들을 찾아냈습니다.
그 전에 이 모든 비극의 시작인 갱도 붕괴에 관해 설명해야만 합니다. 판관님께 청하노니, 이 사안에 대해 보다 권위 있고 전문 지식과 지혜를 겸한 이를 모셔도 되겠습니까?”
“그렇게 하시오.”
잠시 후, 제국군 정복을 입은 남자가 들어왔다.
옷은 터질 듯이 부풀었고 얼굴은 더 부풀었는데, 카인이 보기엔 더 채울 수 없을 만큼 꽉꽉 채운 피순대 소시지 같았다. 어찌나 얼굴이 빵빵한지 붕어마냥 입술이 볼에 파묻혀 있는 수준이었다.
“제국군 남부 사령부 소속 리히터 폰 크루거 상급공병대장입니다.”
좌중이 다시 술렁거렸다. 종교재판에 왜 제국군 공병대장을 데려오냐는 것이었다. 판관 말라키아가 서류를 뒤적거렸다.
“공성전에 있어서는 제국 내 최고 전문가라 소개되어 있는데, 사실입니까?”
“최고는 아닙니다만, 황제 폐하께서 부여해 주신 지위와 책임에 보답하려 노력하는 중입니다.”
판관은 끙, 하며 입매를 찡그렸다. 아무리 그래도 교황의 앞마당이나 다름없는 마그데부르크에서 황제의 성은 운운은 영 거슬리는 모양이었다.
“조사관. 계속하시오.”
“감사합니다.” 하인리히 신부가 몸을 깊이 숙였다.
“크루거 상급대장님, 공성술 중에는 적의 성을 타고 넘는 것뿐만 아니라 버려진 갱도나 지하의 터널 혹은 땅굴을 파서 침투하는 방법도 있다고 하는데, 사실입니까?”
“그렇습니다. 성 근처의 마을이나 집의 바닥을 뚫고 내려간 다음, 기초 성벽의 지면 약한 부분까지 굴을 팝니다. 갱도는 버팀목을 세워 지지하고요.
성벽을 붕괴시키기에 충분히 깊이 팠다는 판단이 들면, 버팀목을 태워 단번에 성벽을 붕괴시켜 방어측의 전투의지를 꺾는 병법입니다.”
“무척 힘들고 고되겠군요.” 하인리히가 딱하다는 눈빛을 보내왔다. 크루거 대장이 히죽거렸다.
“어렵고 더럽고 지저분합니다. 용맹하게 성벽을 기어오르거나 투석기를 던지는 것처럼 눈에 보이는 행동도 아니기에 멋있어 보이지도 않고요. 사나이다운 전술은 아니지요.
그러나 오늘 열 방울의 땀을 더 흘려서 내일 한 방울의 피를 덜 흘릴 수 있다면, 지휘관은 당연히 그래야 합니다. 부하들의 생명과 승리를 위해서라면, 지휘관 개인은 얼마든지 비겁해져도 됩니다.”
크루거의 얼굴에는 당당함과 자부심이 묻어났다.
“그래서…” 하인리히 신부는 판관을, 그리고 원고 쪽을 힐끔 바라보았다.
“땅굴을 더 효율적으로 파는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 전 제국의 갱도 탐사와 개척법을 깊이 있게 연구하셨다고요. 그 과정에서 ‘불붙는 공기’에 대한 것도 알아내셨고.”
“그렇습니다.” 크루거 대장이 느릿느릿 대답했다.
“주로 과거에 바다나 강이었다가 육지가 되었다는 전승 혹은 전설이 내려오는 곳에서 그런 일이 자주 일어나는데, 지하를 깊이 파고들어 가다 보면 죽은 짐승 냄새가 풍겨 나오는 곳이 있습니다.
경험 많은 광부들은 냄새를 맡은 즉시 불을 끄고 생명줄을 붙잡아 거슬러 올라가는데, 쇳덩이가 돌에 부딪혀 불꽃을 내지 않도록 조심하며 올라갑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불을 피워, ‘불붙는 공기’가 다 사라질 때까지 기다립니다.”
“어셔 백작령 공기의 냄새와 같았습니까?”
카인은 로드릭이 입가를 꿈틀거리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 상급대장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같았습니다.”
“이상입니다.”
할 말을 마친 상급대장이 경비원의 안내를 받아 법정 밖으로 나갔다. 하인리히 신부는 지루한 역사책을 읽는 것만큼이나 무미건조하게 말을 이어 나갔다.
“악취는 불운한 랜슬롯 어셔 백작이 추가 갱도를 개척하기 전에는 나지 않았습니다. 그 이후에 전 영토에 악취가 퍼졌지요.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갱도의 폭발과 꺼지지 않는 불이 마녀의 화염 같은 것이 아니라 ‘불붙는 공기’가 지표상으로 올라왔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판관들이 기록지를 살폈다. 왼쪽에 앉은 이가 질문했다.
“개와 고양이가 불타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는데, 이 점은 어떻게 보셨소?”
“전부 다는 아니지만 대부분 다리와 배, 꼬리 부분에 화상 상처가 깊었습니다. ‘불붙는 공기’는 바닥에서 위로 올라오는 것이니, 이것들은 누가 인위적으로 불을 붙인 게 아니라 자연 현상의 일부로 읽어야 마땅합니다.”
“지독한 악취도 그것으로 설명되겠군. 짐승 썩은 냄새 말이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백작 부인의 오두막에 파리가 들끓은 이유가 설명되지 않소만.”
“그것은 자연의 법칙이 아니라 인위의 손길이 가해졌기 때문입니다.”
하인리히 신부가 손짓을 보냈다. 문밖에서 수녀 한 명이 작은 나무상자를 들고 들어왔다. 적금발 머리의 얼굴이 어두운 수녀였다. 신부가 상자를 열어젖혔다.
안감 말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는데, 신부는 상자 안에서 뭔가를 집어 들었다.
“뭘 집은 거요?”
“담비 털입니다. 고급 붓으로 많이 쓰이는 소재이며, 어셔 백작령처럼 가난한 곳에서는 무척 드물고 값비싼 물건입니다.”
“담비 털이 이 일과 무슨 연관이오?”
“이 담비 털은 백작 부인의 오두막 벽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아주 작은 틈새였는데, 그곳에는 끈적하고 달콤한 냄새가 나는 액체 일부가 남아 있었습니다. 파리가 미처 다 먹지 못한 꿀이었습니다.”
웅성거림이 더욱 커졌다. 판관은 책상을 내리쳤다. “정숙!”
하인리히는 사람들이 조용해질 때까지 기다렸다. 그러나 원고 쪽을 바라보지는 않았다.
“누군가 담비 털로 백작 부인의 오두막에 꿀을 발라 놓았고 ‘불붙는 공기’에 모여든 파리들은 꿀을 먹으려 오두막에 달라붙었습니다.
백작 부인은 남편을 잃은 슬픔과 집 밖에 우글거리는 파리떼 때문에 감히 밖을 나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백작령을 인수한 상인은 모피와 가죽 거래를 전문으로 하며…미술가들의 열렬한 후원자이기도 합니다.”
원고석 형제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다채롭게 변화했다. 하인리히 신부는 그제야 몸을 돌렸다. 그들 형제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씩 다가섰다.
“오두막 안에도 파리가 가득했기에 백작 부인은 식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굶주림과 끔찍한 악몽, 계속해서 나오는 벌레 때문에 히스테리도 일으켰고, 수면 부족과 정신적 고통에 시달렸습니다.
마그데부르크의 의사가 진단한 바에 의하면, 머리와 등, 어깨의 상처를 미루어 보건대 이미 여러 번 발작을 일으켜 바닥을 뒹군 흔적이 보인다고 했습니다. 옷을 제대로 입지 못한 것은, 옷을 입을 정신도 기력도, 그럴 수 있는 깔끔한 옷도 없어서였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하인리히가 수녀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수녀는 옷자락 안에서 서류를 끄집어냈다. 돌돌 말린 두 장의 서류였다.
“말, 말도 안 돼.”
에드거 어셔 신부가 신음을 흘렸다.
“백작 부인이 서명한 이 서약서에 의하면, 부인은 죽고 난 다음 재산의 반을 교구에 기증하기로 되어 있습니다. 수령인은 에드거 어셔 신부입니다. 어셔 신부. 대답해보시오. 모든 내용을 설명해 주셨소?”
“서, 설명하고 말고 할 것도 없었습니다! 적혀 있으니까 잘 읽고 적기만 하면 된다고 했고 백작 부인도 분명히 다 읽고 이름도 똑바로 썼단 말입니다! 심지어 모르면 물어보라고도 했고! 백작 부인 역시 귀족으로 받아야 할 교육을 다 받은 분인데!”
“그래요?” 하인리히 신부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백작 부인은 글을 읽지도 쓰지도 못하는데. 그건 모르셨던 모양이로군. 아니. 다시 말하리다. 정확히 말하면 ‘제대로’ 읽지 못하고 ‘제대로’ 쓰지 못하오. 글자가 마구 뒤섞여 보이거든.
이것은 악마의 장난질도 학습 능력의 문제도 아니오. 그저 눈이 착각을 일으키는 것일 뿐이지. 아카데미 설립 이후로 특이하게 이런 현상을 보이는 사례가 많이 집계되었는데, 의사들은 이를 '난독증' 이라고 부르더이다. 백작 부인도 이런 경우더군. 그러니까.”
하인리히는 두 번째 서류를 끄집어냈다.
“여기. 백작 부인이 직접 자필로 적어 넣었다는 이 편지는 대필 아니면 위작이오. 이 문서는 백작 부인이 죽고 나면 재산의 반을 ‘사랑하는 가족’인 로드릭 어셔에게 물려준다는 내용인데, 굉장히 질서 정연하고 네모반듯한 글씨체요.
백작 부인에게 붙여 주었다던 하녀의 글씨체와 굉장히 비슷하더군. 바로 로드릭 어셔, 당신이 붙여준 하녀.”
하인리히가 원고석에 앉은 두 남자를 내려다보았다. 음울하고 우울한 목소리였다.
“인과의 근원을 되짚어 나가는 것은 지난한 일이지만, 과감하게 한번 맞추어 보겠습니다. 하필 왜 은광 갱도 아래 그런 나쁜 공기가 있었는지는 모릅니다. 그것에는 우리가 헤아리지 못하는 깊은 뜻이 있겠지요.
그러나 여기 있는 두 사람은 그 불행을 아주 요긴하게 이용하였습니다.
악취와 파리떼가 모여드는 것을 보고 미망인의 오두막에 꿀을 발라 그것들을 유인하였고, 들개와 들고양이를 붙잡아 자연적으로 불타는 불 위에 내려놓았으며, 백작령의 사람들을 선동해 백작 부인을 마녀로 몰아붙여 그녀를 극한 상황에 빠트린 다음, 종교재판에까지 넘겼지.
종교재판에 회부되었다는 단 하나의 사실만으로도 백작 부인을 폐인으로 만들기에는 충분하니까 말이오. 백작령에서 살 수 없을 만큼 몰아붙이지만, 마녀로 불태워서는 안 되었지. 그랬다간 백작 부인의 재산이 당장 압류당하고 소각되니까.
먹을 것, 마실 것, 한때 믿고 의지했던 사람들이 모두 몸을 돌린 가운데, 유일하게 손을 내밀어준 가족이라면, 젊은 미망인이 택할 길이 많지는 않았겠지. 그러니 말하시오.”
“무, 무엇을 말입니까?”
“둘 중 누가 백작 부인의 배를 부르게 했는지.”
배다른 형제의 얼굴에 식은땀이 흘렀다.
“농, 농담이 과하십니다.”
조사관은 말없이 판관에게 몸을 돌렸다.
"판관님. 저는 이곳에 악마의 영향을 받은 이가 있다고 말하였습니다. 저 가련한 여인이 바로 그 영향을 받았습니다. 악마에게 씐 것이 아니라 악마로부터 괴롭힘을 당한 탓입니다.
그리고 지금 이 두 악마는 이 순간에도, 숨을 내뱉는 것만으로도 이 법정을 더럽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더 많은 악마가 있으니, 그들을 군단이라 불러 마땅합니다.”
“그들이 누구요?”
“먼저 부정한 상인입니다. 그는 현재 도주 중이며, 추적자들이 그의 뒤를 밟고 있습니다. 로드릭 어셔와 에드거 어셔 신부는 백작 부인에게 넘겨받은 몫의 절반은 도로 그 상인에게 돌려주고 나머지 반은 자신들이 챙기려 하였습니다.
또 하나는 백작령의 사람들입니다. 저기. 탄광촌의 촌장분이 자리에 앉아 계시니, 제가 한 번 물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다리를 떨던 떠는 노인이었다. 그는 이제 턱까지 부딪히며 떨어대었다. 하인리히 신부는 그에게 고요히 죽음처럼 찾아들었다.
“누가 당신네에게 벨제붑에 대한 지식을 가르쳤소? 악마에 대한 지식은 아무나 접할 수 있는 게 아니오. 누가 당신네에게 그것을 속삭였고, 누가 금전으로 그대들의 입을 틀어막았소?
그리고 여러분은 왜 여러분 자신이 알지도 못 하는 이야기를 근거삼아, 한때 여러분에게 은혜를 베풀었던 이를 모독한 것이오?”
“사, 사, 살려 주십시오…”
“판관님. 마귀가 이들의 입을 막고 있으니, 지혜의 답변을 기다립니다.”
판관 말라키아가 책상을 내리쳤다.
“참으로 어이없고도 기가 막힌 일입니다. 사람의 탈을 쓰고, 어찌 자신들을 귀히 여긴 백작의 미망인을 이리도 모질게 대할 수 있단 말입니까? 그러면서도 감히 뻔뻔스럽게, 검의 경애를 받은 용사들의 성지에서 거짓을 고하다니.
이것은 악마의 명백한 개입이 없다면 일어날 수 없는 일. 따라서 나는 이 자리에서 판결합니다.
원고와 백작령의 마을 사람들, 이 일에 개입된 모든 이들을 끌어내시오. 귀에 화살촉을 꽂고 창고의 천장에 거꾸로 삼 일 동안 매달되 먹을 것도 마실 것도 주지 마시고, 목이 마르거든 그들 귀에서 흐르는 피로 목을 축이도록 하시오.
감히 말을 꺼내거나 신음을 내뱉는 자는 악마가 뱃속에서 아우성을 치는 것이니, 마땅히 허공에서 빙글빙글 돌려 악을 빼내어야 할 것입니다.
그 동안은 이단심문관을 만나지도 못할 것이고 심문관이 대화에 응해서도 안 될 것이오. 진실을 말할 준비가 되기 전에 떠드는 모든 것은 전부 거짓이므로.”
“사, 살려주십시오, 살려주십시오! 제발 한 번만 용서해…!”
“경비병!”
경비병이 노인의 배를 후려쳤다. 억 하는 소리조차 내지 못한 채 그가 몸을 굽혔다. 노인은 그래도 뭔가 말하겠다는 듯 버둥거렸으나, 경비는 강철 건틀릿으로 그의 입을 움켜잡았다.
“진실과 진리를 고하기는커녕 힘에 굴종하는 모습을 보아하니 진정 저들이야말로 악마로구려. 너희 불경한 자들아. 거짓된 독사의 자식들아. 쌍두독수리의 영광에 따라, 너희에게 마지막 인간성이 남아 있는지를 보겠노라. 누가 주동하였느냐? 누가 이 모든 일을 계획하였느냐?”
“제 동생입니다!” 로드릭이 고함쳤다.
“제 형입니다!” 에드거 신부가 소리쳤다.
둘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서로의 비행을 맹렬하게 비난했다. 백작 부인이 흐느껴 울었다. 수녀들이 수호천사들처럼 그녀를 에워싸고 달래주었다.
“이런 더러운 새끼가!”
로드릭이 에드거를 밀어붙였다. 뚱뚱한 신부가 볼썽사납게 바닥에 허우적거렸다. 분노한 로드릭의 눈에, 원고석에 놓인 철필이 보였다.
“나는 가슴밖에 안 만졌었단 말이다!”
로드릭이 철필을 꼬나쥐었다. 에드거의 눈을 향해 내리꽂았다. 경비병들이 달려들었다. 그러나 로드릭은 뜻을 이루지 못했다.
딱.
카인이 지팡이로 로드릭의 턱을 쳐올렸다. 고개가 확 젖혀진 로드릭의 울대를 찍어 눌렀다.
“어, 어, 어이구 세상에나!”
카인은 마치 우발적이었다는 듯 지팡이를 바닥에 던져버렸다. 쳐다보기도 싫다는 듯 덜덜 떨었다. 우르르 달려든 경비대 누구도 그를 신경 쓰지 않았다.
판관 말라키아는 이제 정숙 소리도 지쳤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퇴정해버렸다. 카인의 앞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용기 있는 행동이었소.”
하인리히 신부였다. 카인은 겸연쩍다는 듯 옆머리를 긁적거렸다.
“저도 모르게 엉겁결에 한 일이었습니다만…”
“나를 만나고 싶어 하셨다 들었는데.”
“아…예.” 카인이 비척거리며 일어섰다. 릴리도 함께 일어섰다.
“저, 저희 부부가 긴히 말씀드릴 것이 있어서…”
“여기는 소란스럽구려.”
하인리히 신부가 다시 고개를 내저었다. 볼썽사나운 형제는 도살당하는 돼지처럼 고함을 지르고 있었는데, 그때마다 경비대의 철 장갑이 그들을 후려쳤다.
수녀들은 기절한 백작 부인을 둘러업고 황급히 달려 나갔다. 카인은 문득 적금발 머리카락의 수녀가 자기를 노려보았다고 생각했다. 미묘하게 낯이 익었다.
“…내 방으로 가서 이야기합시다.”
하인리히가 손수 카인의 지팡이를 들어주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천연가스를 처음으로 사용한 국가는 중국으로 알려져 있는데, 서기 3세기부터 썼다고 합니다.
미국 펜실베니아 센트레일리아는 탄광촌인데, 1962년에 발화한 불이 지금도 꺼지지 않아 유령마을이 되었다고 합니다. 향후 250년은 지나야 가스가 다 고갈될 거라고 하네요.
귀에 화살촉을 꽂은 고문 방식은 엔도 슈사쿠의 소설 '침묵'의 오마쥬임을 밝힙니다.
'어셔 가의 몰락'은 이름만 빌려왔는데, 본문 내용과는 별 상관 없지만, 진정한 피폐 공포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