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화
──── 쾅! 쾅! 쾅! 쾅! 쾅!...
다비온과 위로그의 무차별적인 공격.
엄청난 압박에 계속해서 뒤로 밀려났다.
어쩌다 반격할 기회를 잡으면,
“천상 수호.”
샤론 군주가 그들을 보호했다.
테사다르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뼈를 주고 살을 취한다.’
테사다르가 필살의 자세를 취했다.
부상을 무릅쓰고 샤론 군주를 집중 공략했다.
그 결과 큰 부상을 당했지만,
샤론 군주와 위로그 총관을 쓰러트릴 수 있었다.
특히, 위로그 총관은 샤론 군주를 보호하려다,
더 큰 부상을 입었다.
테사다르의 도박이 성공한 것이다.
이제 열 명의 군단장들이 자신을 돕기만 하면,
모든 것이 순조롭게 끝날 수 있었다.
헌데,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열 명의 군단장들이 픽픽~ 쓰러지고 있었다.
그것도 반격 한번 못해보고 말이다.
마치, 마력 동결에 당한 듯한 모습.
그것이 아니라면, 저토록 무기력할 수 없었다.
쓰러진 군단장 뒤로 한 인물이 등장했다.
3m 크기의 처음 보는 생명체였다.
형상은 기사인데, 그림자처럼 시커멓고 어두웠다.
또한 놈 주위로 아지랑이 같은 흑색 아우라가 일렁였다.
단연코 처음 보는 괴물이었다.
놈이 자신을 향해 똑바로 다가왔다.
순간,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맙소사···’
말도 되지 않았다.
발록의 일족이 공포를 느끼다니···
고작 저따위 괴 생명체에게 말이다.
테사다르가 으드득~ 거리며 어금니를 깨물었다.
***
조용히 한 걸음씩 다가갔다.
지금 다비온 경이 테사다르를 공격하고 있었다.
헌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사다르의 눈은 정확히 날 향해 있었다.
마치 무언가에 크게 놀란 듯한 모습.
“어딜 한눈파는 것이냐!”
──── 콰앙!
다비온 경의 주먹이 테사다르를 직격했다.
“커헉!”
테사다르가 튕겨져 날아갔다.
놈이 피 분수를 뿌리며 성벽에 처박혔다.
다비온 경이 바닥을 박차며 놈에게 달려들었다.
“이익!”
화들짝 놀란 놈이 황급히 전투 자세를 취했다.
──── 쾅! 쾅! 쾅! 쾅! 쾅!...
다비온 경과 테사다르의 공방이 다시 시작되었다.
이미 둘 다 피투성이가 된 상태.
공방의 유불리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들에게 남은 것은 생과 사.
오직, 그것뿐이었다.
“죽어라!”
“너나 죽어라!”
──── 쾅! 쾅! 쾅! 쾅! 쾅!...
죽기 살기로 치고받는 모습에 기가 막힐 지경.
“하악! 하악···”
“허억! 허억···”
숨 가쁜 와중에도 끝까지 물어뜯고 싸웠다.
온몸에서 피가 철철 흘렀다.
눈살이 절로, 찌푸려질 정도.
조용히 그들 곁으로 다가갔다.
그들의 표정이 점점 경악으로 물들었다.
특히, 테사다르의 표정이 그랬다.
내가 자신의 군단장들을 모두 압살했기 때문이었다.
바보가 아닌 이상, 적이라는 것을 직감했을 것이다.
“누, 누구냐!”
다비온 경이 물었다.
몹시도 긴장한 표정.
나는 그를 뒤로하고, 테사다르를 직시했다.
“죽어라!”
테사다르의 가슴에 있는 힘껏 주먹을 때려 박았다.
──── 콰앙!
폭발 소리와 함께, 놈이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바닥을 박차고 달려들었다.
또다시 있는 힘껏 주먹을 때려 박았다.
──── 콰앙!
폭발 소리와 함께, 놈이 또다시 주르륵 밀려났다.
테사다르의 얼굴이 경악을 넘어, 공포로 물들었다.
“아직이다!”
어느새 따라붙은 나는 무차별적으로 주먹을 때려 박았다.
──── 쾅! 쾅! 쾅! 쾅! 쾅!...
“커어억···”
테사다르가 머리를 숙인 채, 온몸으로 주먹을 맞았다.
나는 놈을 향해, 우측 팔을 뻗었다.
“말했지? 아직이라고.”
(폭룡.)
- 스팟!
바람 소리와 함께, 폭룡이 튀어나왔다.
그와 동시에,
“크아악!”
테사다르의 왼팔이 툭하고 떨어졌다.
경악한 테사다르가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크흑, 내 팔을··· 이놈, 어디 두고 보자! 반드시 복수할 것이다!”
테사다르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공간 이동한 것이다.
놈이 달아난 곳으로 순간 이동하려던 찰나,
12군단이 몰려왔다.
끝도 없이 몰려드는 엄청난 수의 병력들.
죽음의 공포도 잊은 채, 무작정 돌격해왔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수.
로도스군이 패닉 상태에 빠졌다.
“하,”
이런 상태로는 도저히 적과 싸울 수 없었다.
“모두 정신 차려!”
나는 우측 팔을 뻗으며 고함을 질렀다.
● 폭사 : 상공에서 500자루의 폭룡을 생성한다.
‘폭사.’
상공에서 500자루의 창이 생성되었다.
- 쉬익!
바람 소리와 함께, 빛살 같은 속도로 지상에 떨어졌다.
──────── 콰콰콰콰콰콰콰...
엄청난 폭발과 함께 반경 1km 내외가 초토화되었다.
믿을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위력.
로도스군 전체가 정신을 번쩍 차렸다.
이는 적군도 마찬가지.
눈앞에 펼쳐진 엄청난 위력에 본능적으로 반응했다.
적군 중 일부가 돌격을 멈춘 것이다.
하지만 상당수의 적군은 계속해서 돌격해왔다.
나는 또다시 우측 팔을 뻗었다.
방금 전 공격은 사실, 공포탄이었다.
우리 군 사기를 올리고 적군에게 공포를 심어주기 위해,
일부러 폭사를 발현한 것이다.
아무도 없는 곳에다 말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계속해서 돌격하는 적군을 향해,
폭사를 발현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때,
“안 돼요!”
샤론 군주가 내 앞을 막았다.
“저들은 선량한 로도스 왕국의 백성들이에요. 무차별적인 학살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어요!”
“군주님, 지금은 전쟁 중입니다.”
“알아요.”
“아시면 비키세요.”
“아니요, 절대 못 비켜요!”
“저들을 죽이지 않으면 로도스군이 죽습니다.”
“그래도 절대 못 비켜요!”
“군주님!”
“절대로 못 비킨다고요!”
샤론 군주의 앙다문 입술 사이로 결기가 느껴졌다.
무슨 일이 있어도, 폭사를 막겠다는 모습이었다.
“저들은 이미, 이지를 상실한 자들입니다. 로도스 왕국의 선량한 백성들이 아니라고요.”
“다시 한번 말하겠어요. 무차별적인 학살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어요.”
“저들을 막지 않으면, 상당한 피해를 입을 겁니다.”
“방법이 있어요. 외성을 버리고 내성으로 피하겠어요.”
그녀의 말에 내성으로 고개를 돌렸다.
‘내성이라···’
“지금 병력으로는 외성을 방어하기 어려워요. 하지만 내성은 달라요. 내성은 충분히 방어할 수 있어요. 더욱이, 내성은 훨씬 더 견고하고 높아요. 큰 희생 없이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어요.”
“하,”
적들은 최소 마스터 등급의 다크 템플러였다.
다크 템플러가 내성을 넘지 못할 리 없었다.
이제 곧, 끝없는 공격이 시작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성으로 퇴각하는 건,
별로 의미가 없었다.
“차라리, 테일러 성으로 퇴각하시죠.”
“안돼요. 이곳 내성에는 크리스탈이 있어요. 어떠한 경우에도 내성만큼은 포기할 수 없어요.”
“흠,”
“태리 단장, 군주님 말씀이 옳네. 내성은 절대로 포기할 수 없네.”
다비온 경이 다가왔다.
“그리고 무차별적인 학살은 나도 반대일세.”
그가 고개를 저었다.
“다비온 경까지 그렇게 말씀하신다면야···”
나는 팔을 내렸다.
“전군, 내성으로 퇴각하라!”
다비온 경의 명령에,
로도스군 전체가 퇴각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 모습에, 상황을 냉정히 평가했다.
‘상당한 피해를 입을 텐데···’
다비온 경과 나,
둘만으로는 모든 적군을 막을 수 없었다.
어림잡아도 150만.
그야말로 기절초풍할 수였다.
로도스군의 피해를 획기적으로 줄일 방법이 필요했다.
그러다,
‘그림자 공작!’
그림자의 권능이 떠올랐다.
나는 이미 그림자 공작으로 진화한 상태.
그림자 공작이라면···
내성 방어가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그래!’
그림자 병력을 동원한다면 충분히 가능성 있었다.
일단 소환했던 병력들을 모두 소환 해제했다.
그런 후, 내성으로 들어가 그림자 병력을 다시 소환했다.
- 그림자 후작(25) 그림자 백작(125) 그림자 자작(625), 그림자 남작(3,125)
그림자 후작부터 그림자 남작까지만 병력을 소환했다.
마스터 아래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으니 말이다.
그림자 속에서 3950명의 그림자가 솟구쳤다.
이들 중, 하이퍼 스피릿만 25명이었다.
그림자 병력이 솟구치자, 로도스군 전체가 경악했다.
나는 그들을 보며, 로도스군을 뒤로 물렸다.
“지금부터 내성 방어는 그림자 병력이 맡겠습니다.”
“무슨 소린가!”
다비온 경이 의문을 표했다.
나는 그림자 병력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줬다.
기본적으로 그림자 병력은 로도스군과는 완전히 달랐다.
일단 그들은 지치지 않았다.
또한 끊임없이 싸울 수 있었다.
게다가 마력도 무한대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영원불멸의 존재였다.
물론, 내가 살아있는 한 말이다.
쉽게 말해 4천의 병력이 훨씬 더 효율적으로,
방어가 가능하다는 뜻이었다.
***
12군단이 외성을 넘어, 내성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그림자 병력이 내성을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와 다비온 경은 골렘을 비롯한 공성 마물에만 집중했다.
한참 후, 공성 마물을 모두 잡을 수 있었다.
전장을 살피니, 크게 위협되는 놈들이 없었다.
이제부터 매우 안정적인 방어가 가능해졌다.
그제서야 한숨을 돌린 나는 테사다르의 위치를 확인했다.
‘ 변환. ’
그림자 병력을 전송석으로 변환시키자, 반경 10km 이내의 모든 그림자가 통제하에 들어왔다.
느껴졌다.
테사다르의 위치가···
놈은 현재 본진에서 치료 중이었다.
특히 왼팔이 고통스러운지 몸부림치고 있었다.
그때였다.
“히익!”
놈이 내 시선을 느꼈는지 공포에 벌벌 떨었다.
그림자 속에서, 내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것이다.
과연, 어둠에 특화된 악마였다.
(너, 넌 누구냐! 대체 정체가 뭐야!)
놈이 텔레파시로 내게 물었다.
(나는 모든 악마를 부정한다. 그림자 속에서 끊임없이 너를 지켜볼 것이다.)
(이익!)
놈이 공간 능력을 발현하더니 또다시 연기처럼 사라졌다.
베스 제국으로 도망친 듯했다.
***
“위로그 총관님, 좀 어떠십니까?”
샤론 군주가 위로그 총관을 치료 중이었다.
“많이 좋아지셨어요.”
“군주님께서 치료해 주신 덕분입니다.”
“미안해요, 위로그 경. 나 때문에···”
“아닙니다, 군주님 때문이라뇨.”
“····· 어쨌든 고마워요, 위로그 경.”
“허허, 별말씀을···”
둘의 훈훈한 모습에 머리를 긁적였다.
“고맙네, 태리 단장.”
“네?”
“이 모든게 자네 덕분일세. 자네야말로 우리들의 진정한 은인일세.”
“하하;; 무슨 그런···”
“자네가, 군주님을 지켜주지 않았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구먼.”
위로그 총관이 내 손을 꼭 붙잡았다.
“고맙네.”
“하하;;”
“그나저나 지금 상황이 어떤가? 좀 나아졌는가?”
위로그 총관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지금 몇 시간째, 적들과 싸우고 있었다.
워낙에 엄청난 수였기에 싸워도 싸워도 끝이 없었다.
그림자 병력이 없었다면, 로도스군은 벌써 전멸했을 터였다.
‘나와 다비온 경 정도만 살아남았겠지.’
“하아, 정말 잔인한 놈들이군.”
위로그 총관이 한탄을 했다.
총사령관인 테사다르가 퇴각했음에도,
12군단은 퇴각하지 않았다.
그들이 죽어도 상관없다는 뜻이었다.
“마물을 뜯어먹으면서 버틸 거예요. 지금은 공성 마물 때문에 괜찮지만··· 곧, 식량이 떨어지면 서로를 물어뜯고 죽일 거예요. 하아,”
샤론 군주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지를 상실한 다크 드래고니안들이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몰랐다.
충분히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였다.
샤론 군주가 돌연 무릎을 꿇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