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화
마포 쪽에 위치한 병원들은 모두 다 만원인 상태.
그래서 할 수 없이 강남에 위치한 한산 병원으로 향했다.
“크게 놀라긴 했지만, 다행히 장애로 남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며칠간 경과를 지켜보겠습니다.”
“정말 괜찮을까요?”
“동생분과 동생 친구분들이 잘 버티신 것 같습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될 겁니다.”
의사의 말에 그제야 조금 안심이 됐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는 게 보통 일이 아니었기에 혹시나 해서 걱정했던 것이다.
잠시 후, 부모님과 동생 친구 가족들에게 연락을 취했다.
걱정하시는 분들을 달랜 후, 침착하게 상황을 설명했다.
치료만 받으면 괜찮다고, 안정이 최고라고, 그렇게 얘기했다.
다음 날, 아침 일찍부터 마감청으로 향했다.
웬만하면 동생 곁에 있고 싶었지만, 계약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중요한 계약이라 캔슬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어제 황 과장이 미리 합의를 했기에 도장만 찍으면 되는 일이었다.
물론 그 외에 몇 가지 할 일도 있었고.
적토마를 타고 마감청으로 향했다.
***
“반갑네.”
감찰부장, 곽철용은 50대 초반의 장년인이었다.
마스터 헌터답게 강건하면서도 기량이 출중해 보였다.
- 강자다!
- 싸우자!
- 싸우자!
‘…미친.’
야수 같은 자아가 미친 듯이 발광하기 시작했다.
강자만 보면 급발진하고 있었다.
정말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마물이나 마수처럼 없애버릴 수도 없었다.
그저 수련이라 생각하고 스스로를 다독일 뿐이었다.
“앉게.”
“예.”
“환영 파티도 못 해줘서 정말 미안하네. 브레이크가 터지는 바람에.”
곽 부장이 어제 발생한 브레이크 사태를 입에 담았다.
“별말씀을요.”
곽철용과 나는 인연이 있었다.
과거, 곽동수 패거리들에게 납치를 당했을 때였다.
곽철용의 아들 덕분에 불과 일주일 만에 풀려날 수 있었다.
물론 지금에야 내가 깡그리 다 처리했지만.
회귀 전에는 은인이나 다름없었다.
곽철용과 소소한 얘기를 주고받으며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S 클랜이 됐다는 증명서네. 그리고 이건, S급 헌터임을 증명하는 라이센스네.”
곽 부장이 증명서와 라이센스를 건네줬다.
“축하하네. 이 대표.”
“감사합니다.”
“하하, 이 대표. 입이 귀에 걸렸구만. 그렇게나 좋은가?”
곽 부장 말에 나도 모르게 머쓱해졌다.
왜 안 그럴까.
다른 등급도 아니고 무려 S등급이었다.
S등급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인정하는 최고의 등급이었다.
“참! 갑작스럽게 통보해서 미안하네. 자네에게 경호가 붙을 걸세.”
“경호요? 전 분명히 거절했습니다만.”
“자네 의견도, 자네 프라이버시도 존중하네. 하지만 자네는 중요한 사람이야. 자네 의견만 생각할 수 없다는 말일세.”
“그래도….”
“최대한 멀리서 경호할 걸세. 위급한 상황에 대처할 정도만. 이는 자네 가족들도 마찬가지네.”
“…흐음.”
“마감청 특수 경호대는 챔피언들로 구성된 가디언 부대지.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걸세.”
곽 부장 말에 깜짝 놀랐다.
가디언들로 구성된 특수 경호대라니.
거의 대통령 못지않은 특별 대우였다.
***
곽 부장과의 대화를 마치고 마감청을 나섰다.
S 클랜도 모자라 S급 헌터가 되었다.
두 팔을 뻗어 만세라도 외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제 슬슬 가볼까.’
기쁨을 뒤로하고, 각성창을 개방했다.
◈ 그림자 준남작 : 챔피언 등급의 그림자 기사(5), 엘리트 등급의 그림자 투사(25/25), 뱅가드 등급의 그림자 전사(2/125), 베테랑 등급의 그림자 병사(625/625)
우선, 그림자 전사부터 풀로 채운 후 그림자 기사를 채우기로 했다.
그림자 기사라는 생각에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렸다.
황 과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 어떻게 됐어?
- 예, 대표님. 노원구 2급 게이트는 저희가 배정받았고요. 4급 게이트는 성남시로 가시면 될 것 같습니다.
- 그래, 알았어.
- 대표님.
- 왜?
- S 클랜이 되니까 확실히 다르던데요. 웬만한 게이트는 선택 즉시 배정. 와~ 말이 필요 없던데요. 뭐, 그러니까 S 클랜이겠죠?
- 싱겁긴….
- 참! 게이트 주소는 폰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 오케이~
잠시 후, 폰으로 게이트 위치가 전송됐다.
2등급 게이트가 있는 노원구 쪽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그림자 전사를 풀로 채운 후, 성남시로 갈 생각이었다.
***
노원구에 위치한 2등급 게이트에 입장했다.
이곳은 은빛 늑대의 서식지였다.
마물보다 한 수 높다는 마수가 걸린 것이다.
그림자 투사를 소환했다.
곽동수와 박대출을 비롯한 그림자 투사들이 스윽~ 하고 솟구쳤다.
그림자 투사를 본 실버 울프가 깨갱거렸다.
사납기로 소문난 놈들이 임자를 제대로 만난 것이다.
‘처리해.’
명령을 내리자, 곽동수를 비롯한 그림자 투사들이 바닥을 박차며 달려 나갔다.
***
곽동수가 마정석 2개를 가져왔다.
보스를 사냥하고 획득한 것이다.
곽동수의 어깨를 두드리며, 수고했다고 치하해 줬다.
각성창을 개방했다.
◈ 그림자 준남작 : 챔피언 등급의 그림자 기사(5), 엘리트 등급의 그림자 투사(25/25), 뱅가드 등급의 그림자 전사(125/125), 베테랑 등급의 그림자 병사(625/625)
그림자 전사가 풀이 되었다.
순식간에 사냥이 끝난 것이다.
게이트 밖으로 나가, 황 과장에게 전화를 걸어 마석 채취를 지시했다.
잠시 후면, 황보성 아저씨가 마석을 채취하러 올 것이다.
적토마를 타고, 경기도 성남으로 향했다.
***
4등급 게이트.
혹은 A 등급 게이트.
경기도 성남 시청 근처에 게이트 하나가 생성돼 있었다.
근처만 가도 아주 강력한 마력이 느껴졌다.
과연, 4등급 게이트였다.
4등급 게이트 앞에 세워진 검문소로 다가갔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검문소를 지키던 20대 초반의 군인이 물었다.
“게이트에 들어가려고요.”
내 말에 젊은 군인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4등급 게이트는 고등급 헌터들`만 오는 곳이다.
누가 봐도 애송이로 보이는 젊은 헌터가 올 곳이 아니었다.
더욱이 일행도 없이 혼자서 왔다면?
말할 필요도 없었다.
“…설마, 혼자 오셨습니까?”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젊은 군인이 인상을 팍! 찌푸렸다.
별 미친놈 다 보겠다는 표정이었다.
“팀장님!”
그가 뒤를 돌아보며 소리치자,
“왜!”
짜증스러운 대답이 들려왔다.
“여기 좀 나와보셔야겠는데 말입니다.”
“왜!”
“상태가 안 좋지 말입니다.”
“뭔 상태?”
잠시 후, 정장을 입은 30대 중반의 대머리 사내가 나타났다.
젊은 군인이 요원에게 귓속말로 속삭였다.
“또라이지 말입니다. 혼자서 게이트에 들어간다지 말입니다.”
귓속말로 속삭였지만, 헌터인 내 귀에 생생히 다 들렸다.
대머리 요원이 인상을 쓰며 내게 다가왔다.
“어딜 들어간다고?”
“저기.”
손가락으로 4등급 게이트를 가리켰다.
“하, 이런 미친. 나이도 어린 노무 새끼가 미치려면 곱게 미쳐야지!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야! 너 죽고 싶어!”
버럭 하는 요원에게 헌터 라이센스를 내밀었다.
라이센스를 받아든 요원이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이 새끼 잡아!”
그가 소리치자 정장을 입은 요원 둘이 달려 나왔다.
그들이 내 주위를 둘러쌌다.
“너 이 새끼, 딱 걸렸어. 겁도 없이 헌터 라이센스를 위조해?”
“위조라뇨. 무슨 말을 그렇게 합니까?”
“위조가 아니면? 니가 S급 헌터라는 게 말이 돼!”
“확인해 보시면 될 것 아닙니까?”
“확인? 큭.”
대머리 요원이 코웃음 쳤다.
“너 몇 살이야?”
“거기 나와 있잖습니까.”
턱짓으로 라이센스를 가리켰다.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새끼가… 벌써부터.”
대머리 요원이 검을 빼 들었다.
“라이센스 위조가 얼마나 중범죄인지 알기나 하냐!”
“글쎄, 확인부터 하시라니까요.”
“오냐, 이 새끼야. 안 그래도 지금 확인하려고 했다. 야, 라이센스 확인해.”
“예, 팀장님.”
젊은 군인이 라이센스를 넘겨받더니, 시리얼 넘버를 컴퓨터에 입력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나왔습니다. 이태민. 23세. 헌터 등급… 이…….”
“….”
“에… 헌터 등급이…….”
“…헌터 등급이 뭐!”
젊은 군인이 말을 잇지 못하자, 대머리 요원이 소리쳐 물었다.
“그, 그게….”
“D?”
“아, 아니요.”
“그럼?”
“그게, 에스….”
“이 새끼가 미쳤나.”
대머리 요원이 라이센스를 뺐더니 자신이 직접 확인하기 시작했다.
뭔가 마음에 안 드는지 이곳저곳에 전화까지 걸었다.
잠시 후,
“죄, 죄송합니다. S급 헌터인 줄 모르고. 이거, 크게 실례했습니다.”
“상식적으로 이해합니다. 저같이 젊은 사람이 S급 헌터라니. 누가 믿겠습니까.”
황당해하는 그의 심정이 십분 이해가 됐다.
그래서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아, 하하…. 그, 그렇죠.”
“이제 들어가도 될까요?”
“자, 잠깐만! 근데 왜 혼자서 움직이시나요…?”
대머리 요원이 불안한지 땀을 삐죽 흘렸다.
“별일 아닙니다. 잠깐 조사할 게 있어서요.”
“아, 하하하. 그런 거라면야. 김 일병!”
“예!”
“입구문 오픈해!”
“예, 팀장님!”
입구문이 오픈되자, 나는 망설임 없이 게이트로 진입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세상이 바뀌고,
뭔가, 을씨년스러운 세상이 펼쳐졌다.
조금씩이지만, 하늘에서 눈도 내렸다.
불타버린 목조 건물들.
새빨간 핏자국들.
뼛조각만 없을 뿐, 외계인들이 실제 살았던 장소 같았다.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갔다.
- 쾅!
멀리서 폭음 소리가 들려왔다.
몇 개의 팀들이 이곳저곳에서 사냥 중인듯했다.
일단, 이곳의 지형부터 파악하기로 했다.
‘변환.’
그림자 병사들을 전송석으로 변환시키자, 반경 1km 이내의 625곳이 통제하에 들어왔다.
한쪽 무릎을 꿇고, 한쪽 손바닥을 땅바닥에 대었다.
느껴졌다.
이곳의 지형과 마물들.
그리고, 사냥하고 있는 헌터들의 모습이.
마물의 정식 명칭은 파타리움족으로, 판타지 소설에 등장하는 오크와 닮은 놈들이었다.
그래서 헌터들은 파타리움족을 오크라 불렀다.
체고 2m에 우락부락한 근육.
마도 문명을 상징하는 번쩍이는 무구들.
체구는 크리처보다 작았지만, 압도적인 힘은 크리처를 찢어 버릴 정도였다.
참고로, 놈들이 착용한 무구는 죽는 순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래서 그림의 떡이라 불렀다.
‘이동.’
단숨에 700m를 순간 이동했다.
주변을 살펴본 결과, 이곳이 내가 사냥하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었다.
잠시 후, 오크 놈들이 몰려왔다.
오크의 등급은 챔피언.
크리처 로드와 맞먹을 만큼 하나하나가 아주 강력한 놈들이었다.
모두 합쳐 3마리.
검을 뽑은 후, 청강기를 주입했다.