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림자로 인류 최강-33화 (33/110)

33화

- 속보) 월드컵 경기장 히어로 탄생. 그의 정체는 바로, 백호 아카데미 출신 이태민 헌터.

- 속보) 히어로 탄생. 생존자들 증언 통해, 속속들이 밝혀져. 이태민. 그가 살린 시민만 수백 명 넘어.

- 단독) 이태민. 혼자서 무쌍 찍다? 그가 상대한 크리처는 어떤 마물인가?

- 단독) 대한민국 최초의 순간 이동 능력자. 이태민을 배출한 백호 아카데미를 가다.

- 단독) 이태민 스승, 최태식 교관을 만나다.

- 단독) 이태민 그는 누구인가 - 심층 취재 리포트.

- 속보) 세계 헌터 협회. 30세 이하, 아시아 최강자 이태민 등재.

- 속보) 청룡 길드 강석. 아시아 최강자? 우선, 나부터 넘어라.

- 속보) 봉황 길드 제갈민. 대한민국 청년부 최강자는 우리 세븐 스타.

- 속보) 백호 길드 권호. 세븐 스타 타이틀 벗고, 이태민과 1:1 한 판.

- 속보) 현무 길드 배근만. 월드컵 경기장, 내가 있었어도 결과는 같았을 것.

- 속보) 기무라 켄신 강력 반발. 아시아 최강자, 바로 나.

- 속보) 일본 총리. 세계 헌터 협회에 유감 표명.

- 속보) 세계 헌터 협회. 이태민 등재는 전투력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른 것.

- 단독) 이태민 VS 기무라 켄신. 누가 더 강할까.

- 속보) 나 홀로 무쌍? 무쌍 칭호는 본래 내 것. 기무라 켄신 이태민과 대결 원해.

등등등!

결국 터졌다.

내가 그토록 우려하던 것이.

좋다.

순간 이동 능력자까지는 그렇다고 치자.

어차피 내가 보유한 능력 중 하나였으니까.

그런데, 히어로는 뭐란 말인가.

게다가 청년부 세븐 스타는 또 뭐고.

왜 뜬금없이 기무라 켄신과 비교한단 말인가.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혀왔다.

매일같이 터지는 낯 뜨거운 기사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어졌다.

그러다 결국,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언론사 인터뷰에 응했다.

[ 세계 헌터 협회. 30세 이하, 아시아 최강자 이태민 등재. ]

- 이번 등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 등재를 안 했으면 합니다.

- 아니, 왜요? 전 세계에 이름을 떨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잖아요.

- 글쎄요. 전, 별로….

[ 세계 헌터 협회. 30세 이하 청년부. 전투력 시뮬레이션 결과. 이태민 압도적 1위 달성. ]

- 시뮬레이션 결과를 어떻게 보세요?

- 시뮬레이션 결과는 어디까지나 시뮬레이션 결과죠. 실제 전투와 시뮬레이션은 전혀 다른 것이니까요. 어쨌든, 점수가 높게 나와서 기분은 좋네요.

[ 대한민국 30세 이하, 청년부 최강자는 이태민 아닌, 세븐 스타. ]

- 이러한 주장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 세븐 스타를 인정하시는 건가요?

- 인정이라. 제가 그럴 자격이 된다면 인정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분들은 몇 년 전부터 명성을 떨치셨던 분들이니까요.

- 권 헌터가 1:1 대결을 신청했는데요. 받아들이실 건가요?

- 거절할 생각입니다.

- 이유를 여쭤봐도 될까요?

- 전 세븐 스타를 인정했습니다. 이 이상 뭐가 더 필요할까요. 세븐 스타도 별다른 불만은 없을 것 같은데요.

[ 기무라 켄신 강력 반발. 이태민에 분노. 아시아 최강자는 바로 나. 한국으로 넘어가, 결투 신청할 것. ]

- 아시아 최강자란 타이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 아시아 최강자요? 하, 글쎄요. 그런 것에 전혀 관심이 없어서.

- 결투 신청은 거절하실 생각이신가요?

- 결투를 신청한다면 거절할 생각은 없습니다.

- 결투를 수락하시는 건가요?

- 말씀드렸다시피, 굳이 결투를 신청한다면요.

인터뷰 직후, 곽 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부장님. 이제 정보 좀 통제해 주시죠.”

“이 대표. 이미 엎질러진 물일세. 이왕지사 이리된 거. 한 며칠 푹 쉬다가 마감청으로 출근하게.”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적어도 히어로는 좀 빼주십시오.”

“히어로? 안 그래도 자네 히어로 칭호 때문에 골치 좀 썩었네.”

“히어로 칭호라뇨?”

“원래 히어로 같은 인싸들은 칭호가 있어야 해. 그게 요즘 대세잖은가?”

“아니….”

“그래서 자네 칭호를 그림자 네크로맨서라 지었네.”

“그… 그림자 뭐요?”

“공식적으로 내일 그렇게 발표가 될 거야. 마감청 차세대 주자, 그림자 네크로맨서라고.”

“잠깐만, 잠깐만요 부장님.”

“이 대표. 한 며칠만 푹 쉬게. 그러면 금방 잠잠해질 걸세.”

“부장님!”

“앞으로 자네 할 일이 아주 많아. 하하하~”

“멈춰요! 부장님!”

“그럼 나중에 보세, 이 대표.”

“부장님! 부장니임-!!!”

소리쳐 불렀지만,

- 뚝! 뚝! 뚝…!

전화가 끊겨 버렸다.

아니, 사람 말이나 좀 듣고 끊던가.

일방적으로 자기 말만 하고 끊어버리면 어쩌자는 건지.

‘젠장.’

앞으로 어떻게야 할지 상당히 난감해졌다.

지금도 건물 밖에는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벌써 며칠째 꼼짝도 안 했다.

덕분에 나도 방콕 중.

온종일 아무것도 못 하니 삭신이 다 쑤실 지경이었다.

“하.”

한숨이 절로 나왔다.

쉬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나저나, 문제는 백귀인데.’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안다면, 놈은 반드시 공격해 올 것이다.

조용히 짱박혀 있어도 모자랄 판국에 아주 대놓고 광고를 하고 있었다.

“쩝.”

백귀 놈이 문명의 이기와 친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놈이 정말로 쳐들어온다면 그땐 사생결단을 내야 할 테니 말이다.

***

북벌 클랜 - 회의실.

전무치와 최철민이 회의실로 들어서자, 몇 명의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들은 전무치가 초대한 손님들이었다.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쌍대입니다.”

2m가 넘는 덩치가 전무치를 향해 깍듯이 인사했다.

블루문의 쌍대였다.

“오, 쌍대. 오랜만이야. 그래, 백귀는 잘 계시고?”

전무치의 말에 쌍대가 깊숙이 몸을 숙였다.

“이사님께서 염려해 주신 덕분에….”

“으하하하-!”

쌍대의 말에 전무치가 대소를 터트렸다.

“염려는 무슨. 딱히 해준 것도 없는데.”

“아닙니다. 일전에 큰 도움을 주셨습니다.”

“오호~ 그래요.”

전무치가 흐뭇한 표정으로 상석에 앉았다.

그가 우측 편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우리 쌍대께서 아시려나 몰라. 이쪽은 볼케이노의 하 선배.”

“하 선배라면….”

“사람들이 보통, 적귀라 부르죠.”

“하, 하무일!”

깜짝 놀란 쌍대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90도로 몸을 숙였다.

“몰라뵙습니다. 적귀님의 존안을 이렇게 뵐 줄이야.”

쌍대가 열중쉬어 자세를 취했다.

“어허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 없어요. 쌍대.”

“아닙니다. 제가 어찌 적귀님과 동석할 수 있겠습니까. 전 이 자세가 편합니다.”

전무치가 하무일을 보며 말했다.

“처음 만나서 그런지 꽤 서먹합니다. 나랑은 격 없이 잘 지내는 친군데.”

전무치 말에, 하무일이 인상을 찌푸렸다.

“앉아라.”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앉아.”

얼음장처럼 차가운 말에, 쌍대가 비지땀을 흘렸다.

“앉아요, 쌍대.”

전무치가 다시 앉기를 권하자, 어쩔 수 없다는 듯 쌍대가 자리에 앉았다.

“하 선배. 제가 좀 바빠서요. 이것저것 처리할 일들이 좀 많네요.”

“간단히 말하마.”

“말이 그렇다는 거죠. 복잡하게 말하셔도 됩니다. 제가 아무리 바빠도 우리 선배님 말씀이신데.”

하무일이 피식 웃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마. 이태민. 놈은 내가 처리하겠다.”

“잉?”

너무나 뜻밖의 말에 전무치가 고개를 갸웃했다.

방금 전, 하무일이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바쁜 시간을 쪼개 하무일과 만남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뜬금없이 이태민 얘기를 꺼냈다.

하무일이 이태민을 어찌 아는 것일까?

전무치로서는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야 동생 때문에 블루문을 움직이려는 것이지만,

하무일은 대체 무엇 때문에, 자신이 직접 움직이려고 하는 것일까.

“북벌이 어둠과 손을 맞잡았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 마감청의 떠오르는 스타를 직접 처리하는 건 역시 상당한 부담이 되겠지.”

하무일이 고개를 돌려 전무치를 주시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블루문을 움직이려는 것이고.”

“뭐, 그거야 이쪽 사정이고요.”

“블루문도 여러 가지로 부담이 될 거야. 더욱이 놈은 순간 이동 능력자. 무슨 수로 놈을 잡을 거지?”

하무일의 말에 쌍대가 입을 열었다.

“가족들 있잖습니까. 놈의 가족을 인질로 삼는다면….”

“만약 놈이 도망친다면 어쩔래?”

“예? 에이, 설마요.”

“사람이란 단순하지. 가족을 위해서 자신의 목숨을 버릴 자가 과연 몇이나 될까.”

“설마, 가족들을 버리겠습니까.”

“설마가 사람 잡는 법이지. 놈이 도망친다면? 뒷감당은 되고? 마감청에서 대대적으로 공격해 올 텐데?”

“그, 그건….”

하무일이 피식 웃으며, 검은 구슬을 꺼냈다.

“공간을 통제할 수 있는 어둠의 장막이다. 이거라면 놈의 순간 이동도 무용지물이 되지.”

검은 구슬을 본 전무치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설마, 흑 공작의 무덤을 파헤친 것은 아니겠지요.”

“….”

“…하, 어이가 없군. 하 선배. 당신을 죽여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 좀 해봐야겠어요.”

“걱정 마라. 늙은이 모르게 가져왔으니까.”

흑 공작의 무덤은 그림자의 권능과 관련된 중차대한 곳.

7년 전, 노괴물이 봉인시켰던 곳이기도 했다.

만약 이곳을 파헤친다면, 세상사에 흥미를 잃은 노괴물이 세상 밖으로 다시 나올 수 있었다.

돈과 힘 그리고 권력을 움켜쥔 전무치로서는 그것만은 막고 싶은 것이다.

“그 말을 어떻게 믿죠?”

“팔 하나를 걸지.”

“흥, 겨우 팔 하나라….”

“피의 향기만 다오. 이태민은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

“…하 선배. 당신, 무슨 속셈인지 알겠어.”

“….”

“저 여자, 살아있는 여자가 아니군.”

전무치가 하무일 옆에 있는 여자를 가리켰다.

“7년 전, 제물로 바쳐졌던 아이 중 하나다.”

“그럼 죽었던 아이를 부활시켰다는 건데. 그 대가로 몇 명의 아이를 희생시킨 거지?”

“….”

“큭, 적어도 수십 명은 죽였겠지. 하 선배. 나도 악마지만, 당신은 정말 지독한 악마요.”

“마음대로 생각해.”

“그림자의 권능이겠군. 그렇다면 결국, 저 여자 때문에 이태민이 필요하다는 건데.”

“됐고. 피의 향기만 넘겨다오. 내가 책임지고 깔끔히 다 처리할 테니.”

“하 선배. 우리 거래 다시 합시다. 아무래도 내가 너무 손해 같아서 말이야. 당신, 팔 하나로는 모자라겠군요.”

전무치가 시익 하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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