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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로 인류 최강-35화 (35/110)

35화

‘소환!’

그림자 기사와 그림자 투사를 소환했다.

!!

그림자 병력이 소환되지 않았다.

[ 이곳에서는 그 어떤 이능과 권능도 쓸 수 없다. 넌 이제 X된 거다. ]

야수가 바닥을 박차며 덤벼들었다.

나 역시도 바닥을 박차며 짓쳐 들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서로의 지근거리로 접근했다.

[ 한 번. ]

번개처럼 주먹을 뻗으며, 놈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 붙자고. ]

가늑골과 진늑골 사이로 주먹을 때려 박았다.

아랫배를 비롯한 흉부 역시도 무차별적으로 타격했다.

놈 역시도 주먹을 뻗으며 내 허점들을 공격했다.

한 걸음.

혹은 두 걸음.

딱 그 정도의 움직임으로 수십, 수백의 공방을 주고받았다.

놈의 힘도, 나의 힘도 강기가 아닌 청강기.

주먹에서 터져 나오는 청강권이었다.

- 쾅! 쾅! 쾅…!

폭음이 터질 정도의 파괴력.

그런 주먹이 놈의 전신을 강타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무차별적으로 타격했다.

주먹을 갈기다 무아지경에 빠져들 정도.

놈에게,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 쾅! 쾅! 쾅! 쾅! 쾅…!

짜릿했다.

강렬했다.

그리고 아찔했다.

박진감이 넘쳐흘렀고, 호쾌함이 터져 나왔다.

그러다,

‘어라?’

뭔가 좀 이상했다.

수십, 아니, 수백 방을 타격했다.

놈의 내장이 가루가 됐어도 벌써 됐어야 했다.

헌데, 놈은 웃고 있었다.

왜!

[ 말했잖아. 넌 절대로 이길 수 없다고. 이곳에서 난 무적이라고. ]

[ 하, ]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 무적이라고? ]

[ 그래. ]

[ 그 무적, 내가 확실히 쪼개 주마. ]

야수를 향해 다시 주먹을 갈겼다.

살이 찢겼다.

뼈가 부서졌다.

가루가 될 정도로 뭉개지고 짓이겨졌다.

혼신의 힘을 다해 놈을 타격했다.

반드시 죽인다는 일념으로 전력을 쏟아부었다.

허나, 소용없었다.

데미지 제로.

고통을 느낄 새도 없이, 상처가 복원되었다.

아무리 때려도.

아무리 부셔도, 그 흔한 생채기 하나 남지 않았다.

그것을 깨달았을 때, 놈의 진짜 반격이 시작되었다.

놈의 두 주먹에서 녹색빛 아우라가 솟구쳤다.

마스터 등급.

녹강기였다.

[ 크크크. 너와 나의 차이다. 알겠냐, 이 버러지 새끼야. ]

놈의 일방적인 공격.

힘, 스피드, 체력 모든 면에서 나를 압도했다.

내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었다.

“끄아아악!”

강력한 타격이 들어왔다.

입술이 터지고, 눈두덩이가 부어올랐다.

광대뼈가 박살 나고, 아래턱이 내려앉았다.

이빨이 하나둘씩 박살 났다.

한쪽 눈이 뭉개졌다.

좁혀진 시야.

얼마나 맞았는지, 눈물이 흐를 정도.

입안 가득 핏물이 고였다.

이빨이 박살 나 자동으로 흘러내렸다.

억압, 두려움, 공포, 그리고 상상도 못 할 고통.

‘죽고 싶지 않아. 죽고 싶지 않다고.’

‘난, 죽기 싫다고!’

소리쳤지만, 입이 열리지 않았다.

그저, 머릿속으로 생각할 뿐이었다.

‘아파! 아프다고!’

눈물이 쉼 없이 흘러나왔다.

[ 굴복하라! ]

[ 내게 굴복하라! ]

[ 어서 내게 굴복하라! ]

야수가 소리쳤다.

자신에게 굴복하라고.

[ 무릎을 꿇어라! ]

[ 내게 무릎을 꿇어라! ]

[ 어서, 무릎을 꿇어라! ]

야수가 소리쳤다.

자신에게 무릎을 꿇으라고.

정신이 붕괴될 정도의 아찔한 충격.

억압, 두려움, 공포.

그리고, 이 악랄한 고통에서 해방되고 싶을 뿐.

[ 그래, 그거다! ]

[ 바로 그거다! ]

[ 살려주마. 내가 살려주마. 내가 살려주겠단 말이다. ]

[ 빌어라. 어서 빌어라. 살려달라고 빌어라. ]

[ 어서! ]

폭력 앞에서 길들어진 나약한 내 모습에, 정신이 무너졌다.

그러다,

……내가 왜!

내가 왜, 굴복해야 하는데!

가슴속 깊은 곳에서, 울분이 터져 나왔다.

‘죽여라!’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물었다.

‘죽여라!’

두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죽이란 말이다!’

[ 이태민! ]

‘죽이란 말이다!’

[ 정신 차려라 이태민! 난 언제든 널 죽일 수 있다! 지금 당장이라도 죽일 수 있단 말이다! ]

‘그러니 죽여라. 어서 날 죽여라. 어서 죽이란 말이다!’

[ 이태민! ]

‘그런 거다. 그렇기 때문에, 날 죽일 수 없는 거다.’

[ 이태민! ]

‘날 죽일 수 없기에, 복종을 강요하고. 날 죽일 수 없기에, 굴종을 강요한 것이다.’

[ 살려달라고만 해라. 그럼, 고통에서 해방시켜 주마. ]

‘아니.’

놈을 주시했다.

‘이젠, 네 차례다.’

손으로 청강기를 발현했다.

[ 이. 태. 민!! ]

‘널 죽일 수 있는 방법.’

[ 멈춰! 멈추라고! ]

기겁한 야수가 소리를 질렀다.

‘내가 죽으면 되는 거다. 그것이 유일한 방법인 거다.’

[ 아니야! 아니라고! 멈춰, 이 자식아! ]

가슴에 손을 대고, 심장을 멈춰 세웠다.

순간적인 고통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 이. 태. 민! 이- 태- 민-!!! ]

기겁한 야수가 미친 듯이 달려왔다.

하지만,

내 시야는 암전이 된 후였다.

***

70년 전, 처음 게이트가 생성된 후, 지금까지 수많은 강자들이 탄생했다.

마감청 청장, 사방신 길드장 그리고 신화 클랜의 창절.

이들이 바로 대한민국 최초의 육명왕이었다.

헌데, 이들조차도 뛰어넘는 자가 존재했으니.

그가 바로, 카오스였다.

사람들은 그를 1악이라 칭했다.

때는 바야흐로 10여 년 전,

고등급 게이트에서 아주 특별한 무덤이 발견되었다.

카오스는 디멘션을 동원해 연구를 시켰다.

얼마 후, 디멘션이 밝혀낸 사실들은 이랬다.

외계 문명 혹은 마도 문명이라 불리는 게이트 너머의 세상.

그곳에, 마도 제국이라는 강대한 국가가 존재했었던 것이다.

마도 제국에는 엄청난 강자들이 많았다.

그들 중 하나가 바로 마계 공작 아슬란 자라였다.

카오스가 발견한 무덤은 일반적 무덤이 아닌, 마계 공작 아슬란 자라의 무덤.

그림자의 권능이 봉인된 장소였던 것이다.

카오스는 혼돈.

혼돈은 어둠.

어둠은 그림자.

카오스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그림자의 권능에 가슴이 벅차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림자의 권능을 얻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무려 3년간 수백 명의 아이들을 납치해 살해했다.

그림자의 제물로 바치기 위해서였다.

죄 없는 아이들의 원혼이 쌓이고 쌓여만 갔다.

그러다 결국, 원혼의 원죄가 악의를 넘어 핏빛으로 물들었을 때,

아슬란 자라의 봉인이 풀리기 시작했다.

아슬란의 비석이 강렬한 빛을 발산했다.

[ 고대의 법률이 세상을 조율하던 시절. 자아가 눈을 떴을 때부터 죄책감, 후회, 비탄 그리고 온갖 고통들이 눈에 보이고 만질 수 있었다. ]

[ 그것이 내 주변, 어디에 있더라도 느낄 수 있었지. ]

[ 그것은 때론 축복과 은혜의 형태로. 때론 형벌과 타락의 형태로 고스란히 다가왔단다. ]

[ 참회란 것은 고통과 규탄을 임의로 끝내는 것이 아니다. ]

[ 너희들은 절대 풀지 못하고 풀 수도 없는, 경건하면서도 잔혹한 것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

[ 그것이 바로 신의 뜻이며, 기적일 것이다. ]

[ 이 비석을 읽는 사도여. 너희는 운명에 대항할지 혹은 받아들일지를 고민하라. ]

[ 그림자의 가호를 받은 난, 더 이상 싸울 수도, 싸워야 할 목적도 없으니, 나의 생은 이미 끝났음을 만천하에 알리리라. ]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제발, 조금만 더.

카오스는 간절히 바랐다.

비석의 봉인이 풀리기만을.

허나, 그의 기도는 거기까지였다.

-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

마계 공작, 아슬란 자라의 비석이 완전히 파괴된 것이다.

“안돼-!!”

절규했지만, 소용없었다.

이미 비석은 완전히 파괴된 후였다.

“누구냐! 누구야!”

카오스의 피맺힌 분노.

비석을 파괴한 장본인은 바로 육명왕 창절이었다.

납치된 아이들을 추적 중이던 창절이, 모든 사실을 알아내고 비석을 파괴한 것이다.

“으아아악! 죽여버릴 테다! 죽여버릴 테야!”

눈이 완전히 뒤집힌 카오스.

한계치까지 격분한 그는 살아남은 아이들을 모두 다 죽였다.

그런 후, 창절과의 경천동지할 싸움을 벌였다.

“창절! 널 반드시 죽여버릴 것이다!”

“닥쳐라, 악마야!”

-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

피가 튀고 살이 난무했다.

게이트가 뒤집힐 정도로, 강력한 폭발이 일어났다.

“이노오오옴!”

“죽어!”

-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

창절은 단 한 명의 아이라도 살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의 모든 노력은 물거품이 되었다.

카오스의 잔혹성 때문이었다.

놈은 이미 모든 아이들을 몰살시킨 후였다.

“저주받을 악마야!”

창절은 결심했다.

카오스만은 반드시 처단하겠다고.

그는 모든 힘을 쏟아부었다.

허나, 카오스의 벽은 너무나도 높았다.

“창절! 갈가리 찢어버릴 테다!”

“커헉!”

카오스의 막강한 힘 앞에, 창절이 속절없이 무너졌다.

세상이 다시 혼돈 속으로 빨려 들어간 순간이었다.

카오스와 창절의 결투.

그 후 무려 7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세상에 있어서, 창절의 죽음은 영원한 미스터리로 남았다.

당연했다.

그의 죽음을 알고 있는 자는, 그를 살해한 카오스와 그의 제자들뿐이었으니까.

어쨌든.

창절의 희생 덕분에, 카오스의 오랜 숙원이 실패로 돌아갔다.

만약 그가 흑 공작의 힘을 얻었다면.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빌런이 탄생했을 것이다.

카오스가 딥빡쳤는지.

아니면, 열폭했는지.

그것도 아니면 실의에 빠졌는지.

7년이 넘게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하무일은 죽었던 아이를 되살린 것이다.

바로, 그림자의 권능으로 말이다.

김미경.

되살아난 그녀가 눈앞에 있었다.

그녀가 눈을 떴다.

“그를 찾았어요.”

“어디.”

“부산요. 그는 해운대 장산에 있어요.”

그림자의 권능과 피의 향기를 움켜진 그녀.

세상에서 오직 그녀만이 이태민을 찾을 수 있었다.

“정말 궁금해요.”

“뭐가.”

“이태민. 그는 어떻게 그림자의 힘을 각성한 것일까요.”

“흐음….”

김미경의 말에 하무일이 침음성을 삼켰다.

“그림자의 힘은 아무나 각성할 수 있는 힘이 아니에요.”

그녀의 말이 맞았다.

보통의 헌터가 그림자의 힘을 각성할 확률은 한없이 0에 가까웠다.

그만큼이나 형체가 없는 힘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에 관한 모든 것들이 미스터리였다.

순간 이동 능력과 그림자 소환술까지도 말이다.

‘놈. 반드시, 빼앗아 주마.’

하무일은 이태민의 힘을 반드시 빼앗기로 결심했다.

그림자의 힘만 얻는다면, 그랜드는 물론 카오스까지도 넘볼 자신이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세계 최강에 오를 수도 있었다.

김미경을 완전히 부활시키는 건 덤이었다.

“그만 가죠.”

김미경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드디어 놈을 사냥할 시간인 것이다.

‘이태민, 기다려라.’

하무일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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